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재/배움과 삶 (269)
건빵이랑 놀자
‘조선후기 한시 쇄신의 방향과 주자학: 진시(眞詩)’ 후기 목차 1. 형술쌤이 초대한 한시의 세계에서 한바탕 춤을 추다 한문과 마주 보고, 한문과 한바탕 어우러지다 형술쌤 한시의 세계로 들입다 초대하다 2. 건빵이 한시특강을 듣는 이유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건빵은 한시특강을 듣네 한시특강을 들으러 온 사람들 전공자가 들으니 더욱 유익한 한시 특강 3. 훅하고 들어가 좌중을 압도한 16세기 한시 이야기 나도 모르는 새에 한시의 세계로 빠져들다 당나라 시풍이 우세를 떨치며 개성이 사라진 한시들 4. 복고파가 문단을 휩쓸다 복고파의 의의와 한계 복고파의 억눌림을 뚫고 분출한 생기발랄한 목소리 5. 천기를 문학에 담으려던 사람들 공안파를 비판한 김창협 공안파의 천기와 백악시단 천기는 다르다 6. 천기가 가득 ..
6. 천기가 가득 담긴 한시를 맛보다 한 시간 정도 만에 16세기 조선 문단의 시풍(詩風) 변화를 훑어봤다. 이게 바로 우리가 전문가에게 강의를 들어야 할 이유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런 주제의 내용을 알기 위해선 여러 자료를 뒤적이며 몇 달을 끙끙 앓을 정도로 공부해야지만 겨우 윤곽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두 시간 정도의 강의만으로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16세기 시단에선 당풍이 유행하며 천부적인 자질을 지녀야만 시를 지을 수 있다는 논리가 전개되었고 이런 논의에 반감을 지닌 사람들은 ‘문장은 전한 시대의 것을 따르고, 시는 성당 시대의 것을 따른다[文必秦漢, 詩必盛唐]’이란 구호를 외치며 성당(盛唐)의 시만을 읽고 본받으려 노력하면 충분히 좋은 시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5. 천기를 문학에 담으려던 사람들 조선에 이렇게 생기발랄하게 시를 쓰고 문장을 쓰자는 논의가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공안파(公安派)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안파의 대표주자인 원굉도와 이지 같은 인물은 억눌려 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래서 원굉도는 아예 “본성에 맡기고 발하면 오히려 사람의 희노애락과 기호정욕에 통할 수 있으니, 이것이 기쁠 만하다[任性而發, 尚能通於人之喜怒哀樂, 嗜好情欲, 是可喜也].”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으며, 이지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곧 진짜 마음이다[夫童心者, 眞心也].”라는 말까지 했다. 유학에선 억눌러야 했던 기(氣), 리(理)에 방해만 된다고 보았던 기(氣)를 그들은 한없이 긍정하며 ‘심즉리(心卽理)【성리학의 ‘성즉리(性卽理)’와 완전히 반대되는 얘기..
4. 복고파가 문단을 휩쓸다 당나라 시를 무작정 모방하는 풍조에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이 복고파다. 복고파는 제대로 시를 지으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청껏 외쳤던 사람들이다. 복고파의 의의와 한계 이들은 두 가지 부분에서 그전 시대와 다른 점이 있다. 이들은 “문장은 전한 시대의 것을 따르고, 시는 성당 시대의 것을 따른다[文必秦漢, 詩必盛唐]”라는 구호를 만들어 외쳤다. 이 말을 통해 전 시대와는 두 가지 부분에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첫째는 시든 문장이든 천부적인 재능에 따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에 따라 잘 쓰고 못 쓰고가 나누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니 좋은 시를 짓고 싶거든 명편들을 열심히 읽고 따라 써보며 노력한다면 그만한 시를 쓸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는 모범이 될..
3. 훅하고 들어가 좌중을 압도한 16세기 한시 이야기 나에게 만약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시 특강을 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한시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한 후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길 풀어가겠다’고 말할 것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로 초대하는 것이니 만큼, 알지 못하는 세계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 이번 강의는 전주대에서 전주시민 대상으로 마련하여 진행되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한시의 세계로 빠져들다 그런데 형술쌤은 훅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16세기부터 중국에서 유행한 복고파 시와 전후칠자(前後七子)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런 부분에서 도입부는 16년 1월에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됐..
2. 건빵이 한시특강을 듣는 이유 최근에 ‘킹덤’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거기서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측에서는 어느 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뭘 하든, 뭘 얼마만큼 죽이든 가만히 내버려 두더라’라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었다. ▲ 외국자본을 투자 받아 한국형 좀비 드라마를 만들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건빵은 한시특강을 듣네 거기엔 ‘우리가 이미 당신의 실력을 알고 모신 만큼 맘껏 기량을 펼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처럼 자신의 기량이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할 수 있는 용기’,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나온다.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은 아예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실패를 많이 해보라. 그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말할 정도이니, 무작정 해보는 도전정신이 있다면 우린 크게..
1. 형술쌤이 초대한 한시의 세계에서 한바탕 춤을 추다 긴 시간 돌고 돌아 다시 한문 임용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단재학교에서 교사로서의 경험과 무수한 얘기들을 썼던 글쓰기가 한문공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교사 경험이나 글쓰기 경험은 학문을 하는 진정성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사태를 제대로 보려는 진지한 마음이 있는 것이고, 그걸 그 누구의 말이 아닌 나의 말과 나만의 이해방식으로 흡수하는 것이니 말이다. ▲ 웰 컴 투 더 월드 오브 한시 ~ 그 매력에 빠져보실까요^^ 한문과 마주 보고, 한문과 한바탕 어우러지다 예전엔 무언가를 고민하기도 전에, 뭘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모든 게 나에게 닥쳐 있었다...
조선후기 한시 쇄신의 방향과 주자학: 진시(眞詩) 목차 김형술(전주대 한문교육과) 1. 16C~17C 동아시아 문예론의 전개 ① 명나라 전후칠자(前後七子)의 복고론 ② 명대 복고파 이론의 영향력 1) 17세기 조선의 정두경(鄭斗卿, 1597-1673) 2) 18세기 에도 문단의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1666-1728) 3) 명말청초 공안파(公安派)의 명대 복고파 비판 4) 조선후기 백악시단(白嶽詩壇)의 명대 복고파 비판 2. 백악시단이 주창한 조선후기 한시 쇄신의 방향 3. 진시(眞詩) 창작의 핵심 이론: 천기론(天機論) 4. 시(詩)의 실상 ① 산수에의 밀착과 형신(形神)을 통한 진면목의 묘파(描破) ② 민생의 핍진한 사생 ③ 물아교감(物我交感)의 이지적(理智的) 일상 ④ 情의 울림 上 / 下 인용 ..
9. 시(詩)의 실상: 情의 울림② ⑥ 김시보(金時保) 『모주집(茅洲集)』 권8 「우중만장여행(雨中挽長女行)」 不有田家雨 行人得久淹 농가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들 갈 사람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겠나. 喜逢子孫醉 睡過卯時甘 딸아이 만나서 기뻐 취하고 묘시가 넘도록 달게 잤더니 川漾萍樓埭 風廻花撲簾 냇물 불어 개구리밥 보에까지 붙고 바람 불어 꽃잎은 주렴을 치는구나. 吾詩殊未就 莫謾整歸驂 내 시가 아직 안 되었다 자꾸만 타고 갈 말 챙기지 말렴. ⑦ 이하곤(李夏坤) 『두타초(頭陀草)』 책8 「사가(思家)」 風急天將黑 山寒路自斜 바람 거세고 날도 어둑해지려는데 산은 춥고 길은 자꾸만 오르막이라. 來時愁雪片 歸日對梅花 올 적엔 눈송이를 걱정했는데 돌아가면 매화를 마주하겠네. 臘盡還爲客 年衰漸戀家 섣달이 다 되도록..
8. 시(詩)의 실상: 情의 울림① ① 홍세태(洪世泰) 『유하집(柳下集)』 권2 「술애(述哀)」 1 自我罹窮阨 生趣若枯木 나는 궁액(窮阨)에 빠진 뒤로 생의 흥취는 말라 죽은 나무 같았지만 賴爾得開口 聊以慰心曲 그래도 네가 있어 입을 열었고 늘 서글픈 마음을 위로 받았다. 嗟汝今已矣 令我日幽獨 아! 네가 떠나간 지금 나의 하루하루는 더욱 고독해져 入室如有聞 出門如有矚 집에 들면 어디선가 네 목소리 들리는 듯 문 나서면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 너를 찾게 된다. 觸物每抽思,如繭絲在腹 무엇을 마주해도 늘 뽑혀 나오는 네 생각 마치 뱃속 가득 채워진 고치실 같은데 哀彼一抔士 魂骨寄山足 서글퍼라! 저 한 줌의 흙으로 네 넋과 뼈를 산발치에 묻었구나. 平生不我遠 今夜與誰宿 평생에 나를 멀리 떠난 적 없었는데 오늘 ..
7. 시(詩)의 실상: 물아교감(物我交感)의 이지적(理智的) 일상 ①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권4 「십구일(十九日)」 荏苒芳華事 猶殘小圃春 고운 꽃 핀 봄날 풍경 사라지는데 작은 밭에 봄이 아직 남아있구나. 愁中紅日駐 睡起綠陰新 시름할 땐 붉은 태양 꼼짝 안더니 자고 나니 녹음이 싱그럽구나. 樊竹通雞逕 蔬花化蝶身 대밭엔 닭이 다녀 길이 생겼고 배추꽃엔 나비가 알을 붙였네. 靜看機出入 忘却我爲人 고요 속에 천기(天機)의 출입을 보다가 내 자신이 사람인 줄도 잊게 되었네. ② 김시보(金時保) 『모주집(茅洲集) 』 권7 「월야금운(月夜琴韻)」 夜冷霜生竹 樓虗月上琴 밤이 차서 서리가 대나무에 엉기고 누대는 비어 달만 거문고 위로 떠오르는데 泠然廣灘水 流入大餘音 차가운 광탄의 물 대여음(大餘音)으로 ..
6. 시(詩)의 실상: 민생의 핍진한 사생 ①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권8의 「작천무량(鵲川無梁)」 我過淸州境 觀風一喟然 내가 청주의 경계를 지나며 풍속을 살펴보니 탄식만 나오네. 誰爲懶明府 民病涉寒川 누가 관가의 부름에 늑장피우랴? 백성은 병든 채로 찬 냇물을 건너네. 斫脛傷仁酷 乘輿用惠偏 정강이 깨졌으니 인을 해침이 가혹하고 수레를 타는 일도 그 혜택이 치우쳤구나. 行人能殿最 可畏豈非天 행인들도 행적을 평가할 줄 아니 어찌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② 권섭(權燮) 『옥소고(玉所稿)』 「시(詩) 1」의 「동면민가(東面民歌)」 (前略) (전략) 松脂杻骨杻皮令 송진 싸릿대 싸리껍질 채취 명령 白蠟五味山葡賦 밀랍 오미자 산포도 채취 부역 生鮮日次白土掘 하루걸러 생선 잡고 백토도 파야하는데 種種難酬..
5. 시(詩)의 실상: 산수에의 밀착과 형신(形神)을 통한 진면목의 묘파(描破) ① 김창흡(金昌翕)의 「구룡연(九龍淵)」을 통해 본 특징 다음은 김창흡(金昌翕) 『삼연집(三淵集)』 권2의 「구룡연(九龍淵)」이란 연작시 몇 편을 보자. 2 二淵懸瓢似 瀑流喧吐呑 둘째 못은 달아 맨 바가지던가 멍멍하게 폭포 물을 삼켰다 뱉네. 誰知呀然小 逈洞搏桑根 누가 알랴? 우묵하게 고인 작은 물이 멀리 통해 부상의 뿌리에까지 맺힐 줄. 5 五淵急回軋 南岸側成釜 다섯째 못 급히 돌며 콸콸 대는데 남쪽 언덕 비스듬하여 솥이 되었네. 馳波迭後先 赴隘徘徊舞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달리다가 좁은 곳에선 빙빙 돌며 춤추는 듯. 6 六淵美如璧 清涵石紋粹 여섯째 못 아름답기 구슬 같은데 맑게 씻긴 바위 무늬 티도 없구나. 竦髮注眸深 高雲正..
4. 진시 창작의 핵심 이론: 천기론(天機論) 의고파의 가짜 복고를 벗어나 고인의 정신을 자득하고, 관습화되고 형해화된 정과 경을 진실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인은 부단한 학문과 수양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민멸(泯滅)된 시도(詩道)를 진작해야 한다. 1)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편의 “기욕(嗜慾)이 깊은 사람은 천기가 얕다[其嗜慾深者, 天機淺也].”라는 말이 있다. 2) 『주자어류(朱子語類)』 권62 「중용(中庸) 1」에서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솔개는 솔개의 성(性)이 있고 물고기는 물고기의 성(性)이 있어 그 날고 뜀에 천기(天機)가 절로 완전하니 곧 천리(天理)의 유행이 발현되는 오묘한 곳입니다. 그래서 자사께서 우선 이 한두 가지로 도(道)가 없는 곳이 없음을 밝히신 ..
3. 백악시단이 주창한 조선후기 한시 쇄신의 방향 김창협(金昌協)은 『농암집(農巖集)』 권34 「잡지 외편(雜識 外篇)」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서는 우리 조선의 시가 선조(宣祖) 때보다 성한 때가 없었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시도(詩道)가 쇠한 것이 실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선조 이전에는 시를 짓는 이들이 대체로 다 송(宋) 나라의 시를 배웠기 때문에 격조가 대부분 전아하지 못하였으며 음률도 간혹 조화롭지 못하였지만 요컨대 또한 질박하고 진실하며 중후하고 노련하면서도 힘이 있었기에 겉치장을 하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서 각자 일가(一家)의 언(言)을 이루었다. 世稱‘本朝詩, 莫盛於穆廟之世.’ 余謂詩道之衰, 實自此始. 蓋穆廟以前, 爲詩者, 大抵皆學宋, 故格調多不雅馴, 音律或未諧適. 而要亦..
2. 16C~17C 동아시아 문예론의 전개② 3) 명말청초 공안파(公安派)의 명대 복고파 비판 원굉도(袁宏道)는 『해탈집(解脫集)』 권4 「척독(尺牘)」의 「구장유(丘長孺)」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저 물(物)은 참되면 귀합니다. 참되면 내 얼굴이 그대의 얼굴과 같을 수 없으니 하물며 고인의 모습이겠습니까? 당(唐)에는 당의 시가 있으니 반드시 『문선(文選)』의 체(體)일 필요는 없습니다. 초당(初唐)ㆍ성당(盛唐)ㆍ중당(中唐)ㆍ만당(晩唐)에는 각자의 시가 있으니 반드시 초당, 성당일 필요가 없습니다. …(중략)… 大抵物眞則貴, 貴則我面不能同君面, 而況古人之面貌乎? 唐自有詩也, 不必選體也; 初ㆍ盛ㆍ中ㆍ晚自有詩也, 不必初盛也; 李ㆍ杜ㆍ王ㆍ岑ㆍ錢ㆍ劉, 下迨元ㆍ白ㆍ盧ㆍ鄭, 各自有詩也. 不必李ㆍ杜也. (中略)..
1. 16C~17C 동아시아 문예론의 전개① ① 명나라 전후칠자(前後七子)【전칠자(前七子): 이몽양(李夢陽), 하경명(何景明), 서정경(徐積卿), 변공(貢), 강해(康海), 왕구사(王九思), 왕정상(王廷相) / 후칠자(後七子): 이반룡(李擊龍), 왕세정(王世貞), 사진(謝秦), 종신(宗臣), 양유예(梁有譽), 서중행(徐中行), 오국륜(吳國倫)】의 복고론 이몽양(李夢陽, 1472-1529)은 홀로 전대의 위약(萎弱)함을 비판하고, “문장은 반드시 진한(秦漢)시대의 것이어야 하고, 시는 반드시 성당(盛唐)의 것이어야 한다.”고 부르짖으며 이것이 아닌 것은 말하지 않았다[夢陽獨護其萎, 倡言文必奏漢, 詩必盛唐, 非是者弗道. -『명사(明史)』 권286 「이몽양전(李夢陽傳)」]. 이반룡(李攀龍, 1514-1570)..
DSLR이면 나도 영화감독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초점·손떨림 등 조심하면 2시간 장편도 거뜬영화감상에서 나아가 영화 찍기가 취미생활로 등극할 법한 세상이다. 비싼 장비 들고 폼 잡지 않아도, 스마트폰이나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로 찍으면 그게 영화다. 통화하고 사진 찍고 트위터하는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100만~200만원대 디에스엘아르 카메라는 방송용 카메라(ENG) 못지않은 고화질 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아이폰으로 중단편 영화를 찍은 패션디자이너 빅터 리씨는 “아이폰 기능만으로도 해상도 500만 화소급의 120분짜리 장편영화 촬영이 문제없다”고 했다.흔히 ‘오디마크투’라고 부르는 디에스엘아르 ‘캐논 EOS 5D Mark II’는 ‘선수’들이 이미 장비로 사용중이다. 최근 에스비에스에서 화..
실패와 상상력 목차 2008년 6월 8일 조앤 K 롤링 하버드 대학교 졸업축사 1. 졸업 이후 21년을 살며 깨달은 두 가지 무거운 책임을 지닌 연설에 반비례하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연설 졸업한 이후의 두 가지 깨달음 2. 실패할 수 없는 삶이 두렵다 부모의 기대와 달리 스스로 인생의 운전대를 쥐다 자기만의 실패를 규정하라 3. 실패라는 선물 맘 같지 않게 완전히 실패하다 실패함으로 찾은 마음의 안정 4. 해리포터에 녹여낸 상상력의 기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끔찍한 현실의 한복판에 서서 5.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과 공감능력을 없앤 사람 상상력은 타인의 처지에 자신을 놓아 이해하는 능력 공감을 거부한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상 6. 우리 안엔 삶을 바꿀 힘이 깃들어 있다 남다른 위치에 서게 될 이..
6. 우리 안엔 삶을 바꿀 힘이 깃들어 있다 열여덟 살 때, 그때는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었던 그 무엇을 찾기 위해서 제가 발을 들여놓은 고전 문학부 건물 복도 끝에서 제가 얻은 수많은 깨달음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의 저자인 플루타르크(Plutarch)의 바로 이 구절입니다. “우리가 내면에서 성취하는 것이 우리 외면의 현실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정말 놀라운 구절입니다만, 이 말의 진리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매일 수없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우리와 바깥세상이 연결되어 있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우리는 그저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남다른 위치에 서게 될 이들이여 좋은 선택하시라 그러면 오늘 하버드를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
5.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과 공감능력을 없앤 사람 20대 초반에 그 일을 하면서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정부가 나라를 통치하고 국민 누구나 법적 대리인을 선정하고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말입니다. 매일매일 저는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극악무도한 폭력을 가하는지 그 증거를 보았습니다. 제가 보고 듣고 읽은 이런 끔직한 내용들 때문에 저는 말 그대로 악몽까지 꾸기 시작했습니다. 상상력은 타인의 처지에 자신을 놓아 이해하는 능력 그러나 동시에 저는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일하는 동안, 인간의 선한 면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일하는..
4. 해리포터에 녹여낸 상상력의 기반 상상력의 중요성을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두 번째 이야기로 삼은 이유는 삶을 다시 추스르는데 상상력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여러분은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는 아닙니다. 부모님께서 잠들기 전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시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라는 주장은 제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옹호합니다만, 제가 경험한 상상력의 가치는 더욱 넓은 의미에서 상상력이 갖는 가치입니다. 상상력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능력으로 인간은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고 따라서 상상력은 모든 발명과 혁신의 원천입니다. 그러나 상상력의 가장 큰 위력은 우리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3. 실패라는 선물 졸업한 후 겨우 7년 만에 제 삶은 어느 모로 보아도 대단히 실패한 삶이었습니다. 결혼생활은 얼마 못 가서 파탄이 났고 저는 졸지에 직장도 없이 자식을 키우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맘 같지 않게 완전히 실패하다 그리고 노숙자를 제외하고는 현대 영국사회에서 더할 나위 없이 가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부모님께서 그렇게 걱정하셨던 것, 제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고, 통상적인 기준에 비추어볼 때 제 삶은 제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사람의 삶보다 실패한 삶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실패가 달가운 경험이라고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시 제 삶은 너무나도 암울했고, 해리포터 성공 후 언론에서 제 삶을 일컬어 동화 같은 인생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런 동화 같은 인생이 제게 찾아오리라고..
2. 실패할 수 없는 삶이 두렵다 제가 마흔둘이 된 지금, 지금 나이의 절반인 스물한 살 졸업식 당시를 되돌아보는 것이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21년 전 저는 제가 품고 있는 야망과 제 가족들이 저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부모의 기대와 달리 스스로 인생의 운전대를 쥐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오로지 소설을 쓰는 것뿐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신 제 부모님께서는 제가 갖고 있는 지나친 상상력은 흥미롭고 독특하기는 하나, 주택융자금을 갚고 노후 연금을 모으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여기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직업학교에 가기를 원하셨고, 저는 영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저는 현대..
1. 졸업 이후 21년을 살며 깨달은 두 가지 우선 하버드 대학 측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버드 대학 졸업식 연설이라는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몇 주 동안 연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체중이 줄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제게는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저는 호흡을 가다듬고 펄럭이는 붉은 깃발을 흘끔거리면서 제가 최고의 교육을 받은 해리 포터 마법사들 모임에 참석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무거운 책임을 지닌 연설에 반비례하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연설 졸업식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은 아주 책임이 무거운 일입니다. 적어도 제가 대학을 졸업하던 당시에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졸업하던 날 연설을 한 분은 ..
아리랑을 쓰게 된 작가의 말 (2000.4.19. 김제청소년 수련관 강연회 발췌) 1. 아리랑이라 제목을 지은 이유 『아리랑』을 짓게 된 계기 우리의 정감과 함께 한 이리랑 2. 1904년부터 우리의 땅을 마구 사들인 일본인들 우리의 쌀이 군량미로 1904년에 이미 실제적인 한일합방이 되었다 3. 욕의 본향이 전라도가 된 이유 전라도와 욕 판소리는 욕의 승화 우리의 욕이 일본에선 현실? 4. 일본인 거주민들보다 2배나 많았던 친일파 토지조사 사업은 빌미 일본 정착민보다 많은 친일파와 식민통치 연장 5. 민족 공통의 역사를 반쪽만 가르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다 전체를 보게 하려 의도된 소설 역사교사ㆍ교수 비판과 역사복원의 소명 6. 해방(解放)이 아닌 사변(事變) 소설 끝부분에 다룬 이야기의 전말 전군도로..
6. 해방(解放)이 아닌 사변(事變) 여기서 땅을 뺏기고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1차로 비어 있는 땅, 만주, 그때 비어있었으니까. 그쪽으로 찾아서 남부여대(男負女戴), 아새끼들 들쳐 업고 바가지 올리고 머리에 이고 짐 지고 그리고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갔습니다. 그 다음 2차로 중국과 전쟁이 붙으면서 독립군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왜놈들이 강제로 경상도ㆍ전라도 두 군데 사람들을, 농민들을 몰아가지고 열차에 싣고 갔다 퍼다 두었습니다. 그래서 특별촌을 만들어서 250명 단위 500명의 특별촌을 만들어서 거기에서 농사짓게 하고 감시하고, 그들이 지은 농사는 100% 착취하고, 먹을 것 세끼만, 죽만 먹게 하고 나서는 저희 군량미로 관동군의 군량미로 썼습니다. 그들이 와 있다. 분명히 여기에. 그 전라도 사람들이..
5. 민족 공통의 역사를 반쪽만 가르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다 통일적으로, 또 한 가지 우리가 분단이 되었는데 분단된 이후, 해방 이후의 역사만을 서로 대립된 상황 속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 못 갖게 하고 쪼금 관심 가지면 빨갱이로 몰아서 죽이고, 이런 식의 역사를 산 게 아니고, 현재의 입장 속에서 식민지 역사까지도 그런 식으로 반토막을 냈습니다. 그러니까 식민지에서 우리 민족이 투쟁한 것은 민족주의자만 투쟁한 게 아니고 사회주의자들도 함께 투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들의 투쟁을 교과서에서 완전히 지워서 없애버렸어요. 그러다가 보니까 우리 민족주의 투쟁이라고 하는 것은 청산리 전투, 김좌진 장군의 그것만을 끝나버리고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되어 버렸어요. 이..
4. 일본인 거주민들보다 2배나 많았던 친일파 놀랍게도 왜놈들이 들어와 가지고 1910년에 합방을 하고 1912년부터 시작해서 8년에 걸쳐서 토지조사 사업을 합니다. 그때 당시에는 우리나라는 측량기술이 없었으니까. 이렇게 해서 우리 할아버지가 지어 먹던 땅, 어느 나무에서 어느 나무까지가 우리 누구 것, 이 정도였죠. 그래 일본놈들이 들어와 가지고서 정확하게 측량을 한다고 해서 ‘임자를 정확히 찾아주겠다’ 이런 명분을 내걸고 토지조사 사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일본놈들이 홍보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신고하는, 신청하는 방법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실시를 해나갔어요. 토지조사 사업은 빌미 그러다 보니까 결과가 동양척식주식회사라는 걸 만들어서 농토를 관리하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땅..
3. 욕의 본향이 전라도가 된 이유 그때 당시에 농민이 90% 그러니까 조선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시대가 되기 전까지, 조선이 멸망되는 그 순간까지 끝없이 이 땅은 착취의 땅이죠. 지주가 1차 착취하고, 2차로는 국가가 착취하고 그 이중의 착취 속에서 500년을 시달려 왔고, 500년만 시달려 왔겠습니까? 그 전 고려시대, 백제시대 이렇게 올라가면 3,000년을 시달려온 착취의 땅이 됩니다. 전라도와 욕 그래서 조선시대에 뭐라고 하고 나왔냐 하면 ‘욕의 본향이 욕의 본 고향이 전라도다’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왜? 전라도 사람이 욕을 그렇게 잘하냐? 친한 친구도 “야, 시벌놈아”지 아들보고 “오살육시(五殺戮屍)하네. 지리산 호랭이가 콱 물어갈놈 저놈”. 자기 아들 보고 그래요. 딴 도(道) 사람들은 이해를..
2. 1904년부터 우리의 땅을 마구 사들인 일본인들 1902년부터 일본놈들이 부산으로 상륙하고 그 부산으로 상륙한 놈들이 누구냐면 일본 군대의 우리말로 하면 소위나 중위 계급을 단 놈들이었습니다. 우리의 쌀이 군량미로 그들의 일개 부대가 전부 사복을 입고 들어와 가지고 조선 사람을 앞세워서 돈을 엄청나게 뿌려가면서 쌀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부산에서 진주를 통해서 바로 김제땅으로 들어와서 쌀을 모았어요. 그때 당시의 쌀 한가마니가 3원 50전 정도 했습니다. 그때 4원, 4원 50전을 주고 쌀을 샀어요. 그때 김제쌀을 전부 다 일본말로 도리를 모아 잡았어요. 그것을 군산앞 바다에서 배로 실었습니다. 뭐 하러 실었겠어요? 그게 바로 청일ㆍ러일전쟁, 청일전쟁에 이긴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했어요. 그래서..
1. 아리랑이라 제목을 지은 이유 『아리랑』을 쓰기 위해 김제를 처음 온 게 지금부터 11년쯤 됩니다. 그때 『태백산맥』을 써놓고 단 하루도 쉴 새 없이 바로 『아리랑』의 취재를 시작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리랑』을 쓸려고 계획했던 것이 1980년 그러니까 『태백산맥』을 쓸 생각을 하면서 함께 작정을 했고 그때 이미 아리랑이라는 제목을 정해놨었습니다. 『아리랑』을 짓게 된 계기 왜 그랬냐하면, ‘작가로서 이 땅에 태어났는데 나는 어떠한 작품을 가지고 내 작가 생애를 살아갈 것이며, 이 시대에 태어난 작가로써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땅이라고 하는 의미는 우리 민족처럼 근대사 100년을 사는데 파란만장하고 핍박과 설움과 억압 속에서 산 민족이 없다. 그렇다면은 이런 땅에서 소설..
남양주종합촬영소 방문기 목차 1. 3년 만에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다 원 투 엇나감, 쓰리 혼미 JSA 촬영하기 2. 시네 에듀 튜어로 ‘공동경비구역JSA’를 찍다 후시녹음 폴리 체험 모든 작품은 그 작품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 때 탄생한다 인용 배움과 삶 후기 사진
2. 시네 에듀 튜어로 ‘공동경비구역JSA’를 찍다 그 다음으론 후시녹음後時錄音을 했다. 후시녹음이란 촬영된 장면을 보며 음성을 다시 녹음하는 작업이다. ▲ 동시녹음이 가능해지면서 후시녹음은 없어진 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있더라. 그럼에도 자기 연기에 입을 맞추는 건 대단하다. 후시녹음 동시녹음同時錄音이 불가능하던 시절에 많이 하던 작업인데, 지금처럼 동시녹음이 가능한 시대엔 사라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후시녹음은 여전히 있더라. 강사님은 『카트』의 후시녹음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현장 녹음 상태가 안 좋거나 감정이 잘 살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후시녹음을 한다고 얘기해줬다. 후시녹음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처럼 과장된 억양으로 뭔가 어색하게 녹음된 이미지이다. 그렇기 때문..
1. 3년 만에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다 광진청소년 센터와 단재학교 영화팀이 협업을 하고 있다. ‘중독 관련 영상을 찍자’는 목표로 2학기동안 매주 금요일에 만나며 함께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의 미팅이 있었고, 이번에는 자체 프로그램에 따라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 가게 되었다. ▲ 3년 만에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편안하게 왔다. 원 투 엇나감, 쓰리 혼미 ‘남양주 종합 촬영소’는 이미 2012년도에 다녀왔던 곳이다. 그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촬영소에 점심쯤 도착하여 세트장을 둘러보고 지원실에 내려가 음향 만들기 등의 체험을 했었다. 이번에는 그 때와는 달리 센터 쪽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줬기에 우리는 참여만 하면 된다. 더욱이 기관에서 제공된 차를 타고 편하게 가면 되니 단재학교 영화팀에겐..
이왕주를 만나다 목차 1. 교사 연수를 기대하며 KTX를 타며, 가짜 경험에 대해 깨닫다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남다 2. 대담: 실패의 의미와 본질 들여다 보기의 의미 현재를 살라 실패의 경험이 사람을 한 단계 비약 시킨다 테크네 τ.εχνη (techne)는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 3. 대담: 소통하기와 안회의 삶 소통을 한다는 것은 서로의 자리가 옮겨 간다는 것 Education(교육)이란 지니고 태어난 완벽한 것을 끄집어내는 것 선생이 하는 일은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 안회는 자신의 기쁨을 위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치열한 삶을 살았다 4. 교사 연수 후기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 달라질 2012년 교육과정, 그리고 나의 자리매김 인용 만남
4. 교사 연수 후기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오~♩’ 서로의 바람과 바람이 만나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졌다. 웃을 수 있기에 만남이 즐겁고, 그렇기에 더욱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만남은 ‘맛남’일 수밖에 없다. 삶을 맛깔나게 하는 만남은 우릴 살찌우기 때문이다.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 하지만 이 대화에서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교수님의 이야기에 공감했으며 교수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궁금한 것도 딱히 없어서였다. 과연 난 말이 없는 사람인가? 이 순간 떠오른 장면이 하나 있다. 언젠가 완산도서관 뒷길을 아랑 누나, 고은누나, 진규, 나 이렇게 넷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 때 난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내 모습에 대..
3. 대담: 소통하기와 안회의 삶 소통이란 서로의 자리가 옮겨 간다는 것 techne(본질을 들여다본다)는 당연히 소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과의 만남이야말로 ‘테크네의 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관념으로 상대를 틀지어서는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애초부터 나의 맘을 비우고 서로가 다른 생각이나 위치에 있음을 느끼며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접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왕주 선생님은 “상대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위치가 조금 옮겨집니다. 그건 어떤 식으로든 나의 변화를 수반하는 것이죠. 그 상태에서 나 또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던집니다. 그러면 상대방 또한 어떤 감각적인 위치가 옮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위치가 옮겨지고 옮겨지다 서로 가까운 거리..
2. 대담: 실패의 의미와 본질 들여다 보기의 의미 2012년 1월 10~11일까지 부산에서 판타스틱한 교사연수가 있었다. 밤늦도록 진행된 이왕주 선생님과의 대화는 이번 연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그 때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부산대 윤리교육과 이왕주 선생님의 연구실로 찾아간 시간은 5시다. 준규쌤, 승태쌤, 송쌤, 초이쌤, 제비꽃, 박동섭 교수님 그리고 건빵, 이렇게 7명이 찾아갔다.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채 몇 마디 오고가지 않았는데, 어느덧 우리 사이엔 친근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산대 부근의 횟집에서 이야기 한마당이 펼쳐졌고, 그것으로도 어찌나 아쉽던지 해운대(대학교 이름이 아닙니다^^;;)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
1. 교사 연수를 기대하며 연수가 기대됐던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저 KTX를 탄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기대가 되었다. KTX를 타면 어떤 기분일까? 10시 기차였기에 9시 30분에 모이기로 했다. 시간을 맞춰서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일행을 만나기까지 한참 헤매야 했다. 승태쌤과 송쌤을 만났다. 승태쌤은 어제 스마트폰으로 바꾸셨다며 스마트폰의 신세계에 빠져 연신 카카오톡만 하고 계시더라. KTX를 타며, 가짜 경험에 대해 깨닫다 10시 정도가 되어 기차에 올라탔다. 겉에서 본 KTX는 잘 빠진 라인이 예술이었고, 예전에 SM5를 보며 감탄했을 때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막상 올라타자 보이는 실내의 모습은 여느 기차 안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
목차 1. 기조강연 참여소감 김병만 강연 김훈 강연 최재천 강연 2. 3인 3색 토크 3. 질의응답과 후기 청중과의 질의응답 후기 인용 강연
3. 질의응답과 후기 청중과의 질의응답 Q(초2) 나무를 잘 탈 수 있는 방법은? 만 나무를 타서 도움이 될 건 없다. 나의 경우는 호기심이 많아서 『톰소여의 모험』의 모험 중 나무에 집을 짓는 장면을 보고나서 그 때부터 나무에 오르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무에 오르는 게 특별한 건 없고 몸에 힘이 있으면 저절로 오를 수 있게 된다. 아마 지금부터 힘을 기르면 자연히 나문에 오를 수 있게 될 거다. 최 나도 어려서 나무에 자주 올랐기에 나무를 잘 탄다. 나무 잎을 엮어서 집을 만드는 개미가 있는데 나무를 타다 보니 자연히 그런 개미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개미박사가 될 수 있었다. ▲ 이제부턴 관객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다. Q 전자책과 종이책 중 어떤 게 자연을 위하는 걸까요? 훈 문명의 기본..
2. 3인 3색 토크 사회자: 세 명이 친하나요? 김병만(이하 만): 감히 친할 수 없지만 존경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2년 전에 국립생태원에 찾아갔을 때 많은 것을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때 많이 혼났지만 그 인연으로 지금껏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 요조의 음성은 쟁반에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이슬처럼 맑고도 청아했다. 사회자: 오늘 동물 인형을 하나씩 가져 왔는데, 왜 그 동물을 선택한 건가요? 최재천(이하 최): 저는 침팬지 인형을 가져왔다. 처음엔 개미박사로 시작해서 언젠가 영장류를 연구하고 싶었는데 지금 긴팔원숭이를 연구하고 있기에 가지고 나왔다. 만: 나무늘보 인형을 가져왔다. 실제 여러 번 봤는데, 늘보를 볼 때마다 ‘제발 너는 사냥감이 되지 말아라’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가지고..
1. 기조강연 ▲ 이화여대 삼성홀로 가는 길. 중앙광장을 홀로 꾸몄다. 참여소감 이 콘서트에 편하게 왔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올 수 있었다. 생명의 다양성이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그의 말이 아이들을 만나는 내 입장에선 생각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어떤 얘기를 할지, 그리고 세 명의 강연자가 나오는 만큼 얼마나 충실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를 하며 이 자리에 왔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 사회자가 나와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본 공연이 시작되자 비트박스를 하는 뮤지션이 나와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 세상에 강연을 들으러 온 줄만 알았는데, 비트박스가 우릴 반긴다. 대단하다 목소리 하나로 분위기를 휘어잡다. 김병만 강연..
목차 1. 참가한 이유 최규석, 사회의 모순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필치 2. 내용 정리 웹툰 『송곳』에 대하여 하종강, 『송곳』은 기념비적 작품이지만 창의적이진 않다 김경옥, 최규석 작가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3. 질의응답 4. 후기 ‘배부른 돼지’가 되는 방법 ‘배부른 돼지’에 대한 장자의 가르침 장자와 같던 사람들을 만나다 인용 강의
4. 후기 2015년 5월 19일 화요일에 창비사에서 『송곳』을 3권으로 완결 지으며 북콘서트가 열렸다. 최규석 작가에 대해서는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고, 『대한민국 원주민』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남다른 세계관에 빠졌으며, 『송곳』을 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던 터라, 고민하고 자실 것도 없이 신청을 하게 되었다. ▲ 짧은 동화 속에 현실의 부조리를 녹여냈다. 이 책의 정점인 [갑옷도시]. ‘배부른 돼지’가 되는 방법 북콘서트가 시작하기 전에 잠깐 적어놨던 소감을 함께 보며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로 하자. 오늘은 『송곳』 작가 최규석씨와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초대글을 봤을 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찌 되었든 막상 홍대까지 오려고만 하면 귀차니즘이 발동하곤 한다..
3. 질의응답 Q 지금 3권까지 책으로 나온 상황인데, 4부 연재 계획은 어떻게 되며, 몇 권으로 끝낼 건가? 최 5권까지는 나올 것이며, 6월 안으로 시작할 것이다. ▲ 관객들과의 대화가 무르익으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가고 있다. Q 네이버에 연재한 이유가 있는가? 최 네이버와 다음에 제안을 했었고, 둘 중 한 곳에 연재하기로 결정해야할 입장에 서 있었다. 여러 가지 제안은 다음이 훨씬 많이 해오더라. 하지만 맘속에 갈등이 일었다. ‘다음으로 가면 너무 다음스럽다’는 얘길 들을 거 같아서였고 익숙한 곳보다 낯선 곳에 있을 때 눈에 더 띄지 않을까 싶어서 네이버를 택했다. 초반엔 순위가 너무 낮아서 후회를 많이 했다. 하지만 순위가 차츰 올라가며 후회도 사라졌다. 순위가 하나씩 바뀔 때마다 느..
2. 내용 정리 ▲ 세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자리엔 사람들이 하나 둘 차기 시작한다. 변영주, 하종강, 최규석, 김경옥 4인4색 토크 웹툰 『송곳』에 대하여 변영주(이하 변): 제목을 송곳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규석(이하 최): 운전하다가 불연 듯 생각나서 붙였다.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했다. 취재하며 실직 당한 노동자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분들의 이미지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게 바로 ‘날카롭고 빳빳하다’는 점이었고 ‘송곳’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변: 왜 카르푸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인가? 최: 만화로 그리기엔 중공업에 관련된 이야기가 더 그럴 듯해 보인다(청중 웃음). 용접기로 지지직 지지고 골리앗에도 올라가고 뭔가 더 액티브하다. 그런데 막상 취재를 ..
1. 참가한 이유 『송곳』 북콘서트에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사회자가 변영주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단재학교 영화팀 학생들과 ‘위안부’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관련 영화를 찾던 중 『낮은 목소리』라는 다큐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걸 계기로 변영주 감독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극장엔 『화차』가 개봉했을 때였고, 여러 번 함께 보며 ‘이 감독님 보통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부산영화제때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재치를 알게 되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때 느낀 것은 ‘자신의 길을 오롯이 걸어간 사람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거였다. 북콘서트장에 많이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자신의 책에 대해 강연을 하는 경우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무거워지거나,..
연수&강의 후기 목차배움을 따라 걷다 연수 2024년신규교사 연수(사진)교사 승진제도신규 직무강화 계획신규 직무강화(사진)교내 연수계획디지털 역량통합학급주역 상담소한글 필수 키트나무학교 2019년수박 먹고 대학 간다 2017년강상중 강의수학하는 신체 2016년트위스트 교육학트위스트 교육학(사진)아마추어 사회학아마추어 사회학(사진)아빠학교 특강아빠학교(사진)동화책 특강이오덕 삶과 교육사상 강의 ㄱ00수레 설명회교컴 겨울수련회과학사 이야기(박철민)국립생태원 북콘서트교사 신뢰 서클 ㄴ내일을 알 수 없는 역경의 시대(강상중)남양주종합촬영소 체험기나도 영화감독 ㄷ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우치다 타츠루)대안교육과 자식교육(박준규)독립출판 워크숍(김진곤) ㅁ민주와 교육(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ㅂ부모..
1. 강의 내용 강의를 듣기 전 수학적인 지식은 한 개도 없고 이번에 오면서도 책을 제대로 끝까지 읽고 온 게 아니기에 어떻게 강의 내용이 다가올지 안 다가올지 나도 잘 모르겠다. 과연 여기선 무엇을 알게 되며 어떤 것을 배워갈 수 있을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악은 훌륭한 연주가가 많아서 친숙한데 수학은 그런 연주가가 없어서 아쉽다.” 지금부터 우리 안의 연주가를 찾기 위한 오리엔테이션. 우리 안의 원초적으로 들어 있는 수학을 발견하는 오리엔테이션. 활동을 통해 수학이 신체화되는 과정. ㅡㅡㅡㅡㅡㅡㅡㅡ ‘늑대와 양의 강 건너기’1. 인간이 가진 자원이 부족하기에 이런 류의 문제가 만들어짐. 2. 9세기부터 계속 문제가 만들어져 나옴. 3.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시간 절약이 됨. 복잡다..
강상중쌤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한다. 언젠가 『고민하는 힘』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그다지 감흥을 받지 못한 기억만이 난다. 그러다 우연하게 페이스북에서 강상중쌤의 강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막상 현장에서 들어보면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아무래도 육성으로 듣는 거라면 충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의의 제목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지 않은가(물론 이번에 나온 책의 제목일 뿐이지만). 지난번에 썼던 ‘민들레 후기’에서 “일이 성취감을 주고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게 너무 과하면 ‘내가 일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인가?’ 헛갈리기도 한다.”라고 썼듯이, 일은 더 이상 ‘자아실현’이 아닌 ‘자기 파괴’에까지 이르게 된지도 오래됐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강상중쌤은 어떤..
1. 강의 내용 개풍관의 1층은 합기도장이고, 2층은 자택이다. 일주일에 6번 합기도 지도를 하며 3시부터는 소년부 아이들이 와서 수련을 한다. 합기도만 주구장창 배우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무술도 함께 배우며, 때론 여러 무예가를 초청하여 강습회를 열곤 한다. 그리고 화요일 저녁엔 정기적으로 서당을 열어 문하생들과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한다. 개풍관에선 화요일마다 심포지엄이 열린다 교수로 일하던 시절에 강의를 할 때면 여러 청강생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요청으로 2011년에 기초공사를 시작하여 1년 만에 개풍관이 완공됐고, 그 영향으로 자연스레 화요일 저녁엔 테라코야寺子屋(한국의 서당)를 열게 된 것이다. 테라코야의 기원은 에도시대부터인데, 개풍관도 그런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보면..
1. 배움이 기동하는 장소의 특징 고베여학원대학에 지금은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지만, 내가 30년 전에 처음 학교에 왔을 땐 건물이 오래 됐으니 부수고 새로 만들자, 여대이니 남녀공학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 개풍관에 찾아가 듣는 우치다쌤의 이야기. 그곳은 언제나 뜨겁다. 교육에선 미세한 감각들을 깨우는 게 중요하다 그땐 나의 연구실이 도서관 가장 자리 부근에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져서 좋았으며, 각 단과대학의 강의실에 들어가면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가 저절로 공명되었기에 강의하기에 좋았다. 강의실은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만들어져 작은 소리로 속삭여도 뒤에까지 잘 전달됐다. 이처럼 학교란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앞에서 ..
목차 1. ‘아마추어 사회학’으로 야매하자트위스트 교육학을 들으며 트위스트 추길 바라다트위스트를 추려다 트위스터에 휩쓸리다트위스터에 휩쓸린 그대, 실망마라훌훌 털어 버리고 야매가 되자 2. 웃으며 모름에 투신하는 야매 정신반란, 유쾌하고도 찬란한 이름이여유쾌하지 않으면 반란이 아니다 3. 야매와 설국열차야매가 웃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다시 꼰대가 된다유쾌한 야매가 되는 길로 함께 가자 4. 어머! 아마추어 사회학, 이건 꼭! 들어야만 해~빠르지 않게, 욕심내지 않게아마추어 사회학을 들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4개월 만에 다시 에듀니티로 향하는 발걸음 5. 발작 박동섭의 강의 스타일과 그 이유박동섭의 자기소개엔 특별한 게 있다?‘발작적으로 제목이 떠올랐다’의 의미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소통이 중시되..
16. ‘나와 같기를’ 바랄 때 생기는 일 이전 후기에서 살펴본 조종사의 생각은 ‘묵자墨子(BC 480~390)의 ‘겸애설兼愛說’을 뺨칠 정도로 동물까지도 두루두루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질 법도 하다. ▲ 과학의 눈으로 새가 나는 것을 보면 덜 힘들게 날 수 있는데도, 더 힘들게 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분명함이란, 과학이란 이름의 폭력 하지만 과학이란 잣대, 효율이란 잣대, 분명함이란 잣대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막상 그 잣대에 들어가야만 하는 존재에겐 폭력일 수밖에 없다. 우린 이미 4대강 공사로 그 폭력성을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던가. 4대강 공사는 보를 설치하여 저수량을 늘림으로 하천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게 그 목적이었다. 어찌 보면 조종사가 여태껏 잘 날라 다니고 있..
15. 사회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 이전 후기에서 사람들이 ‘사회의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해가 생기고 그걸 다시 해석하려다 보니 많은 왜곡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여, 학자들은 ‘사회의 언어’를 말과 뜻이 1:1로 완벽하게 대응되어 오해의 소지가 없는 ‘과학의 언어’로 바꾸려 한다는 말을 했었다. ▲ 위 그림은 토끼인가, 오리인가? 이런 두루뭉실함을 싫어하는 학자들은 '과학의 언어'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사람들이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것, 미지의 것, 미묘한 것, 어중간한 것을 싫어하고 확실한 것, 알고 있는 것, 분명한 것, 논지가 세워진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삶이란 게 불확실하고 미묘하며 어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매번 점..
14.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쓰고 읽게 하는 것 또한 소통과 관련이 되어 있고 모두 다 내 의사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과연 글은 왜 쓰는 걸까? ▲ 11월 19일에 있었던 광화문 집회에 가는 길. 나에게도 웅성거림이 있고, 사회에도 웅성거림이 있다. 그걸 담아내는 것뿐이다. 글이란 내 안의 들끓음을 묘사하는 것 글이란 단순히 내 생각을 100% 전달하기 위해 쓰는 거라 할 순 없다. 책이든 글이든 반완성품이어서 글을 쓰는 사람만이 한 가지 해석만 하도록 강요할 수 없고, 그걸 읽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황과 이해도에 맞춰 재해석하게 된다. 그러니 100% 전달하려는 자만심은 버리고, 강의 내용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와 나의 언어로 탈바꿈하며 재해석되었는지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13. 글과 소통 I'm back, 드디어 돌아왔다. ‘아마추어 사회학’ 후기를 마무리 지어야 함에도 한참이나 헤매다가 이제야 돌아왔다. ‘아마추어 사회학’ 강의는 10월 18일에 있었으니 거의 한 달 만에 다시 쓰게 되는 것이고, 마지막 후기는 10월 29일에 썼으니 20일 만에 그 흐름을 이어보려는 것이다. ▲ 6편의 후기를 써나가다가 갑자기 멈췄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후기를 쓰지 못한 이유 갑자기 ‘아마추어 사회학’ 후기를 멈추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떨어지게 되면서 그 여파로 도저히 글이 써지질 않았다. 아무래도 올핸 예년보다 더 많은 글을 썼고 그것으로 나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인지도가 있지는 않으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가능성..
12. 진리眞理와 무리無理, 그리고 일리一理 조삼모사식 커뮤니케이션을 알게 됐다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란 말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진리를 말하는 사람과 무리를 말하는 사람의 특징 성경은 ‘진리의 말이다’라는 생각으로 전개되는 책이다. 그러니 사람이 생기기 이전에,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이전에 진리의 말이 있고, 그게 세상을 창조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시피 ‘발신자’와 ‘말’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수신자’와 ‘의미심장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예수는 여러 설교에서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막 4:9, 눅 8:8 등등)”는 말을 할 수 있었던..
11. 조삼모사식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 할 책은 『장자』다. 장자라는 철학자에 대해 우리는 흔히 ‘자연주의 철학자’, ‘무정부주의 철학자’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상 그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그려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해 깊이 고민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엔 모든 사람들이 내용은 알지만 제대로 뜻은 알지 못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란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의미로 끊임없이 패러디 되고 있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에 커뮤니케이션은 재밌어 일반적으로 ‘조삼모사’의 뜻은 ‘얄팍한 꾀로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진짜 뜻은 ‘속임’이나 ‘농락’이 아닌, ‘소통’에 ..
10. 언어는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오해를 빚을 수밖에 없다는 걸 메러비안 법칙과 애매한 표현들, 그리고 이미 글자 자체에 담겨 있는 이중성의 의미를 통해 살펴봤다. ▲ 나의 생각을 내가 모르지만, 안다 해도 그건 10%만 겨우 전달될 뿐이다. ‘내 생각’은 이야기가 시작되면 사라진다 둘째는 ‘내 생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말을 하기 전부터 각자의 확고한 생각이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니 자기 생각에 따라 말을 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분명히 대화를 하기 전에 ‘내가 말하려는 의도’라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말하려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
9. 사람들은 애매한 말을 쓰면서 소통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내 생각을 100%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라 정의했을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두 가지가 있다. ▲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주제로 들어가고 있는 동섭쌤. ‘사회의 언어’를 ‘과학의 언어’로 바꾸기 첫째는 ‘내 생각’이 무언지 확실히 알고 있다 할지라도, 그게 상대방에게 100% 오해의 소지나, 이해의 여지없이 전달될 순 없다는 것이다. 수학 공식처럼 단순화시켜 모두가 약속되어 있는 경우엔, 누가 봐도 하나의 해석만 가능하다. 그러니 이런 경우 정답과 오답으로 확실히 구분되기에 매우 명료해 보인다. 이와 같이 정답에 익숙한 과학자들은 사회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를 ‘사람들이 완벽한 표현을 쓰기보다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 해석의..
8. 심리학, 그 너머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면, 여기서 멈추지 말고 좀 더 ‘나의 생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밀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 작년 여름방학 연수로 교사 신뢰 서클이란 것을 했었다. 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침잠하게 만들더라. 나를 캐어 들어가면 내가 있다? 누구나 그렇지만, ‘내 생각’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을 심리학은 ‘내 생각을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표면화된 생각은 잘 알지만, 그 속엔 어마어마한 무의식의 생각들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선 기본적으로 “지금 너의 마음이 어떠니?”라고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시작..
7. 1%의 이해, 거기서 소통은 시작된다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린 불통의 사회에 살고 있고, 타인의 생각을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탄하곤 했던 것이다. ▲ [라디오스타]이 최곤은 불통이 무언지를 보여주지만 서서히 맘을 열며 우치다쌤이 말한 소통을 몸소 보여주게 된다. 소통의 교과서, 닥터 진 하지만 우치다쌤은 그런 상식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며 균열을 내버린다. ‘원래 상대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1%라도 이해하게 됐다면, 그 가능성을 믿고 서서히 나가면 된다’고 말함으로 우리가 여태껏 당연시 해왔던 생각은 상식이 아니라 편견이었음을, 가능성이 아니라 한계였음을 밝힌 것이다. 1%의 이해의 가..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 첫 시작도 발작적이었을까? 아니면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전혀 예측도 하지 못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키워드로 꺼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트위스트 교육학에 비하면 워밍업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의 이미지는 이것이다. 소통이 중시되는 세상에, 오히려 소통이 안 되다 동섭쌤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관을 연상하며 들어간 것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이상적이라 여기죠.”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맞다!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책들에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 내용은 ‘소통’에 대한 것이고,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선 경청해야 한다’며 『경청』이란 책도 엄청나게 팔..
5. 발작 박동섭의 강의 스타일과 그 이유 차장님의 강의 소개가 끝나자 동섭쌤은 드디어 정면을 응시하고 섰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떨리는 순간이자, 모든 가능성이 어리는 순간이라 말할 수 있다. ▲ 누구나 알 것이다. 무언가가 시작되려 하는 이 순간, 가장 떨리며 모든 가능성이 어리는 순간이라는 것을. 박동섭의 자기소개엔 특별한 게 있다? 4월에 진행되었던 트위스트 교육학 당시에는 ‘박동섭은 누구인가?’라는 내용으로 강의의 문을 활짝 열었다. 대부분 자기소개를 할 때 이름, 나이, 직업, 학력 따위의 간단한 정보만을 알려준다. 그 정보들이 나란 사람에 대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정보들은 매우 지엽적이며 단편적이어서, 나에 대해 알려주는 건 거의 ..
4. 어머! 아마추어 사회학, 이건 꼭! 들어야만 해~ 야매가 되기 위한 신나고도 가벼운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그 첫 걸음은 사회학이지만, 결코 ‘사회학자의 사회학’이거나, ‘교육학자의 사회학’과 같이 진지하며 하나의 진리만을 주장하는 ‘전문가 사회학’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학’, ‘역사적인 아이를 그려내는 사회학’과 같이 삶의 층층면면과 복잡성을 깊이 살아내는 ‘아마추어 사회학’이라 할 수 있다. ▲ 고정된 사회학이 아닌, 삶을 그려내는 사회학을 담아내는 '아마추어 사회학'으로. 빠르지 않게, 욕심내지 않게 사실 ‘아마추어의 사회학’이 개설되어 강의가 시작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삶은 예측불허하기에 살 만한 이유가 있고, 앎은 경계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무기력하기에 배울 만한 이유..
3. 야매와 설국열차 그렇게 야매의 반란이 시작되었지만 아무리 ‘야매’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고 절실한 마음이 있다 할지라도, 자칫 한 눈 파는 순간, ‘당연의 세계’에 쉽게 포섭당하고 만다. ▲ 야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영화 설국열차. 야매가 웃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다시 꼰대가 된다 그만큼 ‘당연의 세계’는 어느 곳에든,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에서든 자리하고 있어, 방심하는 찰나 도적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예들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무수한 386세대(강철 김영환, 김문수)나, 반독재운동에 헌신하다 그 딸이 대통령에 출마하자 지지선언을 한 김지하 시인의 예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동섭쌤은 비고츠키 강의 당시에 “어떤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긴장..
2. 웃으며 모름에 투신하는 야매 정신 카페 헤세이티에서 ‘야매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신년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황경민 시인이 “올 한 해 ‘야매’의 향이 널리 진동할 수 있도록 야매하자!”고 외침으로 ‘야매’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말에 공명하듯 동섭쌤이 ‘아마추어의, 아마추어를 위한, 아마추어에 의한 사회학’이란 화끈하고도 섹시한 강의를 개설하여 ‘야매’의 반란은 본격화되었다. ▲ 야매의, 야매를 위한, 야매에 의한 사회학 이제 시작합니다. 반란, 유쾌하고도 찬란한 이름이여 반란反亂이라는 단어를 보고 거북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반정부 활동으로 규정짓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여기서 말..
1. ‘아마추어 사회학’으로 야매하자 올해 4월 18일부터 5월 16일까지 5강으로 진행된 ‘트위스트 교육학’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 오랜만에 듣는 동섭쌤의 연속 강의이니만치, 즐겁게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탓이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처음의 기대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 충격에 빠졌다. ▲ 트위스트 교육학 첫 강의 시간의 모습. 기대와는 달라 깜짝 놀랐다. 트위스트 교육학을 들으며 트위스트 추길 바라다 트위스트 교육학을 듣기 전만 해도 호기롭게 “어떤 관념이나 아는 것 없이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트위스트를 추듯, 와서 맘껏 어우러져 볼 생각이다. 아마도 이번 강의를 듣고 남기는 기록들은 강의 내용과 내가 어떤 동작으로 트위스트를 췄는지에 대한 것일 거다.”라고 기대를 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기까진..
Q 『하류지향』을 읽고 왔는데, 지금은 『하류지향』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 것만 같은데, 약간 논지가 바뀌었다고 보는 게 맞는가? A 『하류지향』은 이미 12년 이야기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 그 책을 돌아보면, 학생들에 대해 매우 냉정하게 비판했다고 반성을 하게 된다.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 개인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썼는데, 그 뒤론 그런 인식이 균열이 갔다. 배우지 않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피해자였던 거다. 그때부터 어떤 사회구조가 그와 같은 아이들을 만드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세계 각 나라들의 제도, 이데올로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탐구하게 됐다. 비판이란 결국 아이들이 그 비판에 함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복원력을 통해 성숙해갈 수 있..
1. 강의 내용 김선생님(현천고 일본어 교사)이 최근 들어 일본어를 잘 안 하는 것 같으니, 최대한 천천히 말하도록 하겠다. 솔직히 말해 어제까지만 해도 이 학교에 올 줄은 몰랐다. 어제까지 강연을 하고 오늘은 관광을 하는 줄 알았기에 아침 10시쯤 관광을 가자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좀 특이한 학교가 있거든요”라고 말문을 때며, 이 학교를 알려주더라. 그러고 보니 어제 뒷풀이를 할 때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도 함께 있었고 “내일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했으니, 경황 상 예측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이 학교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오게 됐다. 현천고 학생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에 놀라다 와서 얘기를 들어보니, 이 학교는 개교한지 2년이 됐으며, 학생이 90명..
1. 강의 내용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교사단’이라고 알고 있다. 교사단이란 ‘교육의 주체를 개인이 아닌 교사단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것’을 말하고, 그건 한국과 일본에서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교육평가가 도입되지 않던 시절에 교수의 모습 저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교사 개인의 역량으로 학생들을 맡아 교육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교사가 살아오고 공부해온 방식으로 교육 이념을 체계화한 후, 그걸 기반으로 교육하는 것이기에, 교사 개인이 주도하는 교육만을 제대로 된 교육이라 본 것이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30년 정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데, 그 당시 대학교수들의 수업 방식엔 문제점이 많았다. 예를 들면 교수의 50% 정도가 1년에 한 편도 논문을 쓰지 않거나 일주..
완벽한 교사가 아닌 자기 식대로의 교사이길 Q 한국에선 교사들이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여 수업함으로, 인기를 얻는 교사들이 있다. 물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교육 전체엔 악영향을 끼치며 개별 교사의 특별성만을 부각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그렇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A 대학 교수였을 때 ‘베스트 교수상’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미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런 식으로 개별교사만이 부각되는 상황은 당연히 안 좋다고 본다. 교사는 다른 교사와의 공동작업을 통해서만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가진 사악함이나 우둔함도 교사들이 모여 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그걸 반면교사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던가. 완벽하지 않은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도..
청소년 대안교육, 새로운 전환의 모색 목차 1.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오늘에 이르기까지(김경옥) 강의를 듣기 전 느낌 대안교육의 시작 대안교육의 의미 도시형 대안학교의 등장 도시형 대안학교 지원 센터의 등장과 변화 2. 희망의 교육을 위하여(박복선) 대안교육 운동 초기의 분위기 비관적인 현재의 상황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3. 도시형대안학교의 길잡이교사의 역할과 성장을 위하여(김선옥)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안정적인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배 교사와 후배 교사의 인식의 괴리를 알아야 한다 4. 패널 발언 이현숙 염병훈 5. 질의응답 대안이란 가장 근본으로 돌아가 생각하는 것부터 대안교육의 보편성은 무엇인가? 대안학교와 위탁형 학교의 차이 인용 강의
5. 질의응답 대안이란 가장 근본으로 돌아가 생각하는 것부터 Q: 박복선 쌤에게 질문하겠다. 쌤은 ‘새로움’, ‘다시 생각해보기’와 같은 말들을 많이 했는데, 그렇다면 ‘낡은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박복선(성미산학교 교장): 말을 하다 보니 ‘새로움’이란 단어를 많이 썼다. 당연히 그 속에선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여기선 ‘새로움=근본적’이란 말로 바꾸어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미 우리 전통 속에도 유유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흘려오는 세태에 놓치거나 잃어버리고 만 것 말이다. 바로 그런 것들을 찾을 수 있으면 된다. 하태욱(건신대학원대학교): 90년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안과 지금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안은 다르다. 그런데 우린 90년대의 대안을 그대로 받아들..
4. 패널 발언 이현숙 1. 돌아다니다 보면 ‘대안학교는 유기농을 먹고 크고, 제도권 학교는 농약을 먹고 큰다’는 말을 듣게 된다. 과연 유기농을 먹고 커야만 건강하게 크고, 농약을 먹고 크면 건강하지 않게 크는 것인가? 어찌 보면 이 말이야말로 대안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말일 수도 있다. 2. 우리 사회는 분노해야 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주동자가 누구인가?’, ‘배후가 누구인가?’를 먼저 묻고 그 사람에게만 철퇴를 가하려 하지,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아무도 물으려 하지 않는다. 3. 학교는 마을에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하고, 당연히 그곳에서 어떤 거점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4. 아이들에게 정신 차리고 검정고시를 보고 또 대학에 가라..
3. 도시형대안학교의 길잡이교사의 역할과 성장을 위하여(김선옥)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교육의 삼주체는 교사, 학생, 학교이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은 눈에 보이고 감지되는 ‘보이는 수업과정’보다, ‘보이지 않는 교육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바로 이점이 공교육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학교의 교사는 수업, 지역사회와의 연계, 상담, 기획 등 모든 것에 있어서 일인다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발제를 하고 계시는 선옥쌤. 안정적인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교사가 대안교육판에서 자주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초반에만 해도 교사의 소명이나 열..
2. 희망의 교육을 위하여(박복선) 대안교육 운동 초기의 분위기 그 당시엔 IMF가 있었고, 암울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열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긍정적 에너지가 교육판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를 주름잡는 공통적인 질문은 ‘1. 학교란 무엇인가? / 2. 지역사회란 무엇인가? / 3. 청소년의 권리는?’과 같은 거였다. 그리고 그 당시 사회적으론 ‘학교중심교육’에서 한 평생으로 배움의 과정으로 잡는 ‘평생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었다. ▲ 아주 정중하게 인사하고 계시는 박복선쌤. 비관적인 현재의 상황 이후 서울시에서 ‘대안교육센터’를 설립하고 공적인 지원을 하며 상승기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네트워크 학교에 별로 관심이 줄어들고 있으며, 대안교육 전반에도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1.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오늘에 이르기까지(김경옥) 강의를 듣기 전 느낌 이렇게 많은 패널들이 어떻게 말할까? 우치다 강연 때와 같이 그냥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상황에서 그냥 한 마디씩 말만 하다가 말았던 그 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말은 하지만 충분히 말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며 수박 겉핥기 같은 말만 하다 보니 어떠한 울림도 주지 못하던 그 때의 강연처럼 말이다. 오늘은 과연 어떨까? ▲ 오랜만에 대안교육판에 오래도록 함께 하신 분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왔다. 대안교육의 시작 이제 내가 전설을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데에 여러 감정이 든다. 여기엔 나를 아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 ‘과연 이들에게 전해야할 전설은 뭘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목차 1. 여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를 추자 맹목적인 질주는 회한을 낳고 그렇기에 맹목적인 질주가 아닌 성찰적인 걸음으로 트위스트 교육학으로 트위스트 추면서 다섯 번의 강의를 트위스트 추듯 즐기길 2. ①강: 강의와 여행의 공통점 여행을 떠나기 전, 강의를 듣기 전의 공통점 소풍 가듯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하는 이유 3. ①강: 모르는 게 있으니 알려주십시오 강의는 타자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같은 강의를 들으러 가다 에듀니티에서 강의를 듣다 4. ①강: 트위스트 교육학에 참여한 교사들의 특징 교육 경력이 많은 교사들 멀리서 온 교사들 5. ①강: 비인정한 사람이 되자 강의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 동섭쌤 목소리의 비결 박동섭과 이타미 주조, 그리고 디오게네스 비인정한 사람이 되어 누비라 ‘하..
55. 닫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이란 씨앗 키우기 솔직히 후기를 마무리 짓는 지금 그런 세 가지 도전은 만용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어지는 5번의 강의를 듣고 그 강의들을 한 편으로 압축하는 형태의 후기가 아닌, 한 강의 당 6~10편 이상의 후기로 써나가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었으니 말이다. 강의는 매주 꼬박꼬박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강의가 시작하기 전에 지난 주 강의 후기는 모두 마쳐야만 한다. 하지만 학교 업무도 있고, 글도 써지지 않을 때가 있으니,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기듯 좌불안석해야만 했고, 강의를 들을 때조차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냐?’라는 부담에 집중이 방해되기도 했다. ▲ 매 강의를 들으러 갈 때 피크닉을 간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가려 했지..
54. 닫는 글: 트위스트 교육학에 담긴 건빵의 세 가지 도전 트위스트 교육학 여는 글에 ‘아마도 이 강의를 듣고 남기는 기록들은 강의 내용과 내가 어떤 동작으로 트위스트를 췄는지에 대한 것일 거다. 그게 때론 물 흐르듯 경쾌한 동작일 수도 있고, 때론 스텝이 꼬여 흐름이 끊긴 어색한 동작일 수도 있다.’라고 쓰며, 트위스트 교육학을 듣는 각오를 밝혔다. 그 글을 쓴 지 46일 만에 드디어 그렇게 바라고 또 기다리던 닫는 글을 쓰게 됐다. 과연 나는 어떤 스텝을 밟으며 강의 내용과 함께 트위스트를 춘 것일까? ▲ 매주 월요일마다 강의가 열려 총 다섯 번 진행됐다. 일상을 서술하기 소감을 말하기 전에 트위스트 교육학 후기는 나에겐 두 가지 의미로 도전이었다는 것을 먼저 밝혀야겠다. 첫 번째 도전은 ‘특별한..
53. ⑤강: 증여의 교육론 그렇다면 증여의 마인드를 교육에 대입시킨다는 어떤 모습이 될까? 지금부턴 증여의 시각으로 본 교육론에 대해 알아보며 길고 길었던 5강의 마지막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가르치고 싶은 게 있기에 가르친다 첫째, 최초에 물건을 전해주는 사람처럼 교사는 ‘나는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는 생각으로 가르치려 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르침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 또는 그런 가르침을 원해서 교사가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답례에 대한 생각은 없이 물건을 부족과 부족 간의 경계지점에 놓고 오듯,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것을 학생이 없음에도 가르칠 뿐이다. 왜냐 하면 ‘잣대 혹은 도량형으로 계측할 수 있는 가치만 배우겠다’와 같이 등가교환의 가치는 아무리 많이 쌓여도 ..
52. ⑤강: 증여의 감각을 지닌 사람의 특징 김군 어머니의 절규는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우린 교육을 한다는 미명으로 교환의 가치만을 당연한 듯 아이들에게 가르쳐왔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여기의 가치관을 정당화하며 강요해왔다. ▲ 벌써 이런 사고가 3건이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진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무신경하게 흘려버렸다. 교환의 논리는 증여의 감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결코 우리의 아이를 위한 것도, 내 삶을 위한 것도, 또 우리 사회를 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바꿔야 한다. 그건 당연히 교환이 판치는 세상에서 증여의 감각을 길러, 이 악마의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교환 증여 시간관념 무시간 모델 / ..
51. ⑤강: 구의역 사고와 교환논리 5월 28일 오후 5시 57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19살 김군은 역으로 진입하던 전철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전철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하게 된다. 이 사건 이후 벌어진 일들은 지금 우리가 얼마나 교환의 논리가 횡행하는 곳에 살고 있는지를 실감케 했다. ▲ 벌써 이런 사고가 3건이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진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무신경하게 흘려버렸다. 구의역 사고는 정비업체 직원의 부주의 때문? 스크린도어 수리는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단다. 하지만 이날 구의역엔 김군만 작업을 하고 있었고 스크린도어 안쪽 센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혼자 들어가 고치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현실이 이러니 메트로 관계자는 ‘원칙을 지..
50. ⑤강: 증여는 연결하고, 교환은 분리한다 교육이든 삶이든 결국 우리가 여태껏 받아들인 것들이 하나의 강요된 선택에 불과하다면, 이젠 그런 생각이 너무 당연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어떻게 다른 생각으로 대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동섭쌤은 재디자인할 수 있는 소스를 아낌없이 던져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바로 ‘교환의 논리를 버리고 증여의 논리로 무장하라’는 것이다. ▲ 교환은 동일화 논리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교환은 관계를 멈추게 하고, 상황을 종료시킨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교환의 논리를 벗어던져라 교환은 48번째 후기에서도 밝혔다시피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려할 때, 필요에 의한 관계를 유지하려할 때, 단기적인 성취를 얻으려 할 때엔 유용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삶이든 공부든 관계든..
49. ⑤강: 소피의 선택과 신자유주의에서의 선택 “연극수업에 빠지고 수학공부를 할래요”라는 고2학생의 선언은 단순히 ‘더 공부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거기엔 ‘여기의 가치관’을 중시하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그런 생각에 갇히면 갇힐수록 공부와는 인연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 동섭쌤의 트위스트 교육학 마지막 강의는 증여론을 다방면으로 펼치며 진행되고 있다. 거짓 선택과 강요된 선택 그런데도 그 학생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그런 식의 공부만을 원하고 별다른 방법도 없기에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세상을 비판하며 재디자인하겠다는 사람을 ‘정신승리’하는 것쯤으로 비하했던 것이다. 이미 그 학생은 세상이 디자인한 길로 가려고 맘먹은 이상, 그렇게 만들어진 디자인 자체를 부정하고 ..
48. ⑤강: 배우고 싶다면 ‘여기의 가치관’을 박차라 그렇다면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 이 학생에게 연극수업을 빠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한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여기의 가치관’에 매몰되면 공부를 할 수 없다 이 학생은 공부를 ‘투입-산출’의 등가교환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공부한 후에 얻게 될 이득이 명확히 보일 때만 공부를 하려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런 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로 평가절하하며 아예 하려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말 자체가 투자 대비 산출의 경제학적 개념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투자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고, 그에 반비례하여 산출은 많으면 많을수록 ..
47. ⑤강: ‘여기의 가치관’과 배움 저번 후기에선 김영민 선생이 말한 ‘긴장을 친구 삼아 속으로 참고 묵힐 수 있는 성숙을 가꾸라’는 뜻을 생각해보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일화를 들려주며 ‘차이가 주는 긴장’을 어떻게 참고 묵힐 수 있는지 살펴봤다. 물론 ‘차이가 주는 긴장’에 머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거나, 갈등이 해소되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그 긴장의 순간 속에 머물며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느껴보는 것뿐이니 말이다. 그 학생은 몇 년간 하지 않던 공부를 갑자기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연극수업과 같이 수능과는 상관없는 수업엔 들어가지 않고 수학문제를 풀겠다고 말을 하게 되었다. ‘고등 2학년까진 단재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라 공부한다’는 나의 입장과는 달랐기에, 그..
46. ⑤강: 연극수업에 빠지고 수학공부 할래요 트위스트 교육학 다섯 번째 강의의 제목은 ‘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메시지’이며 주요내용은 ‘교육은 증여다’라는 거다. 동섭쌤이 싫어하는 사자성어와 그 속 뜻 이번 강의의 자료는 동섭쌤이 열심히 썼지만 ‘게재불가’된 논문을 함께 읽으며 진행되었다. ‘게재불가’는 동섭쌤이 가장 싫어하는 사자성어지만, 은근히 그 말 속엔 자부심도 느껴지는 묘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함께 보는 이 논문이 게재불가된 이유는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인용을 하고 일상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이 이유를 듣고 모두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짓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논문이 게재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영화 대사처럼 모욕적이기도 했지..
45. ⑤강: 차이가 주는 긴장 속에서 트위스트를 추자 트위스트 교육학에 ‘교육’이란 단어가 들어 있다고 해서, 그걸 단순히 학교가 독점한 교육에 대한 얘기로 한정지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오해할 경우 학교와 관련 있는 사람(학생, 교사, 학부모)만 이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오해 때문인지 동섭쌤은 “교육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한 것뿐이며, 그런 이름을 지어야만 사람들이 올 것 같아서 그랬던 것입니다. (일동웃음) 원래 이 강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알려준 걸 테다. 그러니 이 강의는 ‘교육학’이란 매우 정형화된 이름으로 부르기보다 ‘트위스트 인생학’ 또는 ‘트위스트 삶학’이라 부르는 게 더 실질에 가깝다고 할 수..
44. ⑤강: 조랑말이 되어 뚜벅뚜벅 가다 그래도 운 좋게 5강의 강의 중 4강까지는 어찌 어찌 정리할 수 있었다. 이건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초반엔 열정만으로 가능했으나, 중반부턴 동섭쌤의 응원과 준규쌤의 지지, 쓰다가 도무지 막혀 아무 것도 쓸 수가 없을 땐 황경민 시인의 아포리즘이 역동적인 힘을 주어 쓸 수 있었다. 초반만 해도 나의 힘으로 충분히 써나갈 수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은 금세 바닥이 났고, 갈피를 못 잡아 허둥지둥될 때 이끌어주고 당겨주고 안아주는 사람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 황경민 시인의 아포리즘. 생각이 막힐 때, 글이 막힐 때 샘솟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금까지의 후기는 우리 모두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천리마는 환상’..
43. ⑤강: 박동섭은 모피어스다 처음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를 들으러 갈 때만 해도 넘치는 열정, 그리고 무언가 해보겠다는 결의로 신났었다. 그땐 의지가 굳셌고 기운이 왕성하여 어떤 강의내용일지라도 씹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여포와 함께 전장을 달려 어떤 것에도 잡히지 않고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적토마처럼 바람을 가르며 맘껏 강의시간을 누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강의가 시작되고 3강도 채 끝나기도 전에, 가쁜 숨을 내쉬며 급속히 열정은 사그라들었고, 기진맥진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가 강의 내용을 천리마의 날렵함처럼 종횡무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저 조랑말의 아둔함에 불과하여 하나하나 써나가기도 버거웠다. ▲ 4월 18일 첫 강의가 있던 날의 모습. ..
42. ④강: IRE 대화를 하지 않는 학교 만들기 학교는 매우 학교적이다. 그 중에서 단연 교사와 학생이 나누는 대화야말로 가장 학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대화와 일상 대화의 차이점 어느 때부터 수업을 할 땐 질문을 하는 게 좋은 수업의 표본이 되었다. 강의식으로 일방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질문을 하여 동기를 유발하고, 뇌를 활성화시켜 상호 소통을 하며 진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 말만 듣고 보면 ‘정말 맞는 얘기다’는 생각이 절로 들며, 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질문의 방식과 관련이 있다. 메한H. Mehan은 수업 중 던져지는 질문을 분석하며 「I-R-E」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래의 구조도를 보자. 일상회화 교실회화 질문자: 지금 몇 시입니까..
41. ④강: 온실 같은 학교 만들기 비니어드 섬에 사는 할머니는 청각장애인을 몇 명이나 만나봤냐는 인류학자의 질문에, “오!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었어요. 단지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지만요.”라고 강하게 대답했다. 이건 사회의 디자인에 따라 사람이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 에듀니티에서 시작된 강의는 벌써 4강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비교육적이며, 성장을 방해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이처럼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디자인에 따라 학생에게서 가시화되는 능력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학교의 디자인은 어떤가?’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고, 학교의 평가시스템에 따라 성적이 높게 나오는 학생을 ‘능력 있는 학생’으로 받아들이는데 전혀 거부감을 느끼..
40. ④강: 장애, 능력에 딴지 걸다 ‘사회의 디자인이 장애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가 2011년에 동섭쌤이 들려준 비니어드 섬Martha's Vineyard 얘기라 할 수 있다. ▲ 비니어드 섬의 할머니 인터뷰는 장애에 대한 생각을 기본적으로 붕괴시킨다. 질문엔 사회의 디자인이 숨어 있다 그 섬엔 건청인들이 꽤 있었는데, 여러 세대를 거치며 한 집 걸러 한 명씩은 건청인들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수화를 제2의 국어로 배우게 됐고, 그 사회에선 건청인이 낯선 존재가 아닌 친숙한 존재로 인식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문화인류학자가 들어가 함께 살며 취재를 하게 된다. 그때 그곳에 사는 할머니에게 “그러면 그동안 살면서 할머니가 만났던 청각장애인들은 전부 몇..
39. ④강: 사회 디자인과 장애 우린 여태껏 능력은 개체 내부에 완비되어 있고 그에 따라 어떤 식의 평가를 하든지 능력은 드러날 것이기에, ‘학교 시험 성적 ↑ = 개인의 능력 ↑’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학교 성적이 높으면 사회적 지위도 당연히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저번 후기의 ‘디자인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수업 디자인에 따라 가시화되는 능력이 바뀐다’는 얘기는 위의 공식이 허상임을 폭로한다. ▲ 허상을 밝히며, 진상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의 디자인이 만든 욕망 디자인을 바꾼다는 건 삶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바꾼다는 뜻이다. 지금 우린 스마트폰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쓸 수 있으려면 기지국이 각 지역별로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그 전에 인공위성을 통해 ..
38. ④강: 수업설계와 능력주의 스포츠든, 삶이든, 공부든, 능력이든 디자인된 것들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밀착되어 살다 보니, 어느 순간 그건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삶 자체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삶을 재디자인하라 그때 아무리 ‘우린 어떤 디자인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지? 그리고 문제점은 뭐지?’라고 생각하려 한들, 삶인 듯 디자인인 듯 얽히고설켜 어리둥절하기에 밝혀낼 수가 없다. 하지만 때론 ‘24초 룰’을 생각해낸 사람처럼 지극히 일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상하다는 걸 발견해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깝게는 세월호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를 하여 대한민국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고발한 사람들(미친 김감독이 대표적)이 그랬고, 조금 멀게는 몸을 불살라 노동계의 비인간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