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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들어가는 말 - 2. 『장자』라는 책의 구성과 편찬자, 장자가 남기고 싶었던 진정한 가르침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들어가는 말 - 2. 『장자』라는 책의 구성과 편찬자, 장자가 남기고 싶었던 진정한 가르침

건방진방랑자 2021. 7. 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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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자라는 책의 구성과 편찬자

 

 

1. 장자가 남기고 싶었던 진정한 가르침

 

 

통행되는 장자의 판본은 곽상(郭象: 252~312)이 편집한 것으로, 3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33편은 내편, 외편, 그리고 잡편으로 묶여 있는데, 내편7, 외편15, 그리고 잡편11편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서기 1세기 경에 반고(班固)가 지은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를 보면, 장자는 전체 52편으로 되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사마천(司馬遷)사기(史記)』 「노장신한열전(老莊申韓列傳)에서 장자는 10여만 언을 썼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통용되는 곽상의 판본에 따르면 장자64606자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곽상이 편집한 것은 사마천과 반고가 본 장자중 약 3분의 1 정도가 유실된 판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이 52편의 고본은 위진(魏晉)시대에도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나라 사람 육덕명(陸德明)경전석문(經典)』 「서록(序錄)을 보면 한서』 「예문지장자52이란 사마표(司馬彪)와 맹씨(孟氏)가 주석을 붙인 것이 이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육덕명이 말한 맹씨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진서(晉書)를 보면 사마표는 진()의 비서랑(祕書郞)을 지낸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미 위진시대에도 이 고본이 통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덕명은 이 고본에 대해 장자내편7, 외편28, 잡편14, 해설3편으로, 모두 52편이라고 말한다.

 

위진시대에는 이 고본 외에도 이 고본을 추린 선집본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최선(崔譔)과 향수(向秀)가 주석을 붙인 27편으로 된 판본과 이이(李頤)가 주석을 붙인 30편으로 된 판본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진시대의 다양한 장자판본을 기초로 해서 곽상은 지금 통용되는 33편의 장자를 자신의 주를 달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한서』 「예문지에 기록되어 있는 장자의 구성과 곽상이 편집한 장자에서는 모두 내편7편으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는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경전석문에 따르면 최선의 판본도 내편7편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위진시대에도 내편7편은 거의 확정되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결국 우리는 곽상이 비록 장자를 약 3분의 2로 줄였다고 할지라도, 그는 내편의 체제 자체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런 우리의 추론은 내편외ㆍ잡편편명으로도 강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내편7편의 제목(소요유, 제물론, 양생주등등)은 모두 전체 편의 요지라고 생각되는 세 글자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외ㆍ잡편20편 대부분 천하, 지북유, 추수등등)은 각 편에서 시작되는 처음 몇 글자를 추려 편의 이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고본 장자가 편찬했던 내편이 곽상의 판본에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추정은 장자』 「내편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내편에 속한 일곱 편 가운데 제일 마지막 편이 응제왕(應帝王)이고, 이 편의 가장 마지막에 기록되어 있는 우화가 바로 유명한 혼돈(混沌) 이야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남쪽 바다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쪽 바다의 임금을 홀()이라 하였으며, 그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고 하였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때마다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을 갚을 길이 없을까 의논하면서 말했다. 사람에게는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오직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줍시다. 하루에 한 구멍씩 뚫어주었는데, 칠일이 지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南海之帝爲儵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渾沌. 儵與忽時相與遇於渾沌之地, 渾沌待之甚善. 儵與忽謀報渾沌之德, : “人皆有七竅以視聽食息此獨無有, 嘗試鑿之.” 日鑿一竅, 七日而渾沌死.

 

 

우리는 여기서 일곱 구멍[七竅]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외부와 연결되는 감각기관은 아홉 구명[九竅]으로 일컬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물론(齊物論)에서도 확인될 수 있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아홉 구멍이란 눈구멍 둘, 귓구멍 둘, 콧구멍 둘, 입구멍 하나, 소변구멍 하나, 대변구멍 하나를 합쳐서 부르는 것으로, 인간이 세계와 관계하는 아홉 가지 감각적인 통로를 의미한다. 그런데 혼돈 이야기에서는 아홉 구멍이 아니라 일곱 구멍을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혼돈 이야기의 논점이 구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곱이라는 숫자에 있다고 보아야만 한다. 왜냐하면 만약 혼돈 이야기의 핵심이 감각기관을 상징하는 구멍에 있다는 전통적 해석이 옳다면, 이 이야기에서는 일곱 구멍이 아니라 아홉 구멍이라고 표기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곱 구멍이라는 표현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 그것은 지금까지 독자가 읽은 내편7편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아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위의 우화는 장자 본인이 지은 것이라기보다는 장자를 최초로 편찬한 그의 후학들이 지은 것이라고 추정할 수가 있다.

 

장자의 최초의 편찬자들은 지금까지 독자가 읽은 내편7편의 내용을 독자들이 글자 그대로 맹신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그들의 경고에 따르면 우리는 내편7편을 읽은 후 장자 본인이 우리에게 남기고 싶었던 진정한 가르침, 혼돈이라고 상징되는 핵심 취지를 파악해야만 할 것이다

 

 

 

 

 

인용

목차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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