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국론, 교사론 - 4. 교육의 주체인 교사를 존중하라
4. 교육의 주체인 교사를 존중하라
에꼴 노르말의 경우
프랑스가 인류의 인문주의세계에 자랑하는, 세계지성계를 선도한 위대한 사상가들을 배출한 걸출한 교육기관으로서 에꼴 노르말 쉬페리외르(École normale supérieure)라는 것이 있다. 앙리 베르그송, 에밀 뒤르껭, 사르트르, 보봐르, 메를로 퐁티, 알튀세르,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알랭 바디우 …… 이 셀 수 없는 많은 위대한 사상가들이 이 한 교육기관에서 쏟아져 나왔다. 참으로 경이롭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프랑스 교육부 산하의 교육기관이 고등학교 교사를 배출하기 위한 ‘사범학교’로서 출발한 기관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프랑스에서는 중ㆍ고등학교 교사도 ‘프로페쇠르(professeur)’라고 부른다. 에꼴 노르말을 거친 사람들이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다가 논문을 써서 대학으로 가기도 하고, 또 대학에서 가르치던 사람이 고등학교 교사를 택하여 전근가기도 한다. 교사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른 것이다.
▲ 모인 선생님들. 특권 의식이 아닌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범대학 전통은 일제 관료주의 연속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는 우리나라의 사범대학제도와 교사임용고시제도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대학에 문리과 대학의 국문과, 물리학과와 사범대학의 국문과, 물리학과가 2원적 구조로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대학에서는 무전제의 순수학문을 전공하고, 교사의 임용은 대학원 레벨의 고등교육기관의 심오한 훈도를 받은 자들에게 자동적으로 허락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서울대학교를 대학원 수준의 에꼴 노르말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 미래비전의 중요한 과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새 질서는 당장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상황이므로 주어진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교육개선을 이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 중등임용시험은 엄청 어렵고 지식적인 측면만 강조하게 됐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지 학생이 아니다. 학생은 피교육자이며, 입학하여 졸업하는 과객(過客)이다. 객(客)에 대하여 주(主)의 자리는 선생이 지키는 것이다. 학교의 주체도 교사이지 교장ㆍ교감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교육개혁의 주체도 결국 교사이다. 교사는 교육의 알파이며 오메가이다. 교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없이는 우리는 교육개혁을 실현할 수 없다.
교육개혁이란 결국 교사가 학생들의 교육 그 자체에 헌신할 수 있는 존귀함의 입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교를 학부형이 좌지우지하고 교사는 그 하수인인 꼴, 교장ㆍ교감은 교육청의 명령을 일방적으로 하달하며 교사를 닦달하고 있는 꼴, 이것은 도무지 한참 잘못된 판국이다. 『여씨춘추』 「존사(尊師)」편에는 중국의 모든 고래 성인이 스승을 존귀하게 섬기지 않은 자가 없었다[未有不尊師者也]고 말한다. 스승을 존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큰 인물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대인(大人)을 만나본 적이 없는 자가 대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 좋은 스승을 두 명을 만났고, 이곳에선 맘껏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