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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사회주의 & 공산주의(Socialism & Communism)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사회주의 & 공산주의(Socialism & Communism)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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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 공산주의

Socialism & Communism

 

 

지난 20세기에 가장 중대한 역사적 사건이라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더불어 사회주의의 등장과 붕괴를 꼽아야 할 것이다.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으로 탄생한 사회주의 국가자본주의만을 인류의 미래로 알고 있었던 전 세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고, 특히 제국주의 열강에게 침탈당하던 수많은 식민지ㆍ종속국에게는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중국을 비롯해 많은 신생국들이 사회주의 체제를 택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진영에 맞서 제2세계를 이루며 한창 뻗어 나가던 사회주의 진영은 냉전시대를 거치며 세력이 위축되었고 결국 한 세기도 못 가 사실상 사회주의의 간판을 내리게 되었다. 착취와 불평등을 조장하고 비인간적인 이윤 추구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달리 적어도 이데올로기상으로는 인간 해방의 이념을 내세웠던 사회주의가 왜 체제 경쟁에서 실패하고 몰락했을까? 사회주의가 이상으로 추구하는 공산주의는 왜 끝내 현실화되지 못했을까?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유재산과 소득 분배가 결정되지만, 사회주의에서는 사회적 통제가 시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사회적 통제에 의해 사유재산과 소득 분배가 결정된다는 것은 개인이 열심히 일해서 얻은 성과물을 자기 재산과 소득으로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다. 언뜻 불합리해 보이는 이 원리는 사회주의 이념의 발생 자체가 자본주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사회주의라는 말은 1830년경에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는 산업혁명이 성숙기에 이르러 고전적 자본주의 발전이 거의 완성될 무렵이었다.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생산력, 각종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만큼 인류를 행복하게 해준 것은 아니었다. 기계가 도입되어 노동자 1인당 산출량이 엄청나게 늘었어도 그로부터 얻어지는 이윤의 대부분은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사용되지 않고 생산력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되었다. 그 결과 자본주의가 가져온 비약적인 발전은 빵의 크기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자본가들은 이 성과를 빵을 함께 만든 사람들과 나누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빵을 만들기 위한 거름으로 쓰고자 했다. 여기에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 모순이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소유는 사적이다. 다시 말해 자본가와 더불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산 과정에 관여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은 자본가들이 마음대로 소유하고 사용한다는 사적 성격을 띤다. 이 모순에서 사회주의의 이념이 나왔다.

 

 

초기 사회주의 사상가들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제도가 발전하면서 부수적으로 따르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국가도 노골적으로 자본가의 편이어서 오늘날과는 정반대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푸리에, 생시몽, 영국의 오언이 주장한 사회주의 사상은 사람들이 함께 생산적 노동을 하고 이익을 나누면서 즐거운 삶을 누린다는 소박한 취지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 공동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 실천으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 제도가 노동자 개개인의 생활상에 미치는 현상에만 주목한 초기 사회주의 사상가들은 결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후대의 사회주의에서는 이 초기 사회주의 사상을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부르며 이후의 과학적 사회주의와 구별한다.

 

 

1840년대까지 사회주의 사상은 프랑스와 영국에서 발전했다. 영국은 산업화가 진전된 곳이었으므로 사회주의의 토양이 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나라였으며, 프랑스는 프랑스혁명 이래로 혁명적 정치사상의 주요 무대였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사회주의 이념이 싹트기에는 좋았으나 그 이념이 현실화되기에 알맞은 토양은 아니었다. 그런 탓에 사회주의의 물결은 점차 독일로 넘어가게 되었다. 당시 독일은 정치적으로도 분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유럽의 후진국에 속했다. 게다가 독일은 철학의 태두였던 헤겔(Hegel, 1770~1831)의 시대가 지난 뒤 극심한 사상적 혼란기에 있었으므로 새로운 사상이 둥지를 틀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와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의 과학적 사회주의 이론이 등장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점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있다고 보았다. 생산수단을 자본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한 노동자들은 아무리 생산력이 증가하더라도 그 수혜자가 될 수 없다. 자본주의 제도에서는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마음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상품생산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따라 생산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적 생산은 무정부적일 수밖에 없으며 주기적인 경제공황(經濟恐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생산수단이 국유화 또는 공유화되면 계획적으로 생산수단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필요한 만큼의 생산이 가능하고 쓸데없는 자원의 낭비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들이 빈곤해지고 소수의 자본가들만 부유해지는 경제적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능력만큼 일하고 일한만큼 소득을 얻는다.” 이것이 사회주의의 모토였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애초에 없었어야 할 제도일까?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역사를 몇 가지 발전 단계로 나누어 사회주의를 자본주의 다음에 도래할 역사적인 단계로 보았다.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사회의 총 생산력이 증대하면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해결되면서 이상적인 사회로 나아간다는 게 그들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아무런 고통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자본가들은 자기 손에 있는 생산수단을 그냥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과 대결해 승리해야만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 혁명이다.

 

노동자계급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자본주의는 내부 모순으로 언젠가는 성장을 멈출 것이므로 사회주의의 승리는 역사적 필연이다. 사회주의가 승리하면 생산수단이 노동자들에게 귀속될 것이며, 나아가 소수 지배계급을 위해 존재했던 국가가 사라지고 인류는 국가계급이 없는 평등한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사회주의의 최종적 지향점인 공산주의 사회다. 공산주의의 모토는 사회주의의 모토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득을 얻는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의 전 단계, 공산주의를 준비하는 예비 단계다. 사회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이 공유화되므로 자본가에 의한 경제적 착취는 사라지지만 계급국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공산주의에 이르러서야 계급국가가 사라진 무계급·무국가 사회가 탄생하게 된다. 사회주의와 그 전 단계인 자본주의는 적대적 관계에 놓인 데 비해 사회주의와 다음 단계인 공산주의는 비적대적이며 연속적인 관계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사뭇 낭만적으로 묘사한 공산주의 사회의 미래상은 이렇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배타적인 활동 영역을 갖지 않으며, 사회가 생산 전반을 통제한다. 그래서 누구든 마음 내키는 대로 오늘은 이 일을, 내일은 저 일을 할 수 있다.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낚시를 하고, 저녁에는 소를 몰고, 저녁식사를 한 뒤에는 문학 비평을 한다. 그러면서도 사냥꾼도, 어부도, 목동도, 비평가도 되지 않을 수 있다. -독일 이데올로기

 

이런 서정적이고 이상적인 사회는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20세기 사회주의 세력은 현실 속에서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이념을 실현하지 못하고 자기 분열되었다. 왜 그랬을까?

 

무릇 어떤 이념이 현실화 되려면 그에 맞는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공산주의의 목표를 실현하려면 사회적 총 생산력이 상당한 정도에 올라 있어야 한다. 각 개인이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소득을 얻는다는 것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풍요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경제적 발전 수준에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들의 노력도 충분하지 못했다.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를 자처했던 소련의 활동은 대내적으로 무자비한 정치적 숙청이었고 대외적으로 위성국가들에 대한 억압과 간섭이었다.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운동의 실패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예고되어 있었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 소련은 자본주의적 성격이 농후한 신경제정책을 수립하여 단기간에 커다란 경제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처음부터 뒤져 있던 경제를 완전히 부흥시키지는 못했다. 유럽에서도 후진국이었던 러시아를 1950년대에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경쟁자라는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생산력이 갈수록 저하되어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역전시키지는 못했다.

 

 

현실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세력이 몰락했다고 해서 그 이념마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경험이었을 뿐 아니라 인간 해방의 정당한 이념이 왜 퇴색하고 무산되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자본주의의 미덕인 자유와 사회주의의 미덕인 평등은 서로 적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면 참된 자유가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면 참된 평등이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현실의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자본주의가 평등의 가치에 소홀히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이름으로든 사회주의ㆍ공산주의 이념은 다시 역사의 무대에 재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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