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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람여행 - 66. 가곡교회 목사님과의 맛난 대화와 아쉬운 작별[단양 가곡⇒제천 수산](11.04.14.목)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66. 가곡교회 목사님과의 맛난 대화와 아쉬운 작별[단양 가곡⇒제천 수산](11.04.14.목)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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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교회 목사님과의 맛난 대화와 아쉬운 작별

 

 

목사님은 새벽 예배 후에 주무시고 계셨고 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택으로 와서 아침을 먹으라는 사모님의 전화를 받고 혼자 올라갔다. 목사님의 아버님과 함께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며 오전 중에 소나무를 마당에 심을 거라고 하시더라. 아이들은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목사님과 단둘이 심어야 한단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오늘 목사님이 바쁘시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밥을 다 먹고 사모님과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사택으로 내려왔다.

 

 

▲ 단양 가곡 ⇒ 제천 수산

 

 

 

사람여행: 소나무를 같이 심었어야 했는데

 

목사님은 일어나 계시더라. 목사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짐을 챙겨 길을 떠났다. 그런데 한참 걷고 있으니, 그제야 왜 이렇게 급하게 떠났는지 후회되더라. 소나무를 심고 오후쯤 떠났어도 됐는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님에도 가기에만 바빴다. 같이 땀 흘리며 일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눈앞에서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걸으면서도 찝찝했다.

저번 주에 봉화를 여행하며 도움의 손길을 아낌없이 내밀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걸어가다가 감자 심는 분들이 있어 마치 아는 사람인 듯 다가가 함께 일을 거들게 됐던 것이다. 그렇게 함께 일을 하며 그분들의 얘기를 듣는 게 좋았기에 앞으로도 걷는 것보단 이런 식으로 누군가 어우러질 수 있다면 일도 하고 얘기도 나누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함께 해야 할 때 생각이 미치지 못하다니.

막상 그 당시엔 아무런 생각이 없이 행동했는데 이처럼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후회되는 일들이 있다. 이번 상황이 그랬고, 국토종단을 하며 연기군 양화면에서 사모님이 결혼식 뷔페에 같이 가자고 초대한 걸 거절했을 때가 그랬다. 국토종단 때나 지금이나 빨리 떠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자연히 더 긴밀하게 얽히고설킬 관계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다시 외쳐본다. ‘도움의 손길을 아낌없이 내밀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내빼지 말자

 

 

 

사람여행: 쫀득쫀득 안기는 대화의 맛

 

작별인사로 목사님은 쫀득쫀득 안기는 맛이 있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만 듣고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말은 나의 말투에 대한 목사님의 평가이니 오해는 마시길. 그런데 엄밀히 따져보면 이건 내 말투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서로의 생각이 유사한 데서 나오는 대화의 강밀도(强密度, intensity)에 대한 평가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만큼 신나게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그건 같은 경험을 했다는 동질감에서 나왔고, 사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낙관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기에 나도 목사님에게 세 끼를 굶고 먹는 밥 만큼 맛난 대화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언젠가 인연이 또 된다면, 꼭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전주에 오시거든 쌩까지 마시고 꼭 연락주세요라고 신신당부 했다. 목사님에게 비속어를 섞어 이야기했다고 불쾌하게 받아드릴 분도 있겠지만, 그만큼 목사님과 친해졌다는 표시였고 내 의사를 분명히 전하고 싶었기에 조금 과격하게 들릴지라도 이런 말을 쓴 것이다. 역시 조금 비속어가 섞여 있어야 감정이 가감 없이 전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의미를 알기 때문인지 목사님도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셨다. 목사님은 가면서 먹으라며 건강식품을 한가득 챙겨주셨다. 마지막까지 정말 감사했다.

 

 

▲ 가곡교회 목사님과의 만남은 정말 유쾌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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