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흠 - 민심편(民心篇)
백성이 문제가 아니라 관리가 문제다
민심편(民心篇)
신흠(申欽)
악한 관리가 하라는 대로 하기에 백성은 착하다
仕于朝者有恒言矣. 不曰民心惡則必曰民俗薄. 民心固善矣, 民俗固厚矣, 人顧不之省也. 何以知之? 以宰民者知之.
今之宰民者, 非以賄用, 卽權倖之家也; 非權倖之家, 卽權倖之家之所拔也. 始乎賄者, 常卒乎墨; 始乎權倖者, 常卒乎虐, 墨然後賄償矣, 虐然後勢彰矣.
宰之者墨而爲所宰者未聞有旅拒, 宰之者虐而爲所宰者未聞有携貳, 朝而令曰民出麻絲則出之, 夕而令曰民出穀粟則出之, 八口不厭糠籺, 而奉上則無敢嗇也. 冤氣塡於腷臆, 而期會則無敢慢也.
吾未知爲民者惡乎? 宰民者惡乎? 爲民者薄乎? 宰民者薄乎?
民居下宰居上, 以下而論上, 雖直不售; 據上而論下, 雖讆莫驗, 上與下之不得其情久矣
순박한 백성들 탓만하며 악덕을 행하는 관리들
古者制國有典, 制民有經, 民之出財賦供租稅, 有恒數矣, 自夫國典壞民經毀, 民之租賦, 無乎不出. 經用耗則有非時之斂, 慶禮繁則有及時之需. 此則猶爲公用也, 由私而出者, 多於公用.
貢獻也, 苞苴也, 妻子之俸也, 僮御之求也, 諸凡帶貝冠鵕, 煬竈穴社者之所索, 無不出乎民 以肥其家, 以澤其身, 民之困極矣. 而民猶恪守其分, 則心可謂善矣, 俗可謂厚矣.
而不自省而咎其民, 若是者, 不唯病吾民, 亦將以危吾國矣.
관리들이여 자신을 살피라
凡人之情, 見利莫能勿就, 見害莫能勿避, 利害之途, 乃民所向背也. 今之民, 利耶害耶當向耶當背耶?
管子曰: “善罪身者, 民不得罪也; 不能罪身者, 民乃罪之.” 夫民之急緩, 繫乎上之人, 下無罪上之柄, 而顧云然者, 孟子所謂今而後得反之者也. 故稱其罪者強, 歸其罪者亡. 及其未背而利之則欲背者還向之矣, 待其已背而利之則欲向者盡背之矣, 可不愼歟.
賄出乎財, 財者藏乎民者也, 民散則財匱; 權藉乎國, 國者權之所憑依也, 國亡則權替. 欲傅其毛而先削其皮, 欲鬯其枝而先蹶其根, 不思也.
관리들이 선한 풍조가 만들어지면 지금과 같은 관리들의 폭정은 사라진다
夫民視士, 士視大夫, 大夫視卿, 卿視君; 野視縣, 縣視州, 州視都, 都視朝, 交相傚也.
卿大夫苟賢矣, 宰民者不得獨不賢; 朝廷苟正矣, 州縣不得獨不正矣, 政之所先, 在順民心.
其所憂勞, 改以佚樂; 其所丘壑, 改以衽席; 其所畏避, 改以存安; 其所滯枉, 改以開釋, 則民心之善者加于善, 民心之厚者加于厚矣.
天有常象, 地有常形, 人有常性, 兼三常而一之. 在乎人君之常德. 君有常德則國有常法, 民有常產矣. 然使之至此者, 又非宰民者之所及也. 『象村稿』 卷之四十一
해석
악한 관리가 하라는 대로 하기에 백성은 착하다
仕于朝者有恒言矣.
조정에서 벼슬하는 사람들이 항상 말하는 게 있다.
不曰民心惡則必曰民俗薄.
민심이 악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반드시 백성의 풍속이 천박하다 말한다.
民心固善矣, 民俗固厚矣,
백성의 마음은 진실로 선하고 백성의 풍속은 진실로 두터운데
人顧不之省也.
사람들이 돌아봐 살피지 못한 것이다.
何以知之? 以宰民者知之.
어떻게 그것을 아는가?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그걸 아는 것이다.
今之宰民者, 非以賄用,
이제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뇌물을 쓴 경우가 아니면
卽權倖之家也;
곧 권세가 있고 임금의 총애를 받는 집안【권행(權倖): 권세가 있고 황제(皇帝)의 총행(寵幸)을 받는 사람. 임금에게 아첨하여 총애를 받으며 권세를 휘두르는 간신을 말한다. 권행(權倖)이라고도 한다. 소식(蘇軾)의 「화전안도기혜건다(和錢安道寄惠建茶)」 시에 “간수하고 아껴서 멋진 손님을 기다릴 것이요, 감히 포장해서 권행의 비위를 맞추지는 않을 것이다[收藏愛惜待佳客 不敢包裹鑽權倖]”라는 말이 나온다. -『蘇東坡詩集』 卷11】이고
非權倖之家, 卽權倖之家之所拔也.
권세가가 아니면 곧 권세가가 선발한 경우다.
始乎賄者, 常卒乎墨;
뇌물로 시작한 사람은 항상 더러워져 마치고
始乎權倖者, 常卒乎虐,
권세로 시작한 사람은 항상 탐학함으로 마치니
墨然後賄償矣, 虐然後勢彰矣.
더러워진 후에 뇌물로 속죄하고 탐학스러워진 후에 권세가 드러난다.
宰之者墨而爲所宰者未聞有旅拒,
다스리는 사람이 더러운데 다스림을 받은 사람들이 항거했다는 걸【여거(旅拒): 여거(旅距)와 동의어로, 여럿이 모여서 항거하는 것임】 듣지 못했고
宰之者虐而爲所宰者未聞有携貳,
다스리는 사람이 탐학한데 다스림을 받는 사람들이 두 마음을 품었다는 걸【휴이(携貳): 두마음을 먹음】 듣지 못했으며
朝而令曰民出麻絲則出之,
아침에 “백성들은 삼과 실을 내놓으라”고 명령하면 내놓고
夕而令曰民出穀粟則出之,
저녁에 “백성은 곡식을 내놓으라”고 명령하면 내놓으면서
八口不厭糠籺, 而奉上則無敢嗇也.
여덟 식구가 등겨가루를 싫어하지 않고 임금에 봉사하면서도 감히 인색하지 않고
冤氣塡於腷臆, 而期會則無敢慢也.
원통한 기운이 가슴을 메웠지만 정기적 기한을 감히 게을리함이 없다.
吾未知爲民者惡乎? 宰民者惡乎?
나는 모르겠지만 백성이 악한가?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 악한가?
爲民者薄乎? 宰民者薄乎?
백성이 천박한가?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 천박한가?
民居下宰居上, 以下而論上,
백성이 아래에 거하고 다스리는 사람이 위에 거하여 아래에 있으며 윗 사람을 평론하면
雖直不售;
비록 곧더라도 행하여지지 않고
據上而論下, 雖讆莫驗,
위에 거하며 아랫사람을 평론하면 비록 어리석더라도 증험하질 못하니,
上與下之不得其情久矣
위와 아래 사람이 그 정을 얻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순박한 백성들 탓만하며 악덕을 행하는 관리들
古者制國有典, 制民有經,
옛적엔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법이 있었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에 법이 있어
民之出財賦供租稅, 有恒數矣,
백성이 세금을 내고 조세를 공급함에 일정한 수가 있었지만
自夫國典壞民經毀, 民之租賦, 無乎不出.
국가의 법이 무너지고 백성의 법이 손상되자 백성의 조세가 백성에게 나오지 않는 것이 없었다.
經用耗則有非時之斂, 慶禮繁則有及時之需.
일상의 비용이 소모되면 불시에 거두고 경사가 번잡해지면 때가 되어 거둔다.
此則猶爲公用也, 由私而出者,
이것은 오히려 공적인 쓰임이 되지만 사사로운 것 때문에 내는 것이
多於公用.
공적인 비용보다 많게 됐다.
貢獻也, 苞苴也, 妻子之俸也, 僮御之求也,
공물과 뇌물【포저(苞苴): 물건을 싸는 것과 물건 밑에 까는 것이란 뜻으로, 뇌물로 보내는 물건을 이르는 말】과 처자의 봉양과 하인의 구함과
諸凡帶貝冠鵕, 煬竈穴社者之所索,
모든 띠와 관의 장식과 부엌과 무덤이 소요되는 것들이
無不出乎民
백성에게 나오지 않은 게 없다.
以肥其家, 以澤其身,
집안을 살찌우게 했고 자신의 몸을 윤택하게 했지만
民之困極矣.
백성의 곤궁함은 극심하기만 하다.
而民猶恪守其分, 則心可謂善矣,
그러나 백성들은 오히려 분수를 삼가 지키니 마음은 선하다 할 만하고
俗可謂厚矣.
풍속은 두텁다 할 만하다.
而不自省而咎其民, 若是者,
그러나 스스로 살피질 않고 백성을 탓함이 이와 같다면
不唯病吾民, 亦將以危吾國矣.
우리 백성을 아프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장차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하리라.
관리들이여 자신을 살피라
凡人之情, 見利莫能勿就,
일반적으로 사람의 정은 이익을 보면 나가지 않을 수 없고
見害莫能勿避,
피해를 보면 피하지 않을 수 없으니
利害之途, 乃民所向背也.
이익과 피해의 길에 따라 백성이 향하고 저버린다.
今之民, 利耶害耶當向耶當背耶?
지금의 백성들은 이익이라 여기는가? 피해라 여기는가? 마땅히 향할 것인가? 마땅히 저버릴 것인가?
管子曰: “善罪身者, 民不得罪也;
관자가 말했다. “잘 자신의 몸에 벌주는 사람에게 백성들은 벌줄 수 없지만
不能罪身者, 民乃罪之.”
자신의 몸에 벌 주려하지 않는 사람은 백성들이 곧 그를 벌준다.”
夫民之急緩, 繫乎上之人,
백성의 완급은 윗사람에 달려 있어
下無罪上之柄, 而顧云然者,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벌줄 권력이 없는데도 도리어 그렇다 말한 것은
孟子所謂今而後得反之者也.
맹자가 말한 ‘백성들은 이런 전쟁 상황이 된 후에야 당한 걸 되갚아준다’는 것이다.
故稱其罪者強, 歸其罪者亡.
그러므로 죄를 자백한 사람은 강하게 되고 죄를 남탓한 사람은 망하게 된다.
及其未背而利之則欲背者還向之矣,
배반하지 않을 적에 그를 이롭게 하면 배반하려던 사람들도 도리어 나에게 향하지만
待其已背而利之則欲向者盡背之矣,
이미 배반하길 기다려 이롭게 해주면 향하려던 사람들도 모두 배반해버리니
可不愼歟.
삼가지 않겠는가.
賄出乎財, 財者藏乎民者也,
뇌물은 재산에서 나오는데 재산은 백성이 저장한 것이라
民散則財匱;
백성이 흩어지면 재산이 부족해진다.
權藉乎國, 國者權之所憑依也,
권세는 나라에서 나오는데 나라는 권세가 의지하는 곳이라
國亡則權替.
나라가 망하면 권세도 교체된다.
欲傅其毛而先削其皮,
털을 펴려 한다면서 먼저 가죽을 벗겨내고
欲鬯其枝而先蹶其根, 不思也.
가지를 울창하게 하려 하면서 먼저 뿌리를 뽑아버리니 ‘생각없음’이로다.
관리들이 선한 풍조가 만들어지면 지금과 같은 관리들의 폭정은 사라진다
夫民視士, 士視大夫,
대체로 백성은 선비를 보고 선비는 대부를 보며
大夫視卿, 卿視君;
대부는 경을 보고 경은 임금을 보며,
野視縣, 縣視州,
시골은 현을 보고 현은 주를 보며
州視都, 都視朝,
주는 도읍을 보고 도읍은 조정을 보아
交相傚也.
서로를 본받는다.
卿大夫苟賢矣, 宰民者不得獨不賢;
경과 대부가 진실로 어질다면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이 유독 어질지 않을 수 없고
朝廷苟正矣, 州縣不得獨不正矣,
조정이 진실로 바르다면 주현이 유독 바르지 않을 수 없으니
政之所先, 在順民心.
정치가 급선무로 할 것이 백성의 마음에 순종하는 데에 있다.
其所憂勞, 改以佚樂;
그들의 근심과 수고로움을 안락함으로 바꿔주고
其所丘壑, 改以衽席;
살던 골짜기를 침구와 자리로 바꿔주며
其所畏避, 改以存安;
그들이 두려워 피하는 것을 생존하면서 편안하도록 바꿔주고
其所滯枉, 改以開釋,
그들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도록 바꿔준다면
則民心之善者加于善, 民心之厚者加于厚矣.
백성의 선심이 선한 것에 더해지고 백성의 후덕한 마음이 두터운 것에 더해지리라.
天有常象, 地有常形,
하늘엔 일정한 모양이 있고 땅엔 일정한 모양이 있으며
人有常性, 兼三常而一之.
사람에겐 일정한 본성이 있어 세 가지 항상스러운 걸 겸하여 하나가 되게 함은
在乎人君之常德.
임금의 일정한 덕에 있는 것이다.
君有常德則國有常法, 民有常產矣.
임금이 일정한 덕이 있으면 나라엔 일정한 법이 있어지고 백성들에겐 일정한 생산이 있어진다.
然使之至此者, 又非宰民者之所及也 『象村稿』 卷之四十一
그러나 백성들을 여기에 이르게 하는 것은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