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국론, 교사론 - 2. 소유하려는 마음이 자율을 제약하다
2. 소유하려는 마음이 자율을 제약하다
자유에서 자율로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는 일시적인 느낌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는가? 물론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다. 어떻게? 존재모드를 자유에서 ‘자율’로 전환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자율(自律)이란 무엇인가? 자기가 자기에게 스스로 규율을 부과하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의 주체이다. 욕망은 공생의 진리를 부정하는 강렬한 유혹성을 가지고 있다. 사적인 욕망에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법정 스님께서 그토록 가르치시고 실천하신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 우리의 존재모드를 소유모드에서 무소유모드로 전환하는 것, 이 전환을 나는 ‘협력(cooperation)’이라고 부른 것이다.
▲ 법정스님 다비식. 남김 없이 가셨다.
칸트의 자율적 도덕론
칸트는 이 자율의 궁극적 원리를 나의 주관적 의지의 격률이 항상 동시에 모든 사람이 같이 지킬 수 있는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한다고 하는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에 두었다. 그리고 인간은 수단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목적의 왕국에서 같이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진보교육 즉 혁신교육이라는 것은 피교육자인 학생을 입시나 여타 사회적 경쟁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고, 그 자체의 인격을 목적의 왕국에 안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진보교육의 원리가 왕왕 서구적 시장중심주의적 자유주의와 혼효(混淆)되고 있다는 것을 나의 공부이론과 협력이론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 진보교육은 학생의 그 자체를 중시하는 교육이다.
소유의 비극
자유란 결국 욕망에의 굴종이다. 우리에게 식욕이라는 게 있다. 고량진미에 대한 유혹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도락이다. 그런데 이 식욕은 기껏해야 1.5리터 가량의 위벽의 제한된 공간에 제약 당한다. 색욕도 마찬가지다. 색도락을 즐길수록 인간의 신체가 파멸되어 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본인들이 먼저 깨닫는다.
그런데 포화점을 모르는 욕망이 있다. 이것이 바로 소유욕이다. 인간의 소유욕은 우주를 다 소유해도 끝나지 않는다. 지식도 역동적 깨달음의 여정이 아니라 아파트나 자동차 같은 재산목록처럼 소유창고에 축적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사랑도 사랑하는 대상을 구속하고 감금하고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도 인간이 신을 소유하고 신이 세계를 소유하는 소유의 순환으로서 이해된다.
▲ 소유욕은 무한한 소유를 부추긴다.
쾌락의 만족과 독락의 폭력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사회의 미신 중의 하나가 감각적인 쾌락을 무한정 만족시킴으로써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지상명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검증되지 않는 신념이다. 무한한 개인적 자유의 실현을 향하여 역사가 진보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조차도 사람들의 감각적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서 물질적 풍요를 실현한다고 하는 혁명목표의 나이브한 신화를 버리지 않는다. 인간이 소유를 통하여 삶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형성한다는 꿈은, 결코 소비를 조장하는 극소수 대기업과 그 기업과 결탁된 관료제의 폭력이 조작하는 자국민의 식민지화정책의 일환일 뿐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면 허망한 것이 되고 만다.
소유모드에 빠져있는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이 자기가 소유하는 것의 양과 질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에 되도록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며, 이를 위하여 힘을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힘의 요청이 ‘여민동락(與民同樂)’을 거부하는 ‘독락(獨樂)’의 폭력사회를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 손바닥 뉴스에서 '여민동락'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협력과 무아
‘협력’이란 인간 존재의 소유모드를 근원적으로 단절시키는 ‘무아(無我, anātman)’의 철학적 배경이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유란 쉬운 것이나 자율이란 어려운 것이다. 자율이란 반드시 ‘교육’을 통하여 달성되는 ‘교양’이며 이 교양의 집합을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civilization’이라는 단어는 ‘civilized(교양 있다)’라는 단어와 상통하며, 시민(civitas)이라는 말과도 어원이 상통한다. 시민, 교양, 문명, 협력, 무아가 결국 동일한 가치관의 내재적 맥락을 갖는 것이다.
▲ 시민, 교양, 협력, 문명은 모두 같은 말이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