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는 과학이다
이런 부분에 오면 그의 이야기는 알 듯 말 듯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매우 명료한 논리를 가지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열반이나 해탈(解脫, mokṣa)과 무관하게 윤회는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윤회라는 것은 인간의 선업과 악업의 과보를 정당하게 만들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설정된 하나의 문화적 전통(cultural convention)이 아닙니까? 그것은 성하나 티벹사람들의 세계인식의 한 방법이지 그것을 사실로서 강요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성하와 같이 과학에 사리가 분명하신 분이 윤회를 정말 사실이라고 믿고 계신 겁니까?”
“윤회는 사실입니다.”
“문화적 사실이나 심리적 사실이나 논리적 사실이 아닌, 물리적 사실이며 과학적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윤회는 과학적 사실입니다.”
나는 이런 대목에 오면 솔직히 말해서 수긍이 가질 않는다. 역시 나는 유교전통의 상식인에 불과한 모양이다. 난 정말 달라이라마의 기묘한 의식체계에 두 손 들고 항복을 하거나, 얼씨구 지화자를 외치면서, 술 호로 하나 꿰찬 취선(醉仙)이 되어 멀리 도망가버릴 생각밖에 나질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또 짓궂게 다그쳤다.
“성하의 말씀대로 윤회가 과학적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과학적 검증을 통하여 윤회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이 된다면 성하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면 물론 윤회가 사실이 아니므로, 윤회에 대한 모든 생각을 바꿔야겠지요.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은 허황된 것을 믿음으로서 강요하지 않습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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