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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 영화를 보라 목차 밀양가족ㆍ고향ㆍ신: 출구없는 욕망의 폐쇄회로 1. 시크릿 선샤인?밀양을 쓰게 된 이유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영화 2. 신애가 밀양으로 내려간 까닭은?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오다욕망의 원초적 대지 3. ‘고향’: 욕망의 일차적 귀환처그저 일상의 공간인 밀양망상을 실현하기 위한 밀양스위트홈이란 과대망상 4. ‘스위트 홈’의 탄생과 근대근대국민국가와 가족서구의 도래와 스위트홈 5. 교회와 신: 가족의 초월적 기표불행과 하나님하나님이 아버지가 되는 순간기독교를 통해 무너진 가족 판타지를 재구축하려 하다 6. ‘신앙’ 혹은 과잉열정조폭조직과 교회, 가족감춰둔 울분과 억누른 상처하나님 저의 크나큰 용서를 보아주옵소서 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나약함용서하겠다는 그녀, 이미 용서 받..
9. 에필로그: 송강호에게 보내는 박수 무미건조하기에 더욱 개성 넘치는 고향, 가족, 교회 - 근대인들의 욕망은 이 세 가지 회로를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말하듯, 그 모든 표상이 거짓된 판타지에 불과하다면 대체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신애의 삶은 진정 구제불능이란 말인가? 원작에선 그렇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아주 실낱같은 단서를 남겨 두었다. 카센터 사장 종찬이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신애다. 칸의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전도연의 연기는 과연 감탄할 만했다. 불안과 냉소, 허영과 절망 사이를 매끄럽게 넘나드는 그녀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어쩌면 관객과의 최소한의 소통조차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진정 경이로웠던 건 송강호의 연기였다. 영화를 보..
8. 욕망의 회로: 출구가 없다! 능력이 없는 이의 신에 대한 복수 이제 신애는 유괴범 대신 신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탄다. 하지만, 용서가 그렇듯이 복수 역시 능력의 문제다. 그 나약한 몸으로 할 수 있는 복수라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 테이프 가게에 가서 시디를 슬쩍한다든지, 공원에서 하는 군중목회 때 찬송가 대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틀어놓는 것. 약국 장로를 유혹해서 갈대밭으로 끌고 가는 것. 자신을 위한 구역예배 때 돌을 던지는 것 등. 한마디로 “신이 있다”고 하는 일상의 여러 장면 속에서 깽판을 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그녀는 계속 태양을 쏘아본다. 자동차에서도 갈대밭에서도 집안에서도 그녀는 계속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린다. “봐, 보이냐구?” 그녀가 하는 유치한 신성모독은 자신을 ..
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나약함 용서하겠다는 그녀, 이미 용서 받았다는 그놈 결국 그녀는 들꽃을 한아름 들고 교도소엘 찾아간다. 그녀의 예상(혹은 바람)과는 달리 죄인의 얼굴은 너무나 평온하다. 당황하는 신애. 하지만, 그녀는 선언한다. 당신을 용서하겠노라고. 그런데 죄인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 원장: 하나님이 이 죄 많은 놈한테 손 내밀어 주시고, 그 앞에 엎드려가 지은 죄를 회개하도록 하고, 제 죄를 용서해주셨습니다. 신애: 하나님이 죄를 용서해주셨다구요? 원장: 네,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라고 나서부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도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하나님한테 회개하고 용서받으니 이래 편합니다. 내 마음이. 요새는 기도로 눈뜨고 기도로 눈감..
6. ‘신앙’ 혹은 과잉열정 조폭조직과 교회, 가족 조직과 교회, 그리고 가족의 공통점은? 안팎의 경계가 선명하다는 것. 즉, 이질적인 타자들의 어울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설령 이질적인 존재가 결합한다손 쳐도 즉각 그 세계에 동화되어야만 한다. 즉, 이 집합체들은 아주 강력한 ‘동일성의 장’이라는 것이다. 조직에선 큰 형님, 교회에선 하느님 아버지, 집에선 아버지(혹은 어머니)라는 제일의적 중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 속에선 끊임없이 사랑 혹은 충성을 확인해야 한다. 사랑이 없는 가족이 지옥이고, 충성심 없는 조직이 허깨비인 것처럼, 하느님과의 특별한 유대를 확인할 수 없는 교회 역시 생명력이 희박하다. 부흥회나 사경회를 통해 계속 은혜를 받아야 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은혜를 받는다? ..
5. 교회와 신: 가족의 초월적 기표 불행과 하나님 밀양에 터를 잡을 즈음, 신애가 동네를 돌아다니다 갑자기 배가 아파 약국에 들어간다. 약사는 신애를 보자마자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픈 거라고 진단한다. 혼자 사는 여자는 분명,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닐 거라고, 굳게 믿은(?) 것이다. 사실은 ‘생리통’이었다. 쩝! 블랙코미디 같은 장면이다. 하지만 약사는 결코 실망(?)하지 않고 신애한테 하느님 말씀이 담긴 책자를 선물한다. 약사: 원장님처럼 불행한 분은 하느님의 사랑이 꼭 필요해요. 신애: 저 불행하지 않아요, 약사님. 잘 살고 있어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는 불행하다. 그래서 하느님이 꼭 필요하다. 이 말은 거꾸로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하느님이 필요하려면 불행해져야 한다? 즉, 기독교 신앙..
4. ‘스위트 홈’의 탄생과 근대 근대국민국가와 가족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이듯, 가족 역시 근대국민국가의 산물이다. 근대국민국가에서 가족은 가장 일차적인 경제단위이자 호명체계에 해당한다. 가족에 편입되어야 애국애족을 할 수 있고, 산업역군이 될 수 있으며, 국가경쟁력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아, 잠깐, 우리가 말하는 가족과 중세의 가문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중세적 가문은 대가족일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와 연계된, 가족이라기보단 마을 개념에 가깝다. 그에 비해 근대적 가족은 핵가족일 뿐 아니라 마을과의 네트워크가 절연된, 지극히 단자화된 단위에 속한다. 일부일처제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도 이러한 배치 하에서였다. 남녀 간 사랑의 목표는 결혼이 되었고, 사랑은 곧 결혼으로서만 완성되었다. 가정만이 성애의..
3. ‘고향’: 욕망의 일차적 귀환처 그저 일상의 공간인 밀양 “여기서 다시 시작할 거야” 밀양에 자리를 잡고 난 뒤, 신애는 피아노학원을 차리고 아들 준을 웅변학원에 보낸다. 그리고 이웃들과 교류를 시작한다. 옷가게와 약국, 웅변학원 원장과 학부모들 등. 그렇게 해서 차츰 밀양이라는 낯선 지역에 진입하게 된다. 물론 이 진입의 통로는 카센터 사장 종찬이다. 그는 그녀가 밀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만난 첫 번째 인물이다. 이때 이후 종찬은 신애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녀를 돕는다. 하지만 신애는 그의 존재감을 거의 느끼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왜? 남동생의 말을 빌리면, 그는 신애의 “취향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신애가 꿈꾸는 삶의 기준에서 보자면, 종찬은 그저 한심한 “속물”에 불..
2. 신애가 밀양으로 내려간 까닭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오다 신애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자 아들 준과 함께 밀양으로 내려온다. 그녀와 밀양 사이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밀양은 처음이에요. 살러 왔어요.” 실제로 한 번도 와 본 적조차 없다. 그런데 살러 왔다고? 이런 무모한! 대체 무슨 심사로? 그녀가 밀양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 남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유괴범이 된 웅변학원 원장에게 하는 말. “그냥 밀양이 좋아서 살러 온 거예요. 애 아빠 고향이기도 하구요.... 애 아빠가 평소에 늘 밀양 내려와서 살고 싶다고 노래 불렀었거든요.” 즉, 밀양은 남편의 고향이자 꿈이었고, 과거이자 미래였던 곳이다. 따라서 신애가 밀양으로 온 건 남편의 꿈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버림으로써 남편과의..
1. 시크릿 선샤인? 밀양을 쓰게 된 이유 신애: 아저씨, 밀양이라는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종찬: 뜻요? 뭐 우리가 뜻 보고 삽니까? 그냥 사는 기지. 신애: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 종찬: 비밀의 햇볕, 좋네예. 영화 초반, 신애(전도연)와 종찬(송강호)이 자동차 안에서 나누는 대사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면 시크릿 선샤인secret sunshine. 왜 하필 밀양일까도 궁금했지만, 그걸 이런 식으로 풀이하고 번역할 줄이야. ‘비밀의 태양’이라? 모르긴 해도, 밀양에서 이런 이미지나 기호를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으리라. 굳이 찾는다면, ‘밀양아리라’, 그리고 소박한 전원풍경 등의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 그러고 보면 이창동 감독은 이런 식의 낯익은 표상을 전복하기 위..
가슴 시리도록 멋진 하루 예전에 헤어진 남자친구를 여자가 불현듯 찾아온다. 차인 것도 아닌 스스로 차버렸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찾아가기엔 여러모로 어색했으리라. 그런데도 그냥 한 번 만나고 싶다. 그래서 궁색하게나마 생각해낸 것이 빌려주었던 350만원을 되돌려 받겠다는 거였다. 역시 인간은 어떻게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다음에야 움직이는 달인들이다. 돈 받으러 찾아온 옛 여친 의식이 깨어나 어릴 적의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구 놀 수 있던 나이가 지나 자의식에 따라 규정하고 관계를 쪼개어 이해타산에 따라 분석하게 되면서 도무지 ‘그냥’ 하는 일 따윈 사라졌다. 생각지도 못할, 납득되지 않을 일을 하게 되더라도 스스로 합리화라는 것으로 자신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런 모습은 이미 강풀 만..
선입견이 행동을 좌우하다 큰 차와 작은 차,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작은 차는 조금이라도 교차로에서 신호가 켜졌음에도 지체할라치면 뒷 차들이 금세 빵빵 거리지만, 큰 차인 경우 최대한 기다리며 심지어 차선을 바꿔서 가기도 한다. 내 심금을 울린 장면은 그것 외에 따로 있었다. 서양인과 동남아인이 길을 물어본다. 서양인에겐 대부분의 사람이 호기심을 가지고 정성스레 알려주는 반면 동남아인에겐 냉대하거나 피하기에 바쁘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선입견이 있다 보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앞에서 흑인이 걸어오고 있으면 괜히 두려워하며 종종걸음을 했으니 말이다. ‘흑인=범죄자’라는 공식이 알게 모르게 내 의식에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와 같..
전문가란 무엇인가? 무대에서의 공연은 제일 못했던 연습 때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꼭 그러리란 법이야 없겠지만 긴장도 더 되고 막상 눈앞이 캄캄해질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누가 뭐라 해도 탄탄한 기본기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자신에게 진실하게 실력을 쌓았느냐 하는 것이 그런 상황에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극한의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하는 지 알아볼 일이다. 완전판을 갖게 되다 오랫동안 돌고 돌아 드디어 완전한 파일을 받았다. 처음엔 TV판이었는데 작년 12월에 블루레이판이 있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운을 받았는데, 아주 난리가 난 거다. 재생이 되지 않고 도중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시도해봤는데도 상황은 똑같은 것이다. 뭐 미련이 없던 터라 그러려..
목차 1.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과 ‘라이온킹’ 『라이온킹』과 『대작전』의 공통점과 차이점 『대작전』의 매력 2.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보여준 정복욕의 인과응보 나약함을 정복욕으로 극복한 사람이란 존재 홀로 선 자가 겪어야 할 불행 3. 이성을 비웃으며 노는 너구리들 이성이란 양날의 검, 합리적 판단과 무의식적 불안 이성을 비웃으며 노는 너구리들 4. 노동이 아닌 놀이의 회복하라 워크홀릭에 빠져 놀이를 상실한 인간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이 되찾아야 할 것 노동이 아닌 놀이의 회복 인용 지도 시네필
4. 노동이 아닌 놀이의 회복하라 하지만 이성이 비합리적인 걸 안다 해도 잃어버린 자연과의 감응력과 우연한 감성, 유머력을 되찾는다는 건 힘들다. 신체적인 활동이라면 끊임없이 연마하면 될 테지만, 정신작용이니 이건 바꾼다고 쉽사리 바뀌지 않는 구속력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일은 아니다. 그 가능성을 알았다면 방법을 찾아 실천해보는 수밖에 달리 생각할 건 없다. ▲ 인간의 이성은 요괴 퍼레이드로 한순간에 박살난다. 워크홀릭에 빠져 놀이를 상실한 인간 “연신 드링크제까지 마셔가면서 노동하는 근대인들을 낯설게 만드는 너구리의 시선, 사실 너구리는 우리들 생활에 낯설어진 우리들 자신의 시선인지도 모른다. 우리 안에 있는 우리의 타자. ‘대부분은 심한 스트레스를 못 견뎌 몸이 약해서..
3. 이성을 비웃으며 노는 너구리들 자연을 정복했다던 인간이, 자연 재해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체험을 반복적으로 하면서도 계속해서 자연을 닦달하고 착취하며 자신의 소유물처럼 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 인간의 이성을 비웃으며 맘껏 노는 너구리들. 이성이란 양날의 검, 합리적 판단과 무의식적 불안 그렇다. 이미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왔다면, 그 해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성理性’이 그런 착취와 정복 논리를 가능케 하는 근본인 셈이다. 인간만이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지니지 않는 것들을 다스릴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이란 게 신이 인간을 특별히 사랑하사 내려준 특권이기 때문에 그 모든 게 가능한 것이다. 이성으로 근..
2.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보여준 정복욕의 인과응보 『대작전』을 보면서 계속 곱씹어보게 된 건, 인간의 나약함, 그걸 숨기기 위한 허위, 가식, 그리고 거만이었으며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폭력이었다. 자연파괴가 바로 그 극단적인 행동이다. ▲ 원령공주에선 에보시가 사슴신을 죽이고 나우시카에선 거신병을 통해 오무를 죽인다. 나약함을 정복욕으로 극복한 사람이란 존재 『원령공주もののけ姫』에서 이성과 인간우월의 상징인 에보시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슴신을 굳이 죽이고자 하는 것,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에서 도르메키아 공화국이 부해를 태워버림으로 자신들의 승리를 쟁취하려 하는 것 따위가 인간의 거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들이다(그런 행동의 기저엔 자연에 대한 두려움, 즉 ..
1.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과 ‘라이온킹’ 『라이온킹』과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하 대작전)』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라이온킹』과 『대작전』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럼에도 그 차이점은 명확하다. 『라이온킹』의 심바는 어딜 봐도 라이온이다. 당연한 말을 너무 당연하지 않게 하는 거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여기에선 직립 보행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으르렁 거리며 위협적인 자세를 취한다. 비록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만 행동 하나 하나는 지극히 동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라이온킹』을 보면서 어렵지 않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으며, 보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게 라이온인지, 인간인지마저도 헛갈리게 된다. 그만큼 ‘지극히 인간화 된’ 라이온의 이야기라는 거다. 하지만..
목차 1.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 전통이 올가미가 되다 2. 영화 속 학교, 현실 속 학교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 학교라는 이름의 획일화 기구 학교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3.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준 선택권: 호칭 정하기 너는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호칭을 선택할 자유를 주다 4. 카르페디엠Carpe Diem 체험, 박물관 현장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라 5. 교사의 교육관과 수업 이벤트적인 수업 & 판에 박힌 수업, 그 사이의 줄타기 교육관이란 이상이 수업을 통해 현실이 된다 6.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라 키팅,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다 ‘자유로운 사색가와 예술가’라는 인식의 차이 키팅과 학생들이 빚어낸 이야기의 장으로 7. 교과서..
22.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2 둘째, 교사가 교육에 대한 욕심을 내면 낼수록, ‘학생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학생과의 관계는 왜곡된다는 점이다. 교사의 의욕이 학생의 성숙을 막는다 교사가 학생들에 비해 앞서서 생각할수록, 앞서서 계획할수록 학생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소외되게 마련이고, 교사가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으면 많을수록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보다 한 걸음 앞서 가선 안 되며, 반보만 앞서 가면 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교사가 된 입장에선 하나라도 더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 보니, 의욕이 앞설 때가 많다. 그래서 수많은 교사들이 개인의 역량을 ..
21. ‘죽은 시인의 사회’ 넘어서기1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는 무려 60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음에도,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혀 낯설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얼핏 생각하면 그만큼 선진적인(?) 미국의 교육제도를 잘 따라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은 예전부터 경쟁주의의 사회였고 한국도 그런 풍조가 있었지만 IMF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를 받아들이며 급속도로 닮아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 일제고사로 경쟁을 가속화 시키고, 당연하게 줄을 세운다. 그러면서도 그런 세상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만 한다. 이 영화는 우정담이자, 갈등담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한국의 학생들은 여전히 토드처럼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하며 학교에서 하라는..
20. 학창시절에 공부가 아닌 사랑을 쟁취하다 용기를 내어 짝사랑하는 크리스에게 녹스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금요일 파티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미 녹스는 크리스에게 양혼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 일어나 마음의 불꽃은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녹스는 파티장에서 엄청난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다 물론 크리스는 녹스만을 초대한 게 아닌, 모든 친구를 초대한 것이다. 하지만 녹스는 그녀가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금요일 저녁의 파티 시간이 빨리 오길 기다렸다. 녹스는 크리스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파티장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사람은 너무도 많다. 거기다가 크리스는 양혼자인 쳇트만 찾을 뿐..
19.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키팅과 학생들과의 만남이 맛남이 되면서, 꽉 억눌려 있던 토드는 감정 표현의 화신이 되었고, 아버지의 인형(대리인)으로 살며 한 번도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보지 못한 닐은 정열의 화신이 되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많은 군상 중 토드와 닐을 살펴봤다면, 녹스를 건너뛰어선 안 된다. 교학상장의 변화를 살펴보는 이 자리에 마지막으로 초대된 사람은 바로 녹스 오버스트리트다. 그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 학창 시절의 로맨스를 금기로 여긴다.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 판친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 녹스는 아버지 친구의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그곳에 갔는데 글쎄 그곳에서..
18. 인형이 아닌 인간이 되길 희망하다 닐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아버지 몰래 오디션을 봤고 남자주인공이란 배역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친구에게 듣게 된 아버지가 다짜고짜 기숙사를 찾아와 영화 초반의 졸업연감 만드는 일을 그만두게 만든 것처럼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초반의 닐이었다면, 마찬가지로 연극도 포기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거부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각오는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닐, 꿈을 향한 정열의 화신이 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 앞에선 마지못해 대답을 했지만, 이번에는 관두지 않을 것이다. 단지 아버지와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얘기를 할 수 있는 키팅을 찾..
17. 사람에게 인형이 되길 희망하다 교육은 대화여야 한다. 가르치려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이 유기적으로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야만 한다. 키팅의 교수방법이 탁월한 이유는 단순히 남다른 수업을 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학생과 주고받는 수업을 했다는 데에 있다. 그에 따라 키팅 자신도 성장해 갔으며, 그를 만난 학생들도 성장해갈 수 있었다. 의식의 움직임을 통해 그들은 만나며 함께 성장해 갔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갔다. ▲ 만남은 서로에게 변화를 만들어 낸다. 닐의 아킬레스건, 아버지 닐 페리는 꽤나 유쾌하면서 밝은 학생이다. 학교생활도 잘하며 교우관계도 좋다. 더욱이 성적까지 좋으며, 토드와 같이 소심한 친구까지 살뜰히 챙길 줄 아는 팔방미남형 인물이다. ▲ 토드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닐...
16. 감정에 충실한 화신 토드의 변화는 두 장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첫 장면은 닐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전해들은 뒤에 토드가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다. 토드, 감정에 충실한 화신이 되다 당연히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였던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들었기에 깊은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슬픔을 절제하며 표현하지 않는데 반해, 토드는 온 몸으로 표현하며 “(닐의) 아버지 때문이야”라고 설움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며 눈밭을 뒹군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된 이후부터 토드는 어찌 보면 슬픔, 분노, 기쁨 무엇 하나 할 것 없이 가장 잘 표현하는 ‘표현의 달인’이 된 것이다. ▲ 울부짖으며 맘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토드. 두 번째 장면은 닐의 자살이 키팅 때문이라고 결론이 났..
15. 감정을 폭발시켜라 토드는 12번째 후기에서도 잠시 살펴봤다시피 형의 후광에 짓눌려 자기표현도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런 학생이 키팅의 수업을 받고 친구들이 조직한 ‘죽은 시인의 사회’에 들어가면서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 입학식 때의 도드. 한껏 주눅 들어 있고, 그로 인해 말수도 적다. 닐과 룸메이트가 되면서 표정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사람의 변화는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하고 가야할 점은 토드의 변화는 결코 외부의 자극 때문만이 아니라, 그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순간들을 감내하면서 스스로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즉, 모든 변화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처럼 외부의 조건과 내부의 노력이 함께..
14.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앞에서 쓴 13편의 후기를 통해 영화에 묘사된 학교가 현재의 한국 학교와 얼마나 비슷한지, 그 와중에서도 키팅 선생의 수업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수업인지 살펴봤다. ▲ 키팅의 수업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겐 하나의 좋은 소스가 된다. 교육은 대화다 하지만 아무리 한 교사의 교육철학이 탁월하고 교수방법이 좋다 할지라도, 그게 학생들에게 가 닿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교육은 교사만의 것도, 학생만의 것도 아닌, 쌍방의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교육은 대화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쌍방의 주고 받음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대화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대화란 두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고, 그 ..
13. 나만의 속도, 나만의 걸음걸이로 가다 키팅의 수업은 각 시간들이 나름의 의미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수업 시간엔 학생들을 밖에 모이게 하여 일렬로 세우고 원을 그리며 돌게 했다. 처음에 걷기 시작했을 땐 각자의 템포에 맞춰 걸으니, 속도도 맞지 않아 뒤죽박죽이 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 시간이 지나자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속도가 맞고 심지어 발까지 맞춰졌다. 이런 상황을 보면 누군가는 ‘학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결과’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공동체 마인드를 볼 수조차 없는 시대엔 제식훈련을 하듯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좋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속도가 맞고 발이 맞기 시작했다. 공동체를 지향하되,..
12. 표현의 수업 키팅의 네 번째 수업 시간은 야외에서 진행되었다. 키팅은 공을 가득 담은 그물망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엔 ‘시구가 적힌 쪽지’를 쥐고 학생들과 운동장을 걸어간다. 한 가운데에 도착하자 키팅은 학생들에게 시구 하나씩을 나눠주고 그들을 일렬로 서게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시구를 크게 읽은 후에 그 감정을 담아 공을 발로 차는 것이다. ▲ 공을 찬다는 건, 나에게 달라 붙어 있는 불안, 공포, 후회의 온갖 감정을 날려 버린다는 의미가 있다 나를 표현하라 학생들이 시구를 읽고 공을 찰 때 키팅은 휴대용 턴테이블로 음악을 튼다. 음악을 튼 이유는 리듬에 맞춰 시를 좀 더 리드미컬하게 낭독하기 위해서이며, 작게 웅얼거리는 학생의 경우 음악 소리에 낭독 소리가 묻히기에 크게 낭독하도록 만..
11. 욕망의 수업 우리가 학창 시절에 자주 들었던 말이자,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던 말은 “지금은 참아라. 대학에 가면 그땐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으니”라는 말이었다. ▲ 서양과 동양이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하나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 지금은 참아라, 나중에 원하는 건 다할 수 있다 이 말은 현재 하고자 하는 수많은 것들을 가로막고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할 때 쓰이며, 여기에 대해 누구도 함부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게 한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학생의 본분은 공부하는 것’을 알기에, 그것 외에 다른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현실에 머물다 보니 자연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사라져 갔고, 으레 해야 할 것들만 남게 되었다. 이럴 때 헛갈리는..
10. 교탁에 올라서라 시가 얼마나 우리의 일상에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지를 알려줬다. 그러다 갑자기 키팅은 교탁에 올라간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교탁을 밟고 올라설 것을 주문한다. 역시나 꽤나 황당한 장면이다. 과연 현재 한국에서 학생들이 교탁에 올라간다면, 교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 교사가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갔다 해도 그걸 본 다른 교사들은 그 교사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욱이 지금처럼 교탁이 최신 기자재로 바뀐 상황에선 더더욱 이와 같은 광경은 힘들 것이다. ▲ 교탁에 올라선 키팅. 학생들도 '저 선생이 왜 저러나?' 의아했을 것이다. 다른 시각으로, 자기 자신 안에 억압된 영감으로 세상을 대하라 키팅이 그와 같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도록 한 데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
9. 틀을 깨고 나오라 존 키팅 선생과의 두 번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줌과 동시에 깨달음도 함께 선사했다는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태껏 학생들은 수많은 교사들을 만났지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 우린 ‘파격’이라 표현할 수 있다. ▲ 격은 어느 순간까진 필요하지만, 그 이후엔 과감하게 깰 수 있어야 한다. 틀이 필요한 순간 & 틀을 깨야할 순간 파격破格은 ‘격(틀)을 깬다’는 말이다. 틀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최적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3년 전에 수영을 배웠는데, 그 때 강사가 가장 중시하는 게 영법에 따라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유영을 할 때 최대한 팔을 큰 원을 그리듯 휘둘러 몸이 물과 수평이 되도록 해야 하고, 그럴 땐 숨을 크게 쉴 ..
8. 남과 같지 않기를 키팅은 단순히 욕을 한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말은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하고, 행동은 말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言行一致, 行言一到). 그래서 키팅은 학생들에게 “서문을 모조리 찢어라”는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 교과서를 찢으라니, 학생들의 표정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쓰레기”를 가차 없이 뜯어 버리라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교과서에 낙서를 한다거나, 교과서를 비판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었다. ‘교과서=진리’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익히고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하니 교과서를 찢는다는 건, 매우 불경스러운, 그래서 양심의 가책까지 느껴지는 일이었던 것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는데 1950년대가 배경인 이 학교의 ..
7. 교과서 첫 페이지를 읽고 ‘쓰레기’라 외치다 존 키팅 선생은 첫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여태껏 만나왔던 교사와는 달리,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현재를 희생물로 바쳐라’는 정언 명령과는 달리, ‘현재를 즐겨라(Seize The Day / Carpe Diem)’라는 말에 학생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과 마주칠 때 사람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이게 된다. ‘신선해’, ‘재밌어’라고 생각하여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던지, ‘왜 저래?’, ‘뭐지?’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거부하려 하던지 말이다. 두 가지 반응은 어찌 보면 맞닥뜨린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웠고, 갑작스러웠는지를 알려준다고도 할 수 있다..
6.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가 되라 키팅의 교육관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84p)’이다.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객체로서의 사람이 아닌, 자신의 길을 만들며 ‘두 갈래 길 중 인적이 드문 길’로 갈 수 있는 주체로서의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 자취가 적은 길로 갔고, 그게 인생을 바꿨다는 말이야말로 생각하는 삶이 무언지를 보여준다. 키팅,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다 그 당시 교육이란 국가에서 정해준 지식만을 가르칠 수 있었고, 학생들은 그걸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물론 21세기인 한국은 현재도 국정교과서라는 쾌쾌 묵은 방식으로 국가가 지식을 정해주고 그것만을 가르치도록 강제하려 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5. 교사의 교육관과 수업 ‘처음’은 강인한 인상으로 남든지, 지루한 일상으로 남든지 한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 완전히 빗나갈 때 나의 이성으로 알던 영역을 벗어나서 앎의 희열을 맛볼 때 강인한 인상으로 남지만, 판에 박힌 경험일 때 여태껏 알던 내용의 반복일 때는 지루한 일상으로 남는 것이다. ▲ 첫 수업을 들으며 학생들은 깅인한 인상을 받았다. 이벤트적인 수업 & 판에 박힌 수업, 그 사이의 줄타기 키팅 선생의 첫 수업은 학생들에게 강인한 인상으로 남았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순간이었고,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던 순간이었기에, 학생들은 “등골이 오싹했어”, “이상했어”라는 평가를 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첫 수업만을 보고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건 너무도 어리석은 행동이다. 한 번의 임팩트 있..
4. 카르페디엠Carpe Diem 그렇다면 키팅은 왜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박물관에 데리고 간 것일까? 그 박물관엔 선배들의 의기양양한 사진이 걸려 있다. 명문학교답게 그곳에 다니던 선배들은 열정이 가득했고, 얼굴엔 자신감이 흘러넘치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 가득 부풀어 있었다. 겨우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만족감과 희망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진을 보여주며 키팅은 ‘선배들의 사진을 보면서 너희들도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힘내서 학교생활을 해보렴’이라 말하고 싶었던 걸까? ▲ 젊음의 열정. 그리고 자신감이 한가득 보인다. 이걸 본받으라는 것인가? 체험, 박물관 현장 하지만 역시나 기대를 깨듯 “너희와 별로 다르지 않을 거야. 그렇지? 머리모양도 같고, 너희처럼 젊..
3.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준 선택권: 호칭 정하기 교실이란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의 첫 만남은 긴장이 넘친다. 물론 단재학교는 작은 학교이기에 이렇진 않지만, 일반학교는 그렇다는 얘기다. 이상적으론 교사가 교실에 들어서면 학생들이 환호를 하며 맞이해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은 교사의 등장과 전혀 상관없이 원래 하던 대로 떠들고, 교사를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학생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교단에 선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자기들의 뜻대로 할 수 있는지 떠보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교사도 교실에 들어갈 땐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 기선을 제압하지 않으면 1년 내내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더 표정은..
2. 영화 속 학교, 현실 속 학교 이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첫 수업부터 우리가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이 나온다. 무작정 시험에 나오는 것을 추려서 반복 연습을 시키는가 하면, 많은 분량의 숙제를 내주고 그걸 하지 않으면 1점을 감점하겠다고 윽박지른다. ▲ 배우는 이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점수를 받기 위해 좋은 상급학교에 가기 위해 배우는 것일 뿐이다.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 학교라는 이름의 획일화 기구 이와 같은 단순한 수업, 겁주기 수업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이 학교에선 대입 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것과 그것만 잘 따라오면 일류대학 입학은 떼어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고로, ‘내가 행하는 어떠한 불합리한 것이라도 믿고 따르라, 그리하면 너에게 대학 합격의 명예가 뒤..
1.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접했고 독후감을 먼저 썼었다. 그러니 이젠 본격적으로 영화를 본 이야기를 나눌 차례다. 꼭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일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전혀 그런 말은 아니다. 단지 나의 경우엔 책을 먼저 읽고 그 감흥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기에, 책의 내용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그게 어떤 울림을 낳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 ▲ 영화와 소설, 당연히 소설이 감정 표현이나 상황 묘사가 자세하다. 하지만 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같이 보면 금상첨화다.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 소설의 내용을 영화한 경우, 우린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활자로는 세밀한 감정의 표현이나 정황의 묘사가 가능하다. 문자라..
목차 1. 알라딘의 순수한 욕망과 한계 욕망의 화신, 알라딘: 순수한 욕망? 욕망의 화신, 알라딘: 순수한 욕망도 아차하는 순간! 2. 자파의 욕망과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는 방법 욕망의 화신, 자파: 처음의 작은 욕망은 더 큰 욕망을 위한 변명거리일 뿐 욕망의 화신, 자파: 욕망만 추구하다가 욕망에 갇혀 욕망의 늪에 빠지지 않는 방법 인용 지도 시네필
2. 자파의 욕망과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는 방법 욕망의 화신, 자파: 처음의 작은 욕망은 더 큰 욕망을 위한 변명거리일 뿐 두 번째로 얘기해야 할 사람은 ‘자파’다. 그는 애초부터 욕망의 화신이었다. 권력욕 하나로 이 영화에서 악역을 자처했으니 말이다. 과연 그런 그에게선 어떤 욕망의 구도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는 램프를 손에 넣고 소원을 빈다. “나라의 왕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 소원은 자파가 램프를 차지하려 한 이유이기도 했다. 제2 권력자인 총리대신이지만 그래봐야 왕 앞에선 언제나 낮은 자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의 첫 소원은 당연히 ‘왕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어야 했고, 사실 그 소원 하나만으로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모든 소원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
1. 알라딘의 순수한 욕망과 한계 ▲ 알라딘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 이 노래가 회자되는 탓에 지금껏 사랑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다. 『알라딘』은 초등학생 때 봤었던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 특유의 선악이 확실히 나눠지는 내용에 뮤지컬스러운 흥겨운 음악이 있으며, 단선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초등학생이었던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이젠 더 이상 이런 식의 단선적인 스토리를 지닌 영화가 아닌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왜 갑자기 이 영화를 보고자 했던 것인가? 저번 토요일(2009년 3월 14일)에 이문세씨의 라디오 프로를 듣던 중에 『알라딘』을 맛깔나게 해석해주는 것을 듣고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이 애니메..
목차 1. 공부를 벗어나 공부를 하게 되다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내 생각에 고립되다 깨져야만, 무너져야만, 앎의 무가치를 알아야만 생각이 확장된다 기독교가 나에게 반공부의 깨달음을 주다 2. 도올과 건빵 한문이 재밌었어요 꼭 꼭 숨기보다 당당히 외치라 3. 인디스페이스와의 추억, 그리고 ‘나의 살던 고향은’ 『귀향』을 보러 인디스페이스에 갔으나, 인디스페이스는 없었다 인디스페이스를 다시 찾아 왔수다 『나의 살던 고향은』 첫 장면이 핵심이다 4. 고구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다 주몽은 흘승골성에 도읍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에 자막이 거의 없는 이유? 5. 상상력으로 역사를 대하라 유적지가 뭣이 중헌디 상상력으로 유적지를 여행하라 길은 사람을 통해, 역사는 상상을 통해 태어난..
12. ‘나의 살던 고향은’ 질의응답Ⅱ 북한 얘기하기 전에 남한부터 바뀌어야 한다 Q 민족의 앞날에 가장 큰 숙제는 ‘남과 북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인데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배우기로는 삼부자가 주민들에게 강압적으로 통치를 해서 주민들에게 끽소리 못하고 복종하게 만들었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듣기로는 북한 체제도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유지가 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구조가 어느 때까지 유지가 될 건지, 그리고 통일이 언제쯤 가능할지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A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시지 말고, 남한 정권이 바뀌어야 돼요. 북한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남한이 북한보다 더 개판이라고. 거긴 최순실이 장난을 하진 않아요. 우리가 북한 ..
11. ‘나의 살던 고향은’ 질의응답Ⅰ 우리는 역사를 잘못 알고 있다 Q 영화를 보니 그간에 상상으로만 알게 있던 것들이 구체화, 실체화되어 좋았습니다. 이 기회에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역사적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조선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한 번 전체적으로 조명해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A 김부식이가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썼다는 것은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신라ㆍ백제ㆍ고구려의 건국을 시조설화를 빌려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엉터리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 전에 아무 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문화도 없던 곳에 나라가 어찌 갑자기 건국이 됩니까? 삼국의 시작 자체를 순 엉터리로 기술한 것이죠. 지금의 우리의 감각..
10. 고구려는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며 새 패러다임을 만들다 그래도 풀리지 않던 건 고구려는 왜 중원을 향해 나아가지 않았냐는 점이다. 이 문제가 풀리질 않으니, 고구려가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수도를 옮긴 것이 자꾸 후퇴처럼 보인다. ▲ 미천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파헤쳐져 누가 보면 그냥 돌이 난자하게 엉클어진 곳인 줄 알겠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고구려 패러다임을 완성하다 이에 대해 도올 선생은 고구려가 중원중심주의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가 바로 15대 왕인 미천왕美川王 무덤의 도굴 사건이었다고 얘기해준다. 미천왕 때 고구려는 옆 나라인 모용선비와 치열하게 다툼을 벌인다. 두 나라의 영토가 확장되는 만큼 서로의 전쟁은 불가피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미천왕은 죽었고, 고국원왕이 왕위를 잇게 된다..
9. 지도를 뒤집어본다는 것의 의미 그런데 도올 선생이 제시한 지도를 뒤집어보라는 방법, 어디선가 본 듯한 방법이다. 그러고 보니 이미 2014년에 반영된 『미생』이란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장면이다. ▲ 지도를 똑바로 본다는 것은 계림에서 시작되어 한양으로 수렴되는 역사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미생에 나온 지도를 뒤집어 본다는 것의 의미 12화에선 요르단 중고자동차 수출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로 이 사업은 자원2팀 과장이었던 박과장이 추진했던 사업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게 걸려 사업은 흐지부지 됐다. 이렇게 안 좋게 끝난 사업의 경우엔 회사의 불문율처럼 아무리 사업성이 있다 해도 치부라 생각하여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그래는 그게 못내 아쉬운지 다시 시작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8. 당연함을 전복시켜라 지금껏 우린 역사를 배워오면서 중원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중원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회가 안정이 되고 문명국이 된다고 배워왔다. 그런 시각은 한반도를 한없이 변방국가로 인식하도록 만들었고, 임진왜란 이후엔 청나라에 의해 무너진 중화주의가 한반도로 왔다는 ‘소중화小中華’로까지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이런 시각으로 고구려를 보니 그렇게 광대한 영토를 점령하여 승승하다가 장수왕 때에 이르러 동북지역에 있던 수도를 평양으로 천도했다는 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나라들이 원나라나 청나라처럼 중원을 차지한 경우엔 역사책에 기록되며 역사를 이어간데 반해, 그렇지 못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멸되었기에, 고구려 수도를 중원이 아닌 한반도로 천도했다는 게 상식..
7. 신라 패러다임과 국정화 교과서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삼국에 대한 상식은 김부식金富軾(1075~1151)이 쓴 『삼국사기』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된 내용이다. 김부식은 그 당시 내려오던 『구삼국사』를 저본으로 삼아 새로운 삼국의 역사서를 편찬했다. 하지만 『구삼국사』라는 책이 현재는 전해지지 않기에 어떤 내용을 첨가했으며, 어떤 내용을 뺐는지는 알 수가 없다. ▲ 지금 남아 있는 삼국에 대한 가장 오랜 된 기록물이 [삼국사기]다. 그러다 보니 우린 이 기록에 갇힐 수밖에 없다. 역사서에 기록되기 이전에도 나라는 있었다 그런데 『삼국사기』엔 삼국 이전의 역사는 누락되어 있고, 삼국의 시조를 모두 난생卵生으로 처리했다. 난생이란 알에서 태어났다는 뜻으로 부계혈통 및 과거를 지워내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6. 신라 패러다임에서 고구려 패러다임으로 『나의 살던 고향은』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구려 패러다임’에 알아야한다. 지금껏 우린 알게 모르게 자학사관이나 신라중심사관에 빠져 우리의 역사를 비하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밖으론 늘 강대국의 침략에 꼼짝없이 당하는 나라로, 안으론 권력과 돈에 눈이 먼 권력자들의 아귀다툼에 시름하는 나라로 인식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역사수업을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는 늘 당하기만 하는 역사잖아요. 그래서 공부하기가 싫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식의 자학사관이나 ‘신라 패러다임(신라중심사관)’으로 우리 역사의 무대는 한없이 좁아졌고 부정적인 시각만이 판을 쳤다. 이때에 도올 선생이 제시하는 방법이 바로 ‘고구려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
5. 상상력으로 역사를 대하라 또한 이 영화는 소제목을 간간히 넣어서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상상하게 만든다. ‘삼배가 아니라 오배다’, ‘걸어가는데 그냥 눈물이 나온다’, ‘역사는 감이다’와 같은 소제목은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 장군총엔 바람과 중력에 무너지지 말라고 각 면마다 거대한 세 개의 돌을 대어놨다. 이런 큰 돌을 운용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는 얘기다. 유적지가 뭣이 중헌디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소제목만큼 그 장면 하나하나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제목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영화가 다 끝난 다음엔 소제목만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 당시에 어떤 장면들을 봤는지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올라서 내용을 곱씹기에 좋다. 이 영화에..
4. 고구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다 『나의 살던 고향은』의 상영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도올 선생이 거닐었던 길을 따라 우리도 함께 거닐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새 백두산 정상에서 “홍익인간!”이라 힘주어 외치는 도올선생의 결기 어린 목소리를 듣게 되며 스텝룰을 보게 된다. 그만큼 적당하고도 간명한, 그러면서도 여운이 남는 상영시간이라 할 수 있다. ▲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고 있다. 첫 개봉일이니만치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다. 주몽은 흘승골성에 도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각 유적지마다 도올 선생이 직접 발로 걸으며 그때 느꼈던 감회를 들려주고, 거기서 미처 말하지 못한 역사적인 사실은 연변대학 숙소에서 보충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니 이 영화는 한 편의 ‘도올..
3. 인디스페이스와의 추억, 그리고 ‘나의 살던 고향은’ 8시부터 시작되는 『나의 살던 고향은』을 보기 위해서는 인디스페이스에 가야 한다. 2014년엔 돌베개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책씨(책+Cine, 영화도 보고 영화 내용과 관련된 돌베개 책도 읽는 행사)’라는 프로그램에 동참하여 『탐욕의 제국』과 『다이빙벨』을 인디스페이스에서 볼 수 있었다. 무언가 가슴이 꽉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사회 문제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처럼 느껴질 때 책씨에 참여했던 것 같다. 그 당시만 해도 인디스페이스는 서울역사박물관 옆 건물에 있었다. ▲ 2014년엔 책씨에 두 번이나 참여했다. 그 덕에 좋은 영화도 보고 책도 읽었다. 『귀향』을 보러 인디스페이스에 갔으나, 인디스페이스는 없었다 2014년엔 두 번이..
2. 도올과 건빵 그런 깨달음의 근저엔 도올 선생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그 전에 티비를 통해 도올 선생의 강의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그땐 단순히 ‘강의할 때 소리를 지르는 사람’ 정도로 받아들였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면서 너무도 거대한 산이며,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강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 예전에 몰랐을 때만 해도 도올 선생은 그저 소리만 지르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한문이 재밌었어요 더욱이 나의 전공이 ‘한문 교육’이다보니, 도올 선생의 책들이 어렵긴 해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한문공부의 재미도 느끼게 됐으며,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관심 갖게 됐고, 공부의 의미도 알게 됐다. 우선 한문은 그저 어려서부터 해왔기에 해야만 하고, 막상..
1. 공부를 벗어나 공부를 하게 되다 2016년 11월의 한국은 일대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토요일이면 데이트도 해야 하고, 푹 쉬기도 해야 하고, 놀러도 가야 함에도 벌써 5주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20만명으로 시작된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는 5주차에 이르러 날씨는 훨씬 추워졌고, 첫눈까지 내리는 굳은 날씨였음에도 150만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분명 우린 한국에 살면서 매번 ‘무언가 잘못됐다’, ‘살기에 너무 팍팍하다’, ‘하시고 편할 날이 없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게 선뜻 무엇이 잘못인지,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말하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잘못된 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고, 그에 격분한 시민들..
목차 1. 여는 글: 인연론 인연에 대한 오해 인연이란 단어의 원의 2. 돌베개 출판사와의 인연 한문이란 전공이 만들어준 인연 출판사 이름을 멋대로 해석하다 3. 돌베개 출판사와의 마주침 출판사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되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 4. 다이빙벨: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기억 4월 16일 골든타임을 허비하다 하는 척만 하는 구조기관 두 눈 뜨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다 5. 다이빙벨: 세월호 사건 속 다이빙벨의 의미 세월호에서 다이빙벨의 의미 화제의 『다이빙벨』, 그 前과 後 ‘다이빙벨’의 의미 변질 6. 다이빙벨: 다이빙벨은 실패해야만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다이빙벨』과 문화로서의 출판을 하는 돌베개의 만남 투입을 못하도록 막고 또 막고 7. 다이빙벨: 언론 속 다이빙벨과 이종인 ..
13. 닫는 글: 이제는 취할 시간이다 인의 존재가 되어 총기 가득한 눈망울과 드넓은 포부로 삶의 우연을 긍정하게 되었다면, 이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 된다. 내가 ‘돌베개 출판사’와 『탐욕의 제국』, 『다이빙벨』과 마주쳐 공명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인의 존재가 된 그대 또한 새로운 관계들과 마주쳐 인연을 만들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인이 된 그대들, 취하라 홍리경 감독처럼 ‘다수의 목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는 소수의 처절한 외침’에 귀를 기울이려는 공감능력을 지니든, 이상호 감독처럼 ‘77분의 고급화된 욕’을 통해 ‘문화적 짱돌’을 던지려는 삶의 적극성을 지니든, 자신이 인의 존재로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살면 된다. 취하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
12. 닫는 글: 인의 존재가 되어 인연을 향해 지금까지 우연한 마주침이 일으킨 변주로 인해 ‘돌베개 출판사’와 마주쳤고, 출판사와의 마주침이 빚어낸 연쇄작용으로 『다이빙벨』, 『탐욕의 제국』이란 영화와 마주친 이야기를 했다. ▲ 돌베개출판사, 이러한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준 이상호, 홍리경 감독님께 감사를. 우연 속에 인연이 싹튼다 이러한 마주침을 통해 ‘인연因緣’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인연은 내가 계획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지 않으며 우연한 상황 속에서, 그것도 그 당시엔 어떠한 의미인지도 모르던 상황 속에서 일어난다고 말이다. 왜 우연한 상황에서 인연이 만들어지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의도한 상황이란 건, 그 밑바탕에 계산에 따른 정신의 과잉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그..
11. 탐욕의 제국: 고전으로 살펴보는 윤리적 기업이란? 그렇다면 기업의 윤리성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자본 중심의 기업 구조’를 ‘사람 중심의 기업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이런 깨달음은 이미 선조들의 지혜 속에 들어있었고 당연히 우리에게도 전수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로 급격하게 변해가면서 가장 먼저 제거하려 했던 게 이러한 지혜였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끝없는 욕망을 인간의 본성으로 받아들이게 하며, 그 욕망을 극단으로 추구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하는 구조인데, 선조들의 지혜는 이에 반하기 때문이다. ▲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있는 홍리경 감독. 『대학』과 ‘경주 최부자의 가훈’으로 보는 기업윤리 잃어버린 선조들의 지혜는..
10. 탐욕의 제국: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치는 삼성의 민낯 ‘책씨’란 기획으로 홍리경 감독의 『탐욕의 제국』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탐욕의 제국』은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백혈병에 걸렸지만 삼성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잘못을 덮어씌웠다. 이에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기업에 바치는 영화다. 핵가족화를 부추기는 기업, 하지만 ‘또 하나의 가족’이길 바라는 삼성 삼성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일면식도 없는 고객들을 가족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치다 타츠루內田 樹(1950~ )는 ‘기업은 이윤달성을 위해 대가족을 핵가족으로 쪼개고, 그것도 모자라 핵가족을 일인가족으로 만들..
9. 탐욕의 제국: 영화와의 마주침 우연한 마주침이 일으킨 작은 변주가 ‘책씨’로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다이내믹하다. 그래서 ‘삶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페이스북을 통해 돌베개 출판사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출판사가 파주에 있기에 대부분의 행사는 그곳에서 진행되지만 서울에서도 적지 않은 행사를 하고 있었다. 마주침은 거리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 전주에서 살았을 때만해도 대도시에서 하는 행사들을 보면, ‘그림의 떡’으로 생각하며 참석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럴 땐 지방에 산다는 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어서 ‘서울에서 살게 된다면 모든 행사에 다 참여할 거야’라고 외치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막상 서울에 올라오고 난 후엔 그러한 포..
8. 다이빙벨: 이 영화는 문화적 짱돌이다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이 거의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내내 누구 하나 소리 내지 않고 봤다. 77분짜리 영화를 보며 그렇게 거대한 벽에 좌절하며, 그러면서도 가슴 아프게 본 영화가 얼마나 될까. 그 울분은 ‘위험할 때 정부가 달려와 구조해줄 거라 철석같이 믿었던 믿음’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극에 달했다. 세월호 구조현장에 ‘사람의 목숨을 살리려 하는 정부’는 없었고, ‘조직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해경과 해수부’만 있었던 것이다. ▲ [다이빙벨]은 77분의 고급화된 욕이자, 문화적 짱돌이다. 다이빙벨의 진실을 알고 싶으면, 『다이빙벨』을 보라 영화의 짜임새에 대해서는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엔 걱정이 되었다. 이 영화는 영화를 위해 제작된 것..
7. 다이빙벨: 언론 속 다이빙벨과 이종인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이 투입되었다. “기존작업에 방해되고 기 설치된 바지선과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투입할 수 없다고 하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문제없이 5분 만에 투입은 완료되었다. 언론의 반응을 통해 본 다이빙벨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이빙벨을 내렸을 때, 벨 안에 에어포켓이 형성되지 않고 계속 물이 차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투입한지 20분 만에 다시 꺼내야만 했다. 문제를 확인해 보니, 공기케이블이 훼손되어 있었다. 고의적으로 누가 훼손한 것인지, 투입 도중에 훼손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투입된 지 20분 만에 문제가 발생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실패했다는 기사(다이빙벨, 실효성 논란? “투입 20분 만에 고장” ‘절망’..
6. 다이빙벨: 다이빙벨은 실패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이빙벨’이 투입된다는 기사와 보도가 대대적으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당연히 투입하기로 결정된 다음날(26일)에 투입되어, 확연한 구조성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 돌베개출판사의 '돌베개 책과 독립영화의 만남'은 도발적이다. 그래서 맘에 든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다이빙벨』과 문화로서의 출판을 하는 돌베개의 만남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이에 주요언론들은 ‘이종인 다이빙벨 실패 “죄송하다”..“유가족들 상처는 어쩌고?” (조선일보, 5월 2일)’, ‘“다이빙벨 만능” 혹세무민한 방송, 지금은 왜 말이 없나 (동아일보, 5월 3일)’, ‘수중 23m 내려갔지만 .. 실패로 끝난 다이빙벨 (중앙일보, 5월 2일..
5. 다이빙벨: 세월호 사건 속 다이빙벨의 의미 대통령과 총리, 관계부처 장관들이 현장을 찾아 구조작업을 격려했고, 실의에 빠져 있는 유가족을 위로했다. 매일 밤 메인뉴스로 세월호 관련보도가 흘러나와, 금방이라도 뒤집힌 배를 건져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그림. 세월호에서도 언론왜곡은 그대로 드러났다. 세월호에서 다이빙벨의 의미 하지만 설레발이었을 뿐이었다. 사고발생 210일 만인 2014년 11월 11일에 실종자 9명을 끝내 찾지 못한 채 수색이 종료되기에 이른 것이다. 세월호의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이빙벨’이란 키워드를 관통해야 한다. 다이빙벨은 ‘JTBC 뉴스 9’에 해난구조 전문..
4. 다이빙벨: 2014년 4월 16일 그 날의 기억 4월 16일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라는 여객선이 진도 부근 맹골수도에서 급변침急變針을 하며 침몰했다. 그 여객선의 승객 중 고등학교 수학여행객이 대부분이었기에 단재 아이들도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벽에 벌어진 일이라면 모를까, 환한 대낮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이기에 당국이 온 역량을 결집하여 보란 듯이 구조작업을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의 술렁임을 멈추게 하고 계속 수업을 진행하였던 것이다. 오후 3시 30분에 체육을 하러 헬스장에 가서야 화면을 통해 침몰하는 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터넷..
3. 돌베개 출판사와의 마주침 ‘출판사 이름의 연유가 그럴 것이다’고 짐작하며 시간을 지내왔다. 임용공부를 하던 시기를 지나 대안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 페이스북으로 출판사의 소식을 간간이 들으며 인연을 계속 지속해왔다. 그러던 중 ‘돌베개 책과 독립영화의 만남’을 보러 인디스페이스에 갔다가 『돌베개 2014 도서목록』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야 출판사 이름이 어떻게 지어진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웅대한, 그러면서도 절실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돌배개란 이름은 바로 장준하 선생님과 관련이 있었다. 출판사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되다 장준하 선생이 유신 시대로 접어드는 암울한 시기에 항일 운동을 했던 기억을 되살펴 펴낸 수필집의 이름이 바로 『돌베개』..
2. 돌베개 출판사와의 인연 실상 대학생 때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책은 거의 읽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공부 풍토 상 책읽기와 공부는 별개였고, 나 또한 그런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여 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임용에 합격하겠다’는 만용과도 같던 꿈이 좌절된 후가 되어서야 드디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현실의 고통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나의 역량을 키워야만 했고,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나보다 앞서서 산 선배들의 조언과 응원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책을 거의 읽지 않던 시기에도,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시기에도 나와 자주 마주쳐 공명하던 출판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 출판사가 바로 ‘돌베개 출판사’다. 그 인연론을 한 번 들어보자. ▲ 파주에 있는..
1. 여는 글: 인연론 살아가면서 가장 큰 자산은 돈도 명예도 아닌 인연이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쳐, 일으키는 수많은 변곡점變曲點이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 풍부함이란 게 긍정적인 방향의 변화일 수도, 부정적인 방향의 변화일 수도 있다. 그게 설혹 부정적인 변화를 동반한다 할지라도 악연惡緣이라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어떤 책에서 나온 글처럼, 그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는 악연이었다 할지라도 다른 상황, 다른 순간에 만나면 전혀 다른 인연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하기에 ‘어떠할 것이다’라고 미리 선을 긋고 앞뒤 재며 우유부단하게 멈춰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와 마주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도록 부단히 나아가야만 한다. ▲ 인연과 어떻게 마주치느냐에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