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한글역주, 요왈 제이십 - 편해
요왈 제이십(堯曰 第二十)
편해(篇解)
우리는 『논어』를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공자의 어록에 해당되는 두서없는 파편들이 시대를 거치면서 축적되었고 보완ㆍ수정ㆍ창작ㆍ첨삭 등의 여러 과정에 의하여 어느 시점에 우발적으로 정리된 것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마지막 「요왈(堯曰)」편은 좀 이질적인 엉성한 자투리가 엉거주춤 말미에 붙은 것인 양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우리가 각 편의 편해를 통하여 보았듯이 『논어』의 각 편은 그 나름대로 치밀한 의도성을 가지고 구성된, 그 나름대로 유기적인 의미를 지니는 편집이었으며, 또한 20편의 명칭이나 배열도 결코 우발적인 요소가 드물다는 것을 보아왔다. 따라서 이 『논어』의 종착역인, 3장으로 구성된 「요왈(堯曰)」편도 치열한 의도를 지니는 작품으로서 일절 그러한 우연성의 요소를 거부한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고대경전 중에서 『논어』처럼 치열한 구성력을 과시하는 문헌도 드물다고 생각된다.
상론(詳論)은 생략키로 하고, 우선 제1장의 성격을 살펴보자! 제1장은 오늘의 『상서(尙書)』와 유사한 성격의 작품이며, 「대우모(大禹謨)」, 「탕고(湯誥)」, 「무성(武成)」, 「태서(泰誓)」 등의 고문서에 속하는 어구와 상응하는 편린들로써 점철되어 있다. 이것은 「논어」가 단순한 공자의 어록이 아니며, 중국의 고대문명의 가장 권위 있는 경전인 『상서』와도 같은 ‘경(經)’적인 권위를 지니는 작품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의도를 가지고 편집된 것이다. 유교의 정도(政道)는 천명(天命)을 따르는 것이며, 요(堯)ㆍ순(舜) 이래의 유구한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그 절대적 정당성, 즉 공자가 여태까지 19편을 통하여 이야기해온 모든 것이 천명과 이 지상에서의 작자들의 전통에 의하여 그 절대적 정당성이 보장된다고 하는 선언적 성격이 들어있다.
그리고 제2장은 자장(子張)과 공자(孔子)와의 문답형식을 빌은 짤막한 대화이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군자(君子)의 위정자로서의 자격조건을 자세히 조직적으로 논구한 것으로 『논어』의 각 편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을 다이제스트한 것이다. 「이인(里仁)」 18, 「자로」 26, 「술이(述而)」 37, 「이인」 12, 18, 「술이」 14, 「자로」 30 등의 언어와 관련되어 있다. 자장후학의 학풍이 이렇게 공문의 전승된 중요한 이야기를 숫자에 맞추어 열거하는 특색을 지니고 있고, 자장후학이 제나라에서 활약한 것이 확실시되므로 제2장은 제1장과 함께 자장후학에 의하여 제나라에서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 본류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수적 열거방식에 의한 다이제스트 형식이 암송에 편리했을 것이다. 그만큼 노나라 공문의 주류로부터는 멀어진 사람들의 이해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제3장은 “자왈(子曰)‘ 파편의 형식을 빌은 군자 개인의 내면적 덕성을 3마디로써 요약한 격언이며 그 내용인즉 매우 간결하지만 『논어』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는 천만근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명언이다. 『논어』는 「학이(學而)」편 제1장의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로 시작하였는데 그 『논어』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제일 마지 막장에도 ‘부지명(不知命), 무이자야(無以爲君子也)’라는 말이 들어있어, 『논어』 전체가 수미일관하게 군자(君子)의 수도(修道)의 학(學)임을 말하고 있다. 나의 몸을 닦아[修己] 타인을 다스리는 것[治人]이야말로 유교의 본지라는 것을 공자의 말로써 암시하고 있다. 공문의 학규(學規)에 해당되는 「학이(學而)」편을 『논어』의 제1편으로 삼고, 『상서(尙書)』의 말로서 유교의 근원을 기초 지운 한 장, 종정(從政)에 관한 공자의 격언ㆍ교훈을 다이제스트한 한 장, 공자가 최종적으로 군자됨을 말한 한 장, 도합 세 장으로 구성된 「요왈(堯曰)」편을 말미에 첨가함으로써 군자지학(君子之學)의 시종(始終)을 말하고, 유학의 본질을 개술(槪述)함으로써 절세의 걸작, 『논어』라는 경전을 완성시킨 것이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