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가 사상(法家 思想)
법가 사상은 제자백가 전체를 통틀어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전국시대 중기에 현실 정치의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사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법의 개념은 춘추시대부터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었다. 춘추시대 정나라에서 제정한 법은 중국 최초의 성문법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진(晋)에서는 형법 서적을 편찬했다고 전한다.
법가는 원래 술(術)을 중시하는 파, 세(勢)를 중시하는 파, 법(法)을 중시하는 파로 나뉘었는데, 이 세 유파를 전국시대 말기에 한비자(韓非子, 기원전 280년경~기원전 233)가 종합해 완성했다. 법가의 기본적인 정신은 성악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람은 본래 도덕을 내재하고 있지 않으므로 법의 다스림을 필요로 한다. 군주가 백성을 지배하는 질서는 유가의 도덕이라든가 묵가의 사랑 따위가 아니라 오로지 권력과 지위에 따른 힘 관계의 반영일 뿐이다. 세치(勢治)는 군주의 권위, 술치(術治)는 군주가 신하를 대하는 것을 나타내고, 법치(法治)는 군주가 일반 백성을 다루는 것을 가리킨다. 요컨대 군주는 지위상으로 당연히 권력과 권위를 지니고 있으며, 신하와 백성을 지배하는 술과 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하와 백성은 오로지 군주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아니면 반란을 일으키든가).
이렇게 일체의 이상이나 관념을 배제하고 철저히 현실적인 이론을 구축했기 때문에 법가는 다른 사상과 달리 현실 정치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대륙을 통일한 진의 부국강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상앙(商鞅)이 바로 그 좋은 예다. “군주는 목적으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라고 말한 르네상스 말기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1469~1527) 군주론의 한참 선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유럽 세계가 절대왕정을 확립하고 장차 공화정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했지만, 법가 사상은 역사상 유례없이 혹독한 군주 독재 정치의 사상적 뿌리가 되었다. 군주의 지배를 관철하기 위해 법가는 철저한 우민정책과 사상 통일을 강조했다. 법 이외의 모든 지식은 쓸모가 없고 사람들이 알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책을 불사르고 학자들을 생매장한 진시황의 만행에는 이런 사상적 배경이 있었다.
▲ 실천가 한비자(韓非子). 중국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한비자의 초상이다. 역동적이고 실천적이면서도 냉혹할 만큼 현실의 논리를 강조한 법가 사상이 그대로 인격화되어 있는 듯한 표정이다.
인용
'역사&절기 > 세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양사, 태어남 - 2장 인도가 있기까지, 굴러온 돌의 승리 (0) | 2021.06.04 |
---|---|
동양사, 태어남 - 1장 중국이 있기까지, 동양 사상의 뿌리: 도가사상 (0) | 2021.06.04 |
동양사, 태어남 - 1장 중국이 있기까지, 동양 사상의 뿌리: 묵가사상 (0) | 2021.06.04 |
동양사, 태어남 - 1장 중국이 있기까지, 동양 사상의 뿌리: 유가사상 (0) | 2021.06.04 |
동양사, 태어남 - 1장 중국이 있기까지, 동양 사상의 뿌리 (0) | 2021.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