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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 유재론(遺才論)

건방진방랑자 2021. 11. 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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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버리는 세태에 대해

유재론(遺才論)

 

허균(許筠)

 

 

옛날엔 사람을 능력으로 등용했다.

爲國家者, 所與共理天職, 非才莫可也. 天之生才, 原爲一代之用. 而其生之也, 不以貴望而豐其賦, 不以側陋而嗇其稟. 故古先哲辟知其然也 ,或求之於草野之中, 或拔之於行伍, 或擢於降虜敗亡之將, 或擧賊或用莞庫士. 用之者咸適其宜, 而見用者亦各展其才, 國以蒙福, 而治之日隆, 用此道也.

 

인재가 버려지고 있다

以天下之大, 猶慮其才之或遺, 兢兢然側席而思, 據饋而歎. 奈何山林草澤, 懷寶不售者比比; 而英俊沈於下僚, 卒不得試其抱負者, 亦多有之? 信乎才之難悉得, 而用之亦難盡也.

 

명망가들과 과거출신들이 인재등용을 막다

我國地褊, 人才罕出, 蓋自昔而患之矣. 入我朝, 用人之途尤狹. 非世胄華望, 不得通顯仕, 而巖穴草茆之士, 則雖有奇才, 抑鬱而不之用; 非科目進身, 不得躡高位, 而雖德業茂著者, 終不躋卿相. 天之賦才爾均也, 而以世胄科目限之, 宜乎常病其乏才.

 

출신을 따져 등용하지 못하게 한다

古今之遠且久, 天下之廣, 未聞有孼出而棄其賢, 母改適而不用其才者. 我國則不然, 母賤與改適者之子孫, 俱不齒仕路. 以區區之國, 介於兩虜之間, 猶恐才之不爲我用, 或不卜其濟事. 乃反自塞其路而自歎曰: “無才無才.” 何異適北轅. 而不可使聞於隣國矣. 匹夫匹婦含冤, 而天爲之感傷, 矧怨夫曠女半其國, 而欲致和氣者亦難矣. 古之賢才, 多出於側微, 使當世用我之法, 范文正無相業, 陳瓘潘良貴不得爲直臣, 司馬穰苴衛靑之將, 王符之文, 卒不見用於世否.

 

하늘을 거스르지 말고 인재를 등용하라

天之生也而人棄之, 是逆天也. 逆天而能祈天永命者, 未之有也. 爲國者其奉天而行之, 則景命亦可以迓續也. 惺所覆瓿稿卷之十一

 

 

 

 

 

 

해석

 

옛날엔 사람을 능력으로 등용했다.

 

爲國家者, 所與共理天職,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함께 하늘이 내려준 직분을 다스리는 것으로

 

非才莫可也.

재주가 없으면 할 수가 없다.

 

天之生才, 原爲一代之用.

하늘이 인재를 낳은 것은 원래 한 세상에서 쓰려해서다.

 

而其生之也, 不以貴望而豐其賦,

그래서 인재를 태어나게 함에 귀하고 유망하다 하여 부여해준 재능이 뛰어난 건 아니고,

 

不以側陋而嗇其稟.

미천하고 비루하다 하여 품부 받은 것을 인색하게 하지 않았다.

 

故古先哲辟知其然也, 或求之於草野之中,

그러므로 옛날의 선철들과 임금들은 그러한 줄 알아 간혹 시골에서 구하였고

 

或拔之於行伍,

간혹 군대의 대오에서 선발했으며,

 

或擢於降虜敗亡之將,

간혹 항복하여 포로가 됐거나 패주한 장수를 발탁하기도 했고

 

或擧賊或用莞庫士.

간혹 도적에서 천거하거나 간혹 창고지기를 등용하기도 했다.

 

用之者咸適其宜, 而見用者亦各展其才,

그들을 등용한 사람은 모두 마땅한 일을 주었고 등용된 사람들은 또한 각각 그 재주를 펼쳐냈으니,

 

國以蒙福, 而治之日隆, 用此道也.

나라는 복을 받았고 다스림은 날로 융성해졌으니, 이 도를 썼기 때문이다.

 

 

 

인재가 버려지고 있다

 

以天下之大, 猶慮其才之或遺,

천하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인재가 혹여나 버릴까 걱정하여

 

兢兢然側席而思, 據饋而歎.

전전긍긍하며 자리에 있을 때도 생각했고, 밥상을 받고도 탄식했다.

 

奈何山林草澤, 懷寶不售者比比;

그런데 어찌하여 한적한 시골에 보배를 품고서도 팔지 못하는 사람이 흔해졌고

 

而英俊沈於下僚, 卒不得試其抱負者,

뛰어나고 준수한데도 하급 직책에 머물며 마침내 포부를 시험해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亦多有之?

또한 많은 것인가?

 

信乎才之難悉得, 而用之亦難盡也.

참이로구나. 인재를 모두 얻기 어렸다는 게, 쓰더라도 다하기가 어렵다는 게.

 

 

 

명망가들과 과거출신들이 인재등용을 막다

 

我國地褊, 人才罕出, 蓋自昔而患之矣.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인재가 드물게 나왔으니 대저 예로부터 걱정했던 것이다.

 

入我朝, 用人之途尤狹.

조선에 들어와 인재등용의 길은 더욱 협소해졌다.

 

非世胄華望, 不得通顯仕,

대대로 벼슬하는 명망가가 아니고선 현달한 벼슬자리에 나아가지 못했고,

 

而巖穴草茆之士, 則雖有奇才,

동굴이나 시골에 있는 선비로 비록 기이한 재주가 있더라도

 

抑鬱而不之用;

억울하게 등용되지 못했다.

 

非科目進身, 不得躡高位,

과거출신이 아니면 고위관직에 오를 수 없고,

 

而雖德業茂著者, 終不躋卿相.

비록 덕업(德業)이 갖춰져 드러난 사람이라도 마침내 경상에 오르지 못했다.

 

天之賦才爾均也, 而以世胄科目限之,

하늘이 부여한 재주는 균등한데 명망가와 과거출신들로만 한정 짓고 있으니,

 

宜乎常病其乏才.

마땅하구나 항상 인재가 적다고 괴로워하는 것이.

 

 

 

출신을 따져 등용하지 못하게 한다

 

古今之遠且久, 天下之廣,

옛날로부터 지금까지 시대는 멀어졌고 오래되었고 세상은 넓지만

 

未聞有孼出而棄其賢,

얼자출신이기에 인재를 버리고,

 

母改適而不用其才者.

어머니가 개가했기에 인재를 등용할 수 없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我國則不然.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않다.

 

母賤與改適者之子孫, 俱不齒仕路.

어머니가 천출이거나 개가한 사람의 자손은 모두 벼슬길에 나란히 서지 못한다.

 

以區區之國, 介於兩虜之間,

작디작은 나라로 두 오랑캐 사이에 끼어 있으니

 

猶恐才之不爲我用, 或不卜其濟事.

오히려 인재가 우리의 쓰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더라도 혹 일이 구제될지 점치지도 못한다.

 

乃反自塞其路而自歎曰: “無才無才.”

그런데 도리어 스스로 벼슬길을 막고서 스스로 인재가 없구나 없어라고 탄식하니,

 

何異適北轅.

어찌 월나라로 가고자 하면서 북쪽으로 수레를 모는 것과 다르리오.

 

而不可使聞於隣國矣.

(부끄러워) 이웃나라에 알리지 말아야 정도다.

 

匹夫匹婦含冤, 而天爲之感傷,

보통사람도 원한을 품으면 하늘이 그를 위해 속상해주는데

 

矧怨夫曠女半其國,

하물며 원한을 지닌 사내와 홀어미들이 나라의 절반이나 되니

 

而欲致和氣者亦難矣.

화목한 기색을 극진히 하고자 해도 또한 어렵다.

 

古之賢才, 多出於側微,

옛날의 어진 인재들이 대부분 미천한 데서 나왔는데,

 

使當世用我之法, 范文正無相業,

만약 당시에 우리나라의 인재등용법을 썼다면 범문정(范文正)의 재상으로서의 업적은 없었을 것이고

 

陳瓘潘良貴不得爲直臣,

진관(陳瓘)송 사람. 호는 료옹(了翁). 진사(進士)로 태학박사(太學博士)를 역임. 간관(諫官)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시호는 충숙(忠肅)과 반양귀(潘良貴)송 나라 금화인(金華人). 호는 묵성(黙成). 부당한 관리를 여러 차례 탄핵한 직신이었다는 직신이 되지 못했을 것이며,

 

司馬穰苴衛靑之將,

사마양저(司馬穰苴)춘추 시대의 제() 나라 사람. 성은 전씨(田氏). 미천한 출신으로 병법에 밝아서 대사마(大司馬)가 되었다. 병서(兵書)를 남겨 사마병법으로 널리 알려졌다와 위청(衛靑)() 나라 평양인(平陽人). 본래 정씨(鄭氏)인데, 어머니가 개가(改嫁)하여 위씨(衛氏)가 되었음. 무제(武帝) 때 태중대부(太中大夫)가 되고 대장군(大將軍)이 되었음. 장평후(長平侯)에 봉해지고 시호는 열후(烈侯)과 같은 장수,

 

王符之文, 卒不見用於世否.

왕부(王符)후한(後漢) 임치인(臨淄人).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지조를 지켰음. 끝내 벼슬하지 않고 잠부론(潛夫論)을 지어 문명을 남겼다. 마융(馬融)과 특히 친했다의 문장으로도 끝내 세상에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늘을 거스르지 말고 인재를 등용하라

 

天之生也而人棄之, 是逆天也.

하늘이 인재를 내었는데도 사람이 그걸 버렸으니, 이것은 하늘을 거스른 것이다.

 

逆天而能祈天永命者, 未之有也.

하늘을 거스르고도 하늘의 영명(永命)을 빌 수 있는 사람은 있지 않다.

 

爲國者其奉天而行之,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하늘을 받들어 하늘의 뜻을 행한다면

 

則景命亦可以迓續也. 惺所覆瓿稿卷之十一

영명(永命)경명(景命): 영명(永命)과 비슷한 뜻으로 복된 큰 운수를 뜻한다을 또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문학통사

소화시평 권하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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