2. 코딩 어렵지 않아요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코딩이란 낯선 용어로 우리를 멘붕에 빠지게 하는 높디높은 허들을 박차고 넘을 수 있는 긴 장대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다. 다행히 길벗 어린이 출판사에서 이런 장대역할을 해줄 수 있는 ‘헬로 !ct 시리즈’의 책을 내놨다. 오늘 독후감을 쓰고자 하는 책은 그 중 한 권인 『시크릿 코더』 1권에 대한 것이다.
▲ 코딩이 대세가 됐지만 접근하긴 쉽지가 않다. 바로 이 책은 그런 접근을 쉽게 한다.
코딩을 다룬 책이라고 책이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책을 한국판으로 내놓은 책으로 전체가 만화로 되어 있다. 그러니 한문을 배우기 위해 처음 책을 펼칠 때에 느껴지는 거부감, 혼란스러움, 아찔함 따위는 없이, 편안함, 재밌을 거라는 기대감, 너무 후딱 읽게 될 거란 섭섭함이 먼저 든다. 그림체는 미국에서 나온 책답게 서양식의 만화풍이지만, 읽다 보면 호퍼의 감정에 완전히 이입되어 이질감은 사라지고 내가 호퍼처럼 전학 온 학교의 한복판을 거닐며 한껏 긴장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쯤이면 이 책은 이미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코딩이란 어려운 주제를 얘기하는 책임에도 전혀 이질감이나 거부감은 들지 않고 어느새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순식간에 20쪽 가까이 읽어갔으니 말이다.
▲ 호퍼는 학교에 전학을 와서 부적응을 한다.
만화와 적절한 예시로 코딩이 쉬워졌어요
그런데 이쯤 되면 ‘이 책은 호퍼의 학교 적응기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호퍼는 전학 오자마자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진 채로 학교를 배회하며 친구와 한바탕 기 싸움을 하고 있고 수업에 들어가선 수업에 대한 온갖 불신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내용으로 코딩을 어떻게 다루려하는 걸까 은근히 기대도 되며, 걱정도 된다.
그런데 바로 그런 생각이 들 때 전혀 놀라운 방식으로 컴퓨터적 사고(2진법적 사고)를 너무도 쉽고 명료하게 알려준다. 아까 전만해도 한참 기 싸움을 했던 에니의 입을 통해 2진법을 알려주고, 그건 학교에 날라 다니는 버드봇(눈이 4개인 새)과 호퍼의 귀걸이 장식인 숫자 7을 통해 쉽게 익히도록 도와준다. 2진법에 전혀 문외한인 나도 버드봇의 눈이 어떤 숫자에 따라 어떻게 떠지고 감아지는지를 익히다 보니 금세 익숙해졌다. 이쯤 되면 내가 원래 천재였던 건지, 이 책이 아주 쉽게 설명해주는 건지 헛갈릴 지경이다.
그리고 더욱 백미는 ‘리틀가이’라는 꼬북이를 닮은 엄청 귀여운 청소용 로봇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여기서부턴 가장 기본이 되는 컴퓨터 용어를 통해 어떻게 리틀가이가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데, 그게 매우 단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보(forward 10)”라고 외치면 리틀가이는 그 명령어대로 행동한다.
바로 이런 부분이 이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컴퓨터 언어’나 ‘코딩’이라 하면 매우 어려워 보이고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천 길 낭떠러지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걸 만화를 통해, 간단한 예를 통해 보여주니 마치 순돌이에게 손을 내밀며 ‘앞발’이라 외쳤더니 두 다리를 내 손위에 올려놓는 것과 같이 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문도 마찬가지였듯 막상 처음에 ‘어려울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작동하는 게 문제지, 한번 시작해보면 한문도 어느새 읽을 수 있는 문자가 되듯 코딩도 익숙한 체계가 되는 것이다.
▲ 이진법을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만 읽어도 컴퓨터 언어를 쉽게 알 수 있다.
짧지만 강렬하다, 강렬한 만큼 흥미롭게 익혀진다
어느덧 한 권을 순식간에 다 읽었다. 막상 중요한 부분에서 1권이 끝난지라 2권이 바로 읽고 싶어지더라. 아이들 책이라 얕잡아봤지만 어려운 컴퓨터 용어를 상황에 따라 쉽게 이해시켜준다는 점에서 알차게 느껴졌다.
처음엔 다 읽었을 때만 해도 ‘오히려 호퍼의 부적응에 대한 얘기는 최소화하고 내용을 전개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너무 변두리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 막상 중요한 코딩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두 번째 읽고 나선 생각이 바뀌었다. 바로 그런 호퍼의 이야기가 있기에 흥미롭게 책에 빠져들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코딩에 대한 용어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호퍼는 어찌 보면 나와 똑같은 사람이다.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고, 이진법은 ‘고거 이씨 성을 가진 사람 이름이지’라는 헛소리나 팽팽하는 문외한 중의 문외한이니 말이다. 그런 호퍼가 점차 빠져들어 코딩을 익혀가는 것만큼이나 나 또한 그런 호퍼에 이입하며 자연스럽게 그 언어들에, 그런 식의 사고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학교 청소부인 미스터비는 어떤 사연을 품고 있는 인물이기에 학교 곳곳에 코딩적인 요소들을 심어놓고 ‘버드봇’과 ‘리틀가이’와 같이 코딩으로 움직이는 로봇들을 만들 수 있었던 걸까? 왜 미스터비는 호퍼의 아버지 이름이 적힌 체육복을 보고 그들을 퇴학시키지 않고 기회를 줬던 걸까?
이거 감질나서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2권을 읽으러 고고씽~
▲ 시크릿코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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