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한글역주, 자장 제십구 - 21. 군자의 허물은 일식과 월식과 같다
21. 군자의 허물은 일식과 월식과 같다
19-21. 자공이 말하였다: “군자의 허물은 일식ㆍ월식과 같도다. 허물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쳐다볼 수가 있고, 그 허물을 고쳤을 때에는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나니라.” 19-21. 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 |
제8장의 자하의 말과 대비를 이루는 너무도 지당하고 아름다운 말이다. ‘공직’에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해와 달을 쳐다보는 것과도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행동할 때가 너무도 많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짓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토록 정보가 발달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눈가림이 통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집단최면현상은 그러한 야비한 행동을 묵과하고 그를 군자로, 지도자로 추앙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눈가림은 역사가 수용하질 않는다. 시간처럼 위대한 정의는 없다. 공직자의 사기 행각은 결국 일시적인 모면일 뿐이며 그 폐해는 몇천ㆍ몇만ㆍ몇억만 배로 대중의 삶의 손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허물이 없을 수 없는 존재이다(Man is to err).
문제는 ‘물탄개(勿憚改)(1-8, 9-24)’에 있다. 영국의 아우구스투스시 대(the English Augustan Age)의 대표적인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사람, 그것을 용서하는 것은 신의 업(業)’(To err is human, to forgive divine. An Essay on Criticism)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공자는 이런 말을 거부한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사람, 그 잘못을 고쳐야 하는 것도 그 사람 자신’ 이 외에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사람은 잘못을 스스로 시인하고 그것을 고칠 때만이 용서받는다. 신은 인간을 용서할 자격이 없다. 나를 용서하는 것은 내 속에 있는 양심일 뿐이다. 공자의 경우, 결국 하느님은 내 속에 있는 것이다.
『춘추경』에도 일식은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자공의 시대에는 이미 역법의 수준이 일ㆍ월식의 예측을 가능케 했다. 일식과 같은 것은 이미 신비롭게 해석하지 않고 예측가능한 자연의 현상일 뿐이며, 인간이 허물을 고쳐야 하는 비유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문명의 수준에 우리는 경외감을 표해야 할 것이다. 당대 서양에는 아테네중심으로 로고스적인 사유가 피어났다고는 하나, 그 외는 지중해연안문명 전 지역이 신화적 관념 속에 빠져있었다. 황소는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주석을 남기고 있다.
“일식ㆍ월식은 해와 달이 고의로 저지르는 일이 아니다. 군자의 허물도 군자가 고의로 저지르는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의 허물은 일월의 식(蝕)과 도 같다고 말한 것이다[日月之蝕, 非日月故爲. 君子之過, 非君子故爲. 故云如日月之蝕也].”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