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교육(敎育)

교육입국론, 교사론 - 5. 교사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제안

건방진방랑자 2022. 2. 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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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교사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제안

 

 

교사혁명의 다섯 가지 조건

 

나는 교사의 존엄성과 학교의 면학분위기를 제고시키기 위한 현실적 개선방향으로서 다음의 다섯 가지 테제를 제시한다.

 

첫째, 교사는 교육의 커리큘럼을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가 주체적으로 시험문제를 내고 자기가 채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개성 있는 교육이 가능해지는 첩경이다. 수학자ㆍ물리학자로서 20세기의 가장 완정한 형이상학적 우주론을 수립한 화이트헤드(A. N. Whitehead, 1861~1947)는 교사가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의 교과과정을 자신의 주체적 판단에 따라 상황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인문ㆍ과학교육의 기본여건에 미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입시교육의 전체주의적 엄격성 때문에 그러한 권한을 교사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교수내용에 창의성과 자발성이 확보될 수 없다. 획일적 기준에로의 순응만 있으면 학생은 교과내용에 대한 흥미를 상실한다.

 

둘째, 교사에게는 체벌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 교사가 체벌을 할 수 있다 없다 하는 문제가 법규적으로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인 것이다. 요즈음처럼 민주화된 사회에서 교사가 체벌을 할 수 있다 할지라도 과연 체벌의 어려움을 감내할 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공부는 몸의 공부이며 교육은 몸의 교육이다. 말의 한계를 느낄 때 각성의 계기로서 체벌을 사용하는 것은 유용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단지 체벌은 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감정의 표출이 아니며 객관화된 제식(objectified ritual)이라는 것, 그리고 신체적 상해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체벌에 관해서는 학생들과의 자율적 약속의 전제가 있으면 그만이며, 시나 고전 구절을 외우게 한다든가 운동장을 몇 바퀴 뛰게 한다든가 하는 다양한 방법이 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부형이 학교에 항의하는 일체의 행위를 학부형 스스로 부끄럽게 느끼는 전반적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학생의 본질적 인권이 훼손당하는 중대사 이외로, 점수나 학교행정상의 사소한 문제에 학부형이 개입하는 행위는 차단되어야 마땅하다. 학부형은 어떠한 경우에도 임의적으로 교무실을 침입할 수 없다.

 

넷째, 교감·교장의 평가기준이 교사들의 창의적인 교육적 가치에 대한 기여도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현금의 교육개혁은 혁신학교 운운하기 전에 이미 교장 한 사람만이라도 위대한 인격체로서 교사들을 보호하고 학생들의 교육에 헌신하는 모범을 보인다면, 학교분위기의 많은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장학사가 되기 위하여 일제식 관변주의 사고의 악순환을 영속시키고 있는 교장의 행태는 정죄되어야 한다.

 

다섯째, 교육청 자체 내의 수많은 비리가 깨끗이 척결되어야 한다. 나와 대학동기인 이재정 교육감에게 나는 이런 말을 건넸다.

여보게, 혁신학교에서는 교장을 공모한다는 데 내가 한번 응모해보면 어떨까?”

한참 생각해보더니 나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자격여건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선 당신은 나이가 많아 실격일 것 같구만.”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럼 한 3개월 공석을 메우는 기간제 교사를 신청해보면 어떨까?”

그건 될 수 있겠는데. 암 되구말구!”

 

 

학부모가 교권에 개입하는 것들을 줄여야만 교육이 바로 선다.  

 

 

 

예기』 「학기의 교학상장론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중ㆍ고교 교육현장에서 내가 한 말들을 차분하게 검증하고, 새롭게 교육함을 배워가는 체험을 해보고 싶다. 교사의 덕성은 예기』 「학기(學記)에 나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이 한마디! 학기는 말한다.

 

아름다운 요리가 앞에 있어도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 길이 없고, 지극한 도리가 앞에 있어도 배워보지 않으면 그 위대함을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배우고 난 연후에나 비로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가르쳐 보고 난 연후에나 비로소 교육의 곤요로움을 깨닫는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은 연후에 사람은 진정으로 자기를 반성할 수 있고, 교육의 어려움을 깨달은 연후에 교육자는 자신의 실력을 보강하게 된다. 그러므로 말하노라!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는 서로를 키운다!

雖有佳肴, 不食不知其旨也. 雖有至道, 不學不知其善也. 是故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 知不足然後能自反也. 知困然後能自强也. 故曰敎學相長也. -禮記』 「學記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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