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용 - 매변(寐辨)
꿀잠의 힘
매변(寐辨)
이만용(李晩用)
海堂之客, 有楊州李生者, 年少而才銳, 海堂以詩道授之, 往往作佳語, 海堂見輒歎賞, 因勸其勤學. 一日李生困於寐, 至晡不起, 海堂作寐戒一則諷之, 其文辭暢而理達, 足警人而感之矣. 余本渴睡漢耳, 玆爲李生一辨之.
吾知天下之樂, 惟身逸而心閒者耳. 故以巢ㆍ由視之, 堯舜勞矣; 以沮溺視之, 夫子厄矣; 以綺甪視之, 秦楚㥘矣. 以萬古之聖, 百世之雄, 猶有遜於匹夫者何? 此憂而彼樂也. 人於世, 與憂俱生, 生有其年, 則無憂而死者幾希, 死而後無憂焉.
吾於寐, 又知之, 夫一日之內, 或悲或喜, 或啼或笑, 或驚或懼之事, 寐便休矣. 然非至人, 則方其寐也, 因想生夢, 漁者夢魚, 樵者夢蕉, 飢夢飯, 富夢財, 貴夢車, 羇人遷客之夢家鄕者. 皆艶其樂, 而終不離於憂也. 惟身逸心閒者, 夢亦如身心焉, 無情慾無形役, 泊焉悠悠, 漠乎蕩蕩. 氣昇神行, 任之而已, 自然而已, 此豈非人界中一快樂哉?
噫! 死千年之寐也, 寐一日之死也, 以此推之, 百年之人, 亦不過五十之生. 人可以寐而不寐, 則以五十之人, 橫得百年也, 有是理而寐何爲哉? 此海堂居士語也, 李生聞甚怵然, 乃就學不懈, 懼年月之往邁, 恐志業之頹墮, 晝惜分陰, 而夜之刻亦如焉. 欲以不寐爲壽, 其誠篤可敬, 然亦惑矣.
昔黃帝寐而作治君, 殷宗寐而得良弼, 孔明之寐, 出而爲忠臣, 元亮之寐, 處而爲節士. 寐如莊周則化, 寐如希夷則仙, 又寐如江淹ㆍ李白ㆍ王珣之倫, 則文章日進. 由是觀之, 寐何負於學哉? 至若刺股而呑丸, 焚膏而警枕, 窮宵而不寐, 是傷生之大病也, 學將何有? 且時夜將半, 四境閴若, 所聞見者, 燈之光鷄之鳴而止. 子於是非佛則鬼, 其誰知而愛之? 此生不足樂也.
我一人能不寐, 有增年之道, 則千人萬人, 亦將以不寐之方, 百計出矣. 然則其居息者, 其行路者, 其名利者, 其產業者, 五十之人, 有百歲之憂, 百之人, 有千歲之憂矣, 此長生又不足樂也.
曩所謂天下之樂, 將非寐乎? 身逸心閒者, 亦非寐乎? 死者必無夢, 其至人之寐乎! 彼巢由之不於寐而山, 沮溺之不於寐而耕, 綺甪之不於寐而棊者, 亦皆其好生而延壽者耶! 吾將與睡鄕之徒, 歸而樂歟? 『東樊集』 卷四
해석
海堂之客, 有楊州李生者, 年少而才銳, 海堂以詩道授之, 往往作佳語, 海堂見輒歎賞, 因勸其勤學.
해당(海堂) 조병황(趙秉璜)의 손님으로 양주(楊州)의 이생이란 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재주는 뛰어나 해당이 시도(詩道)를 전수해주자 이따금 아름다운 시어를 지어내니 해당은 보고 대번에 칭찬하면서 배움에 근면하길 권했다.
一日李生困於寐, 至晡不起, 海堂作寐戒一則諷之, 其文辭暢而理達, 足警人而感之矣.
하루는 이생이 잠에 깊이 빠져 신시(申時, 오후 3~5시)에 이르도록 일어나지 않으니 해당이 「매계(寐戒)」 한 편을 지어 풍자하니 그 글의 말은 확 트였고 이치는 전달되어져 사람을 경계하고 감격시키기 충분했다.
余本渴睡漢耳, 玆爲李生一辨之.
나는 본래 잠에 목마른 사나이일 뿐이기에 이에 이생을 위해 한 번 변론코자 한다.
吾知天下之樂, 惟身逸而心閒者耳.
나는 천하의 즐거움이란 오직 몸은 편안히 하고 마음은 한가롭게 하는 것임을 알 뿐이다.
故以巢ㆍ由視之, 堯舜勞矣; 以沮溺視之, 夫子厄矣; 以綺甪視之, 秦楚㥘矣.
그러므로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의 관점으로 본다면 요임금과 순임금은 수고롭고 장저(長沮)와 걸익(桀溺)의 관점으로 본다면 부자께선 곤경에 처한 것이며 기리계(綺里季)와 녹리선생(甪里先生)의 관점으로 본다면 진나라와 초나라는 겁박한 것이다.
以萬古之聖, 百世之雄, 猶有遜於匹夫者何? 此憂而彼樂也.
만고의 성인이나 100세대의 영웅이 오히려 보통 사람에게 겸손한 건 왜인가? 이들은 걱정했지만 저들은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人於世, 與憂俱生, 生有其年, 則無憂而死者幾希, 死而後無憂焉.
사람이 세상에 걱정과 함께 사는데 살면서 그 수명을 소유하다가 걱정 없이 죽는 이는 드물고 죽은 후에야 걱정이 없어진다.
吾於寐, 又知之, 夫一日之內, 或悲或喜, 或啼或笑, 或驚或懼之事, 寐便休矣.
나는 잠에 대해 또한 아니 대체로 하루 사이에 혹 슬프거나 기쁘거나 눈물 나거나 웃거나 놀랍거나 두려운 일이 잠들면 곧 편안해진다.
然非至人, 則方其寐也, 因想生夢, 漁者夢魚, 樵者夢蕉, 飢夢飯, 富夢財, 貴夢車, 羇人遷客之夢家鄕者.
그러나 지인(至人)이 아니라면 잠듦에 생각대로 꿈을 꾸니 어부는 물고기 꿈을 꾸고 나무꾼은 땔나무 꿈을 꾸며 굶주린 이는 밥 꿈을 꾸고 부자는 재물 꿈을 꾸고 귀한 이는 수레 꿈을 꾸며 나그네와 타향사람은 고향 꿈을 꾼다.
皆艶其樂, 而終不離於憂也.
모두 즐거움을 부러워하지만 끝내 걱정에서 떠나지 못한 것이다.
惟身逸心閒者, 夢亦如身心焉, 無情慾無形役, 泊焉悠悠, 漠乎蕩蕩.
오직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한가로운 이만이 꿈 또한 심신일여(心身一如)해서 정에 따른 욕심도 없고 마음에 육체에 부려지지도 않아 담백하고도 여유롭고 아득하고도 평탄하다.
氣昇神行, 任之而已, 自然而已, 此豈非人界中一快樂哉?
기가 오르고 정신이 행해져 맡겨진 대로 자연스러운 대로 하니 이것이 어찌 사람세계 속 첫 번째 쾌락이 아니겠는가?
噫! 死千年之寐也, 寐一日之死也, 以此推之, 百年之人, 亦不過五十之生.
아! 죽음이란 천 년의 잠듦이니 잠듦은 하루의 죽음으로, 이것으로 미루어본다면 100년의 사는 사람이 또한 50년을 사는 것에 불과하다.
人可以寐而不寐, 則以五十之人, 橫得百年也, 有是理而寐何爲哉?
사람이 잠잘 수 있으면서 자지 않는다면 50년을 사는 사람이 100년을 갑작스레 얻은 것이니 이 이치가 있는데 잠자는 걸 어찌 하겠는가?
此海堂居士語也, 李生聞甚怵然, 乃就學不懈, 懼年月之往邁, 恐志業之頹墮, 晝惜分陰, 而夜之刻亦如焉.
이것은 해당 거사의 말로 이생은 듣고 매우 서글퍼져 배우길 게을리 않았고 세월이 흐름을 걱정했고 학업에 뜻둠이 무너질까 걱정해 낮엔 짧은 시간[分陰]조차 아까워했고 밤의 시간도 또한 이와 같았다.
欲以不寐爲壽, 其誠篤可敬, 然亦惑矣.
잠자려 하지 않아 장수하니 성실함과 독실함은 공경할 만하지만 또한 미혹스럽다.
昔黃帝寐而作治君, 殷宗寐而得良弼, 孔明之寐, 出而爲忠臣, 元亮之寐, 處而爲節士.
옛날에 황제(黃帝)가 자니 현명한 임금이 일어났고 은나라 고종이 자니 좋은 신하를 얻었으며【고종이 성인(聖人)을 얻는 꿈을 꾸고서 초상화로 그린 뒤 부열(傅說)을 부암(傅巖)에서 찾아내어 재상에 임명하였다.】 제갈공명이 자고 나와선 충신이 되었고 원량(元亮)은 자고 은거하고선 절개 있는 선비가 되었다.
寐如莊周則化, 寐如希夷則仙, 又寐如江淹ㆍ李白ㆍ王珣之倫, 則文章日進.
잠듦이 장주와 같으면 나비로 변하고 잠듦이 희이(希夷)【희이(希夷): 진단(陳摶). 오대(五代)와 송(宋) 초기의 저명한 도교 학자이자 은사(隱士)로서 자는 도남(圖南), 호는 부요자(扶搖子), 사호(賜號)는 희이선생(希夷先生)이다.】와 같으면 신선이 되며 또 잠듦이 강엄(江淹)과 이백(李白)과 왕순(王珣)의 무리와 같다면 문장을 날로 나아진다.
由是觀之, 寐何負於學哉?
이로부터 그걸 본다면 잠이 어찌 배움을 져버리는 것이겠는가?
至若刺股而呑丸, 焚膏而警枕, 窮宵而不寐, 是傷生之大病也, 學將何有?
허벅지를 찌르고 알을 삼키며 기름을 태우고 경침(警枕)을 베며 밤을 다하도록 자지 않는 경우에 이르면 이것은 생명을 상하게 하는 큰 병이니 배움에 장차 무엇이 유익하리오?
且時夜將半, 四境閴若, 所聞見者, 燈之光鷄之鳴而止.
또 시간이 한밤인데 사방이 고요한 듯하여 들리고 보이는 것이라곤 등불의 빛남과 닭 울음에 불과하다.
子於是非佛則鬼, 其誰知而愛之? 此生不足樂也.
그대는 여기에서 부처가 아니면 귀신이니 누가 알아 아껴주리오? 이런 삶은 즐겁기에 부족하다.
我一人能不寐, 有增年之道, 則千人萬人, 亦將以不寐之方, 百計出矣.
나 한 사람이 잠들지 않음으로 나이를 더하는 방법이 있다면 천 명이나 만 명이 또한 장차 잠들지 않는 방법으로 100가지 계책을 내놓으리라.
然則其居息者, 其行路者, 其名利者, 其產業者, 五十之人, 有百歲之憂, 百之人, 有千歲之憂矣, 此長生又不足樂也.
그러하다면 쉬는 이나 길을 떠난 이나 명성과 이익을 따르는 이나 생업에 종사하는 이 중에 50년을 사는 사람은 100년의 근심을 가지고 100년을 사는 이는 천 년의 근심을 가지니 이런 장수함 또한 즐겁기에 부족하다.
曩所謂天下之樂, 將非寐乎? 身逸心閒者, 亦非寐乎? 死者必無夢, 其至人之寐乎!
앞서 말한 천하의 즐거움은 장차 잠이 아닌가?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한가로운 것이 또한 잠이 아닌가? 죽은 이는 반드시 꿈꾸지 않으니, 이게 지인(至人)의 잠이로다.
彼巢由之不於寐而山, 沮溺之不於寐而耕, 綺甪之不於寐而棊者, 亦皆其好生而延壽者耶!
저 소보와 허유가 잠들지 않고 은거했고 장저와 걸익이 잠들지 않고 밭 갈았으며 기리계와 녹리선생이 잠들지 않고 바둑 뒀으니 또한 모두 살기를 좋아하고 목숨을 연장한 이들이로구나!
吾將與睡鄕之徒, 歸而樂歟? 『東樊集』 卷四
나는 장차 꿈나라 무리들과 돌아가서 즐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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