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재/산에 오르다 (61)
건빵이랑 놀자
격포 내소사에서내소사(來蘓寺) 이윤영(李胤永) 名區隨處我行催 不害人間老草萊翠嶽將頹龍瀑瀉 春雲欲變蜃樓開壯觀滄海眸雙拭 悵望靑齊首獨擡十載塵愁輕似羽 可憐前夜月明㙜 『丹陵遺稿』 卷之六 해석名區隨處我行催명구수처아행최명승지 가는 곳마다 나의 발길을 재촉하고不害人間老草萊불해인간로초래인간세상의 재야에서 늙음을 나무라지 않네.翠嶽將頹龍瀑瀉취악장퇴룡폭사비취색 언덕이 약간 무너져 내려 용처럼 폭포가 쏟아지고春雲欲變蜃樓開춘운욕변신루개봄 구름이 변하여 신기루가 열리려 하는 듯.壯觀滄海眸雙拭춘운욕변신루개씩씩하게 푸른 바다를 보려 두 눈을 부벼보고悵望靑齊首獨擡창망청제수독대서글프게 청제(山東)【청제(靑齊): 청(靑)은 중국 고대의 구획을 말한 구주(九州)의 하나로서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요동 등의 각지를 말하고 齊는 전국 시대의 국..
영화팀과 아차산에 오르다 금요일 오전에는 광진청소년센터와 영상 만들기 파트너쉽을 하고, 오후엔 시간이 남게 되었다. 원래는 금요일엔 문화예술활동과 트래킹을 번갈아 가며 하기로 했는데, 2학기에 영화팀이 낙동강에서 한강까지 올라오는 라이딩 계획이 생기며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라이딩도 10월 초에 끝남에 따라 금요일 오후 일정을 다시 논의해야만 했는데, 이 때 네 가지로 결정되었다. ①영화 보고 후기 쓰기, ②라이딩, ③ 전시관 보고 후기 쓰기, ④ 등산 최대한 교실이 아닌 자연으로 나가 함께 그걸 보며 만끽해야 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일정을 잡은 것이다. 원래는 이날 라이딩을 갔어야 했는데, 아이들은 이미 라이딩으로 한강까지 올라온 상황이라 당분간은 라이딩은 하기 싫다고 하더라. 그래서 등산으로 바뀌게..
학생 한 명과 아차산에 오른 이유 재익이와 여러 이유로 자취방에서 목요일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다. 1주일간 함께 생활하기로 한 데엔, 집에 있으면 생활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이 바뀌어야 할 이유 자식을 가르치는 어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나 보다. 오죽하면 고전인 『맹자』라는 책에도 자식을 가르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공손추가 “군자는 자식을 가르칠 수 없다고 하는데, 왜 그렇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맹자는 “형편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르게 하라고 가르친다. 바르게 하라고 가르쳐도 그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자연히 노여움이 따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부자간의 감정을 상하게 된다. 자식이 속으로 ‘아버지는 나보고 바르게 행동하라..
영화팀과 남한산성에 오르다 11월 7일 불암산 등산 일정 1. 참가인원: 이건호, 임승빈, 김민석, 송지민, 오현세 2. 일시 및 모임 장소: 11월 7일(목) 09시 30분, 상계역 1번 출구 ▲ 오전에 비가 올 예정입니다. 우천시 산행을 준비하세요. 3. 준비물: 점심, 간식, 티머니, 카메라(여행의 필수품목), 새로 산 등산화(길들여야 하므로 꼭 신고 올 것), 우산 4. 등산 계획: 상계역 1번 출구 ⇒ 불암산성 ⇒불암산 정상(508m) ⇒ 천보사 ⇒ 당고개역에서 해산 5. 기타 ① 이 날은 11일부터 지리산프로젝트를 떠날 것이기에, 간단히 산책하는 정도로 산행을 함. ② 오전에 비가 올 예정이기에, 등산화와 우산을 꼭 준비하세요. 영화관에서 ‘그래비티’를 보고, 아차산으로 향합니다. 지리산 종주..
영화팀과 남한산성에 오르다 1. 활동 안내 1. 참가인원: 이건호, 임승빈, 김민석, 송지민, 오현세 2. 일시 및 모임 장소: 11월 5일(화) 09시 30분, 수유역 3번 출구 3. 준비물: 점심, 간식, 티머니, 카메라(여행의 필수품목), 새로 산 등산화(길들여야 하므로 꼭 신고 올 것) 4. 등산 계획: 수유역(120, 153번 버스) ⇒ 도선사 입구 하자 ⇒백운대 ⇒ 북한산성입구(704, 34번 버스) ⇒ 3호선 구파발역에서 해산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해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험하기로 유명한 북한산은 모든 등산인들에겐 도전 과제와도 같은데, 영화팀은 그 산에 올랐습니다. 수유역 3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에서 153번 버스(120번 버스도 됨)를 타고 도선사 입구에서 하차하여 오르기 시작했..
영화팀과 남한산성에 오르다 1. 활동 안내 1. 참가인원: 박주원, 이건호, 임승빈, 김민석, 송지민, 오현세 2. 일시 및 모임 장소: 11월 1일(금) 10시 00분, 마천역 1번 출구 3. 준비물: 점심, 간식, 티머니, 카메라(여행의 필수품목) 4. 등산 계획: 마천역⇒ 서문 ⇒ 북문 ⇒ 동장대 ⇒ 좌익문(동문) ⇒ 지화문(남문) ⇒ 52번 버스 승차 ⇒ 8호선 산성역에서 해산 ▲ 마천역(10:00)⇒남한산성 서문(11:37)⇒북문(12:10)⇒동문(1:50)⇒망월사(2:10)⇒로터리(2:30) 총: 4시간 30분 산행 올해 3월 1일에는 단재학교 중등부 학생들과 함께 왔었다. 그 후로 8개월만에 다시 오르는 산이다. 산은 늘 다채롭다. 언제 오르느냐, 어떤 사람과 오르느냐, 어떤 기분으로 오르느..
영화팀과 북악산과 인왕산에 오르다 10월 산행 일정 1. 일정 9:30 안국역 2번 출구 집합 9:50 ‘02버스’로 와룡공원 하차 산행 시작 12:00 인왕산 정상에서 점심 16:00 경복궁역 해산 ▲ 파란선: 버스로 이동, 빨간선: 도보로 이동 2. 준비물 ① 신분증 (여권 or 의료보험증-북악산 입산 시에 신분증이 필요함) ② 티머니 ③ 사진기 ④ 등산하기 편한 복장과 신발(등산화 OK!) ⑤ 도시락 (밥까지 싸올 것) 2013년 10월 18일. 영화팀은 10월 산행을 떠납니다. 이번 산행은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인 북악산과 인왕산을 다시 찾아갑니다. 깊어오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기에, 북악산으로 향하는 길에 마음이 가볍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를 지나며, 무거운 마음으로 바뀌..
영화팀과 청계산에 오르다 2학기 첫 영화팀 야외 활동 ① 일시 및 모임장소: 9월 5일(목), 10시까지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 ② 참가 인원: 박주원, 이건호, 김민석, 송지민, 오현세 ③ 등산경로: 원터골⇒매봉⇒혈읍재⇒망경대(정상)⇒석기봉⇒헬기장⇒절고개⇒이수봉⇒어둔골 ④ 준비물: 점심, 간식, 편한 복장, 가을볕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넉넉한 음료 (썬크림 듬뿍 바르고 오세요. 우리의 피부는 소중하니깐요. 그래도 봄볕엔 며느리를,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고 하니 가을볕을 만끽할 수 있는 건 축복입니다. ) 때는 바야흐로 2013년 9월 5일 목요일. 저저번주만 해도 열대야와 불볕더위, 그리고 습한 날씨로 야외활동을 하기에 힘든 날씨였는데, 이젠 산행을 하기 좋은 가을 날씨가 되었습니다. 영화..
영화팀과 청계산에 오르다 관악산 산행 계획 ① 일정 및 모임장소: 4월 6일(토) 10:00, 사당역 6번 출구 ② 등산경로:사당역⇒사당능선⇒삼거리⇒남근석⇒파이프능선⇒연주암⇒과천유원지 ③ 준비물: 점심, 간식, 편한 복장 사당역 6번 출구에 모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 영화팀도 10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늦지 않게 나왔다. 주원이는 오늘 개인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아쉽다. ▲ 초반에 물사투가 있었다. 산행을 할 땐 물을 잘 챙겨와야 한다. ▲ 다들 신났다. 이젠 산에 오르는 게 힘들지만은 않다. ▲ 덥지 않아 딱 좋다. 산록의 푸르름으로 들어간다. ▲ 관악산은 좀 험했다. 바위의 난간을 타고 갈 때도 많았다. ▲ 다들 왠지 모르게 닮아 보인다. 표정이 살아 있네~ ▲ 험한 바위는 지팡이로 ..
영화팀과 청계산에 오르다 청계산 산행 계획 ① 일시 및 모임장소: 3월 16일(토), 10시까지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 ② 참가 인원: 박주원, 임승빈, 김민석 ③ 등산경로: 원터골⇒매봉⇒혈읍재⇒망경대(정상)⇒석기봉⇒헬기장⇒절고개⇒이수봉⇒어둔골 ④ 준비물: 점심밥, 간식 (동참하길 원하는 사람은 댓글로 의사표시를 하세요.) ▲ 등산코스: 원터골입구⇒원터고개⇒굴바위⇒매바위⇒배봉⇒굴바위⇒원터고개⇒원터골입구 청계산입구역에서 10시에 모이기로 했지만, 코리안타임이 적용되어 조금 늦고 말았다. 청계산입구역엔 수많은 등산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꼭 아웃도어 패션쇼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 등산하기 전 초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껏 기분을 냈다. 청계산입구역에서 10분정도 걸으니, 원터골 초입길에 상가들이..
삼일절에 중등팀과 남한산성에 가다 나 깜짝 멘붕 기획 1 산 타면 뭐하누, 다리 아프겄제 1. 참가인원: 김지원, 김이향, 박고은, 백규혁, 박주원, 이건호, 임승빈, 김민석, 오승환 (이상 9명) 2. 일시 및 모임 장소: 3월 1일(금) 10시 30분, 마천역 1번 출구 ▲ 이 날 오전에 비 또는 눈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산을 꼭 준비하여 주세요. 3. 준비물: 보온병(산 정상에서 먹는 라면과 김밥맛은 최고^^) 및 따뜻한 차, 점심, 간식, 티머니 4. 등산 계획 마천역⇒ 서문 ⇒ 북문 ⇒ 벌봉 ⇒ 동문 ⇒ 남문 ⇒ 52번 버스 승차 ⇒ 8호선 산성역에서 해산 5. 기타: 이외에 같이 참가하고 싶은 학생은 댓글 달 것. ▲ 늦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역사를 접수하며 놀고 있는 녀석들^^ ▲ 오르기 전..
영화팀과 아차산에 가다 개학을 한 첫 주에 영화팀은 워밍업을 하기 위해 산에 간다. 개학하자마자 공부를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단 생각이 들기에 때문이다. 배움이나 학습은 교실 안에만 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가는 길에 있다고 믿는다. 인용 사진 여행기
건호와 아차산을 거쳐 용마산에 가다 건호와는 김환희 선생이 쓴 『옛이야기와 어린이책』을 공부하고 있다. 우린 흔히 동화책이라 부르는 책들로, 나도 이렇게 건호와 함께 공부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만 읽는 책’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공부하며 단순히 아이들만 읽어야 할 책도 아닐뿐더러, 우리의 지혜가 담긴 옛이야기책이니 만큼 제대로 알고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건호와 열심히 공부하다가 하루 정도는 가을이 가득 내린 바깥으로 나가 바람도 쐬고 자연스레 이야기도 나누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저번에 영화팀과 함께 오며 길을 익혀뒀던 아차산에 함께 가기로 했다. ▲ 친구들은 학교로, 거노는 산으로. 산만한 배움터가 없다. ▲ 혈기가 가득 넘쳐 흐르는 거노. 쉬면서도 북치고 박치고...
영화팀과 아차산에 가다 ▲ 가을이 깊어가는데도 한 낮엔 아직 덥습니다. ▲ 아직 아차산 공원에도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을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오전에 유은영 선생님을 따라 ‘네 멋대로 해봐’라는 수업을 했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점심도 먹지 않은 채 아차산으로 나선 것이다. 그래서 배가 고팠기에 본격적으로 등산을 하기 전에 밑에 있는 정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 우리의 조촐한 점심. 주원 어머님이 김밥을 싸주셔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삼국의 정기가 실린 아차산에 오르다. 서울 근교에 이런 명산이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 올라가는 길에 약수를 뜨며. 저 노란 무언가는 우리 영화팀의 상징적인 그것~ ▲ 위 사진의 노란 것은 바로 요 사진의 저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전라도..
영화팀과 북악산과 인왕산으로 떠나다 활동안내 1. 일정 9:00 안국역 2번 출구 집합 9:20 ‘02버스’로 와룡공원 하차 산행 시작 12:00 인왕산 정상에서 점심 16:00 경복궁역 해산 2. 준비물 ① 신분증 (여권 or 의료보험증-북악산 입산 시에 신분증이 필요함) ② 티머니 ③ 사진기 ④ 등산하기 편한 복장과 신발(등산화 OK!) ⑤ 도시락 (밥까지 싸올 것) ▲ 성대 후문, 와룡공원 입구에서 주원이를 기다리며. 민석이는 아침을 먹고 있네요. 근데 저 도시락은 원래 다른 사람 몫이라죠^^ ▲ 와룡공원입구에서 한 컷. 큰 형 현승이가 동생들을 잘 챙기고 있네요. 본격적으로 북악산을 오릅니다. ▲ 성벽 곳곳에는 청와대 경호팀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경계가 매우 삼엄합니다. ▲ 숙정문에서 사진 찍고 ..
내장산 등산기 목차 1. 돈에 휘둘리며 시작부터 꼬이다 겨울 & 생일 & 여행 돈이란 망령에게 영혼을 뺏긴 사내 2. 눈 내린 내장산을 오르다 삶은 활동에 무르익는다 신선봉에 미처 오르지 않고 내려오다 겨울 산행의 묘미 마침표가 아닌 쉼표 같던 시간 인용 여행
2. 눈 내린 내장산을 오르다 온갖 걱정과 불안, 짜증이 날 감싸고 있었다. 그건 나뿐 아니라 동행자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해서는 안 될 짓을 철저하게 계속 하고 있었다. ▲ 내장산도 처음이고 겨울 산행도 처음이다. 삶은 활동에 무르익는다 그렇게 불만만 높아질 즈음, 엄니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니 오해가 풀린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찬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조금씩 마음도 풀려갔다. 그렇게 서서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 내장산에 내렸을 땐 칼바람이 얼굴을 그대로 때려 온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어찌나 추운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더라. 그래서 아이젠도 차고 귀마개도 하고 모자도 눌러 쓰고 길을 걸었다. 내장산까지 가는 길은 한참 멀었지만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편했..
1. 돈에 휘둘리며 시작부터 꼬이다 겨울이 되면 모든 생물체의 활동도 정지되거나 느려진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한 소금 푹 자고 하릴없이 TV나 보는 것, 그게 겨울이면 생각나는 가장 행복한 광경이다. 지금처럼 삼한사온은커녕 연일 계속 되는 추위에 노출되다 보면 당연히 더 그와 같은 광경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날씨가 그렇다고 방안에만 처박혀 있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몸도 축축 쳐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유약해지고 도전정신도 물러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선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 겨울산행은 처음이다. 이것만으로도 떨리는데 아침부터 된통 꼬였다. 겨울 & 생일 & 여행 추운 날씨 탓(?)에 움직이기 싫고 그래서 방에 하루 종일 누워있으니 몸과 맘은 다 느긋해지며 심지어 뭘 하기조차 싫어지..
모악산 다시 시작이란다. 뭐가? 그냥 뭐든~ 전투적이지 않게 한걸음씩 걷다 그저 한 걸음씩 걸어간다. 바람은 상쾌했고 나무들은 싱싱했다. 공기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리는 듯, 괜찮은 듯, 쓸쓸한 듯, 행복한 듯.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느 때고 내 마음을 알 때가 있었냐만 요즘은 더욱 심한 거 같긴 하다. 가을을 타나보다. 가을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도무지 꽉꽉 막힌 이 느낌이란. 그래서 무작정 모악산에 왔고, 무작정 오르고 있다. 전투적이지 않게, 그저 천천히 한 걸음씩 떼고 있다. 하늘은 새파랗더라. 이렇게 환상적인 날씨는 참 간만에 느끼는 거 같다. 막상 맘을 먹지 못하면 늘 그 속에 살면서도 느끼지 못한다. 에구~ 뭐가 이래? 내가 그동안 그렇게 나 몰라라 살아와서..
모악산 산에 올라서 평평히 펼쳐진 대자연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옥신각신 살던 그 곳이 하나의 점으로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행복. 행복이란 그렇게 전혀 멀리 있지 않다. 역동성을 느끼러 산에 오르다 산에 왜 오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광경을 보여주고 싶다. 오르는 것 자체도 힘들고 애써 오는 다음에는 다시 내려와야 함이 허무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오르고 내리는 그 힘듦, 그건 자연을 보며 오르는 짜릿함과 상쾌함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것이다. 그런 역동성이야말로 나를 들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날 살아 숨쉬게 만드는 자연과 그걸 모르고 살았던 나와의 만남은 자기 신화에 빠져 나만을 최고로 여기며 살았던 나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준다. 내려갈 때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그런 여러 생각들을..
전주 학산에 오르다 며칠 전 진규와 동네 뒷산을 올랐다. 친구가 등산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도 쾌재를 불렀다. 늘 등산을 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던 차였으니 말이다.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목표가 된 등산 하지만 그 다음 대화에서 나의 한계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난 ‘등산=모악산 오르기’의 공식이 무의식중에 들어 있던 터라, 당연히 모악산에 가자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는데 친구는 어느 산이든 상관없다는 투였으니까. 더욱이 친구에게 있어서 모악산은 ‘정상에 다다라야 할 것만 같은 강박증을 주는 산’이었던 거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있어서 모악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꼭 정복지에 서있는 정복자처럼 정상 탈환이란 목표를 위해 올랐으니까. 그런 목표주의의 삶에서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 최대한 빨리 목표를 성취할 수 있..
목차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검단산이 트래킹 코스로 정해지기까지 2. 산에 오르는 이유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재밌기에 산에 오르다 살기 위해 산에 오르다 아이들과 오르는 기쁨을 느끼러, 검단산에 가다 3. 지민이가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제 시간에 모이는 학생들 &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한 아이의 불퉁거림이 전체 분위기를 망치다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면 무엇이든 뚫지 못하랴 5. 당연함이란 없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제안에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의 함정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9. 검단산이 준 선물 성민이는 역시나 체력이 장난이 아니다. 나를 항상 앞질러 갔으며,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달려서 나를 앞서 갔기 때문이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는데도 성민이는 입고 온 검은색 긴팔 잠바를 벗지 않고 맹렬히 올라갔다. 그건 방풍 잠바였으니 얼마나 더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하남의 사내 성민이와함께 등산하게 됐다. 강철체력 성민이의 등산법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절대 지치지 않았으니 ‘강철체력’이라 불릴 만 했다. 그래서 성민이가 평소에도 등산을 많이 했을 거라 짐작하며, 몇 번이나 등산을 해봤냐고 물어보니, 2~3번 남한산을 타본 게 전부라고 하더라. 그 중 한 번만 마천역에서 서문까지 올라봤을 뿐, 나머지는 오르다 말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민인 산을 많이 타서 체력이 좋다기보..
8. 3년 만에 제대로 등산을 하다 호국사에서 나와 드디어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엔 그 아이가 ‘힘들어요’라며 분위기를 망치는 바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하지 못하고 거의 천천히 걷다가 끝나는 식이었으니, 이제야 제대로 등산을 하게 된 것이다. ▲ 지리산 종주를 갔었던 그 때, 그 느낌을 이번에 검단산을 오르며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지리산 종주 이후 최초의 등산다운 등산을 하다 이정표를 보니 정상까지 2.6㎞라고 쓰여 있더라. 지리산을 종주하며 알게 된 사실은 평지와 달리 산에선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평지엔 4㎞를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면, 산에선 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2.6㎞면 아무리 빨리 걸어도 1시간 정도 잡아야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렇기 때문에 모처럼만에 ..
7. 하류가 되려하다 승태쌤이 ‘가고 싶은 사람만 정상까지 가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자, 평상에 누워 한갓진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 제안에 콧방귀를 뀌며 볼멘소리를 할 줄만 알았는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 승태쌤의 제안에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안 하는 건, 모두 해선 안 돼 하지만 변수는 있게 마련이다. 아마 그냥 그대로 진행됐다면 오전부터 다리가 아프다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와 그 아이만 혼자 남길 수 없다며 함께 남겠다고 자진한 아이, 그리고 승태쌤만이 호국사에 남았을 것이고, 나머지 아이들과 나는 정상까지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오전부터 불만을 제기하던 아이는..
6. 짐작치 말기, 나답지 말기 이런 황당한 상황을 경험하고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며 나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점심을 먹고 평상에 가만히 있으니, 피곤이 몰려와서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밥을 먹고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으니, 절로 나른해진다. 아이들의 반응에 나다움은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아이들의 적극적이면서 산에 오르려는 마음을 옆에 보게 되니, 덩달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때 명확하게 알게 된 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굳어져서 결코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생각은 아니며, 주위 사람들이 반응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생각이라는 점이다. 지금 시대..
5. 당연함이란 없다 호국사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모처럼 느긋하게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겼다. 아이들도 저마다 평상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한다. 규빈이는 요즘 들어 ‘아인’이란 애니메이션에 꽂혀 있는지, 그걸 모두에게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소마츠상おそ松さん’이란 애니만 보며 시리즈를 모두 정복해야 한다는 목표로 열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아인’이란 애니까지 섭렵하여 추천해준 것이다. 이러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두 통달할 기세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민이는 웹툰을 보고 있었고, 그 옆에서 민석이는 오버워치에 관련된 자료를 찾으며 읽고 있었으며, 현세는 규빈이가 추천해준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고 ..
4. 학생들과 등산하기 위해선 교사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렸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지도를 꼼꼼히 찾아보며 가야 하지만,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 우린 등산객들을 따라 다니면 된다. 그러면 진입로로 알아서 가게 된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다 버스엔 등산복을 입고 탄 사람들이 꽤 있었기에 우린 그들을 졸졸 쫓아다니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옆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청계산 입구에 아웃도어 매장이 즐비하듯이 이곳도 아웃도어 매장이 많더라. 그곳에서 조금 더 걸으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이때부터 한 학생이 “감기도 된통 걸린 데다가, 다리까지 아프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트래킹을 간다고 나오려 하니 엄마가..
3. 지민이 짠 검단산 트래킹 계획 이번 트래킹 장소로는 검단산이 정해졌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회장인 지민이와 부회장인 현세가 계획을 짜야한다. 아무래도 현세는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나 몰라라 하기에, ‘이건 모두의 일이기에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민이 혼자 도맡아서 짜야했다. ▲ 등산계획을 세우게 됐다는 게 신기하다. 뜻하지 않았지만 그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신기할 뿐이다. 회장 지민이가 검단산 트래킹 계획을 짜다 지민이는 계획을 짜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지, 목요일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검단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오자마자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검단산이란 장소를 내가 추천했을 거라고..
2. 산에 오르는 이유 실로 오랜만에 등산이 트래킹 코스로 잡히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영화팀의 경우엔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자주 등산을 갔었다. 그땐 단재학교에 초임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였고 하나하나 영화팀의 방향을 잡아가던 시기였으니, 등산이 영화팀 커리큘럼에 들어가기까지 내 생각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턴 그 이유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겠다. ▲ 여러 생각이 겹칠 때마다 늘 올랐던 모악산. 하라니까 산에 오르다 전주 사람에게 친숙한 산은 뭐니 뭐니 해도 모악산이다. 학창시절엔 학교에서 모악산으로 자주 소풍을 갔기에 등산을 하게 됐다. 그 당시 남학생들은 ‘누가 정상에 빨리 올라가나?’라는 경쟁 속에서 등산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르기 시작하면 누가 먼저랄..
1. 건빵, 산에 살어리랏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하지만 웃긴 점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가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 많이 등장하는 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 거다. ▲ 13년 10월 5일 한강에서 찍은 사진. 흐르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흔히 흐르는 강물로 표현되곤 한다. 살아지는 시간 & 살아가는 시간에 대해 2016년이 밝았고 단재학교는 1월 마지막 주에 개학하며 2016학년도 1학기를 시작했다. 개학한 이후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많은 일정들이 있었다. 그렇게 닥쳐 있는 일을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가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시간을 빼곡히 채워갔다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차 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아는 사람보단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단 즐기는 사람이 되자? 앎과 좋아함과 즐김은 하나다 여행은 건빵을 춤추게 한다 2. 캠퍼스의 낭만처럼 떠난 여행 아주 늦게 온, 하지만 적절할 때 찾아온 캠퍼스 낭만 공부하는 이에겐 여행도 부담이 되고 어떤 여행인지 몰라도, 여행은 즐겁다 3. ‘내소사’란 이름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제평야엔 노란구름 피어나고 내소사와 소정방 역사와 야사 역사가 재밌는 이유 4. 알면 쓸데없는 내소사 지식과 등산론 사찰로 들어가는 길은 행복이어라 대웅전 천정엔 문고리가 있다 이따금 가슴이 답답할 때면 오르다 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초반엔 무척 힘들었지만, 그 힘듦에 비례하여 뿌듯함도 컸다 계획도 없이 불안도 없..
7. 이윤영의 내소사 시가 특별한 이유와 우리의 뒷풀이 사찰을 읊은 시라면 으레 있는 과장법에 대해선 저번 후기에서 살펴봤다. 하긴 여러 한시를 공부하다 보니 굳이 사찰시가 아니더라도 과장을 하는 경우가 숫하게 보이긴 한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동인시화』에선 이런 과장법에 대해 다루며 “이것은 말로 뜻을 해쳐선 안 되는 것으로 다만 뜻에 마땅히 할 뿐이다.是不可以辭害意, 但當意會爾.”라고 결론지으며 내용 전달에 더 탁월했다면 그건 ‘시적 허용’으로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 내소사 좋다. 내소사를 둘러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좋다. 이윤영의 「내소사」란 시가 특별한 이유 이처럼 교수님은 사찰시에선 이런 과장법이 허용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그런 구라를 씨게 칠수록 사찰의..
6. 사찰시의 특징과 내소사란 시의 독특함에 빠져 어느 정도 내려오니 계곡이 보였다. 물이 그렇게 많진 않아도 발을 충분히 담그고 있을 만했고,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발을 계속 담그고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함께 앉을 정도의 평평하고 큰 바위는 없어서 어떻게든 각자 앉았고 주전부리들을 세팅하기 시작했으며, 팩으로 사온 소주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 계곡야유회를 준비하는 손길들. 내소산 계곡에서 시회가 열리다 그리고 더욱 재밌었던 점은 교수님이 한시를 전공한 사람답게 “여기에 왔으니, 내소사에 관련된 시는 한 편 봐야지”라고 했다는 점이다. 지식인들의 이런 식의 고상한 놀이가 때론 싫게도 느껴졌다. 현실의 문제는 더욱 꼬여만 가는데 거기엔 지식인들의 무관심과 이와 같은 지적 유희가 한몫을 하는 면..
5. 내소사 관음봉에 오르다 이제 내소사도 둘러봤고 내소사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들었으니, 본격적으로 등산을 할 차례다. 그런데 나도 등산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지만 아이들도 몰랐던지, 등산할 차림을 갖추지 않고 왔더라. ▲ 한 걸음, 한 걸음씩 열심히 올라가는 아이들. 대단하다. 초반엔 무척 힘들었지만, 그 힘듦에 비례하여 뿌듯함도 컸다 물론 이 말은 지금의 기성세대들처럼 등산화를 갖추고 값비싼, 그러면서도 천편일률적인 등산복을 갖추어 입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처럼 그냥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등산복을 풀세트로 갖추거나, 낮은 산임에도 히말라야라도 탈 것 같은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신발은 신축성이 있으면 되고, 옷차림은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 거치적거리지 ..
4. 알면 쓸데없는 내소사 지식과 등산론 정확히 두 시간 만에 내소사 정류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절 입구를 거닐고 있더라. 사찰로 들어가는 길은 행복이어라 교수님은 원래 내소사를 둘러보지 않고 바로 관음봉을 오를 생각이었나 보더라. 하지만 막상 절을 보는 순간 맘이 바뀌셨던지,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절은 한 번 둘러보고 올라가도록 합시다.”라고 말씀하셨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는 어느 절이나 좋았던 것 같다. 순천의 강천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지금 이곳 내소사의 입구도 높게 뻗은 나무 사이로 느리게 걷고 있노라면 굳이 다른 게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의 이 여유, 그리고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적막함이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가면서, 무에 그리 아..
3. ‘내소사’란 이름이,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버스는 달려간다. 김제평야를 지나서 가는데 진귀한 풍경이 보이더라. 꼭 가을인 것처럼 황금물결이 이는 곳도 있었고, 어느 곳은 이제 막 벼를 심었는지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노랗게 익은 곡식과 이제 막 자라는 푸른 여린 새싹의 대비가 아주 절묘했다. ▲ 노란색의 들판이 이채롭다. 김제평야엔 노란구름 피어나고 그래서 교수님께 물어보니, 노랗게 익은 것은 보리라고 말씀해주시더라. 학생 때 이모작을 한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실질적인 모습을 이제야 보게 된 셈이다. 보리를 키워 이 시기에 수확하고, 그 자리에 다시 벼를 심어 가을에 수확한다. 정몽주가 지은 「중양절에 익양 태수 이용이 새로 지은 명원루에서 쓰다重九日題益陽守李容明遠樓」라는 시에..
2. 캠퍼스의 낭만처럼 떠난 여행 5월은 가족의 달이지만, 만물이 싱그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3월엔 소생하는 만물에 동화되어 내 마음도 가눌 길 없이 산들바람따라 하염없이 흔들거리고, 4월엔 어느덧 익숙해진 따스함에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으며, 5월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운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진다. ▲ 4월엔 전주대에도 곳곳에 봄이 내렸다. 아주 늦게 온, 하지만 적절할 때 찾아온 캠퍼스 낭만 하지만 임용을 다시 시작하고 나선 맘이 바빠져서인지, 홀로 애태워서인지, 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어디로 떠나질 못했다. 3월에 임용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엔 2주에 한 번씩은 어디든 가야지라고 맘먹었는데, 정작 그게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나버렸다. 그렇게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는데 5월 ..
1. 공부하니 조으다~ 여행하니 더 조으다~ 요즘 한문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확실히 2010년에 공부할 때만 해도 여러 문장들은 그저 봐야만 하는, 그래서 소위 아이들이 ‘이런 시인들이 안 태어났으면 우리가 이렇게 많은 것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도 여러 글을 쓴 학자들을 버거워했으며 부담스럽게만 느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은 글 하나하나가 너무도 궁금하고 그 학자들이 왜 그런 글을, 왜 그런 시를 쓰게 됐는지 알고 싶기만 하다. ▲ 2007년 6월의 모습. 그 당시에 보던 책들이 보인다. 아는 사람보단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단 즐기는 사람이 되자? 2012년 11월엔 가평 펜션에서 단재학교 학부모들과 교사들, 그리고 일본학자 나카지마 히로카즈가 함께 ..
지리산 종주기 목차 13.11.11(월) 화엄사 ⇒ 노고단 불안을 품은 동지들 화엄사에서의 점심공양 우린 노고단에 오르다 우린 노고단에 올랐다 13.11.12(화) 노고단 ⇒ 연하천 입산시간 지정제와 비박금지 등산하며 공부한다 편함 뒤에 있는 불편함 13.11.13(수) 연하천 ⇒ 세석 기암괴석을 헤치고 가다 자극적인 맛과 자극적인 인간 위기상황에서 드러난 역량 갑작스런 상황에서의 저력 13.11.14(목) 세석 ⇒ 장터목 궁하해야 통한다 여유롭던 하루 제석봉의 횡사목 첫 천왕봉 등반과 저녁만찬 13.11.15(금) 장터목 ⇒ 털보농원 새벽 천왕봉 등반기 세 번째 천왕봉 등반기 천왕봉이 알려준 지혜 막힐 때 새 길이 열린다 두 가지 광경 지리산 종주를 마치며 인용 지도 여행기
21. 5박 6일 간의 지리산 종주를 마치다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12시에 시작된 하산길이 4시 4분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드디어 지리산을 헤맨 지 5일 만에 지리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애초 계획보다 하루 일찍 하산하게 된 것이다. 선발대는 무려 1시간 30분이나 우리를 기다려야만 했다. 7명의 사람과 7개의 배낭을 싣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본 지리산의 단풍은 정말로 멋있었다. 마치 월요일에 화엄사에 가던 길이 떠올랐다. 그건 마치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데자뷰처럼 느껴졌다. 아득한 시간들이 지나 끝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걷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은 끝과 맞닿아 있다. 끝을 걸으며 처음을 떠올리고 처음을 시작하며..
20. 하산하는 길에 마주한 두 가지 광경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주원이는 무릎이 아파서 힘들긴 해도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적당히 쉬어가며 꾸준히 내려갔다. 그래서 중산리 탐방로까지 내려가는 동안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주원이의 저력은 그와 같은 꾸준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리막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세와 지민이었다. 내려가는 내내 많이 힘들어 했기 때문이다.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의 구간은 급경사 구간이어서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내려가면 무릎에 부담이 많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발을 접지를 뿐만 아니라, 무릎 관절에도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내려갈 때는 더욱 더 허벅지에 힘을 주고 긴장하며 내려가야만 한다. 우리..
19. 원래의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열린다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원랜 천왕봉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치밭목 대피소에 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닥친 것이다. 계획이 변경되다 천왕봉 근처에 다다르자 건호가 부리나케 오더니, 심각한 투로 “올라오는 길에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치밭목 대피소는 난방을 해주지 않는대요. 그래서 거기서 자는 건 엄청 힘들거래요. 그럴 바에야 치밭목에서 묵지 말고 아예 털보농원까지 가서 쉬는 게 어때요?”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 말인 즉은, 이틀에 걸려서 끝날 여행을 하루 만에 마무리하자는 것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끝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우선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아이들이 ..
18. 천왕봉이 알려준 지혜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어제 본 천왕봉은 가을의 운치를 한껏 품은 곳이었다. 가을산에 오르는 이유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서서히 잎사귀를 떨어뜨리며 겨울을 준비하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인간이 갖지 못한 ‘버려야 할 때, 놓을 줄 아는 마음’을 그곳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오랜만에 본 천왕봉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사방이 확 트여 수묵화에서나 볼 법한 능선을 그대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리산에 한 번 와서 세 번 천왕봉에 오르다 그에 반해 오늘 새벽에 본 천왕봉은 쓸쓸하면서도 고지대 산악들이 지닌 풍미를 담은 곳이었다. 높다는 건 쓸쓸한 것이다. ..
17. 세 번째 천왕봉 등반기1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8시까지 퇴실하라고 했지만, 우린 새벽 산행을 마치고 8시가 약간 넘어서 도착했다. 그래도 1호실은 개방되는 곳이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 축하하는 의미로 나는 사이다를 민석이는 초코파이를 사서 약소한 파티를 했다. 5일차 일정을 시작하다 대피소에 도착해선 민석이가 함께 올라간 사람들을 위해 사이다를 사줬다. 무려 1.500원이나 하지만 아낌없이 함께 한 사람들에게 베푼 것이다. 그때 먹은 사이다는 지금껏 먹은 어떤 음료보다도 맛있었고 새벽 산행을 더 의미 깊게 만들어줬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먹기로 했다. 이제 세 번째 천왕봉 등산을 하려 한다. ‘..
16. 새벽 천왕봉 등반기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2층 다락방에서 자니, 시끄럽거나 부스럭거리지 않아 편하게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맘 놓고 푹 잘 수는 없었다. 새벽산행을 해야 하는데, ‘과연 눈이 얼마나 왔을지? 그럼에도 올라가도 되는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6시 50분 정도에 일출이 시작된다고 하기에, 우린 4시 30분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건호와 승빈이는 일어났는데, 민석이는 어제와는 달리 가기 싫다고 하더라. 모두 다 챙기고 밖에 나온 시각은 5시 10분이었다. 눈은 그쳤지만, 꽤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건호는 아이젠이 없었고 승빈이는 장갑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물품을 챙겨올 수 있도록 들여보냈다. 몇 분 후에 건호가 나오..
15. 첫 천왕봉 등반과 생각지 못한 저녁만찬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에 오르는 길 중에, 추억 속에 있던 평탄한 길은 온데간데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길만 있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랐던 길은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난이도 높은 등산로가 천왕봉을 더욱 각별한 의미로 느껴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민이는 바위를 타고 오를 자신이 없어 오르지 못했고, 주원이는 무릎 통증 때문에 오르지 못했다. ▲ 쉬고 싶을 텐데도 열심히 올라가는 아이들. 종주 중 처음으로 천왕봉에 오르다 천왕봉은 정상만 삐죽 솟아 있는 느낌이다. 바위를 타고 오르다 보면 넓이가 얼마 되지 않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 ‘지리산 천왕봉 19..
14. 제석봉의 횡사목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조금 쉰 후에, 배낭은 대피소에 두고 맨몸으로 천왕봉에 올랐다. 1.7㎞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배낭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몸은 가벼웠지만,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보통이 아니었다. 연하천에서 벽소령으로 갈 때 바위에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고 소리를 쳤었는데,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북한산 백운대에 오르는 것처럼 경사도 심했고 밧줄과 안전봉이 없으면 오르기 힘들 정도였다. 2000년도에 대학교 동아리에서 당일치기로 천왕봉에 올랐는데, 그 땐 대피소까지 올라가는 길만 힘들었을 뿐, 천왕봉까지 가는 길은 평범했다는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편하게 갈 줄만 알았는데, 현실은 기억이 얼..
13. 지리산 종주 중 가장 여유롭던 하루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초기에 계획을 짤 땐, 세석에서 이틀 밤을 보내는 거였다. 원래대로 했다면, 오늘은 청학동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일정을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산불예방 때문에 세석대피소가 예약을 받지 않아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그래서 세석 바로 옆에 있는 장터목 대피소에 예약하게 된 것이다. ▲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다시 상의하는 아이들. 삼신봉에 갔다 올까? 천왕봉에 미리 오를까? 세석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는 3.4㎞ 밖에 되지 않으며 2시간 정도의 시간이면 갈 수 있다. 그건 곧 오전 중에 오늘 여행이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날은 날씨가 변수였다. 지리산에 오기 전부터..
12. 궁하면 통하게 되는 이유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지리산 프로젝트가 6박 7일의 일정으로 시작되었으니,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시작=반’이라는 공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그건 곧 반은 시작이라는 말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게 재해석할 수 있다면 반절 정도가 지나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자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지금부턴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 여행을 정리하며 나머지 일정을 진행할 것이다. 궁즉통의 참 뜻 지금도 전날 밤에 걱정이 앞서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때와 노고단에 오르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때를 잊지 못한다. 닥치지 않은 미래는 늘 두려운 법인데, 그 땐 겁에 잔뜩 질려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11.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저력과 대담함 ▲ 셋째 날 경로: 연하천 대피소 ~ 세석 대피소 세석에 도착하기 전에 어떤 봉우리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을 봤다. 이렇게 자세하게 그러면서도 자세히 본 적은 처음이다. 서서히 해가 산 사이로 사라진다. 산 주변엔 노을이 짙게 어리기 시작하여 무척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장엄한 광경을 우린 넋을 놓고 바라보며 산에 오르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 선명하게 보이던 해넘이의 광경. 장엄함의 극치다. 현세의 포기하지 않는 저력 현세는 그제 노고단에 오를 땐 아예 땅바닥에 누울 정도로 힘겨워했고, 어제 연하천에 도착할 땐 그나마 뒤처지진 않았지만 많이 힘들어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함께 갔던 건호는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도착했다.”고 말할 정도였..
10. 사람의 역량은 위기상황에서 드러난다 ▲ 셋째 날 경로: 연하천 대피소 ~ 세석 대피소 7명이서 몰려다니다 보니, 시간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의 체력이 현격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오전팀과 오후팀이 나뉘어져 코펠과 연료, 그리고 버너를 번갈아 들고서 이동한다. 6명이 모두 출발하는 것을 보고 나도 걸어가기 시작했다. ▲ 밥을 먹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산이 우리를 키운다 몇 분이나 걸어왔을까? 갑자기 건호가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두리번거린다. 그러고 나서 “코펠 챙겨온 사람?”이라고 묻는다. 그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우리 뒤에 오시던 분들이 “벽소령 앞 의자에 검은색 코펠이 놓여 있던 데요.”라는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신다. 그 순간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9. 자극적인 맛과 자극적인 인간 ▲ 셋째 날 경로: 연하천 대피소 ~ 세석 대피소 벽소령 대피소에선 물을 구할 수 없다고 해서 물을 떠왔는데,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쉽게 물을 구할 수 있었다. ▲ 벽소령 대피소에 잘 도착했다. 기암괴석을 지나서 오는 경험은 진귀한 경험이었다. 한 번의 자극은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매번의 자극은 삶을 죽인다 잘못된 정보 때문에 배낭이 조금 더 무거웠지만, 그래도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그걸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점심은 ‘소고기 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3일 동안 카레, 비빔밥, 육개장 등 주구장창 MSG가 든 음식만 먹다 보니, 배는 부르지만 더부룩하고 뭔가 불쾌감 같은 게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영화팀 모두 윗입술이 갈라질 정도로 텄다. 사람의 ..
8. 기암괴석을 헤치고 벽소령 대피소로 가는 길 ▲ 셋째 날 경로: 연하천 대피소 ~ 세석 대피소 셋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연하천에서 출발하여 벽소령에서 점심을 먹고 세석까지 가는 일정이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3.6㎞이고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6.3㎞이니, 총 9.9㎞를 가면 된다. 일반적으로 5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연하천 대피소가 특이한 부분 연하천 대피소는 노고단 대피소에 비하면 건물 크기도 작고 자는 공간도 좁은 편이다. 하지만 남녀 숙소가 분리되어 있는 점은 맘에 든다. 연하천 대피소만 특별하게 모포가 아닌 침낭을 대여해 준다. 그리고 바닥의 한기를 막을 깔판은 2.000원을 내고 주문해야 한다. 그러니 겨울에 침낭을 챙기지 않고 지리산 종주를 하려면, 각 대피소 당 4.000원(모포..
7. 나의 편함 뒤엔 누군가의 불편함이 있다 ▲ 둘째 날 경로: 노고단 대피소 ~ 연하천 대피소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남쪽 능선을 따라갈 땐 따스한 햇살이 몸을 녹여주기에 걸을 만 했지만, 북쪽 능선을 따라갈 땐 음지인데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무지 추웠다. 계속 가다보면, 양지와 음지를 번갈아 지나가게 된다. 드디어 삼도봉에 도착했다. 이 봉우리를 기점으로 삼도(전남, 전북, 경남)가 나눠진다. 경계는 인간이 나눈 인위적인 선이지만, 때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도 된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경계, 나라와 나라의 국경, 남과 북의 접경지 등이 모두 인위적인 구분이지만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계들이고 또한 그 의미를 부여하려 무진 애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
6. 우린 등산하며 공부한다 ▲ 둘째 날 경로: 노고단 대피소 ~ 연하천 대피소 노고단도 어찌 보면 누군가에겐 목적인 산일 수도 있지만 우린 종주가 목표기 때문에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잠시 둘러보고 바로 출발했던 것이다. 재밌게도 여기엔 ‘지리산 종주시점’이라는 안내문이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있더라. 이 말마따나 어제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오른 것은 워밍업이었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 지리산 종주시점, 우리의 종주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힘들 때, 하나가 된다 건호는 노고단 대피소에서 연하천 대피소로 가는 길에 밥을 해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것만 믿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길을 나섰는데,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물이 나오는 곳이 없다고 말해준다. ..
5. 지리산 입산시간 지정제와 비박금지 ▲ 둘째 날 경로: 노고단 대피소 ~ 연하천 대피소 자는 듯, 마는 듯 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잠자리도 낯설고 사람들이 따닥따닥 붙어 자야 하니 이래저래 신경이 쓰인 탓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바스락바스락 짐을 챙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난다. 새벽 4시부터 등산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짧은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하러 온 사람들은 새벽부터 부산히 움직이는 것이다. ‘새벽별을 벗 삼아 산을 타는 기분은 어떨까? 두려움이 몰려옴과 동시에 황홀한 느낌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 서서히 아침이 오고 있는 노고단 대피소의 풍경. 어젯밤의 그 맹추위도 떠오르는 햇살에 자취를 감췄다. 입산 시간 지정제와 비박금지 예전엔 등산 장비를 챙겨서 자신..
4. 열정으로 우린 노고단에 올랐다 ▲ 첫째 날 경로: 남부사무소 정류소 ~ 노고단 대피소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취사장으로 갔고 난 안내소에 가서 자리 배정을 받았다. 소등 시간은 9시고 새벽 4시부터 등산을 할 수 있으며 8시까지 퇴실해야 한단다. 9시에 소등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건 이곳은 숙박하기 위한 곳이 아닌, 등산하기 위해 잠시 몸을 누이는 곳이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묵다보면 절로 산 사람이 되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처음에 지리산 종주를 계획했을 땐 당연히 텐트를 가지고 비박을 할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해야 뭔가 제대로 종주를 하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인데, 그리 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 후기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노고단 대피소에 처음으로 오다 모포를 ..
3. 함께 걷기에 우린 노고단에 올 수 있었다 ▲ 첫째 날 경로: 남부사무소 정류소 ~ 노고단 대피소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2시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는 4㎞로 보통 사람들은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들은 능숙한 산악인이 아니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6시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본격적인 등반은 시작되었다. 짐이 한 가득이지만 한 걸음씩 걷는 아이들. 순조롭지 않은 등산의 시작 이번 산행을 시작하면서 계속 ‘6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물론 이미 대피소 예약은 했기 때문에 좀 늦는다고 전화를 하면 그 뿐이지만, 6시 이후엔 비예약자들에게 방이 배정되며 출입문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2. 지리산의 가을정취와 화엄사에서의 점심공양 ▲ 첫째 날 경로: 남부사무소 정류소 ~ 노고단 대피소 화엄사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올라간다.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어서 아이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 가을 속을 거닐 때, 사람은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현세와 지민이는 장갑을 준비하지 못했고, 건호는 목요일에 비가 온다던데 우의를 준비하지 못했다. 정류장 근처 상점에서 살까 했지만, 막상 그런 물품을 살만한 가게도 없었다. 이젠 대피소 밖에 믿을 곳이 없다. 화엄사로 가는 길은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가을의 싱그러움은 단풍을 통해 그 면면을 드러낸다. 단풍은 사람을 감성적이게 만든다. 이성적인 사고가 세상을 분절하여 인식하게 하며 사람을 예리하게 파헤쳐 요소요소를 분석하게..
1. 불안을 품은 동지들이여 ▲ 첫째 날 경로: 남부사무소 정류소 ~ 노고단 대피소 아침 6시 30분에 남부터미널에서 구례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지난 10월에 부산영화제를 갈 때 7시 30분 버스를 타려했는데, 늦은 학생들 때문에 차를 놓친 경험이 있었다. 개인의 작은 실수가 단체에겐 엄청난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때에 비하면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 출발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야 하지만, 늦을 거라는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다. ▲ 새벽 길을 나서서 간다. 첫 전철을 타기 위해. 종주를 위해. 불안을 맘속에 간직한 동지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배낭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아침밥을 먹고 길을 나섰다. 해가 뜨기 전의 새벽 거리의 운치는 이루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