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軾松都人也 博學能文章 爲當代所推
차식(車軾)은 송도 사람이다. 박학하고 문장에 능하여 당대에 사람들의 추대를 받았다.
其母在松都 患帶下之病
그 모친이 송도에 있으면서 대하증을 앓고 있었는데,
積歲藥不效
여러 해 동안 약을 써도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時以直講 求差恭定大王陵寢典祀官
당시 차식은 직강(直講)이었는데, 공정대왕 능침의 전사관으로 선택되기를 구하였으니,
爲其去松都不遠 將因歸覲也
이는 그곳에서 송도와 거리가 멀지 않으므로, 모친을 뵈러 고향으로 가보기 위해서였다.
恭定大王卽康憲大王之冡嗣 在位才數年
공정대왕은 강헌대왕의 태자인데, 왕위에 오른지 겨우 수년만에
傳世弟 恭定大王至是世代已遠
아우에게 왕위를 넘겼다. 공정대왕은 이때에 이르러 이미 세월이 오래 지난 후인지라,
只祀寒食
다만 한식날에만 제사를 지냈다.
而庶羞菲薄多不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변찮게 바치는 여러 음식들이 매우 불결하였고,
典祀者亦循古 常不加虔焉
제사를 담당하는 사람들 또한 옛 관습을 따를 뿐, 늘상 경건함이 더해지지 않았다.
及軾典祀 別致誠意 沐浴淸潔
차식이 전사관이 되자, 정성스런 뜻을 특별히 다하여 목욕재계하고,
令膳夫 悉湯沐如之
선부(膳夫)와 종에게도 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로 목욕토록 명하였으며,
凡治粢盛饌品 無不躬自監蒞
자성(粢盛)과 찬품(饌品)을 준비하여 다스리는 과정도 모두 몸소 감독하였다.
禮旣畢 天猶未曙
제례를 이미 끝마쳤으나, 날이 아직 밝지않은 새벽이므로,
歸臥齋房假寐 有宮人傳呼曰
재방(齋房)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어떤 궁인이 불러 전하여 말하기를,
殿下將引見 整衣冠
"전하께서 장차 인견하실 것이니, 의관을 정제하고 나오시오"하여,
而進有一袞衣王者 御殿閣
이에 나가보니 곤룡포를 입은 왕이 있어 전각에 오르자,
閹竪環立 引軾拜訖 陞伏榻下 王若曰
환관들이 빙둘러섰고,식을 불러 절하기를 마치고 전탑아래 올라 엎드리니, 왕이 말하여,
向者祀多不恪 又不淸潔 予不歆之
"이전에는 제사가 정성스럽지도 않고 또 불결하기 까지 하여 내 흠향하지 않았는데,
今爾盡誠庶品 皆可御余用嘉之
이제는 네가 정성껏 준비하여 모두가 먹을만 하니 내 이에 기뻐 하노라.
予聞爾家有病 余將錫良藥試之
내가 들으니 너의 집에 병자가 있다던데, 내가 장차 좋은 약을 주겠으니 이를 써 보아라"
軾拜辭而退 遽然而覺卽夢也
식이 삼가 절하고 물러나다가 문득 깨어나니, 이는 곧 꿈이었더라.
心異之歸鄕松都
마음으로 기이하게 여기며 송도로 향해 돌아 가는데,
路見一大鵩攫大魚 盤于中天
길에서 보니 한마리 수리부엉이가 큰물고기를 움켜쥐고 하늘한복판에서 맴돌고 있었다.
又有一大鵰 搏墜於馬前
또 한 마리 큰 수리가 그것을 쳐서 말 앞에 떨어 뜨리는 것이었다.
軾令馬卒取之 卽鰻鱧魚長尺餘
식이 마졸을 시켜 가져오게 하여 이를 취하니, 곧 길이가 한 척이 넘는 가물치였다.
時天尙寒 得魚下易
그 때는 아직 날이 추워 물고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而鰻鱧又治帶下之第一藥也
이 가물치는 대하증을 치료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약이었다.
軾大喜 歸而奉諸母 自此病卽癒
식이 크게 기뻐하여 집에 돌아가 모친에게 바치니, 이로부터 즉시 병이 나았다.
吁 軾文學之士也 能知國之大事在祀
아아! 차식은 문학하는 선비로, 나라의 큰 일이 제사에 있음을 잘 알고
殫誠禮以享上
정성스럽게 예를 다하여 임금에게 제사를 올려
卒致先靈默佑移忠於孝
마침내는 선령(先靈)이 충(忠)을 효(孝)로 옮기도록 묵묵히 도왔던 것이다.
書曰至誠感神
<서경(書經)>에서 말하기를, "지극한 정성을 드리면 신을 감동시킨다" 하였고,
詩曰介爾景福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너의 복을 크게 하리라" 하였으니,
其是之謂乎
그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有二子 曰天輅雲輅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천로와 운로라 하였다.
皆文章大手鳴一代
모두 대문장가로 한 시대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