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생활교육을 만나다 - 5장 한 학급의 작은 도전이 세상을 바꾼다
5장 한 학급의 작은 도전이 세상을 바꾼다
1. 생생한 변화의 목소리가 들린다
근본적인 변혁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위기를 맞아 낡은 옛것을 떼어내는 과정이며,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그 사이의 국면, 즉 ‘이행의 시간’은 매우 긴장감이 넘친다.
이런 한계 영역에서는 넓은 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새것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조안나 메이시
이 시점에서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속한 좋은교사운동에서는 2011년에 생활지도의 새로운 대안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제안한 뒤, 그간 회원 중심으로 현장 적용과 실험을 해왔다. 특별히 2013년에는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가 1년 과정’을 가졌는데. 매달 1박 2일 또는 2박 3일에 걸쳐 훈련하고 토론하며 삶 나눔을 진행해 왔다. 그러면서 회복적 생활교육 현장적용에 대한 가능성과 함께 많은 장벽들을 만났다. 이제는 실제 1년간 학교 현장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신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 가능성과 한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천 ㅅ중학교 이야기
인천의 ㅅ중학교는 2013년 학교 혁신을 위한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회복적 생활교육을 도입한 것이다. ㅅ중은 기존의 학생부를 ‘회복 생활부’라는 이름으로 대치하였고, 학기 초부터 학교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 과정을 진행했다. 또한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회복적 서클 및 평화 감수성 워크숍이 꾸준히 진행되었으며, ‘회복적 서클 외부 진행자‘가 매주 화요일마다 방문하여 회복적 대화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매주 개방되어 있는 회복적 서클을 통해 갈등을 회복한 학생들은 1,2 학기를 포함하여 총 80여 명이 된다. 80여 명 중에는 학교 폭력 당사자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피해 학생이 더 이상 폭력의 악순환을 겪지 않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가해 학생을 피해 다니거나 위축되거나 하지 않았으며, 어떤 경우에는 가해 학생과 친밀한 관계로 변화되기도 했다. 가해자에 비해 오히려 피해자가 위축되어 학교에 부적응하는 많은 현실을 비추어볼 때,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함께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 이었다. 또 의미 있었던 일은, 2013년 들어서 학교 중도 탈락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과 함께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학교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회복 생활부가 이전의 생활지도 방식과 달리 엄격한 교문지도를 하지 않고 처벌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접근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회복적 서클 워크숍 이후에 회복적 서클 공동 진행자로 참여하는 기회가 생겼다.
반면, 어려움도 많이 직면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시끄러워졌고. 더 예의가 없어졌다는 교사의 평가가 들려왔다.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한 학생이 일주일 뒤에 약속을 깨고 담배를 다시 피우는 일들로 교사들 간에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규칙 위반에 따른 대처가 솜방망이 같다라든가, 학생부가 물러 터졌다와 같은 교사들의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도 ‘그만 말하고 차라리 때리세요. 한 번 때리는 게 더 나아요.”라는 피드백을 한다. 학생들은 존중을 받아서 행복하다고 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타율성에 젖어 있는 아이 들은 자율성과 책임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전주 ㅂ초등학교, 울산 ㄷ고등학교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갈등이 발생했다. 담임교사는 갈등 당사자 들을 회복적 서클로 초대했고, 아이들은 대화의 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기회를 가졌다. 학생 모두 평화로운 갈등 해결을 경험하자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교사를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지만, 교사는 수업과 업무, 그리고 회의로 인해 학생들의 필요를 그때그때 채워주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도덕시간을 통해 ‘회복적 서클’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학생들은 그 이후 자신들 문제에 교사가 개입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교사에게 이러한 의견을 건의하였다. 그리하여 또래중재자를 선출했고 점심시간마다 학생들끼리 갈등을 중재하는 대화 모임을 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교사 없이도 친구들끼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각 학생들은 갈등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생기게 되었다.
입시로 스트레스가 많은 고3 학급에서는 아침 자습 시간에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돌보는 시간으로 체크 인을 실시했다. 그리고 학급 시간에는 비폭력 대화로 다양한 활동들(느낌카드 산책, 욕구로 선물주기 등)을 진행했다. 아이들 반응은 “힘든 고3 시기에 아침마다 자신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느끼는지’. ‘나는 무엇이 중요한지’에 관해 인식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활동을 통해 긴장된 마음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게 되었다.” “느낌. 욕구 알아차리기를 하면서 내 감정과 느낌에 더 솔직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 모른 체하고 지나갔던 감정들을 살펴보며 그날 하루를 또 다른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라는 등의 긍정적 피드백이 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 피드백도 다양했다. 학생들도 교사 못지않게 바쁜 방과 후 일정으로 회복적 서클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담임 교사도 일상적으로 많은 행정 업무와 교무회의, 주어진 시간 안에 진도를 마쳐야 하는 여유 없는 수업 시간 등으로 학급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아이들과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있다. 또 학생을 존중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했는데,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잘 따라주기보다 자기주장과 요구가 더 많아지는 경향도 있었다.
서울 ㅇ고등학교 학생자치회 이야기
서울 ◦고등학교 학생운영위원회를 지도하신 선생님은 1년 동안 학생 임원을 대상으로 ‘서클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 ‘비폭력 대화’,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평가하는 완결 구조로 일해보도록 기회를 주어 ‘체육대회’ ‘등반대회’, ‘학생의 날’, ‘학생회 임원 선발’ 등을 학생들이 진행하였다. 이들은 서클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모든 임원들이 참여하고, 서로 갈등이 있을 때 비난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닌 갈등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공동의 합의된 진행 규칙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일을 기획하고 진행할 때 서로 연결됨으로써 그 역동성을 경험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경험들은 학생들 삶에 평화의 가치를 인식하고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학생운영위원회의 실질적 활동이 늘어나 학생회에 지원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고 학생회장 선거가 치열해졌다. 학생회가 주관한 학교 행사에 학생들의 참여가 높아지면서 학교 문화가 활기차졌고,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여러 의미 있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클 프로세스와 비폭력 대화 방식에 내포되어 있는 독특한 대화 방식들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학생운영위원들이 학생회를 떠나 학급에서 생활할 때는 배운 것을 잘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학교 문화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에만 머무르고 마는 경향이 있고 실질적으로 학교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주 ㅂ초등학교 이 선생님 이야기
작년까지는 아이들이 싸우면 일단 누가 먼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취조하듯이 따지고, 각자 잘못한 것을 확인시키고 둘 다 잘못이 있으니까 서로 사과하라고 하며 끝냈다. 그 과정 중에 교사는 싸우는 아이들 못지 않게 화를 내게 되고, 울고 그름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인정하게 될 때까지 화내고 윽박지르고, 폭력적인 말로 협박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회복적 서클을 배운 이후로는 아이들이 싸우면 일단 회복적 서클부터 열었다. 요즘 아이들은 워낙 바빠서 하교 후 학원 가느라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 사전 서클과 본 서클을 쉬는 시간, 점심시간, 청소 시간에 약식으로 진행했고, 조금 중요한 사건인 경우에는 아침 자습과 전담 시간을 활용했다. 서클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교사인 내가 홍분하고 화낼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내가 계속 판단하고, 잘못의 경중을 정해주고, 교통정리 하느라 화내고 흥분하기 일쑤였는데, 서클을 진행하면서는 나도 집중해서 아이들 말을 들어야 하고 한쪽에서는 진행 순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화를 낼 틈이 없었다. 다만,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책임을 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할 때. 작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뿐이었다. 회복적 서클을 하면서 느낀 점은 교사가 잘못을 알려주고 처벌을 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보면 상대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어려웠던 점은, 일이 많아서 바쁘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평소의 습관이 나온다는 점이다. 아직도 옛 패러다임과 습관에 젖어 있는 점이 많고, 새로운 가치와 기술들이 체득되지 않은 점들이 있다.
2. 빛과 그림자, 둘 다를 끌어안기
길이 닫힌 때 불가능을 인정하고 그것이 주는 가르침을 발견하라. 길이 열릴 때 당신의 재능을 믿고 인생의 가능성에 화답하라.
-파커 파머
현장 적용에서 마주치는 장벽들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일단 1년의 과정 동안 회복적 생활교육을 함께 훈련하고 실천했던 선생님들을 통해 현장의 장벽들을 점검해보았다.
첫째, 교사의 체득화 문제
아직까지 교사들은 응보적 생활 태도가 체질화되어서 회복적 생활 교육의 태도를 지속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갈등을 회복적 서클로 다 루겠다고 결심했지만, 학생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기 전에 교사의 판단으로 해결하려는 습관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바쁜 학교 일정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게 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시간의 부족
교사들이 느끼는 학교 업무의 속도는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여 수업을 마칠 때까지 하루가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행정 업무는 쉬는 시간과 빈 수업 시간을 이용하여 처리하고, 수업 시간엔 정해진 분량의 진도를 마치기 위해 아이들과 대화할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학생들에게 쏟아붓는다. 수업 시간에 졸거나 자는 학생, 떠드는 학생, 여러 이유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도, 학생들의 개별적 상황을 돌보거나 도울 수 없다. 진도를 분량까지 나가주어야 중간ㆍ기말 고사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도 교사는 교사 연수에 참여해야 한다. 바쁜 시간에 교사 연수를 참여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연수 시간에 교사들은 업무를 싸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교사들은 연수에 집중하지 못하고, 학생들처럼 연수 시간에 밀린 업무를 하면서 딴짓을 하게 된다. 학생들 또한 교사 못지 않게 바빠서 방과 후에는 남으라고 하면 매우 싫어한다. 여유 없는 일과는 교사로 하여금 학생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못하게 하며, 학생의 변화를 기다려주지 못하게 하고 학생을 행정 업무 처리하듯 대상화하게 된다.
셋째, 권위적이고 통제 중심의 교사ㆍ학교 시스템과의 갈등
대부분 교사들은 강압적인 생활지도에 익숙하다. 물론 관리자는 원칙론적으로는 학생들에게 화내기보다는 대화하라고 지시하지만,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강하게 통제하기를 요구하기가 쉽다. 교사들마다 각기 다른 생활지도 방식은 학생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기도 한다. 회복적 생활교 육을 이해하고 시도하려는 교사들이 아직은 소수여서 학교 내 지지 그룹이 없기 때문에, 시도가 실패했을 때 다시 도전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권위적이고 통제 중심인 학교 시스템과 패러다임은 회복적 생활교육의 가장 큰 장벽이다. 하지만 패러다임과 시스템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빠른 변화를 요구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모든 교육 공동체가 충분히 이해되고 동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정책은 항상 저항을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성원의 동의 없이 일을 추진하는 방식은 과정을 중시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패러다임과도 거리가 멀다.
넷째. 학생들의 수동성
회복적 생활교육의 시도는 초반에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는다.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가, 교사가 학생들과 소통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태도에 환영한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은 강압적인 교사의 말을 잘 듣는 데 비해, 존중을 실천하는 교사에게는 자기주장만 내 세우고 자기 행동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주 소홀하다. 교사의 친절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벌을 모면하려 하지만, 약속 이행 의지는 약하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선생님. 말로 하지 말고 그냥 때려요. 때리는 게 휠씬 빨라요.”라고 주문한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학생의 변화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 교사다. 통제하기보다는 소통과 존중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사들은 학생들도 똑같이 소통하고 존중하기를 기대하는데, 실제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거나 잘못을 반복하는 경우를 보면서 교사로서 맥이 빠지고 지쳐 회복적 생활교육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다섯째.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오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오해와 더불어 확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는 카리스마도 없고 통솔도 못하는, 나약한 교사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또한 회복적 생활교육은 온정적이고 허용적이며 처벌을 거부하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학생들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도 경험의 부족과 익숙하지 않음으로 해서 실패할 때 의기소침해지면서 새로운 시도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그래도 가야할 길
1년 동안 함께 훈련하고 성찰을 나누었던 선생님들은 현장 적용에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적 생활교육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들은 어떤 것이 있었나?
첫째, 공감 그룹의 지지와 연대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은, 자신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공감해주었던 공동체였다.
“힘들고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함께 하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힘이 났다. 다 때려치우고 싶고 외롭고 쓸쓸했는데 그럴 때마다 지원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났다.”
“주기적으로 만나서 선생님들과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든든하게 지원받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 꾸준한 훈련과 체화
1년 동안 학기 중에는 매달 1박 2일, 방학 중에는 2박 3일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은 배운 내용에 대한 심화와 실천 사례에 대한 피드백을 가능하게 했고, 익숙하지 않은 기술을 조금씩 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도움이 된 것은 기술에 대한 숙련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회복적 패러다임에 익숙해지고 편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술의 숙련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일회성이 아니고 배운 내용을 실천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도 움이 많이 되었다.”
“매달 만나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한번 배우고 말았다면 실천도 중단했을 것 같다. 실패담을 듣고 위로도 되었고 성공담을 통해서는 용기와 도전을 받았다.”
셋째, 교사로서의 정체성 회복 (교육적 가치 회복)
많은 실패와 두려움, 혼란에도 불구하고 회복적 생활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던 중요한 내적 동기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관점이 매우 교육적 이며 그것이 교육자로서의 비전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교육철학적인 면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은 교사에게 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생활지도의 주된 방향은 통제였고.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강압이나 상과 벌을 사용했다. 이는 행동을 수정하려는 동기가 주로 두려움이나 수치심, 의무감이라서 자발적인 책임과 자율적인 도덕성을 이끌어 내기에 쉽지 않았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도 교사는 교육자로서의 입장보다는 마치 경찰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게 했다. 특별히 학교 폭력에 대한 여러가지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때에. 회복적 생활교육의 대안은 교육적으로나 효과적으로나 큰 만족감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교직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기쁨, 진정한 수평 문화, 같은 방향을 걷는 사람들과의 공유는 나에게 큰 힘과 활력소가 되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방향이 옳은 것 같다. 매를 들거나 사탕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공감 능력이나 평화적 갈등 해결 능력이라는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적으로 이끈다는 자부심이 컸던 것 같다.”
“기존의 생활지도 방식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대안은 찾지 못했는데, 회복적 정의와 회복적 서클을 만나게 되어 놀랍고반갑다.”
넷째, 내면의 힘과 삶의 변화
1년의 과정을 정리하면서 선생님들은 스스로 좀 더 단단해진 내면의 힘을 만날 수 있었다. 실패의 경험이나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갈등의 폭풍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이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축하할 수 있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기 대처 능력이 생겼다.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고,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
“갈등을 직면하는 데 회피하려 하지 않고, 갈등 해결에 대한 자신감 이 생겼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와 평화를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오히려 아이들과의 관계성도 좋아졌다.”
3. 회복적 사회의 지름길을 만드는 교사
시너지는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발생하는 법입니다.
우리의 행위가 효과가 있을지 알지 못한다 해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미칠 효과를 굳게 믿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행위에서 생성되는 문화를 생각할 때, 바람직한 인식구조는 호스피스 봉사자라든가 새 생명을 위한 산파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진화론적 대변화가 일어난 모든 시대마다 이 두 가지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조안나 메이시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 현장에 실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힘이고 동력인 건 바로 교사다. 교사의 변화는 교육의 질을 변화시키는 데 매우 핵심적인 과제다. 교사의 성장은 튼튼한 나무 한 그루의 성장과도 같은데, 아무리 튼튼한 나무라도 거친 태풍에는 꺾기고 부러지기도 한다. 그리고 튼튼한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지만 숲을 이루어야 바람과 태풍을 이겨내 풍성한 생태계를 유지ㆍ보호할 수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렇듯 개개인의 교사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교육적 시스템의 변화와 사회 공동체의 협력도 중요한 것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
교사는 평화적 의사소통과 공감 능력, 갈등의 평화적 문제 해결 역량, 평화 감수성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배움은 교사의 정직한 삶을 통해 가장 잘 일어난다. 교사가 곧 ‘평화’가 되었을 때에야 애쓰지 않아도 평화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삶과 배움의 공간에 흘러가게 된다. 교사가 공감을 가르치려고 할 때보다 공감으로 살아갈 때 배움이 일어난다. 그래서 교사의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교사도 권위적인 문화 속에서 배우고 자라왔기 때문에,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과 내적 동기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최근 교과부의 ‘학교 폭력 유공 교원 승진 가산제’ 발표로 인해 현장의 많은 교사들로부터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교과부는 교사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여전히 외적 포상이나 징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교사를 상벌로 통제하려는 의도는 오히려 교사로 하여금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학교에서는 교사에게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의무적인 교직원 연수를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연수 또한 교사의 학교 현실에 대한 공감 없이 이루어져서, 오히려 교사의 피로도만 높여 저항을 불러오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결과를 불러오고 있다. 교사의 내적 동기를 높여주는 방식의 교사 지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사의 필요를 반영한 연수 제공뿐 아니라, 참여 방식이나 결정 과정에서 교사 자발성을 존중하는 것이 도움 된다. 진정으로 교사의 공감 능력과 평화적 갈등 해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직 문화 속에서 경험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공감적이고 평화적인 교직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둘째,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 확보
안타까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바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 의 만남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현실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가 되는 것이 학생과의 만남 시간인데, 교사는 수업 시간과 행정 업무 시간을 제외하면 학생과 차분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에 대한 압박은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을 애초부터 시도하기 어렵게 한다. 교육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현재 학교는 배움과 성장을 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다려주지 않는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가장 먼저 시행했던 고양의 ㄷ중학교의 경우, 시간 확보를 위해 수업 시간 활용을 허용하는 공동체의 동의가 있었다. 교육에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성장과 배움의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현재의 학교 교육 구조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공동체의 동의와 교육 과정 구축
그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공동체의 이해 부족은 진행 과정에 어려움을 준다. 주변 동료 교사나 관리자로부터 오해를 사거나 압박도 다가온다. 기존의 생활지도 방식을 지속하려는 주변 동료 교사와 새로운 대안적 생활교육 방식을 시도하려는 교사 간의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학교 시스템의 충돌도 새로운 생활교육의 도전을 불가능하게 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공동체의 이해와 합의, 그리고 협력이 중요하다. 학교 공동체가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회복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교 공동체가 갈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 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시간, 공간 확보를 위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넷째,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직 문화
평화로운 학교 문화를 위해 가장 먼저 변화가 필요한 것이 교직 문화다. 교사가 처한 교직 문화는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소통이 되지 않는 위계적ㆍ권위적인 구조이다. 지시 전달식의 교무회의는 교사 공동체의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다. 교사가 교직 구조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학생과 나누기란 어려운 일이다. 교사들이 먼저 힘을 공정하게 나누고 합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교직 문화가 바뀌면 학생들은 그런 교사 문화를 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다섯째, 경쟁과 효율성보다는 협력과 상호 존중에 기반한 교육 구조
학생들 간의 경쟁은 배움을 왜곡시키고 배움의 기쁨을 앗아간다. 교육은 경쟁이 아닌, 협력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 효율성이 언제부터인가 교육의 핵심 가치 기준이 되어 왔다. ‘결과를 위해 무엇이 효율적인가?’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는가?’ 또는 ’과정이 교육적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협력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학생들에게 경쟁의 가치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공존하기 위한 협력의 힘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경쟁 중심의 교육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여섯째, 지역 사회와의 연결과 협력
과학이 발달할수록 이 세계는 독립적이고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지닌 체계적 시스템으로 존재간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20세기 들어와서 물리학은 몇 가지 개념적 혁명을 겪었으며, 그 개념적 혁명은 기계론적 세계관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주고 있다. 유기적, 생태적 세계관으로 유도되는 이 세계관에 따르면, 우주는 이제 무수한 분리된 객체로 구성된 기계가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분할할 수 없는 전체인 것이다. 그것은 역동적인 관계의 그물이며, 그 그물 속에는 관찰하는 인간의 의식까지도 근본적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프리초프 카프라, 구윤서ㆍ이성범 옮김,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범양사, 2007, 62쪽.】
전체로서의 각 부분들이 늘 상호 관계를 유지하고 모든 움직임 하나하나, 모든 기능, 모든 에너지 교환에 있어 상호 작용으로 종속되어 있다.
-게세코 폰 뤼프케, 박병화 옮김, 『두려움 없는 미래』, 프로네시스, 2010, 189쪽.
학교와 지역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의 삶은 가정과 학교, 지역 사회와의 역동적 관계의 그물 속에 있다. 온전한 교육은, 학교가 가정과 지역 사회와 연대할 때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는 지역 사회와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양시 ㄷ중학교의 경우, 지역 사회의 많은 인적ㆍ물적 자원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서 학생들의 교육에 협력적 관계를 맺고 있다. 교내의 학부모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학부모들은 카페 운영을 통해 학생의 안전한 먹거리와 돌봄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이 회복적 서클의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학생들 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대학생 멘토링이나 방과 후 교육이 지역 자원 봉사와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학교는 학부모를 포함하여 지역의 인적 자원과 단체를 교육 공동체의 협력자로 세우고. 지역의 문화적ㆍ공간적 자원들과 연결하고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호스피스의 역할과 산파 역할
회복적 생활교육은 우리에게 교육에 대한 다른 차원의 이해와 접근을 요구한다. 그래서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만을 말하지 않으며, 한 개인 의 변화뿐 아니라 교육의 구조적 변화도 함께 요구한다. 그래서 한 개인이 실천하기에는 힘겨운 과제로 보이기도 한다. 현재 우리의 학교 현장은 낡은 것도 작동하지 않지만, 새로운 것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들은 한편으로는 조안나 메이시가 지적한 것과 같이 변혁의 시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생태철학자인 조안나 메이시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변혁의 시기에는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위기를 맞은 낡은 옛 것을 떼어내는 과정이며, 세 번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 번째 그 사이의 국면, 즉 ‘이행의 시간’은 매우 긴장감이 넘친다. 이런 한계 영역에서는 낡은 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새것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어느 것도 작동되지 않는 불확실성의 국면이며 통제 불능의 국면이다. 또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낡은 세계상과 정체성이 해소되어 버리는 국면이기도 하다.”【- 게세코 폰 뤼프케, 박병화 옮김, 『두려움 없는 미래』, 프로네시스, 2010, 182쪽】
지금 우리는 교육을 이해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대한 저항과 붕괴 직전에 와 있다. 바로 이러한 변혁의 흐름에 새로운 대안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이 등장하고 있는 이때, 교사는 이 긴장과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역시나 조안나 메이시에게 그 답을 얻는다면 “낡은 것에 대해서는 호스피스 봉사자 역할을,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산파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슬픔과 불안, 그리고 고통이 동반하는 긴장과 갈등의 상황 속에서 교사가 중심을 잡고 견녀내기를 제안한다.
낡은 것에 대해 호스피스 역할, 새로운 것에 대해 산파 역할이란 무엇일까? 호스피스 봉사자는 생명이 다한 사람과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죽음에 동참하는 사람이다. 나는 교사 연수를 다니면서 다양한 선생님들의 반응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교사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새로운 시선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를 갖기도 했지만, 어떤 분들은 자신의 교직 생활과 생활지도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면서 저항하고 분노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어떤 교사 연수 자리에서 “이제껏 내가 잘못 살았다는 말이요?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주어서 고맙다며 찾아오는 제자들이 있는데, 그럼 그건 뭐란 말이요!”라고 흥분된 반응을 보이신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교직에서 오랫동안 최선을 다하신 모든 교사들의 노력과 진정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의 많은 학생들은 교사들의 이러한 헌신과 사랑으로 많은 성장과 배움을 이루어왔다. 우리는 자칫 새로 운 것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치 과거의 것이 모두 잘못됐다 는 식으로 주장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것에 대해 함께 손을 잡고 울며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용기를 서로에게 북돋아주어야 한다. 교사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교육적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 장을 위한 고통스러운 성찰과 반성을 함께 끌어안는 자세가 요구된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산파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변혁의 시기에 새로운 대안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과 저항에 함께해야 한다. 산모의 고통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는 것과 같이, 고통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여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으로 전환하자. 옛것도 작동되지 않고 새것도 작동되지 않는 이 고통의 간극에서 교사는 어떻게 호스피스 역할과 산파의 역 할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파커 파머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네 가지 내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올바르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전략,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지원 혼자서도 당당하게 길을 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그것이다.【파커 파머, 윤규상 옮김,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해토. 2007, 227쪽.】 이러한 파머의 말에 비추어 회복적 실천가로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내적 토대는 다음과 같다.
우선, 모든 영혼을 존중하는 태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 존재에 대한 감사, 영혼의 존중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존중하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의 빛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그 내면의 빛에 집중한다면. 옳고 그름이 나 선악의 이분법적 세계를 넘어 만나고 협력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비난과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서, 평화와 사랑의 길로 전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잃지 않는 것이다.
둘째, 다양한 가능성에 열려 있고, 결과를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교사는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통제하거나 억압하려는 의도를 내려놓아야 한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고. 이를 위한 진실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의 다양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다양성은 우리가 미처 알 지 못했을 수 있는 관점을 추가해 줄 뿐 아니라 집단 의사결정의 파괴적인 특성을 제거하거나, 최소한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제임스 서로위키, 홍대윤ㆍ이창근 옮김. 『대중의 지혜』, 랜덤하우스중앙, 2005, 62쪽.
세 번씩, 지지하는 공감 그룹을 만든다.
실패와 성공, 기쁨과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지지 그룹이 있을 때, 지치지 않고 먼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했던 많은 선생님들의 고백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주기적으로 만나서 성공과 실패담을 나눌 수 있었던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답했다. 희망과 두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는 고난 속에서도 견딜 힘을 주고, 회복적 실천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내면의 힘을 기른다.
지지해주고 공감해줄 공동체가 있으면 좋지만, 함께할 공동체가 없을 때는 혼자서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회복적 실천가였던 현장 선생님들의 경험담 속에서 일관적으로 발견되는 사례 중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내면이 단단해졌고 단단해진 내면은 주변 상황을 이겨낼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회복적 실천을 어렵게 하는 주변 상황이 변한 것은 없지만, 내면의 힘은 주변의 소용돌이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자신을 평화와 존중의 자리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이다.
교사의 내면의 평화와 내면의 단단함은 주변 상황을 오히려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된다. 개인의 평화가 세상의 평화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