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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18. 교학상장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던 교컴수련회 본문

연재/배움과 삶

교컴 겨울수련회 참가기 - 18. 교학상장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던 교컴수련회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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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교학상장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던 교컴수련회

 

 

이로써 12일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냉철한 이성적인 얘기부터 가슴 뭉클한 삶의 얘기까지, 수많은 말들과 감정들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느낌은 너를 만나 혼란에 빠졌다는 느낌이었다. 완고한 상은 바르르 무너져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완벽하게 자취를 감춰, 볼품없는 알맹이만 남는다.

 

 

 

자의식을 버리고 해방감을 맛보다

 

그런데 그 순간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벌거벗겨졌기에 창피한 감정이 먼저 들만도 한데, 해방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여태껏 여러 가지 관념으로 꽁꽁 감싸며 내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반감 같은 거였다.

해방감, 난 무엇에 억눌려 있었던 것일까? 무엇에 가로막혀 있었던 것일까? 무어라고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아마도 그건 많이 알아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따위의 감정들이지 않았을까? 그건 곧 쪽팔리기 싫다’, ‘부족한 모습이 드러나선 안 된다는 허영심을 채우려는 강박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의식에서 벗어나 아예 잘난 게 없어도 된다’, ‘남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자꾸 무언가를 더 알기 위해 조급해할 필요도, 지금의 현실을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방감이란 어찌 보면 지금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지금의 상태를 인정하면서 자연히 따라온 감정이 아닐까 싶다.

  

1박 2일의 일정은 다채로웠다.

 

 

 

교학상장의 역동적인 흐름에 빠져들다

 

예기禮記학기學記편에 우리가 너무도 자주 사용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이 나온다.

 

 

비록 맛 좋은 음식이 있더라도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하고, 비록 엄청난 지혜가 있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좋음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운 후에야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고, 가르쳐본 후에야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부족함을 알아야 스스로 돌아볼 수 있고, 어렵다는 걸 알아야 스스로 보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고 말한 것이다. 열명가르침과 배움은 서로 반반이다고 했는데,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雖有佳肴, 不食不知其旨也. 雖有至道, 不學不知其善也. 是故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 知不足然後能自反也. 知困然後能自强也. 故曰敎學相長也. 說命曰, 斅學半, 其此之謂乎. -禮記學記2

 

 

우린 태어날 때부터 교사이진 않았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게, 누군가의 앞에 서서 사표師表가 되어야 한다는 게, 내가 교육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자임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게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배우던 시기를 지나 직업을 택해야 할 시기에, 여러 가지 고민 끝에 교사가 되는 길을 택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임하려는 부담은 내려놓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가르쳐야 한다는 직업의식은 거둬놓고, 오늘의 이 모임처럼 배우면서 가르치는 자로 살아가면 그걸로 족할 뿐이다.

위의 원문은 가르침과 배움은 결국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배워보면 내가 아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가르쳐보면 아는 것을 남에게 전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렇게 한계에 직면할 때에야 비로소 한 걸음씩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는 게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그 때야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며, 남에게 가르친다는 것의 힘듦을 알게 되어야만 그 때야 비로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가르침이나 배움이나 결국은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며 그걸 받아들이게 하고, 보강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가르침과 배움은 따로 떨어진 활동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자라나게 해주는 활동이라 결론지은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역동적인 흐름 속에 이틀을 보냈다.

 

 

 

해방감을 느낀 그대, 교학상장의 가르침을 따라 거닐라

 

사람이 살기 위해선 끊임없는 생명활동을 한다. 인체는 완벽한 균형상태를 이루고 있는데, 그 균형이란 병균이 들어오면 열을 내어 병균을 퇴치하고, 더워지면 땀을 내어 항상성을 유지하는 다이내믹한 활동을 말한다. 고정되거나 불변한다는 건 생명활동을 그만 둔 시체나 가능한 것이기에, 뭇 생명이 있는 것들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변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 또한 가르침과 배움의 역동적인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앞에서 이미 말했다시피 지적 허영심’, ‘나를 꽁꽁 싸매고 있는 자의식을 던지고 벌거숭이의 해방감을 맛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배움의 자리에서 가르침의 열정이 피어나도록, 가르침의 자리에서 배움의 가능성이 자라나도록 상황의 역동성에 몸을 던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아마도 준규쌤은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마세요. 그저 잘리지 않을 정도만 하면 되요. 차라리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을 다른 곳에 퍼부으시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는 말을 한 것이 아닐까.

교컴 수련회는 바로 이런 가르침과 배움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던 거 같다. 12일의 시간동안 누구나 그 역동적인 흐름 속에 몸을 던질 수 있었고 그게 힘든 일이 아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즐거운 기분 그대로 올 한해 신나게 학교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교컴 수련회의 의미는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교학상장의 역동성을 학교에서 녹여낼 차례다.

 

 

이제 현장에서 맘껏 꽃 피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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