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사람여행 - 94. 빗길을 걸어 당진에 오다

빗길을 걸어 당진에 오다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일어나자마자 비가 오나 안 오나 확인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창문을 여니 사방이 어두웠고 비가 많이 내리고 있더라.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빗속 여행을 하게 되는 셈이다.

 

 

▲ 교회에서 나와 초등학교를 지나가며.

 

 

 

비 오는 날 빗길 여행을 걱정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달갑진 않았다. 여름 날씨처럼 습하고 무더웠다면 오히려 빗속 여행이 기대됐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동안 서늘한 바람이 불어 외투를 입지 않고 걸으면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비를 맞으며 걷는다면 몸서리 처지도록 한기가 온몸을 감쌀 것이기에 더욱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또 하나 걸리는 건 오늘 걸을 길도 차량 통행이 많은 4차선 도로라는 것이다. 차뿐만 아니라 차가 튀긴 흙탕물까지 신경 쓰며 가야 한다니, 빗속의 운치는커녕 빗속 여행의 악몽만 더욱 커졌다.

춥게 잘까봐 걱정했는데 관리하시는 분께서 보일러를 틀어주셔서 따뜻하게 잤다. 그곳이 어찌나 안락한지 일어나지 않고 하루종일 뒹굴고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전도사님에게 잠만 자겠다고 허락받은 것이기에 누군가 오기 전에 자리를 떠나야 했다.

 

 

▲ 처음엔 외곽도로를 따라 걸었다. 이 때만해도 걸을 맛이 났다.

 

 

 

사람여행 최초, 빗속 도보여행

 

비를 맞으며 걷는다. 여기서 당진까지는 12㎞다. 3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당진까지만 갈까, 아니면 갈 수 있는 만큼 더 걸을까 고민하다가 당진까지만 가기로 했다. 그곳에도 재림교회가 있을 것이고 머무르게 된다면 최초로 재림교회에서 금요예배도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잠도 자고 재림교회 예배 체험도 하고 일석이조(一石二鳥)다. 그렇게만 된다면 빗속 여행도 즐겁게 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 오늘의 여행이 진행되길 간절히 희망해 본다.

 

 

▲ 국토종단 땐 빗길 여행을 여러 번 했다. 그에 반해 사람여행 때는 날씨가 괜찮은 편이었다.

 

 

4차선 도로를 비 오는 날 걷는 건 최악이었다. 흐린 날씨 탓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위험했지만, 그것보다 더 심한 건 차가 지날 때마다 도로의 물이 튀어 이중 빗물 세례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비야 규칙적으로 내리는 것이니 대비할 수 있지만, 자동차가 튀기는 빗물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속사포가 퍼붓듯 일시에 날라와 온몸을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그래서 빗물이 고여 있는 곳을 지날 땐 막무가내로 걷지 않고 차가 뜸해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뛰어서 그곳을 통과했다.

 

 

 

당진읍에서 본 당진의 모습

 

그럼에도 여긴 어찌나 차량 통행이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당진은 군이라고 하기엔 어색할 정도로 공업이 발달된 곳이었다. 당진에 오기 전엔 반농반어촌인 줄 알았다. 딱 동해의 영덕 같은 이미지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영덕보단 울산에 가까운 이미지라고나 할 수 있었다. 천안, 아산, 당진으로 이어지는 국도는 부산, 김해, 진영으로 이어지는 국도 못잖은 고통스러운 길이었다.

국도 폭력에 시달리다가 당진읍내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아무래도 빗길 여행이라 제 속도를 내기 힘들었고 그만큼 체력소모는 많았다. 오자마자 경찰서에 들러 인터넷을 통해 재림교회 위치를 알아냈다. 경찰서에서 3㎞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더라. 우선 교회에 자리 잡아 짐을 내려놓고 당진을 구경해야겠다고 맘먹었다.

 

 

▲ 점심을 공사 중인 건물에 올라가 비를 피하며 간단히 먹었다. 음료수와 다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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