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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맹자 - 측은지심이 골고루 흘러가게 해주면 된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맹자 - 측은지심이 골고루 흘러가게 해주면 된다

건방진방랑자 2022. 3. 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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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이 골고루 흘러가게 해주면 된다

 

 

몇 가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맹자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라는 네 가지 마음 또는 감정을 우리의 본성에서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만약 네 가지 마음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고까지 강하게 단정하고 있지요. 이어지는 구절을 살펴보면, 맹자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네 가지 마음을 더 크게 확충할 것을 요구합니다.

 

 

측은해하는 마음은 인()의 단서이고,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의()의 단서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단서이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은 지()의 단서이다. () 자기에게 이 네 가지 단서를 가지고 있는 이는 모두 확충(擴充)할 줄을 안다. 불이 처음 타오르고 샘물이 처음 솟아나듯이 진실로 사단을 확충할 수 있으면, 온 세상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로 확충할 수 없다면 자신의 부모조차 섬길 수 없다. 맹자』 「공손추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 凡有四端於我者, 知皆擴而充之矣, 若火之始然, 泉之始達. 苟能充之, 足以保四海; 苟不充之, 不足以事父母.

측은지심, 인지단야; 수오지심, 의지단야; 사양지심, 예지단야; 시비지심, 지지단야. () 범유사단어아자, 지개확이충지의, 약화지시연, 천지시달. 구능충지, 족이보사해; 구지충지, 부족이사부모.

 

 

맹자는 측은지심을 인에, 수오지심을 의에, 사양지심을 예에, 시비지심을 지에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측은지심이나 수오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 본성이 이미 인과 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단서라고 번역되는 단()이라는 개념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측은지심은 인의 단서이다라는 구절을 한번 생각해보지요. 이 구절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측은지심이 인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다른 하나는 인이 실현되어 측은지심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것이 옳은 해석일까요? 조금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풀어보도록 하지요. 우선, 측은지심이 일차적이고 인이 이차적이라는 입장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 인이 일차적이고 측은지심이 이차적이라는 입장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입장이 옳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측은지심이 일차적이라는 입장을 선택한다면, 여러분은 일본의 유학자 이토 진사이나 조선의 유학자 정약용의 관점을 따르는 것이 됩니다. 그렇지 않고 인이 일차적이라는 입장을 따른다면, 여러분은 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희를 포함한 대부분의 신유학자들을 따르는 셈이 됩니다. 각자 마음속으로 신중하게 생각해보세요. 이 문제에 대해선 뒤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대다수 유학자들의 견해에 따를 때, 맹자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네 가지의 단서, 즉 사단(四端)이라고 부르면서 사단이 본성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라는 개념과 관련된 것입니다. 공자는 우선 예를 우리가 학습하고 배워야 할 외적인 규범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맹자는 예가 우리의 본성으로부터 기원하는 선천적 감정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 공자에게 예는 인간 바깥에 존재하는 제도나 규범과 관련된 것이라면, 맹자는 그것이 인간의 내면에 본성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이해한 것이지요.

 

맹자에 이르러 예를 포함해서 유학이 강조해온 모든 덕목들이 이제 인간 내면의 본성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따라서 인자(仁者)나 성인(聖人)이 되는 공부는 이제 더 이상 바깥으로 향할 필요가 없게 되지요. 내 안에 있는 사단의 마음을 확충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맹자는 이런 현상을 마치 샘물이 처음 터져나오는 것, 그리고 불길이 처음 타오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이렇듯 터져나올 것 같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샘물이 있으면 우리는 이 샘물이 잘 흐르도록 도랑을 정비하면 될 뿐입니다. 약한 사람이 위기에 처한 것을 보면 저절로 터져나오는 측은지심이 바로 이 같은 상황에 해당됩니다. 우리는 그저 측은지심이 잘 터져나와 골고루 흘러가도록 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이에게 우리의 측은한 감정이 마치 강물이 흐르듯이 흘러가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지요.

 

() 공자(孔子) 학습하고 배워야 할 외적 규범 / 제도, 규범
맹자(孟子) 본성으로부터 기원하는 선천적 감정 /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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