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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들어가는 말 - 2. 『장자』라는 책의 구성과 편찬자, 황로학파가 고본 『장자』를 편찬했다 본문

고전/장자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들어가는 말 - 2. 『장자』라는 책의 구성과 편찬자, 황로학파가 고본 『장자』를 편찬했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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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로학파가 고본 장자를 편찬했다

 

 

내편7편의 편명이 세 글자로 되어 있다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52편의 장자, 고본의 편찬자가 누구인지를 추론할 수 있다. 이것은 한대(漢代)의 위서(緯書)의 편명이 지닌 특징, 즉 세 글자로 편명이 구성된다는 특징과 일치하는 것이다. 결국 장자고본은 늦어도 기원전 2세기경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학자들은 이 고본의 편찬자들을 곽상 판본의 외ㆍ잡편중 천()으로 시작되는 편들인 천지(天地), 천도(天道), 천운(天運), 천하(天下)각의(刻意)를 지은 사람들로 추정하고 있고, 이들을 황로파(黃老派)라고 부른다.

 

황로(黃老)라는 표현은 황제(黃帝)와 노자(老子)를 가리킨다. 당시 제자백가(諸子百家)들에게는 각각 자신의 사상이 전통적으로 심오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반대파의 사상가들이 존경하는 인물들보다 더 오래되고 권위적인 인물을 자신의 사상적 기원으로 선전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 예로는 공자(孔子)가 주공(周公)을 강조하자 묵가(墨家)는 주공보다 앞서서 살았던 우()임금을 강조했던 경우를 들 수 있다. 따라서 자신들의 사상적 기원으로 가장 오래된 전설적인 임금인 황제(黃帝)를 다룬다는 점에서, 황로파들은 시기적으로 가장 늦은 학파라고 할 수 있다.

 

공자(孔子) 묵가(墨家) 황로파(黃老派)
주공(周公) ()임금 황제(黃帝)
후대 학파일수록 더 오래된 사람을 강조함

 

 

황로파들의 사상적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들은 인간의 자율적인 도덕함양을 강조하는 유가(儒家)와 인간의 행위를 법에 의해 강제하려는 법가(法家)를 절충하려고 하였다.

둘째, 그들은 천()이라는 범주를 도()나 덕()이라는 범주보다 더 강조한다. 그들은 하늘이 어떤 목적이나 이념을 실현하려고 움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인간들을 위해서 운행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들어, 군주도 하늘처럼 사사로움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무위(無爲) 정치의 이념이다. 여기서 무위란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 결정하고 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황로파가 장자고본의 편찬자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장자의 마지막 편인 천하(天下)에 기술되어 있는 철학사의 특징에도 있다. 왜냐하면 천하(天下)에 등장하는 철학사는 기본적으로 황로사상이 지닌 절충주의적 시각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절충주의적 시각에 따라 유가 혹은 법가나 묵가를 사상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 나아가 노자나 장자마저도 이들 법가나 유가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고유한 학파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들 황로파가 고본 장자의 편찬자라는 것은 내편의 편명에서도 확인될 수 있다. 우선 제물론(齊物論)이라는 편명에서 제물(齊物)이라는 표현은 내편 내의 편명일 뿐만 아니라, 천하(天下)에서 신도(愼到)를 평가할 때도 등장하는 개념이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의 장자 연구자들은 관례적으로 첫 대면에서 심각한 얼굴로 다음과 같이 묻고는 한다. “제물론은 제물(齊物)의 논()‘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개별적인 논의[物論]를 가지런히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이런 식의 질문은 쓸데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사변적인 논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제물(齊物)이라는 개념 자체가 장자가 아닌 신도를 평가할 때 천하(天下)편에 나오는 것임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내편의 다른 편명들은 황로파가 고본 장자의 편찬자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대종사(大宗師)라는 편명에 나오는 대종(大宗) 혹은 종()은 앞에서 열거한 황로파의 편들에서 중심적인 용어로 등장하는 개념이다. 응제왕(應帝王)이라는 편명에 나오는 제왕(帝王)이라는 용어도 내편에서는 편명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오히려 외ㆍ잡편특히 이 황로파의 편들에서 집중적으로 출현한다. 더군다나 응제왕(應帝王)편을 직접 읽어 보면, 우리는 그 편에 기재된 내용이 제왕에 대응한다[應帝王]는 편 이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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