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필 - 창맹설(倉氓說)
창고의 쌀을 훔치며 살던 이의 이야기
창맹설(倉氓說)
권필(權韠)
氓有室于太倉之傍者, 不廢著, 不耕收, 每夕出而夜歸, 則必持五升米焉. 問所從得, 不告, 雖其妻兒, 莫覺也. 如是者積數十年, 其食粲如也, 其衣華如也, 而視其室則空如也.
氓病且死, 密詔其子曰: “倉之第幾柱, 有窽焉, 其大客指, 米之堆積于內者, 咽塞而不能出, 爾取木之如指者, 納于窽中, 迎而流之. 日五升卽止, 無取嬴焉.”
氓旣死, 子嗣爲之, 其衣食如氓時. 旣而, 恨窽小不可多取, 鑿而巨之, 日取數斗, 猶不足. 又鑿而巨之, 倉吏覺其奸, 拘而戮之.
噫! 穿窬, 小人之惡行, 苟能知足, 亦可以保身氓是也. 升斗, 利之細者, 苟不能知足, 亦可以殺身, 氓之子是也. 況君子而知足者耶, 況取天下之大利而不知足者耶?
高靈申貿夫, 爲余言. 『石洲外集』 卷之一
해석
氓有室于太倉之傍者, 不廢著, 不耕收, 每夕出而夜歸, 則必持五升米焉.
한 서민 중 큰 창고 곁에 집이 있는 자가 있어 장사를 하지【폐저(廢著): 물건을 쌓아두고 값 오르기를 기다림,】도 않고 농사를 짓지도 않는데 매일 저물 때 나갔다가 밤에 돌아올 땐 반드시 다섯 되의 쌀을 가지고 왔다.
問所從得, 不告, 雖其妻兒, 莫覺也.
얻어온 곳을 물으면 알려주질 않아 비록 처자식이라도 알질 못했다.
如是者積數十年, 其食粲如也, 其衣華如也, 而視其室則空如也.
이와 같이 한 지 수십 년이 쌓이자 밥에는 윤기가 나는 듯했고 옷은 화려한 듯했지만 그 집을 보면 빈궁한 것 같았다.
氓病且死, 密詔其子曰:
그 서민이 병들어 죽으려 할 때 은밀히 자식에게 말했다.
“倉之第幾柱, 有窽焉, 其大客指, 米之堆積于內者, 咽塞而不能出, 爾取木之如指者, 納于窽中, 迎而流之.
“창고의 제 몇 번째 기둥에 구멍이 있어 크기가 객지(客指) 정도로 쌀이 안에서 흘러 쌓여 구멍이 막혀 나올 수 없으니 너는 나무를 가져다 손가락 같이 구멍에 넣어 맞추면 쌀이 흐를 거다.
日五升卽止, 無取嬴焉.”
날마다 다섯 되에서 멈추고 풍요롭게 취하지 말아라.”
氓旣死, 子嗣爲之, 其衣食如氓時.
백성이 이미 죽자 아들이 이어 그것을 했지만 입을 거리와 먹을 거리는 예전과 같았다.
旣而, 恨窽小不可多取, 鑿而巨之, 日取數斗, 猶不足.
이윽고 구멍이 작아 많이 가져올 수 없음을 한스럽게 여겨 뚫어 크게 하고서 날마다 몇 되를 취해도 오히려 부족했다.
又鑿而巨之, 倉吏覺其奸, 拘而戮之.
또 뚫어 크게 하자 창고 관리가 간사함을 깨달아 구속하고서 그를 죽였다.
아! 담을 뚫거나 넘는 건 소인의 나쁜 행동이지만 진실로 만족을 알 수 있다면 또한 몸을 보존할 수 있으니, 백성이 이 경우다.
升斗, 利之細者, 苟不能知足, 亦可以殺身, 氓之子是也.
되나 말은 이익의 작은 것이지만 진실로 지족할 수 없다면 또한 몸을 죽일 수 있으니 서민의 자식이 이 경우다.
하물며 군자인데다 만족을 아는 이라면 어떨까? 게다가 천하의 큰 이익을 취하고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라면 오죽할까?
高靈申貿夫, 爲余言. 『石洲外集』 卷之一
고령의 신질부【신박(申樸, 1555~?): 자는 질부(質夫), 고령은 본관이다. 통훈대부 신여량(申汝樑)의 아들로 1605년(선조30)에 증광시에 합격했다.】가 나를 위해 말해준 내용이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