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문집/소화시평 (247)
건빵이랑 놀자
21. 정지상과 김부식의 악연 世傳金侍中富軾, 與鄭學士知常同遊山寺, 知常有‘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之句. 富軾喜之, 乞而不與, 乃搆而殺之. 後往一寺, 偶登厠, 忽有從後握囊者曰: “君顏何赤?” 富軾對曰: “隔岸丹諷照面紅” 因病死. 按唐劉廷芝作「白頭翁」詩, 其一句曰: ‘今年花落顏色改, 明年花開復誰在.’ 其舅宋之問愛其句, 懇乞不與, 怒, 以土囊壓殺之. 噫! 人之猜才好名如此, 爲詩者不可不知. 해석 世傳金侍中富軾, 與鄭學士知常同遊山寺, 세상에 전하는 말이다. 시중 김부식과 학사 정지상이 산사에 함께 유람할 적에 知常有‘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之句. 지상의 다음 구절을 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 절에서 불법을 설파하는 소리 그치고, 하늘빛 맑기가 유리 같네. 富軾喜之, 乞而不與, 乃搆而殺之. 부식이 그 시구를 좋아해..
17. 최치원의 시 세 편 崔孤雲「泛海」詩曰: ‘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 日月無何外, 乾坤太極中. 蓬萊看咫尺, 吾且訪仙翁.’ 辭語宏肆. 「贈智光上人」詩曰: ‘雲畔構精廬, 安禪四紀餘. 筇無出山步, 筆絕入京書. 竹架泉聲緊, 松欞日影踈. 境高吟不盡, 瞑目悟眞如.’ 句格精緻. 且如「題輿地圖」一聯: ‘崑崙東走五山碧, 星宿北流一水黃.’ 囊橐天下山水之祖, 思意極其豪健. 想此老胸中, 藏得幾箇雲夢也. 해석 崔孤雲「泛海」詩曰: ‘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 日月無何外, 乾坤太極中. 蓬萊看咫尺, 吾且訪仙翁.’ 최고운의 「범해(泛海)」라는 시는 다음과 같으니, 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돛 걸고 푸른 바다에 떠 있으니 세찬 바람이 만 리까지 통하네. 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 뗏목에 탄 한..
15. 벼슬이 없는 왕공과 귀족의 시 申玄翁云: “貴遊中能詩者, 高原ㆍ礪城尉, 其人也.” 按高原, 卽文孝公申沆, 礪城, 卽頤庵宋寅. 今選兩人詩各一首, 高原「詠伯牙」詩曰: ‘我自彈吾琴, 不須求賞音. 鍾期亦何物, 强辯絃上心.’ 礪城「戱題氷綃手帕, 幷寄眞娘」曰: ‘半幅氷綃一掬雲, 寄渠聊作扇頭巾. 不知幾處離筵上, 持向阿誰拭淚痕.’ 近世東陽尉申翊聖亦能詩, 其「歸田結網」詩曰: ‘寒食風前穀雨餘, 磨腮魚隊上灘初. 乘時盡物非吾意, 故使兒童結網疎.’ 噫! 此等公子, 皆妙年富貴, 於文章用力必不事, 而其所諷詠如此. 非其才之過大者, 能如是乎? 해석 申玄翁云: “貴遊中能詩者, 高原ㆍ礪城尉, 其人也.” 현옹 신흠이 『청창연담』에서 “관직이 없는 부마(駙馬)【귀유(貴遊): 관직이 없는귀족(貴族), 또는 일반적으로 신분이 귀현(貴顯)..
14. 종실의 시들 申玄翁云: “宗英之能詩者亦多, 風月亭爲冠, 醒狂子ㆍ西湖主人其次也” 按風月亭, 卽月山大君婷, 醒狂子, 卽朱溪君深源, 西湖主人, 卽茂豐正摠. 今選三人詩各一首, 風月亭「寄人」詩曰: ‘旅館殘燈夜,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醒狂子「雲溪寺」詩曰: ‘樹陰濃淡石盤陀, 一逕縈廻透澗阿. 陣陣暗香通鼻觀, 遙知林下有殘花.’ 西湖主人「漁父詞」曰: ‘老翁手把一竿竹, 靜坐苔磯睡味閒. 魚上釣時渾不覺, 豈知身在畵圖間.’ 近世泰山守棣亦能詩, 其「閒居卽事」詩曰: ‘蕪菁結穗麥抽芽, 粉蝶飛穿茄子花. 日照疎籬荒圃靜, 滿園春事似田家.’ 蓋自古宗英生長綺紈, 耽悅聲色, 罕有留意文章者. 而觀其諷詠, 絕俗超倫, 有非等閒詞客所及, 可貴哉! 해석 申玄翁云: “宗英之能詩者亦多, 風月亭爲冠, 醒狂子ㆍ西湖主人其次也” 현옹 신흠..
13. 광해군 유배의 시 光海自江都移耽羅, 舟中賦詩曰: ‘炎風吹雨過城頭, 瘴氣薰蒸百尺樓. 滄海老濤來薄暮, 碧山愁色送淸秋. 歸心每結王孫草, 客夢頻驚帝子洲. 故國興亡消息斷, 烟波江上臥孤舟.’ 惜其詞華若此, 而淫侈無度, 終以覆國, 眞可與煬帝一轍. 해석 光海自江都移耽羅, 舟中賦詩曰: ‘炎風吹雨過城頭, 瘴氣薰蒸百尺樓. 滄海老濤來薄暮, 碧山愁色送淸秋. 歸心每結王孫草, 客夢頻驚帝子洲. 故國興亡消息斷, 烟波江上臥孤舟.’ 광해군이 강화도로부터 탐라로 이배(移配)될 적에 배 속에서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炎風吹雨過城頭 뜨거운 바람이 비를 불러 성 어귀를 지나고 瘴氣薰蒸百尺樓 장기(瘴氣)는 백척의 누각에서 그슬리며 찌네. 滄海老濤來薄暮 푸른 바다의 노련한 파도가 황혼[薄暮]을 오게 하고 碧山愁色送淸秋 푸른 산의 근심스..
12. 단종의 유배시 魯山廢居寧越, 有詩曰: ‘嶺樹參天老, 溪流得石喧. 山深多虎豹, 不夕掩柴門.’ 語極悲涼, 讀之淚下. 해석 魯山廢居寧越, 有詩曰: ‘嶺樹參天老, 溪流得石喧. 山深多虎豹, 不夕掩柴門.’ 노산군(魯山君)이 영월(寧越)에 폐위되어 거처할 적에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嶺樹參天老 溪流得石喧. 고개의 나무는 하늘까지 닿으려는 듯 나이 들고 시냇물 흘러 바위 가지려는 듯 시끄럽네. 山深多虎豹 不夕掩柴門 산은 깊고 많은 범과 표범으로 저물지 않았지만 사립문을 닫는다네. 語極悲涼, 讀之淚下. 시어가 매우 슬프고 처량하여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서설 상권 목차 하권 목차
11. 효종의 호기로운 시 孝廟有詩曰: ‘我欲長驅十萬兵, 秋風雄鎭九連城. 大呼蹴踏天驕子, 歌舞歸來白玉京.’ 辭意豪壯, 殆不讓‘雪恥酬百王, 除兇報千古.’之作, 而天不假聖算, 齎志未就, 可勝痛哉! 해석 孝廟有詩曰: ‘我欲長驅十萬兵, 秋風雄鎭九連城. 大呼蹴踏天驕子, 歌舞歸來白玉京.’ 효종이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我欲長驅十萬兵 내가 하고자 하는 건 길이 십만의 병사를 몰아서 秋風雄鎭九連城 가을바람처럼 구련성(九連城)【여진(女眞)의 봉황성(鳳凰城) 동쪽에 있는 지명으로 우리나라와 접경지역의 성 이름이다】을 웅장하게 진치고 大呼蹴踏天驕子 크게 부르며 북쪽 오랑캐【천교자(天驕子)는 힘이 강성하여 마치 하늘이 놓아먹이는 것 같은 자를 말하는데, 흔히 북쪽의 호족(胡族)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한서(漢書)』 권..
10. 인조의 비상함이 담긴 시 仁祖在潛邸幼時, 有詩一聯曰: ‘世間萬物人禽獸, 天上三光日月星.’ 造語奇偉, 識者知其非常. 해석 仁祖在潛邸幼時, 有詩一聯曰: ‘世間萬物人禽獸, 天上三光日月星.’ 인조께서 잠저에 계시던 어린 시절에 시 한 연을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世間萬物人禽獸 세상엔 만물인 사람과 새와 짐승이 있고 天上三光日月星 하늘 위엔 삼광인 해와 달과 별이 있네. 造語奇偉, 識者知其非常. 조어가 기이하고 뛰어나 아는 사람들은 인조의 비상함을 알았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서설 상권 목차 하권 목차
9. 섣달 매화를 읊은 선조 宣祖詠「臘梅」詩曰: ‘人事每從忙裏擾, 天心但覺靜無爲. 上林臘月梅花發, 誰道窮陰閉塞時.’ 上句道破天人動靜之理, 下句顯有抑陰扶陽之意, 不但天藻之炳煥, 聖學之高明亦可見矣. 申玄翁欽云: “文廟ㆍ成廟ㆍ宣廟翰墨, 無讓於漢武ㆍ唐宗也.” 해석 宣祖詠「臘梅」詩曰: ‘人事每從忙裏擾, 天心但覺靜無爲. 上林臘月梅花發, 誰道窮陰閉塞時.’ 선조께서 「섣달에 피는 매화[臘梅]」를 노래한 시는 다음과 같다. 人事每從忙裏擾 사람의 일은 매번 바쁨 속에 요란함을 따르지만 天心但覺靜無爲 하늘의 마음은 다만 고요하며 함이 없는 듯 느껴지네. 上林臘月梅花發 궁궐 안 정원엔 섣달임에도 매화꽃이 피었으니 誰道窮陰閉塞時 누가 음력 12월[窮陰]이 꽉 막힌 때라 말할 것인가? 上句道破天人動靜之理, 下句顯有抑陰扶陽之意, ..
8. 태평한 기상을 담은 인종 仁廟「進大殿春帖子」詩曰: ‘杓指東方節候新, 風雲佳會是良辰. 樓邊浮舞含書鳳, 苑裏遊嘶保德麟. 白雪將殘知送臘, 靑芽欲吐覺迎春. 年年每被殊恩渥, 祝福端宜駑劣身.’ 典麗和暢, 有太平氣像, 而臨御未滿一歲. 鳴呼, 痛哉! 해석 仁廟「進大殿春帖子」詩曰: ‘杓指東方節候新, 風雲佳會是良辰. 樓邊浮舞含書鳳, 苑裏遊嘶保德麟. 白雪將殘知送臘, 靑芽欲吐覺迎春. 年年每被殊恩渥, 祝福端宜駑劣身.’ 인종께서 「진대전춘첩자(進大殿春帖子)」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杓指東方節候新 북두성이 동쪽을 가리키니 계절이 새롭고 風雲佳會是良辰 바람과 구름이 아리땁게 모이니 이때가 좋은 때라네. 樓邊浮舞含書鳳 누각 근처에서 날며 춤추는 건 글을 머금은 봉황이고 苑裏遊嘶保德麟 동산 속에서 놀며 우는 건 덕을 보지(保持..
7. 평양군을 기린 성종 成廟見平陽碑文, 以詩尾之曰: ‘先朝身許國安危, 功在山河上鼎彛. 爽氣空留圖畵裏, 英才今想急難時. 石床苔覆山羊睡, 巒壟雲深野馬嘶. 衰草月明凉露滿, 行人幾欲問爲誰.’ 悟寐英豪感舊圖今之意, 溢於辭表, 眞帝王之言. 해석 成廟見平陽碑文, 以詩尾之曰: ‘先朝身許國安危, 功在山河上鼎彛. 爽氣空留圖畵裏, 英才今想急難時. 石床苔覆山羊睡, 巒壟雲深野馬嘶. 衰草月明凉露滿, 行人幾欲問爲誰.’ 성조께서 평양의 비문【평양군 박중선(朴仲善, 1435~1481)은 세조ㆍ예종ㆍ성종 때의 무신으로 병조와 이조의 판서를 지냈다. 1467년 이시애의 난과 1468년 남이의 옥사 때 전공을 세위 공신(功臣)이 되고 평양군에 봉해졌다. 성종이 왕위를 차지할 때도 공을 세웠다. 조선 전기 대표적 벌열 무신의 하나다. 그 ..
6. 귤로 신하를 깨친 문종 文廟在東宮時, 盛橘一盤, 賜下玉堂. 諸臣聚噉, 橘盡, 詩見于盤面, 乃御製手書也. 詩曰: ‘枏檀偏宜鼻, 脂膏偏宜口. 最愛洞庭橘, 香鼻又甘口.’ 香鼻甘口之喻, 豈責備臣隣之意耶! 해석 文廟在東宮時, 盛橘一盤, 賜下玉堂. 문종이 등극하기 전 동궁(東宮)에 계실 적에 한 쟁반에 귤을 담아 옥당【조선 시대, 삼사의 하나로 궁중의 경서와 사적을 관리하고 왕에게 학문적 자문을 하던 관청】에 하사하셨다. 諸臣聚噉, 橘盡, 詩見于盤面, 乃御製手書也. 詩曰: ‘枏檀偏宜鼻, 脂膏偏宜口. 最愛洞庭橘, 香鼻又甘口.’ 모든 신하들이 모여 먹고 귤이 동나자 시가 쟁반 겉면에 보이니 이에 문종께서 손수 쓴 것이었니, 시는 다음과 같다. 枏檀偏宜鼻 脂膏偏宜口 녹나무와 박달나무는 치우쳐 코에만 마땅하고 기름진..
5. 창업의 뜻을 담은 이성계의 시 我朝列聖翰墨亦多矣. 太祖微時登百岳, 有詩曰: ‘突兀高峯接斗魁, 漢陽形勝自天開. 山盤大陸擎三角, 海曳長江出五臺.’ 筆力豪壯, 幾與「大風」詩爭雄. 其肇刱鴻基, 實兆於此. 해석 我朝列聖翰墨亦多矣. 우리 조정엔 역대 임금[列聖]의 문장이 또한 많다. 太祖微時登百岳, 有詩曰: ‘突兀高峯接斗魁, 漢陽形勝自天開. 山盤大陸擎三角, 海曳長江出五臺.’ 태조 이성계(李成桂)께서 백악산에 올라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突兀高峯接斗魁 삐죽 솟은 높은 봉우리는 북두성에 닿았으니 漢陽形勝自天開 한양의 형세가 하늘로부터 열렸네. 山盤大陸擎三角 산은 너른 땅을 쟁반처럼 둘러 삼각산을 떠받쳤고 海曳長江出五臺 바다는 긴 강을 끌어와 오대산에서 샘솟네. 筆力豪壯, 幾與「大風」詩爭雄. 필력이 호쾌하고 ..
4. 백상루에 빠진 충숙왕 忠肅王到安州百祥樓, 題詩曰: ‘淸川江上百祥樓, 萬景森羅不易收. 草達長堤靑一面, 天低列峀碧千頭. 錦屛影裏飛孤鶩, 玉鏡光中點小舟. 未信人間仙境在, 密城今日見瀛洲.’ 天葩燦然, 但欠萎弱. 密城卽安州古號. 해석 忠肅王到安州百祥樓, 題詩曰: ‘淸川江上百祥樓, 萬景森羅不易收. 草達長堤靑一面, 天低列峀碧千頭. 錦屛影裏飛孤鶩, 玉鏡光中點小舟. 未信人間仙境在, 密城今日見瀛洲.’ 충숙왕(忠肅王)이 안주의 백상루(百祥樓)에 당도하여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淸川江上百祥樓 맑은 냇물가의 백상루는 萬景森羅不易收 온갖 경치 삼나무처럼 빼곡해 쉬이 그만두지 못한다네. 草達長堤靑一面 풀이 긴 둑에 다달아 푸르름이 만연한 얼굴인 듯 天低列峀碧千頭 하늘이 늘어선 산굴에 낮아 파람이 일천 개의 머리인 듯해...
3. 현종의 원대한 시 顯宗潛邸時, 在中興寺, 「詠潤水」曰: ‘一條流出白雲峯, 萬里滄溟去路通. 莫道潺湲巖下在, 不多時日到龍宮.’ 辭意宏遠, 聞者謂有王者氣像, 後果驗焉. 해석 顯宗潛邸時, 在中興寺, 「詠潤水」曰: ‘一條流出白雲峯, 萬里滄溟去路通. 莫道潺湲巖下在, 不多時日到龍宮.’ 현종이 등극하기 전【잠저(潛邸): 창업(創業)의 임금이나 종실(宗室)에서 들어온 임금으로서, 아직 위(位)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 또는 그 동안.】에 중흥사【서울 북한산에 있던 큰 사찰로 중흥사(重興寺)로도 쓰인다.】에 있으며 「영윤수(詠潤水)」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一條流出白雲峯 한 줄기 물줄기가 백운봉에서 흘러 나와 萬里滄溟去路通 만 리의 푸른 바다로 가는 길로 통하네. 莫道潺湲巖下在 졸졸 흐르는 것이 바위 밑에 있다 말..
2. 거란과 문종 文宗與契丹爲隣, 苦其誅求. 一夕夢至京師, 備見城闕之盛, 覺而慕之, 爲詩以記. 乃遣使朝宋, 時卽元豐初也. 其詩曰: ‘惡業因緣近契丹, 一年朝貢幾多般. 移身忽到京華地, 可惜中宵漏滴殘.’ 其用夏變夷之意, 靄然可掬. 해석 文宗與契丹爲隣, 苦其誅求. 문종이 거란과 이웃이 되어 가렴주구(苛斂誅求)에 괴로웠다. 一夕夢至京師, 備見城闕之盛, 覺而慕之, 爲詩以記. 언젠가 저녁에 꿈속에서 송나라 수도 카이펑(開封)에 이르렀고 성곽과 궁궐의 성대함을 모두 보았으며 깨어나선 그걸 아련히 여겨 시를 지어 기록했다. 乃遣使朝宋, 時卽元豐初也. 곧이어 사신을 보내 송나라에 조공하니 그때가 원풍(元豐, 1078~1085) 초였다. 其詩曰: ‘惡業因緣近契丹, 一年朝貢幾多般. 移身忽到京華地, 可惜中宵漏滴殘.’ 그때 지은..
1. 활발발한 기상의 왕건 凡帝王文章, 必有大異於人. 宋太祖「詠日」詩ㆍ明太祖「詠雪」詩, 其弘量大度, 皆有不可以言語形容者. 按『輿地勝覽』, 載高麗太祖嘗巡到鏡城龍城川, 有詩一絕曰: ‘龍城秋日晚, 古戍寒烟生. 萬里無金革, 胡兒賀太平.’ 意格豪雄, 音律和暢. 其一統三韓之氣像, 於此可見. 해석 凡帝王文章, 必有大異於人. 일반적으로 임금의 문장은 반드시 크게 남보다 다름이 있다. 宋太祖「詠日」詩ㆍ明太祖「詠雪」詩, 송태조 조광윤(趙匡胤)의 「영일(詠日)」시와 명태조 주원장의 「영설(詠雪)」이란 시는 其弘量大度, 皆有不可以言語形容者. 너른 헤아림과 크나큰 헤아림이 모두 언어로써 형용할 수 없는 것이다. 按『輿地勝覽』, 載高麗太祖嘗巡到鏡城龍城川, 『여지승람(輿地勝覽)』을 살펴보면 고려 태조 왕건(王建)이 일찍이 순수(巡..
시평치윤서(詩評置閏序) 미상(未詳) 有事殊而理一者, 有以小而喻大者, 是編之名以置閏者奚? 日行疾而一年與天會, 月行遲而一月與日會. 推其餘分之積, 則一歲總得十日, 三朞總得三十日, 以成一閏. 余旣輯我東之名篇佳作纂『詩評』, 又裒所逸者爲『補遺』. 比數年來, 更摭得文人才子瑣儒賤士, 秀句警語香人牙頰. 而或爲瞽眼所棄, 或以無名見捐, 幷湮滅而不稱. 余爲此之惜, 隨手纂錄, 遂成一編, 亦猶積餘分而能成歲功也. 夫正四序, 授人時, 非置閏則盭矣; 集聚美, 張詞源, 非此編則歉矣. 爲事雖殊, 其理則一; 用功雖小, 可喻於大. 余之取譬名編, 豈過也哉! 或有規余者曰: “細大不遺, 古亦有之, 删繁取精, 自是選詩之法. 今子所錄, 亡乃傷于博而費於■乎!” 余謂: “玉環ㆍ飛燕, 異態而同妍; 春蘭秋菊, 異時而同馨. 絕響妙句, 何所取舍? 余之癖痼矣, ..
소화시평후서(小華詩評後敍) 이정열(李貞烈) 余觀今兹詩評之書, 大抵網羅百家, 括串群詩. 誠沈潛其訓義而說之鏗鏗, 磨磷其事業而評之正正. 可謂耘情藝圃之必力, 戈志書林之必勤者也. 是以文之當也, 如玄圃之積玉而美不可採; 文之奇也, 如鳳翔龍躍而妙不可摸矣. 然則萬斛之泉源, 以之而洩其精神; 千丈之光芒, 因此而發其英華. 其所漱芳潤傾瀝液之道, 固當靡不用極. 而余以不敏, 旣非咽篆之才, 吐鳳之手, 則其於挾風霜之文, 帶烟霞之詞, 豈可咀之嚼之, 而揀之摹之乎? 然有時乎, 泛舟於學海而沿流演之, 馳驥於文場而奔騁獵之, 則萬狀之瑰奇, 一家之機杼, 庶可窺見而組織之矣. 筆道告功, 故文以述懷胎後, 不揣孤陋而識之焉. 歲舍玄菟之一月下澣, 退湖. 해석 余觀今兹詩評之書, 大抵網羅百家, 括串群詩. 내가 이제 이 시평의 책을 보니 대체로 여러 작가를 망라하..
소화시평후발(小華詩評後跋) 이존서(李存緒) 余自病廢以來, 閒居無事. 藥餌之暇, 求得我東諸子所著篇什, 以爲消遣之資. 病裏看書, 蓋取其着味而忘痛也. 一日玉川盧友奎燁來診, 袖一册以示余, 曰: “是乃玄默子洪公萬宗之所編『小華詩評』也, 此書成之已久, 今始刊行者矣.” 余欣然受之一覽, 可知其奇玩珍寶, 悅人耳目. 途抛却諸書, 專心看閱, 如服淸凉散, 不覺病根之自消矣. 嗚呼! 我東自高麗以及我朝, 文章輩出, 啁啾啽哢者, 各成一家, 皆自以爲獨得其妙. 玉石朱紫, 無以辨别. 賴得洪公之始有是評, 然后各家之姸媸美惡, 莫得逃形於一鑑中. 令人開卷, 瞭然如指掌, 定爲詩家千古之師表, 不待親炙而可期服矣. 余竊念洪公乃是仁廟朝人, 自仁廟以來迄今二百餘年, 文人才子世世並出, 其間作者之名章佳句, 勝似前人者, 亦多有之. 而未得定衡於洪公之筆下, 可勝惜哉...
102. 요절한 시인들 王弇州作文章九命, 其一曰短折, 仍擧古今賢人有文而無壽者四十七人, 余讀而悲之. 嗟夫! 天之生才也不數, 閱千百纔一二, 而有苗而不秀, 秀而不實者, 何哉? 余取我東有文而無壽者十二人, 各選一首而附之. 鄭碏, 北窓之弟, 有詩才, 未弱冠夭. 兒時到金襴窟, 作詩, 爲人所稱賞, 詩曰: ‘人言菩薩着金襴, 住在衝波石竇間. 爲訪眞身了不見, 水紋山氣自成斑.’ 李榮極有詩才, 二十三而夭, 其「贈僧」詩曰: ‘疎雲山口艸萋萋, 夜逐香烟渡水西. 醉後高歌答明月, 江花落盡子規啼.’ 崔澱, 有才早夭, 號楊浦, 世稱仙才. 九歲時從栗谷自坡州返京, 馬上栗谷呼韻, 崔卽口對曰: ‘客行何太遲, 不畏溪橋暮. 靑山一片雲, 散作江天雨.’ 車殷輅, 五山之兄, 時號奇童, 未冠而夭. 其父軾, 通判黃州時, 年十二, 賦詩送客曰: ‘幾宴寧賓館, 頻..
101. 귀신이 지은 시 麗朝時有一士人, 訪友飮酒, 日暮還家. 於途中醉卧, 忽聞吟詩一聲曰: “澗水潺湲山寂歷, 客愁迢遞月黃昏.” 驚起視之, 身臥山路, 傍有一古塚, 叢棘環之而已. 始知唐李賀詩所謂‘秋墳鬼唱鮑家詩, 恨血千年土中碧.’者, 非虛語也. 且如鬼李顯郁詩曰: “風驅驚雁落平沙, 水態山光薄暮多. 欲使龍眠移畵裏, 其於漁艇笛聲何.” 鬼朴嵂詩曰: “海棠秋墜花如雪, 城外人家門盡關. 茫茫丘壟獨歸去, 日暮路遠山復山.” 又權韐所遇鬼詩‘樓臺花雨十三天, 磬歇香殘夜闃然. 窓外杜鵑啼有血, 曉山如夢月如烟.’ 音韻高絕瀏幽, 自非人間語, 豈鬼神亦自愛其詩, 往往有警作, 則必借人傳世, 以暴其才歟! 해석 麗朝時有一士人, 訪友飮酒, 고려 때 한 선비가 있어 벗을 찾아가 술을 마시고 日暮還家.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갔다. 於途中醉卧, 忽聞吟詩一..
100. 전우치의 시 國朝田禹治, 羽士也, 猶唐之有曹唐. 其「次滿月臺」詩曰: ‘靑松黃葉古臺路, 惟有人心長未閒. 寶靨尙餘天上月, 宮眉留作海中巒. 落花流水斜陽外, 斷雨殘雲城郭間. 遼鶴不來人事盡, 百年消息鬢毛斑.’ 湖陰稱賞. 해석 國朝田禹治, 羽士也, 猶唐之有曹唐. 조선의 전우치(田禹治)는 도교의 승려로 당나라의 조당(曹唐)【조당의 자는 요빈(堯賓)으로 계주(桂州) 사람이다. 도사로서 후에 사부종사(使府從事)가 되었는데 함통(咸通) 연간에 죽었다. 「유선사(遊仙詞)」 백여 편을 지어 유명하다(『당시기사』)】과 같은 이다. 其「次滿月臺」詩曰: ‘靑松黃葉古臺路, 惟有人心長未閒. 寶靨尙餘天上月, 宮眉留作海中巒. 落花流水斜陽外, 斷雨殘雲城郭間. 遼鶴不來人事盡, 百年消息鬢毛斑.’ 「차만월대(次滿月臺)」라는 시는 다음과..
99. 기녀가 지은 시 古之才妓能詩者, 如薛濤ㆍ翠翹之輩頗多. 我東女子, 雖不學書, 妓流中英資秀出之徒, 不無其人. 而以詩傳於世者絕無, 何哉? 按魚叔權『稗官雜記』, ‘東方女子之詩, 三國時則無聞焉. 高麗五百年, 只有龍城娼于咄彭原娼動人紅, 解賦詩云’, 而亦無傳焉. 頃世松都眞娘ㆍ扶安桂生, 其詞藻與文士相頡頏, 誠可奇也. 眞娘「詠半月」詩: ‘誰斷崑山玉, 裁成織女梳.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 桂生, 號梅窓, 其詩云: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又有妓秋香翠仙, 亦皆工詩, 秋香「蒼巖亭」詩云: ‘移棹淸江口, 驚人宿鷺飜. 山紅秋有跡, 沙白月無痕.’ 翠仙, 號雪竹, 「白馬江懷古」詩云: ‘晩泊皐蘭寺, 西風獨倚樓. 龍亡江萬古, 花落月千秋.’ 又有東陽尉宮婢, 亦工詩, 絕云: ‘落葉風前語, 寒花雨後啼. 相..
98. 부인이 지은 시 古之婦人能文者, 曹大家班姬以下, 不可殫記. 我東女子不事文學, 雖有英資, 止治紡績, 故婦人之詩罕傳. 惟我朝鄭氏所詠‘昨夜春風入洞房’一絕, 載於徐四佳『東人詩話』. 鄭氏又有「詠鶴」詩曰: ‘一雙仙鶴叫淸霄, 疑是丹邱弄玉簫. 三島十洲歸思闊, 滿天風露刷寒毛.’ 又有宗室肅川令內子詩, 蘭雪軒許氏詩. 肅川令內子「詠氷壺」詩曰: ‘最合床頭盛美酒, 如何移置小溪邊. 花間白日能飛雨, 始信壺中別有天.’ 許氏「宮詞」詩曰: ‘淸齋秋殿夜初長, 不放宮人近御床. 時把剪刀裁越錦, 燭前閑繡紫鴛鴦.’ 又有趙承旨瑗之妾楊斯文士奇之妾, 皆善於文詞. 而瑗之妾, 玉峯李氏, 稱爲國朝第一, 其「卽事」詩曰: ‘柳外江頭五馬嘶, 半醒半醉下樓時. 春紅欲瘦臨鏡粧, 試畫梅窓却月眉.’ 士奇之妾「閨怨」詩曰: ‘西風摵摵動梧枝, 碧落冥冥雁去遲. 斜倚綠窓仍..
97. 여항 시인 有劉希慶ㆍ金孝一ㆍ崔大立者, 出於卑流, 而皆能詩. 劉希慶, 祭服匠, 號村隱, 「襄陽途中」詩: ‘山含雨氣水含烟, 靑草湖邊白鷺眠. 路入海棠花下去, 滿枝香雪落揮鞭.’ 金孝一, 禁漏官, 號菊潭, 「鷓鴣」詩云: ‘靑草湖波接建溪, 刺桐深處可雙栖. 湘江二女寃魂在, 莫向黃陵廟裏啼.’ 崔大立, 譯官, 號蒼崖, 「喪室後夜吟」詩云: ‘睡鴨薰消夜已闌, 夢回虗閣枕屛寒. 梅梢殘月娟娟在, 猶作當年破鏡看.’ 又有白大鵬ㆍ崔奇男者, 皆賤隸而工詩. 白大鵬, 典艦司奴也, 「醉吟」詩云: ‘醉插茱萸獨自娛, 滿山明月枕空壺. 旁人莫問何爲者, 白首風塵典艦奴.’ 崔奇男, 東陽尉宮奴也. 號龜谷, 其「寒食道中」詩云: ‘東風小雨過長堤, 草色和烟望欲迷. 寒食北邙山下路, 野烏飛上白楊啼.’ 諸詩皆淸絕. 噫! 才之不限於貴賤, 如是夫! 해석 有劉希..
96. 승려 시인 麗朝詩僧, 多矣. 宏演, 號竹磵, 「題墨龍卷」詩云: ‘閶闔迢迢白氣通, 滿綃雲起黑潭風. 夜來仙杖無尋處, 應向人間作歲豊.’ 天因「冷泉亭」詩云: ‘鑿破雲根構小亭, 蒼崖一線灑泠泠. 何人解到淸凉界, 坐遣人間熱惱惺.’ 圓鑑「雨中睡起」詩云: ‘禪房闃寂似無僧, 雨浥低簷薛荔層. 午睡驚來日已夕, 山童吹火上龕燈.’ 懶翁「警世」詩云: ‘終朝役役走紅塵, 頭白焉知老此身. 名利禍門爲猛火, 古今燒殺幾千人.’ 我朝能詩者甚稀, 惟參寥爲最, 「贈成川倅」詩云: ‘水雲蹤跡已多年, 針芥相投喜有緣. 盡日客軒春寂寞, 落花如雪雨餘天.’ 休靜, 號淸虛堂, 「賞秋」詩云: ‘遠近秋色一樣奇, 閑行長嘯夕陽時. 滿山紅綠皆精彩, 流水啼禽亦說詩.’ 太能「呈西山大師」詩云: ‘蘧廬天地假形來, 慙愧多生托累胎. 玉塵一聲開活眼, 夜霄風冷古靈臺.’ 守初「..
95. 한 연만 남은 시 詩或有一聯傳誦於世者, 而有佳者, 有不佳者. 無名氏‘竹窓碁影碧, 梅塢雨聲香.’ 傷於太巧, ‘果熟山登席, 魚肥海入盤.’ 病似聯句, ‘公子骨淸秋入竹, 美人粧濕雨過花.’ 癖於欲奇, ‘茶名雀舌僧疑飮, 山號蛾眉女欲看.’ 又‘江名白馬疑南牧, 山號扶蘇恐北監.’ 兩聯同一體格, 非不精巧, 而卑俗可厭. 權韜‘杜鵑聲苦春山晩, 枳殼花殘古寺幽.’ 詞極淸警, 李春元「金剛山」詩: ‘氣像秋冬春夏異, 精神一萬二千同.’ 語頗遒健, 鄭之羽「穩城」詩: ‘人逢絶塞俱靑眼, 山到窮邊亦白頭.’ 意甚凄惋, 權韐‘幽人偏愛磵邊石, 山鳥不驚林下僧.’ 幽脩超絕, 可壓前數聯. 해석 詩或有一聯傳誦於世者, 而有佳者, 有不佳者. 시 중 혹 한 연만이 세상에 전하여 외워지는 게 있지만 좋은 시도 있고 좋지 않은 시도 있다. 無名氏‘竹窓碁影碧..
94. 누군가의 시 無名氏詩, 爲人傳誦者甚多, 而佳者亦罕. 如‘雨後淸江興, 回頭問白鷗. 答云紅蓼月, 漁笛數聲秋.’ 語甚鄙俚, 村裡雜劇. ‘水澤龍魚窟, 山林鳥獸家. 孤舟明月客, 何處是生涯.’ 詞意窮寒, 乞兒操瓢, ‘三尺齊紈上, 誰模雁睡長. 蘆花霜落後, 烟月夢瀟湘.’ 似假非眞, 優孟效孫. ‘十月嚴霜着地多, 强提團扇意如何. 紅塵十載空奔走, 多少靑山掩面過.’ 語格酸薄, 村婦學粧. ‘攻愁愛酒還成病, 治病停盃轉作愁. 一夜西窓風雨鬧, 兩除愁病夢滄洲.’ 頗有手段, 定是作者. 해석 無名氏詩, 爲人傳誦者甚多, 而佳者亦罕. 이름과 성씨가 없는 시 중에 사람에서 전하여 외워진 것이 매우 많지만 좋은 시는 또한 드물다. 如‘雨後淸江興, 回頭問白鷗. 答云紅蓼月, 漁笛數聲秋.’ 語甚鄙俚, 村裡雜劇. 다음의 시는 시어가 매우 촌스럽..
93. 누군가 지은 이항복 만시 挽鰲城相公詩甚多, 而當時評者, 以‘鰲柱擎天天安帖, 鰲亡柱折奈天何. 北風吹送囚山雨, 雨未多於我淚多.’爲第一. 或云成汝學所作, 或傳金昌一所作, 未知孰是. 金昌一, 以南行爲淸道郡守云. 해석 挽鰲城相公詩甚多, 而當時評者, 以‘鰲柱擎天天安帖, 鰲亡柱折奈天何. 北風吹送囚山雨, 雨未多於我淚多.’爲第一. 오성(鰲城) 상공의 만시가 매우 많지만 당시에 평론하는 사람들이 다음의 시를 제일로 여겼다. 鰲柱擎天天安帖 거북이 기둥이 하늘을 떠받쳐 하늘이 편안했지만 鰲亡柱折奈天何 거북이가 죽자 기둥도 끊어졌으니 하늘은 어째야 하나? 北風吹送囚山雨 북풍이 불어 수산(囚山)【수산(囚山) : 산골에 유배되었다는 말이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과는 달리 오히려 산이 새장처럼 자신을 꼼짝 못하게 만든..
92. 이원진, 유방을 노래하다 李元鎭, 仁廟朝人. 「詠漢高祖」詩, ‘山東隆準氣雄豪, 一約三章帝業高. 莫道入關無所取, 祖龍天下勝秋毫.’ 豪健脫纏, 道人所未道, 詩可以名取之乎? 해석 李元鎭, 仁廟朝人. 이원진은 인조 때 사람이다. 「詠漢高祖」詩, ‘山東隆準氣雄豪, 一約三章帝業高. 莫道入關無所取, 祖龍天下勝秋毫.’ 「한고조를 읊다[詠漢高祖]」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山東隆準氣雄豪 산동의 큰 코 유방은 기상이 웅혼하여 一約三章帝業高 한번 약법삼장을 약속하니 제왕의 업이 높아졌다네. 莫道入關無所取 함곡관에 들어가 취한 게 없다고 말하지 마라. 祖龍天下勝秋毫 진시황【조룡(祖龍): 조(祖)는 시(始)의 뜻이고, 룡(龍)은 임금을 상징하는 말로, 시황(始皇)을 가리킨다. 『사기』 권6 「진시황본기」의 “금년에 조룡이..
91. 청요직에 있으면서도 청렴했던 윤정이 쓴 시 尹渟, 宣廟朝人, 職淸要. 在直廬, 欲推微細之物, 將訴于官, 同僚薄之. 尹賦一絶曰: “弊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中無棄物, 猶絜自家牛.” 至今膾炙. 然以巢父事歸許由, 而世人不能看別, 可資一嗤. 해석 尹渟, 宣廟朝人, 職淸要. 윤정은 선조 때 사람으로 청요직【청요직(淸要職): 사간원(司諫院), 사헌부(司憲府), 홍문관(弘文館)을 일컬음】을 맡았다. 在直廬, 欲推微細之物, 숙직할 적에 작은 물건을 따져서 將訴于官, 同僚薄之. 장차 관아에 소청하려 하자 동료들이 그를 야박하다고 했다. 尹賦一絶曰: “弊屣堯天下, 淸風有許由. 分中無棄物, 猶絜自家牛.” 윤정이 한 절구(「탄식하며有歎」)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弊屣堯天下 淸風有許由 요임금의 천하를 헌신짝처럼 버렸..
90. 김석주와 홍만종의 우정 金斯伯錫冑, 號息菴, 博洽群書, 識優才贍, 爲文自成一家. 嘗與余唱酬, 稱余詩爲本色. 蓋斯伯工於詞賦, 晩業於詩, 故有此過許. 然其詩往往有古法. 曾以接慰官在東萊, 寄余一詩曰: “相離千里遠, 相憶幾時休. 以我虛漂梗, 憐君誤決疣. 靑春愁已過, 碧海暮長流. 夢裏還携手, 同登明月樓.” 時余誤針左手痰核, 伏枕呻吟, 故頷聯云. 余次韻以寄曰: “世故殊難了, 離愁苦未休. 緣詩君太瘦, 隨事我生疣. 夜月誰同酌, 春天獨泛流. 還朝知不遠, 匹馬候江樓.” 時余適泛舟西湖, 故頸聯及之, 可謂投之瓊琚, 報之木瓜矣. 해석 金斯伯錫冑, 號息菴, 博洽群書, 사백 김석주는 호가 식암으로 여러 책을 두루 읽어 識優才贍, 爲文自成一家. 식견은 넓다랗고 재주는 넉넉하여 문장 짓는 것으로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嘗與余..
89. 조한영의 시 曹聘君, 諱漢英, 號晦谷. 嘗在驪庄, 重陽日作五言近體曰: ‘故里重陽會, 相携醉幾遭. 老翁難策杖, 佳節負登高. 沙白仍淸渚, 花黃復濁醪. 狂歌落帽興, 無復少年豪.’ 格律淸絕. 公少從澤堂學, 有自來矣. 해석 曹聘君, 諱漢英, 號晦谷. 조빙군의 휘는 한영(漢英)이고 호는 회곡(晦谷)이다. 嘗在驪庄, 重陽日作五言近體曰: ‘故里重陽會, 相携醉幾遭. 老翁難策杖, 佳節負登高. 沙白仍淸渚, 花黃復濁醪. 狂歌落帽興, 無復少年豪.’ 일찍이 여주의 농장에 있으며 중양절에 오언 근체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故里重陽會 相携醉幾遭 고향의 중양절에 모여 서로 이끌고 취하여 몇 번이나 만났던가? 老翁難策杖 佳節負登高 늙어 지팡이 짚기[策杖] 어려워 좋은 계절에 등고하길 저버렸네. 沙白仍淸渚 花黃復濁醪 모래 희고..
88. 어려운 시를 쓰던 이지천 沙浦李志賤, 爲詩癖於詭. 而其「詠靑山」詩最佳, 詩曰: ‘假令持此靑山賣, 誰肯欣然出一錢. 莫歎終爲浮世棄, 尙堪留置老人前. 纔含落月窺虛幌, 旋拂輕雲入晩筵. 造物秖應嫌獨取, 疎簾不敢向西搴.’ 해석 沙浦李志賤, 爲詩癖於詭. 사포(沙浦) 이지천(李志賤)은 시를 지을 때 이상하게 짓는 버릇이 있었다. 而其「詠靑山」詩最佳, 詩曰: ‘假令持此靑山賣, 誰肯欣然出一錢. 莫歎終爲浮世棄, 尙堪留置老人前. 纔含落月窺虛幌, 旋拂輕雲入晩筵. 造物秖應嫌獨取, 疎簾不敢向西搴.’ 「영청산(詠靑山)」의 시가 가장 아름다운데, 그 시는 다음과 같다. 假令持此靑山賣 가령 이 청산을 가져다 판다면 誰肯欣然出一錢 누가 기꺼이 즐겁게 한 푼을 내려나? 莫歎終爲浮世棄 끝내 뜬 세상에 버림 당했다고 탄식하지 말라. 尙..
87. 같은 상황을 묘사한 시로 백곡과 만주를 평가하다 栢谷ㆍ晩洲, 皆有曉行詩. 栢谷詩曰: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晩洲詩云: “鷄鳴飯後店, 馬過睡時橋.” 俱寫情境. 而晩洲尤逼眞, 當與溫庭筠「鷄聲茅店」詩相伯仲. 해석 栢谷ㆍ晩洲, 皆有曉行詩. 백곡과 만주는 모두 새벽에 출발하며 쓴 시가 있다. 栢谷詩曰: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백곡의 「11월 9일 새벽에 용인의 여관에서 출발하며[十一月初九日, 曉發龍仁旅舍]」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鷄聲來野店 鬼火渡溪橋 닭울음은 들판 주막에서 들려오고 도깨비불은 시내의 다리를 건너오네. 晩洲詩云: “鷄鳴飯後店, 馬過睡時橋.” 만주의 시는 다음과 같다. 鷄鳴飯後店 馬過睡時橋 밥 먹은 뒤 닭은 객점에서 울고 졸 때 말은 다리를 지나가네. 俱寫情境. 모두 정경을 묘사했..
86. 홍석기의 시 余嘗病肺杜門, 東溟鄭丈携任休窩來問. 時柏谷ㆍ晩洲亦至, 余命進酒, 仍致數三女樂謳彈. 酒酣, 諸公或賦或歌, 竟夕而罷.六七年來, 東溟·休窩, 相繼淪沒, 栢谷·晩洲, 皆流落鄕土. 一日晩洲來訪, 贈余一律曰: ‘吾儕行樂向來多, 玄鬢蒼顔間綺羅. 栢谷風標元不俗, 豊山才格亦同科. 波瀾浩蕩任公筆, 天地低昻鄭老歌. 聚散存亡還七載, 逢君今日意如何.’ 感古傷今, 情溢於辭, 讀之令人隕涕. 豐山, 卽余姓貫也. 해석 余嘗病肺杜門, 東溟鄭丈携任休窩來問. 내가 일찍이 폐에 병 들어 문을 닫고 있었는데 동명 정선생이 휴와 선생을 데리고 병문안을 왔다. 時柏谷ㆍ晩洲亦至, 余命進酒, 仍致數三女樂謳彈. 이때 백곡과 만주 또한 왔기에 나는 술을 내오라 명하고 몇 명의 기녀로 악기 타고 노래하며 타게 하였다. 酒酣, 諸公或賦或..
85. 경쇠소리 한 번 울리는 동안 시를 지은 홍석기 洪晩洲錫箕, 天才敏捷, 操筆賦詩, 泉湧河懸, 略無停滯, 人不可及. 嘗遊松岳雲居寺, 與諸友夜坐, 一友謂洪曰: “君能擊磬一聲, 聲未了, 賦一詩乎?” 仍以「月夜聞琵琶」爲題, 以聞ㆍ雲ㆍ君爲韻, 擊磬而出示之. 洪卽應口而對曰: “千秋哀怨不堪聞, 落月蒼蒼萬壑雲. 莫向樽前彈一曲, 東方亦有漢昭君.” 蓋是時義順公主, 新嫁燕京故云, 一座吐舌歎賞. 해석 洪晩洲錫箕, 天才敏捷. 만주 홍석기【홍석기(洪錫箕): 본관은 남양(南陽)이며, 자는 원구(元九), 호는 만주(晩洲)로 홍석주의 형이다】는 천부적 자질이 민첩했다. 操筆賦詩, 泉湧河懸, 붓을 잡고 시를 지을 적엔 샘물이 솟구치는 듯 큰 강물이 매달린 듯하여 略無停滯, 人不可及. 조금도 정체됨이 없었으니, 남들이 미칠 수가 없..
84. 노둔한 김득신이 지은 당풍에 가까운 한시 金栢谷得臣, 才稟甚魯, 多讀築址, 由鈍而銳. 其「龍山」詩曰: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一時膾炙. 然不若「木川道中」詩. ‘短橋平楚夕陽低. 正是前林宿鳥栖. 隔水何人三弄笛, 梅花落盡古城西.’之極逼唐家. 해석 金栢谷得臣, 才稟甚魯, 백곡 김득신은 재질의 천품이 매우 노둔하여 多讀築址, 由鈍而銳. 많이 읽어 기본을 다지니 노둔하기에 예리해졌다. 其「龍山」詩曰: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용산에서[龍山]」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古木寒雲裏 秋山白雨邊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서 있고 가을산에 하얀 비 내리더니, 暮江風浪起 漁子急回船 저물녘 강에서 풍랑 일어나자 어부가 황급히 배를 돌리네. 一時膾炙. 이 시는 한 시..
83. 임유후 시를 중만당풍이라고 비평한 소암을 비판하다 任參判有後, 號休窩, 中年閑廢, 專事文翰. 少時遊山寺, 題僧軸曰: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 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見者誤以爲疎庵詩. 後疎菴見其軸曰: “吾非盛唐, 語不出口. 此詩雖逼唐韻, 頗雜中唐聲, 乃後生小子之作.”云. 至若鏟石題名姓, 山僧笑不休. 乾坤一泡幻, 能得幾時留. 讀之, 身世兩忘, 色相俱空. 不謂聲律中有此妙詮, 其可以中晩而小之歟. 해석 任參判有後, 號休窩, 참판 임유후는 호가 휴와로 中年閑廢, 專事文翰. 중년에 버려져 온전히 문장 짓는 것만 했다. 少時遊山寺, 題僧軸曰: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 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젊을 적에 산사를 유람하며 스님의 시축에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山擁招提石逕斜 산..
82. 통신사가 쓴 시 黃漫浪㦿能詩, 而但欠生梗, 如「奉使日本」詩云: ‘童男女昔求仙地, 大丈夫今杖節行.’ 爲人傳誦. 鄭圃隱「奉使日本」詩云: ‘張騫査上天連海, 徐福祠前草自春.’ 觀此兩詩, 不啻霄壤. 해석 黃漫浪㦿能詩, 而但欠生梗, 如「奉使日本」詩云: ‘童男女昔求仙地, 大丈夫今杖節行.’ 爲人傳誦. 만랑(漫浪) 황호(黃㦿)는 시를 잘 지었지만 다만 낯선 게 흠이었으니 「봉사일본(奉使日本)」이란 시는 다음과 같으니 사람들에게 전하여 외워졌다. 童男女昔求仙地 어린 사내와 계집이 예전에 신선을 찾으려던 곳, 大丈夫今杖節行 대장부가 오늘은 사절단의 행렬이라네. 鄭圃隱「奉使日本」詩云: ‘張騫査上天連海, 徐福祠前草自春.’ 정포은의 「봉사일본(奉使日本)」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張騫査上天連海 장건의 배 위엔 하늘이 바다에..
81. 성리학이란 바탕으로 참된 선비의 시를 쓴 부친 홍주세 先人號靜虛堂, 爲文根於性理, 卓然天成, 不假雕飾. 澤堂嘗稱法遜於持國, 而理勝之, , 而理勝之, 若菽粟布帛. 有閑中詩一絶曰: “追惟旣往眞爲惑, 逆料將來亦是愚. 萬事當頭須放下, 儘敎心地淨無虞.” 申東淮翊聖謂: “此詩見得透脫, 眞儒者語. 世之雕琢章句, 誇奇鬪新者, 安能道得如此語?” 해석 先人號靜虛堂, 爲文根於性理, 선친의 호는 청허당(靜虛堂)【홍주세(洪柱世, 1612∼1661):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풍산(豊山). 자는 숙진(叔鎭), 호는 청허당(靜虛堂). 홍만종의 부친임】으로 문장을 지음에 성리학에 근본을 둬 卓然天成, 不假雕飾. 우뚝한 천성으로 조탁과 수식을 빌리지 않았다. 澤堂嘗稱法遜於持國, 而理勝之, 택당은 일찍이 작법은 지국 장유에게 ..
80. 소동파마저 뒷걸음치게 만들 시재를 뽐낸 신최 申都事最, 號春沼. 自其祖玄翁, 文章相繼, 長於詞賦, 而詩亦淸雅, 其「還棲」詩, “偶入城中數月淹, 忽驚秋色着山尖. 行裝理去孤舟在, 急影侵來素髮添. 早謝朝班誰道勇, 晩饞邱壑不稱廉. 且愁未免天公怪, 欲向成都問姓嚴.” 當使蘇長公却步. 해석 申都事最, 號春沼. 도사 신최【신최(申最): 1619년(광해군 11)~1658년(효종 9), 조선 중기 문인. 자는 계량(季良), 호는 춘소(春沼), 할아버지는 신흠(申欽)임】는 호가 춘소이다. 自其祖玄翁, 文章相繼, 할아버지 현옹 때부터 문장이 대대로 이어져 長於詞賦, 而詩亦淸雅. 사와 부에 장점이 있었고 시 또한 맑고도 우아했다. 其「還棲」詩, “偶入城中數月淹, 忽驚秋色着山尖. 行裝理去孤舟在, 急影侵來素髮添. 早謝朝班誰..
79. 수재라 칭송되었던 이계와 그의 죽음을 슬퍼한 택당 李烓能文章, 罕世之才也. 其「百祥樓」詩曰: “睥睨平臨薩水湄, 高風獵獵動旌旗. 路通遼瀋三千里, 城敵隋唐百萬師. 天地未曾忘戰伐, 山河何必繫安危. 悽然欲下新亭淚, 樓上胡笳莫謾吹.” 詞氣俊邁. 且如蛩吟野逕秋聲急, 雀噪柴門暮景疎, 亦淸警. 澤堂嘗在龍灣, 聞烓被死, 方對案, 却肉不食, 嗟悼良久. 傍人怪問之, 曰: “吾非爲其人, 惜其絶藝也.” 해석 李烓能文章, 罕世之才也. 이계【이계(1603~1642):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희원(熙遠), 호는 명고(鳴皐). 간관으로 있으면서 청나라와의 관계에서 주화파로서 척화파 김상헌(金尙憲) 등을 공격하는 데에 앞장섰다. 1641년 말 선천부사로 있을 때에 명나라 상선과 밀무역하다가 청나라에 발각되어 의주에 구금되었다..
78. 박정길의 만시 挽金將軍應河詞甚多, 而朴鼎吉詩爲最. 其詩曰: ‘百尺深河萬仞山, 至今沙磧血痕斑. 英魂且莫超江上, 不減匈奴定不還.’ 其人不作惡, 一才子也. 해석 挽金將軍應河詞甚多, 而朴鼎吉詩爲最. 장군 김응하(金應河)【김응하(1580~1619)는 광해군 때의 무신이다. 1618년 명나라가 후금을 정벌할 때 조선에 원병을 청하자 1619년 2월 도원수 강홍립(姜弘立)을 따라 압록강을 건너 후금 정벌에 나섰다. 명나라가 대패하자 김응하는 심하(深河)에서 3천 명의 군사로 수만 명의 후금군을 맞아 싸웠으나 중과부적으로 패배하고 전사하였다. 이듬해 명나라 신종은 그의 공을 기려 요동백(遼東伯)에 봉하였고, 조선에서는 영의정에 추증하였다.】의 만사는 매우 많지만 박정길(朴鼎吉)【박정길(1583~1623)은 광해..
77. 각각의 재능을 지닌 계곡과 택당과 동명 近世谿谷ㆍ澤堂ㆍ東溟三人, 並稱當世哲匠, 論者各以所尙, 優劣而輕重之, 甚無謂也. 凡文章之美, 各有定價, 豈以好惡爲抑揚乎? 余觀谿谷文章渾厚流鬯, 如太湖漫漫, 微風不動; 澤堂精妙透徹, 如秦臺明鏡, 物莫遁形; 東溟發越俊壯, 如白日靑天, 霹靂轟轟, 三家氣像, 自是各別. 至若東溟之‘海上白雲間, 蒼蒼皆骨山. 山僧飛錫去, 笑問幾時還’. 俊逸中極閑雅, 風神骨格, 酷似太白, 二子亦所未道也. 해석 近世谿谷ㆍ澤堂ㆍ東溟三人, 並稱當世哲匠. 근세의 계곡ㆍ택당ㆍ동명 세 사람은 아울러 당세의 철장【철장(哲匠): 현명하고 재예(才藝)가 있는 사람】으로 일컬어졌다. 論者各以所尙, 優劣而輕重之, 의론하는 사람들이 각각 숭상하는 것으로 우열과 경중을 매기지만 甚無謂也. 매우 쓸데없는 소리다【무..
76. 통군정에서 지은 굳건한 동명의 시 姜ㆍ王二詔使之來, 北渚金相公爲遠接使, 鄭東溟以白衣從事. 至義州, 與府尹李莞會飮統軍亭, 適見毛都督軍兵過去, 賦詩一律曰: “統軍亭前江作池, 統軍亭上角聲悲. 使君五馬靑絲絡, 都督千夫赤羽旗. 塞垣兒童盡華語, 遼東山川非昔時. 自是單于事遊獵, 城頭夜火不須疑.” 氣格遵健, 彷彿老杜, 眞所謂不二門中正法眼藏, 非野狐小品, 可等論也. 해석 姜ㆍ王二詔使之來, 北渚金相公爲遠接使, 중국의 강왈광(姜曰廣)과 왕몽윤(王夢尹) 조사(詔使)가 오니【1626년 황태자 탄생 조사로 옴】 북저 상공 김류(金瑬)가 원접사가 되었고 鄭東溟以白衣從事. 정동명이 포의로 종사관이 되었다. 至義州, 與府尹李莞會飮統軍亭, 의주에 이르러 부윤 이완과 통군정에 모여 술을 마시다가 適見毛都督軍兵過去, 마침 도독(都督..
75. 장유가 극찬을 아끼지 않은 동명의 시 鄭東溟斗卿, 氣呑四海, 目無千古, 文章山斗一代. 其手劈秦ㆍ漢ㆍ盛唐之派, 可謂達摩西來, 獨闡禪敎. 其詠白鷗詩曰: “白鷗在江河, 泛泛無冬夏. 羽族非不多, 吾憐是鳥也. 年年不與雁南北, 日日常隨波上下. 寄語白鷗莫相疑, 余亦海上忘機者.” 試看吾東古今詩人, 怎敢道得如此語麽? 谿谷嘗語人曰: “余之文譬如良馬, 欲步能步, 欲走能走, 猶不免爲馬. 至如君平, 則寧蜥蜴, 不失爲龍之類也.” 因詠箕子墓詩, ‘海外無周粟, 天中有洛書.’ 不覺擊節. 曰: “此句出人意表, 不可及, 不可及.” 其見許如此. 君平, 卽東溟字也, 谿谷於東溟長十年云. 해석 鄭東溟斗卿, 氣呑四海, 目無千古, 동명 정두경은 기가 사해를 삼키고 눈은 천고를 없다고 보았으며 文章山斗一代. 문장은 한 세대의 태산과 북두성【산..
74. 윤순지의 시 余近得涬溟子尹順之詩稿而觀之, 其詩非唐非宋, 自成一家, 格淸語妙, 句圓意活, 深造古人閫域. 第世罕知之, 略揀七言近體數首. 其「覓句戱占」詩日: ‘結習多生未忘癡, 尙從文字鬪新奇. 但令美玉連城在, 不厭良金鼓槖遲. 活意有時勝驥足, 苦心終夜引蛛絲. 尋花問柳閒閒處, 笑爾沈吟復索詩.’ 其「望海亭」詩曰: ‘鴻荒開闢坎離門, 碣石崑崙左右蹲. 垂手恰堪扶日轂, 側身今已躡天根. 挾山超海非難事, 暴虎憑河不足論. 落帆長風吹萬里, 眼邊吳楚浪中飜.’ 又曰: ‘劈海危亭峻欲飛, 任公曾作釣鰲磯. 風雷傾洞喧蛟窟, 金碧參差瀁日暉. 尙父提封看隱約, 薊門烟樹望依微. 吾生豪橫誠堪詫, 貝闕珠宮踏得歸.’ 嬌嬌騰踔, 可與芝川「海」ㆍ「山」詩爭衡. 해석 余近得涬溟子尹順之詩稿而觀之, 其詩非唐非宋, 自成一家, 格淸語妙, 句圓意活, 深造古人閫域..
73. 조선 중기의 대시인 余嘗與東州語及國朝故事, 東州一一歷言. 且曰: “癸亥年間, 余與疎庵ㆍ谿谷等九人賜暇湖堂. 一日上出御題, 令諸公製進, 余適居魁, 上賜豹皮一領, 谿谷居第二, 賜虎皮一領, 其餘各賞賜有差. 仍遣中使宣醞, 諸公相與歡飮, 酒酣, 座中合辭, 謂余曰: ‘今日應製, 子爲壯元, 吾等之文, 子可第其高下.’ 余笑而頷之, 因謂谿谷曰: ‘子之文如長江一瀉, 千里無聲, 汝固如山逕幽峭, 花草生馨, 天章如羅公遠所嗅黃栢, 華色燁然, 內缺一瓣, 肅羽如白鸚鵡, 天性慧到, 時有一二句能言.’ 諸公相顧大笑, 皆稱的論. 其時座中不止此四人, 各有所評論, 而余老矣, 忘不能記.”云, 해석 余嘗與東州語及國朝故事, 東州一一歷言. 내가 일찍이 동주와 말하다가 조선의 옛 일에 이르렀고 동주가 일일이 거쳐가며 말했다. 且曰: “癸亥年間, ..
72. 관어대 시의 에피소드로 멋지게 나이 드는 법을 알려준 이민구 余昔遊嶺南, 登寧海觀魚臺. 臺臨海, 巖下游魚可數. 板上有李東州敏求詩, 詩曰: “觀魚臺下海茫茫, 羊角秋風鶴背長. 倚蓋天隨鰲極庳, 旋磨人比蟻行忙. 陶將萬壑蛟龍水, 洗出重宵日月光. 欲掛雲帆乘漭沆, 扶桑東畔試方羊.” 余次之曰: “高樓獨上意微茫, 鰲背冷風萬里長. 臺壓千尋蛟窟險, 山留太古劫灰忙. 天淸遠嶼收雲氣, 海赤層濤盪日光. 便欲登仙從此去, 世間榮辱等亡羊.” 其後往拜東州, 東州出示其私稿. 至觀魚臺詩, 余曰: “此詩曾見於觀魚臺.” 東州曰: “何如?” 余曰: “語意矯健, 然格墮江西. 且旋磨之磨字, 山谷以去聲用之, 亦似欠矣.” 東州頷之. 余因誦前日所步詩, 考其如何, 東州極過獎, 後更往, 坐談間閱其私稿, 其觀魚臺詩, 已刪去矣. 文人例多自是, 而此老能如此..
71. 이민구의 시 李東州敏求, 自少業文章, 而最長者, 詞賦也, 其詩初以佶屈爲主. 晩廢江外, 益肆力焉, 而漸至明暢, 其「題全昌都尉酒席」詩曰: ‘秦樓烟霧細香濃, 牽率華筵起病慵. 十月風威欺瘦骨, 三杯酒力借衰容. 栖鴉上苑天寒樹, 歸騎東城日暮鍾. 自笑泥途餘骯髒, 幾年流落又登龍.’ 濃麗婉曲. 且如「江亭」詩一聯: ‘風塵扶白髮, 江漢對淸樽.’ 亦豪爽可稱. 해석 李東州敏求, 自少業文章, 而最長者, 詞賦也, 其詩初以佶屈爲主. 동주(東州) 이민구(李敏求)는 어려서부터 문장을 공부했으니 가장 잘 하는 건 사(詞)와 부(賦)였고 시는 처음엔 어려움을 위주로 삼았다. 晩廢江外, 益肆力焉, 而漸至明暢, 其「題全昌都尉酒席」詩曰: ‘秦樓烟霧細香濃, 牽率華筵起病慵. 十月風威欺瘦骨, 三杯酒力借衰容. 栖鴉上苑天寒樹, 歸騎東城日暮鍾. 自笑..
70. 장쾌한 김육의 시 金相國堉, 號潛谷. 嘗以副使赴燕, 山海關十里許有角山寺, 極險峻難上. 潛谷與書狀柳淰聯轡而往, 上其寺, 則眼界之曠ㆍ景致之勝, 便有小天下之意. 遂口占一絕曰: ‘再入中原路, 今年辦壯遊. 居僧指海外, 微露太山頭.’ 卽下, 書狀言於上使曰: “今日爲三壯觀.” 上使曰: “何以言之?” 書狀曰: “千仞之山, 萬里之海, 極天下之壯, 不可盡言. 而副使以七十之年, 朱顏白髮, 登陟絶險, 不扶不杖, 如履平地, 此又一壯觀也.” 以余觀之, 詩意極其濶遠, 可爲四壯觀也. 해석 金相國堉, 號潛谷. 상국(相國) 김육(金堉)의 호(號)는 잠곡(潛谷)이다. 嘗以副使赴燕, 山海關十里許有角山寺, 極險峻難上. 일찍이 부사로 연경에 갈 때 산해관 10리쯤에 각산사(角山寺)가 있으니 매우 험준해서 오르기 어려웠다. 潛谷與書狀柳淰..
69. 홍보의 한벽당 余王父參贊公, 號月峰. 尹全州, 嘗宴寒碧堂, 次權淸河伉詩曰: ‘肩輿晩出城南陌, 獨上高樓百尺餘. 山雨乍晴溪水急, 溟雲纔捲洞天虛. 孤舟長笛憑檻外, 紅燭淸樽待月初. 幽興未闌秋夜永, 不妨扶醉暫躊躇.’ 其時觀察使乃能文者, 大加稱賞, 命刻板懸楣. 後公遞歸時掇其板, 人皆止之, 公曰: “吾詩只可自詠, 何可懸諸館宇, 以彰其陋哉!” 人聞之, 多其有讓. 해석 余王父參贊公, 號月峰. 나의 할아버지 참찬공(參贊公) 홍보(洪靌)의 호는 월봉(月峰)이다. 尹全州, 嘗宴寒碧堂, 次權淸河伉詩曰: ‘肩輿晩出城南陌, 獨上高樓百尺餘. 山雨乍晴溪水急, 溟雲纔捲洞天虛. 孤舟長笛憑檻外, 紅燭淸樽待月初. 幽興未闌秋夜永, 不妨扶醉暫躊躇.’ 전주에 부윤이 되셨을 적에 일찍이 한벽당(寒碧堂)에서 연회를 하는데 청하(淸河) 권항(權..
68. 구봉서의 시 具鳳瑞號洛洲, 兒時月夜與群兒, 入白沙相公宅偷蓮, 白沙問: “汝何不讀書, 反偸蓮爲?” 具對曰: “書旣盡讀, 故只事浪遊耳.” 曰: “吾將呼韻, 不能撻之.” 遂呼遊字, 具卽應曰: ‘童子招朋月下遊.’ 復呼秋字, 卽曰: ‘相公池館冷如秋.’ 白沙知其能詩, 欲窘以强韻, 呼牛字, 卽曰: ‘昇平事業知何事, 但問蓮花不問牛.’ 時稱奇童. 해석 具鳳瑞號洛洲, 兒時月夜與群兒, 入白沙相公宅偷蓮, 白沙問: “汝何不讀書, 反偸蓮爲?” 구봉서(具鳳瑞)의 호는 낙주(洛洲)로 어렸을 때 달 밝은 밤에 여러 친구들과 백사 상공의 집에 들어가 연꽃을 훔치려는데 백사가 “야들아 어째서 책을 읽진 않고 연꽃을 훔치려 하니?”라고 물었다. 具對曰: “書旣盡讀, 故只事浪遊耳.” 구봉서가 “책은 이미 다 읽었기에 다만 멋대로 놀고..
67. 백로주 시 永平白鷺洲, 形勝最於畿內. 李白洲明漢, 嘗有一絕, 趙龍洲絅ㆍ楊鑑湖萬古皆次之, 白洲詩爲第一. 詩曰: ‘身如白鷺洲邊驚, 心似白雲山上雲. 孤吟盡日不知返, 雲去鷺飛與誰郡.’ 龍洲詩曰: ‘潭虛先受欲生月, 松老尙浮不盡雲. 應有此間閑似者, 君今獨往非人群.’ 鑑湖詩曰: ‘東風花落水中石, 西日客眠松下雲. 醉把一盃酬白鷺, 世間惟有爾爲群.’ 해석 永平白鷺洲, 形勝最於畿內. 영평(永平) 백로주(白鷺洲) 지세의 뛰어남은 경기도 내에서 최고다. 李白洲明漢, 嘗有一絕, 趙龍洲絅ㆍ楊鑑湖萬古皆次之, 白洲詩爲第一. 백주(白洲) 이명한(李明漢)이 일찍이 한 절구를 짓자 용주(龍洲) 조경(趙絅)과 감호(鑑湖) 양만고(楊萬古)가 모두 차운했지만 백주의 시가 제일이 되었다. 詩曰: ‘身如白鷺洲邊驚, 心似白雲山上雲. 孤吟盡日不..
66. 석주의 형인 권섭과 그에게 만시를 지은 택당 權韐九歲時作「松都懷古」, 膾炙當時. 後澤堂詩以挽之曰: “雪月寒鍾故國詩, 九齡佳句世間知. 風塵歷抵空時輩, 江海歸來有酒巵. 囊裏虎韜身擁褐, 案頭丹訣鬢成絲. 猶應五竇聯珠集, 不廢高名死後垂.” 立意措語, 精到工緻, 可謂名作. 然格自隋宋. 해석 權韐九歲時作「松都懷古」, 권겹이 9살 때에 지은 「송도회고(松都懷古)」는 膾炙當時. 당시에 회자되었다. 後澤堂詩以挽之曰: “雪月寒鍾故國詩, 九齡佳句世間知. 風塵歷抵空時輩, 江海歸來有酒巵. 囊裏虎韜身擁褐, 案頭丹訣鬢成絲. 猶應五竇聯珠集, 不廢高名死後垂.” 후에 택당이 「주부 권겹에 대한 만사[權主簿挽詞]」라는 시로 그를 애도했으니 다음과 같다. 雪月寒鍾故國詩 9살 때 지은 ‘설월한종고국(雪月寒鍾故國)’이라는 시 九齡佳句世間..
65. 이식과 유정 李澤堂植十歲時, 「詠柳絮」曰: ‘隨風輕似雪, 着地軟於綿.’ 見者奇之. 壬辰後倭奴來請信使, 人皆憤惋, 而朝廷恐其生釁, 遣釋惟政往試賊情. 惟政遍求別章于縉紳間, 澤堂未釋褐時, 亦贈詩曰: ‘制敵無長算, 雲林起老師. 行裝冲海遠, 肝膽許天知. 試掉三禪舌, 何煩六出奇. 歸來報明主, 依舊一筇枝.’ 惟政亦能詩, 見詩喜曰: “得此而吾行不孤矣.” 해석 李澤堂植十歲時, 「詠柳絮」曰: ‘隨風輕似雪, 着地軟於綿.’ 見者奇之. 택당(澤堂) 이식(李植)이 10살에 「영류서(詠柳絮)」라는 시를 다음과 같이 짓자, 보는 사람들이 기특하다 여겼다. 隨風輕似雪 着地軟於綿 바람 따르는 건 눈처럼 가볍고 땅에 붙기는 솜보다 부드럽네. 壬辰後倭奴來請信使, 人皆憤惋, 而朝廷恐其生釁, 遣釋惟政往試賊情. 임진왜란 후에 왜노들이 통..
64. 탁월하여 놀라게 할 만한 한시들 我東自崔孤雲以後, 歷高麗, 至我朝, 其間數千餘載, 爲文章者, 不啻數百家, 而大家則僅十餘人. 今記其表表警聯. 故無論諸詩話載與不載, 並錄之. 崔學士孤雲之「潤州慈和寺」詩, “畵角聲中朝暮浪, 靑山影裏古今人.” 余未嘗不歎其感慨 李白雲春卿之「元日早朝」詩, ‘三呼萬歲神山湧, 一熟千年海果來.’ 未嘗不歎其壯麗. 李益齋仲思之「記行」詩, “雨催寒犢歸漁店, 風動輕鷗送客舟.” 未嘗不歎其精緻. 李牧隱穎叔之「山中」詩, “風淸竹院逢僧話, 草軟陽坡共鹿眠..” 未嘗不歎其穠贍‘ ⇒해석보기 徐四佳剛中之「龍鍾」詩, “黑雲暗淡葡萄雨, 紅霧霏微菡萏風.” 未嘗不歎其沖融. 金佔畢齋季溫之「淸心樓」詩, “十年世事苦吟裏, 八月秋容亂樹間.” 未嘗不歎其爽朗. 金東峰悅卿之「山居」詩, “龍曳洞雲歸遠壑, 雁拖秋日下遙岑.” ..
64-4. 탁월하여 놀라게 할 만한 한시들(황정욱~장유) 黃芝川景文之「罷官」詩, “靑春謾說歸田好, 白首猶歌行路難.” 未嘗不歎其激切. 崔東皐立之之「將赴京」詩, “劍能射斗誰看氣, 衣未朝天已有香.” 未嘗不歎其矯健. 張谿谷持國之「早發板橋店」詩, “寒蟲切切草間語, 缺月輝輝天際流.” 未嘗不歎其淸楚. 此可以嘗臠知鼎. 해석 黃芝川景文之「罷官」詩, “靑春謾說歸田好, 白首猶歌行路難.” 지천 황경문의 「관직을 그만두고[罷官]」라는 시의 다음 구절은 靑春謾說歸田好 젊어서는 공연히 ‘전원으로 돌아가길 좋아한다’고 말만 하다가 白首猶歌行路難 늙어서는 오히려 이백의 「행로난(行路難)」을 노래하는 구나. 未嘗不歎其激切. 일찍이 격절적임에 탄식하지 않음이 없었다. 崔東皐立之之「將赴京」詩, “劍能射斗誰看氣, 衣未朝天已有香.” 동고 최립..
64-3. 탁월하여 놀라게 할 만한 한시들(박은~노수신) 朴挹翠仲說之「福靈寺」詩,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未嘗不歎其神奇. 李容齋擇之之「大興道中」詩, “多情谷鳥勸歸去, 一笑野僧無是非.” 未嘗不其閑淡. 鄭湖陰雲卿之「荒山戰場」詩, “商聲帶殺林巒肅, 鬼燐憑陰堞壘荒.” 未嘗不歎其勁悍. 盧蘇齋寡悔之「寄尹李」詩, “日暮林烏啼有血, 天寒沙雁影無隣.” 未嘗不其悽惋. 해석 朴挹翠仲說之「福靈寺」詩,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읍취헌 박중열의 「복령사(福靈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春陰欲雨鳥相語 봄구름은 비 내릴 듯하니 새들이 서로 지저귀고 老樹無情風自哀 늙은 나무 정이 없으니 바람이 절로 애처롭네. 未嘗不歎其神奇. 일찍이 신령스럽고 기이함을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李容齋擇之之「大興道中」詩, “..
64-2. 탁월하여 놀라게 할 만한 한시들(서거정~성현) 徐四佳剛中之「龍鍾」詩, “黑雲暗淡葡萄雨, 紅霧霏微菡萏風.” 未嘗不歎其沖融. 金佔畢齋季溫之「淸心樓」詩, “十年世事苦吟裏, 八月秋容亂樹間.” 未嘗不歎其爽朗. 金東峰悅卿之「山居」詩, “龍曳洞雲歸遠壑, 雁拖秋日下遙岑.” 未嘗不歎其雅健. 成虛白磬叔之「延慶宮古基」詩, “羅綺香消春獨在, 笙歌聲盡水空流.” 未嘗不歎其凄楚. 해석 徐四佳剛中之「龍鍾」詩, “黑雲暗淡葡萄雨, 紅霧霏微菡萏風.” 사가 서강중의 「늙고 병들다[龍鍾]」라는 시의 다음 구절은 黑雲暗淡葡萄雨 검은 구름 어둑하다가 포도에 비 내리고, 紅霧霏微菡萏風 붉은 노을 자욱하다가 연꽃엔 바람 부네. 未嘗不歎其沖融. 일찍이 평온하고 넉넉함에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金佔畢齋季溫之「淸心樓」詩, “十年世事苦吟裏..
64-1. 탁월하여 놀라게 할 만한 한시들(최치원~이색) 我東自崔孤雲以後, 歷高麗, 至我朝, 其間數千餘載, 爲文章者, 不啻數百家, 而大家則僅十餘人. 今記其表表警聯. 故無論諸詩話載與不載, 並錄之. 崔學士孤雲之「潤州慈和寺」詩, “畵角聲中朝暮浪, 靑山影裏古今人.” 余未嘗不歎其感慨 李白雲春卿之「元日早朝」詩, ‘三呼萬歲神山湧, 一熟千年海果來.’ 未嘗不歎其壯麗. 李益齋仲思之「記行」詩, “雨催寒犢歸漁店, 風動輕鷗送客舟.” 未嘗不歎其精緻. 李牧隱穎叔之「山中」詩, “風淸竹院逢僧話, 草軟陽坡共鹿眠..” 未嘗不歎其穠贍. 해석 我東自崔孤雲以後, 歷高麗, 至我朝, 우리 동방은 최고운 이래로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其間數千餘載, 爲文章者, 不啻數百家, 그 사이에 수천 년 동안 문장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수백 명 뿐이..
63. 점필재와 간이에 견주어도 될 시재를 지닌 장유의 시 張谿谷維, 文章圓暢馴熟, 爲一大家. 金淸陰序其集曰: “宣陵之世, 畢齋獨步, 穆廟之時, 簡易高蹈.” 蓋言谿谷文章, 可幷二公而爲三傑也. 其「贈畸庵」詩曰: “叢篁抽筍當階直, 乳燕將雛掠戶斜. 自笑蓬蒿張仲蔚, 平生不識五侯家.” 此可以見一斑而知虎豹之文. 해석 張谿谷維, 文章圓暢馴熟, 계곡 장유는 문장이 원만하고 트여 있으며 순하고 원숙하여 爲一大家. 한 명의 대가가 되었다. 金淸陰序其集曰: 청음 김상헌이 계곡의 문집에 서문을 쓰며 말했다. “宣陵之世, 畢齋獨步, “선릉의 시기엔 점필재가 독보적이었고 穆廟之時, 簡易高蹈.” 목릉(선조)의 시기엔 간이가 우뚝했다【고도(高蹈): 툭 일어섬, 특출남[崛起, 特出]】. 蓋言谿谷文章, 可幷二公而爲三傑也. 아마도 계곡의..
62. 밑바탕이 있는 시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feat. 조찬한) 大凡詩與文, 貴有淵源. 其所謂奇崛者, 淡雅者, 雖其才之不同, 而惟源深者, 欲奇而奇, 欲淡而淡. 趙玄洲纘韓, 平生爲詩, 奇怪險崛. 其詠玩瀑臺詩曰: “深藏睡虎風烟晦, 倒掛生龍霹靂噴.” 有捕龍蛇搏虎豹之勢, 至如「贈槐山守吳肅羽」詩, 則曰: “新燕不來春寂寂, 故人將去雨紛紛.” 殆平易淡雅, 絶無險截之態, 非其源之深博者, 能若是乎. 해석 大凡詩與文, 貴有淵源. 대체로 시와 문장은 연원이 있음을 귀하게 여긴다. 其所謂奇崛者, 淡雅者, 말했던 기이하고 우뚝한 것과 담백하고 우아한 것은 雖其才之不同, 비록 재주가 같지 않지만, 而惟源深者, 오직 연원이 깊은 사람이라면 欲奇而奇, 欲淡而淡. 기굴하려 하면 기굴해지고 담아하려면 담아해진다. 趙玄洲纘韓, 平生爲詩..
61. 호음ㆍ동고ㆍ동악ㆍ소암이 스님에게 준 시를 평가하다 古人贈僧詩, 多矣. 湖陰詩曰: “踏盡千山更萬山, 滿腔疑是碧孱顔. 他年縱未超三界, 猶與婆娑作寶關.” 東皐詩曰: “白雲涵影古溪寒, 和月時時上石壇. 詩在山中自奇絶, 枉尋岐路太漫漫.” →해석보기 東岳詩曰: “老年何事喜逢僧, 欲訪名山病未能. 花落矮簷春晝永, 夢中皆骨碧層層.” 疎庵詩曰: “儒言實理釋言空, 氷炭難盛一器中. 惟有秋山碧蘿月, 上人淸興與吾同.” 鄭詩奇健, 崔精深, 李淸灑, 任超脫, 各臻其極. →해석보기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서설 상권 목차 하권 목차 조선과 불교, 선비와 불교 산이 된 스님을 담은 호음의 시 은근한 마음을 스님에게 전한 동고의 시 스님이 보고 싶었던 동악의 시 氷炭相愛의 감성을 담은 소암의 시
61-2. 호음ㆍ동고ㆍ동악ㆍ소암이 스님에게 준 시를 평가하다 東岳詩曰: “老年何事喜逢僧, 欲訪名山病未能. 花落矮簷春晝永, 夢中皆骨碧層層.” 疎庵詩曰: “儒言實理釋言空, 氷炭難盛一器中. 惟有秋山碧蘿月, 上人淸興與吾同.” 鄭詩奇健, 崔精深, 李淸灑, 任超脫, 各臻其極. 해석 東岳詩曰: “老年何事喜逢僧, 欲訪名山病未能. 花落矮簷春晝永, 夢中皆骨碧層層.” 동악의 「설잠 스님에게 주다[贈雪岑上人]」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老來何事喜逢僧 늘그막에 무슨 일로 스님 보길 좋아하나? 欲訪名山病未能 명산을 방문하려 해도 병들어 할 수 없어서지. 花落矮簷春晝永 꽃 지는 낮은 처마엔 봄날이 기나긴데, 夢中皆骨碧層層 꿈속에서 개골산은 층층이 푸르더이다. 疎庵詩曰: “儒言實理釋言空, 氷炭難盛一器中. 惟有秋山碧蘿月, 上人淸興與吾同..
61-1. 호음ㆍ동고ㆍ동악ㆍ소암이 스님에게 준 시를 평가하다 古人贈僧詩, 多矣. 湖陰詩曰: “踏盡千山更萬山, 滿腔疑是碧孱顔. 他年縱未超三界, 猶與婆娑作寶關.” 東皐詩曰: “白雲涵影古溪寒, 和月時時上石壇. 詩在山中自奇絶, 枉尋岐路太漫漫.” 해석 古人贈僧詩, 多矣. 옛 사람이 스님에게 준 시가 많다. 湖陰詩曰: “踏盡千山更萬山, 滿腔疑是碧孱顔. 他年縱未超三界, 猶與婆娑作寶關.” 호음의 「무제(無題)」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踏盡千山更萬山 수천 산 밟고 나면 수만 산을 또 갔으니, 滿腔疑是碧孱顔 스님의 속에 든 것은 필시 푸르고 우뚝한 모습이리라. 他年縱未超三界 다른 해에 윤회를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猶與婆娑作寶關 사바세계에 머뭇거리며 절집을 짓겠지. 東皐詩曰: “白雲涵影古溪寒, 和月時時上石壇. 詩在山中自奇絶,..
60. 조희일의 도망시 趙竹陰希逸, 嘗以從事官到瑞興. 時蓀谷李達新亡所眄妓, 諸公適會驛樓, 爲蓀谷, 賦悼亡詩. 竹陰先題曰: ‘生離死別兩茫然, 恨入嬋姸洞裏綿. 飛步無蹤仙佩冷, 殘花不語曉風顚. 美人寃血成春草, 神女朝雲鎖峽天. 九曲柔腸元自斷, 驛名何事又龍泉.’ 諸公皆閣筆. 龍泉, 卽瑞興館名. 해석 趙竹陰希逸, 嘗以從事官到瑞興. 죽음(竹陰) 조희일(趙希逸)이 일찍이 종사관이 되어 황해도 서흥(瑞興)에 도착했다. 時蓀谷李達新亡所眄妓, 諸公適會驛樓, 爲蓀谷, 賦悼亡詩. 이때 손곡 이달이 아끼던 기녀가 막 죽어 여러 사람들이 마침 역의 누각에 모여 손곡을 위해 도망시를 지어줬다. 竹陰先題曰: ‘生離死別兩茫然, 恨入嬋姸洞裏綿. 飛步無蹤仙佩冷, 殘花不語曉風顚. 美人寃血成春草, 神女朝雲鎖峽天. 九曲柔腸元自斷, 驛名何事又龍泉..
59. 박엽의 시 朴叔夜燁, 極有文才, 號葯窓. 未釋褐時, 過某邑, 主倅饋以烹鴈. 朴卽題盤面曰: ‘秋盡南歸春北去, 溪邊羅網忽無情. 來充太守盤中物, 從此雲間減一聲.’ 嘗爲平安監司, 贈入京使臣曰: ‘歌低琴苦別離難, 隴月蒼蒼隴水寒. 我與雪山留此地, 君隨西日向長安.’ 有才如此, 而終枉其身, 可惜也. 해석 朴叔夜燁, 極有文才, 號葯窓. 숙야(叔夜) 박엽(朴燁)은 매우 글재주가 있었고 호는 약창(葯窓)이다. 未釋褐時, 過某邑, 主倅饋以烹鴈. 한미한 옷을 벗지 않았을 적에 모읍을 지나는데 사또[主倅]가 삶은 기러기를 보내왔다. 朴卽題盤面曰: ‘秋盡南歸春北去, 溪邊羅網忽無情. 來充太守盤中物, 從此雲間減一聲.’ 박엽은 곧바로 소반의 면에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秋盡南歸春北去 가을이 다하여 남쪽으로 돌아와 봄에 북쪽으로..
58. 홍서봉과 이식 鶴谷「挽朴錦溪」詩一聯曰: ‘搏鵬一失扶搖勢, 病樹虛經爛熳春’ 澤堂「挽南雪簑」詩云: ‘一炊爛熳邯鄲枕, 萬斛撑過灩澦堆.’ 人稱兩句, 造意鑄思相同. 해석 鶴谷「挽朴錦溪」詩一聯曰: ‘搏鵬一失扶搖勢, 病樹虛經爛熳春’ 학곡의 「만박금계(挽朴錦溪)」라는 시의 한 연구는 다음과 같다. 摶鵬忽失扶搖勢 단붕홀실부요세 모인 붕새가 문득 회오리바람[扶搖] 같은 기세를 잃었고 病樹虛經爛熳春 병수허경란만춘 병든 나무는 헛되이 화려하게 꽃핀[爛熳] 봄을 지내는 구나. 澤堂「挽南雪簑」詩云: ‘一炊爛熳邯鄲枕, 萬斛撑過灩澦堆.’ 택당의 「만남설사(挽南雪簑)」라는 시의 한 연구는 다음과 같다. 一炊爛熳邯鄲枕 일취난만감단침 한 번 밥 불 땔 때의 현란한 한단의 꿈 같았고 萬斛撑過灎澦堆 만곡탱과염여퇴 만 곡을 지탱하여 지..
57. 홍서봉의 시재 洪鶴谷瑞鳳, 爲詩沈鬱豪健, 然時病澁僻, 每作一首, 必費數日. 嘗到醴泉郡, 得‘詹留如客燕, 池謝似郞花’之句, 終日苦吟, 竟未成篇. 奉使關西, 「贈龍川老馬頭」詩曰: ‘當時從事未生鬚, 醉騁驊騮爾輒扶. 三十年來相見地, 吾豪爾健一分無.’ 筆力老而益健. 해석 洪鶴谷瑞鳳, 爲詩沈鬱豪健, 然時病澁僻, 每作一首, 必費數日. 학곡(鶴谷) 홍서봉(洪瑞鳳)은 시를 지은 것이 침울하고 호쾌하고 강건하지만 이따금 떫고 시시콜콜한 병통이 있었으며 매번 한 수를 지을 때면 반드시 여러 날을 소비했다. 嘗到醴泉郡, 得‘詹留如客燕, 池謝似郞花’之句, 終日苦吟, 竟未成篇. 일찍이 예천군(醴泉郡)에 이르러 다음 구절을 얻었지만 종일토록 괴롭게 읊조려봐도 마침내 한 편을 완성치 못했다. 詹留如客燕 池謝似郞花 처마엔 나그..
56. 이안눌과 허적 夫娼情冶思之作, 有正有邪, 正有可說, 邪亦有戒. 李東岳嘗按察北關, 有一妓善歌, 遂贈以衣資, 題詩以贈曰: ‘莫怪樽前贈素衿, 老翁寧有少年心. 秋空月白思歸夜, 一曲姸歌直萬金.’ 許水色𥛚, 嘗於芝山家有注意兒, 作詩曰: ‘擬將今日死君家, 魂化春閨箔上蛾. 長在玉人纖手下, 不辭軀殼似蟬花.’ 해석 夫娼情冶思之作, 有正有邪, 正有可說, 邪亦有戒. 일반적으로 기녀의 정과 그리워하는 생각의 작품은 바른 게 있고 사악한 게 있으니 바른 것은 말할 만하고 사악한 것은 또한 경계할 만하다. 李東岳嘗按察北關, 有一妓善歌, 遂贈以衣資, 題詩以贈曰: ‘莫怪樽前贈素衿, 老翁寧有少年心. 秋空月白思歸夜, 一曲姸歌直萬金.’ 이동악이 일찍이 북관(北關)에 안찰(按察)하러 갔을 적에 한 기녀가 잘 노래하니 마침내 옷[衣資]..
55. 김류의 시 申東淮嘗得「上林圖」于瀋陽, 屬金北渚賦詩曰: ‘紫閣昆明一掌中, 武皇車馬若雷風. 六丁有力排天外, 三絶無端落海東. 去趙常爲和氏璧, 輸韓亦是楚人宮. 獨憐上苑猶秦地, 誰經襄王賦小戎.’ 淸陰ㆍ觀海皆次之. 觀海嘗云: “此老此詩甚奇健, 但未知輸韓二字出處.” 客曰: “韓字莫是三韓之謂乎?” 觀海笑曰: “非也. 若是則大誤矣, 此老必有所見耳.” 해석 申東淮嘗得「上林圖」于瀋陽, 屬金北渚賦詩曰: ‘紫閣昆明一掌中, 武皇車馬若雷風. 六丁有力排天外, 三絶無端落海東. 去趙常爲和氏璧, 輸韓亦是楚人宮. 獨憐上苑猶秦地, 誰經襄王賦小戎.’ 동회(東淮) 신익성(申翊聖)이 일찍이 심양(瀋陽)에서 「상림도(上林圖)」를 얻어 김북저(金北渚)에게 시 짓기를 부탁하여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紫閣昆明一掌中 자각곤명일장중 자각(紫閣)과 곤..
54. 이안눌의 축수연 시, 석주와 동악을 평가한 동명 沈判書輯, 乞養除安邊, 壽大夫人. 東岳席上賦一律, 其頷聯曰: “卿月遠臨都護府, 壽星高拱大夫人.” 文士李進見之, 歎曰: “眞六經文章也.” 余問東溟曰: “石洲ㆍ東岳詩誰優?” 東溟曰: “石洲甚婉亮, 東岳甚淵伉, 比之禪家, 石洲頓悟, 東岳漸修, 二家門路雖不同, 優劣未易論.” 해석 沈判書輯, 乞養除安邊, 판서 신집이 봉양을 구걸해서 안변부사를 제수 받았을 때 壽大夫人. 대부인의 축수연을 열었다. 東岳席上賦一律, 其頷聯曰: “卿月遠臨都護府, 壽星高拱大夫人.” 동악이 자리에서 율시를 지었으니 함련은 다음과 같다. 卿月遠臨都護府 경월은 멀리 도호부에 임했고 壽星高捧太夫人 수성은 높이 태부인을 받들었네. 文士李進見之, 歎曰: “眞六經文章也.” 문사 이진이 이 시를 ..
53. 이안눌의 재능 澤堂一日往拜東岳, 適有二緇徒來在. 時維正月之初五, 而前三日連雪, 東岳卽口占: ‘春天五日雪三日.’ 澤堂諦視, 姑俟其對句如何, 東岳又吟: ‘遠客四人僧二人.’ 儷偶極妙, 澤堂驚歎不已. 해석 澤堂一日往拜東岳, 適有二緇徒來在. 택당이 하루는 동악을 가서 뵈었는데 마침 두 명의 스님이 와서 있었다. 時維正月之初五, 而前三日連雪, 東岳卽口占: ‘春天五日雪三日.’ 이때가 정월 초닷새로 어제까지 사흘간 눈에 내렸는데 동악은 즉석에서 입에 나오는 대로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春天五日雪三日 봄 날씨 닷새째인데 눈 사흘 내렸고 澤堂諦視, 姑俟其對句如何, 東岳又吟: ‘遠客四人僧二人.’ 택당이 자세히 보며 짐짓 대구가 어떠한지 기다리니 동악이 또한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遠客四人僧二人 먼 손님 4명인데 ..
52. 이안눌이 석주와 권필의 자식들을 만나 느꺼워하며 지은 시 東岳李安訥, 與體素ㆍ石洲相善, 二人俱逝. 其後兩家子弟, 共訪東岳于江都, 遂感而賦詩曰: “藝文檢閱李僉正, 司憲持平權敎官. 天下奇才止於此, 世間行路何其難. 陽春白雪爲誰唱, 流水高山不復彈. 晧首今逢兩家子, 一樽江海秋雲寒.” 詞甚遒麗. 體素初擢第, 直拜檢閱, 終于宗簿寺僉正; 石洲曾爲童蒙敎官, 今贈司憲持平, 兩君年皆止四十有四. 해석 東岳李安訥, 與體素ㆍ石洲相善, 二人俱逝. 동악 이안눌은 체소와 석주와 서로 친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죽었다. 其後兩家子弟, 共訪東岳于江都, 훗날 양가의 자제들이 함께 강도에서 동악을 방문했는데 遂感而賦詩曰: “藝文檢閱李僉正, 司憲持平權敎官. 天下奇才止於此, 世間行路何其難. 陽春白雪爲誰唱, 流水高山不復彈. 晧首今逢兩家子, ..
51. 같은 듯 다른, 양경우와 이안눌의 시 霽湖嘗作詩曰: “殘花杜宇聲中落, 芳草王孫去後靑.” 自以爲警聯 東岳見而笑曰: “此詩直說, 無曲折.” 因誦自家詩曰: “海棠花下逢僧話, 杜宇聲中送客愁.” 李ㆍ梁詩, 雖無淺深, 作法自有巧拙, 學詩者於此, 灼有所見, 則可與言詩. 해석 霽湖嘗作詩曰: “殘花杜宇聲中落, 芳草王孫去後靑.” 제호가 일찍이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殘花杜宇聲中落 쇠잔한 꽃은 두견새 소리 속에 지고 芳草王孫去後靑 향기론 풀은 왕손이 떠난 후에 푸르네. 自以爲警聯 스스로 놀랠 만한 연이라 생각했다. 東岳見而笑曰: 동악이 보고 웃으며 말했다. “此詩直說, 無曲折.” “이 시는 직설적이어서 굽고 꺾인 것이 없다.” 因誦自家詩曰: “海棠花下逢僧話, 杜宇聲中送客愁.” 그래서 스스로 지은 시를 외웠으니 ..
50. 면앙정에서 지은 양경우와 이안눌의 한시를 비교하다 霽湖梁慶遇曰: “李東岳宰秋城時, 與僕登俛仰亭賦詩, 僕敢唐突先手. 頷聯云: ‘殘照欲沈平楚闊, 太虛無閡衆峯高.’ 自以爲得雋語. 東岳次曰: ‘西望川原何處盡, 南來形勝此亭高.’ 下句隱然與老杜, ‘海右此亭高’ 語勢略似, 可謂‘投以木瓜, 報之瓊琚’云.” 以余觀之, 東岳詩, 雖似圓轉無欠, 終不如霽湖淸新突兀, 豈故作遜語以詫之. 해석 霽湖梁慶遇曰: “李東岳宰秋城時, 제호 양경우가 말했다. “이동악이 담양부사가 되었을 때【추성(秋成)은 대부분 사본에 추성(秋城)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추성(秋成)은 전라도 담양도호부(潭陽都護府)의 옛 이름이다 백제 때에는 추자혜(秋子兮郡)이었다가 통일신라 때 추성군(秋成郡)으로 바뀌었고 고려 때 담양으로 정해졌다 여지승람..
49. 시참과 학곡부인 古今詩讖. 如「詠珠」詩 ‘夜來雙月滿, 曙後一星孤’之類甚多, 不可勝記. 而洪監司命耈兒時作一句云: ‘花落天地紅’ 鶴谷大夫人, 見而歎曰: “此兒必貴, 然似當夭折. 若曰: ‘花開天地紅’ 則福祿無量, 而落字無遐福氣像, 惜哉.” 後公以平安監司戰死金化, 時年四十二, 卒應其讖. 鶴谷大夫人, 卽於于柳夢寅之妹也, 於于受業之時, 從傍竊學, 其文章絶世. 然自以夫人不宜吟咏, 故絶無所傳. 惟‘入洞穿春色, 行橋踏水聲’一句, 傳于世. 해석 古今詩讖. 如「詠珠」詩 ‘夜來雙月滿, 曙後一星孤’ 고금의 시참은 예를 들면 「영주(詠珠)」라는 시의 구절 夜來雙月滿 曙後一星孤 밤이 되자 두 달이 가득 찼는데 날이 밝자 별 하나가 외롭구나. 之類甚多, 不可勝記. 과 같은 종류가 매우 많아서, 이루다 기록할 수가 없다. 而洪..
48. 인조반정을 비판하고자 지은 유몽인의 시 於于於獄中, 書進「孀婦詞」曰: “七十老孀婦, 端居守閨壼. 家人勸改嫁, 善男顔如槿. 頗誦女史詩, 稍知妊姒訓. 白首作春容, 寧不愧脂粉.” 竟坐死. 論者稱於于之於簡易, 老熟雖不及,, 才調過之. 簡易固有依形而立者, 於于皆出自機軸, 變化無窮, 此最難處云. 於于平生所著述, 不止數十萬言, 而惜其被禍, 文集不行於世, 良可歎也. 해석 於于於獄中, 書進「孀婦詞」曰: “七十老孀婦, 端居守閨壼. 家人勸改嫁, 善男顔如槿. 頗誦女史詩, 稍知妊姒訓. 白首作春容, 寧不愧脂粉.” 유몽인이 가막소에서 「과부의 노래[孀婦詞]」라는 글을 지어 바쳤으니 다음과 같다. 七十老孀婦 端居守閨壺 70살의 늙은 과부가 단정히 규방을 지키네. 家人勸改嫁 善男顔如槿 집사람이 개가하라 권하는데 좋은 사람인데 ..
47. 사익을 탐한 무리를 한시로 꾸짖은 유몽인 柳於于少時閱書籙, 見簡冊中有蠹魚狼藉, 遂作一絶曰: “秦王餘魄化爲蟫, 食盡當年未盡書. 等食須知當食字, 一篇私字食無餘.” 蓋有所激而云, 豈獨憎蠹魚也哉. 해석 柳於于少時閱書籙, 어우 유몽인이 젊을 적에 책을 보다가 見簡冊中有蠹魚狼藉, 책 가운데에 책벌레가 낭자한 걸 보고서 遂作一絶曰: “秦王餘魄化爲蟫, 食盡當年未盡書. 等食須知當食字, 一篇私字食無餘.” 마침내 「책을 보다가 책벌레가 낭자한 걸 보고서[閱書帙見蠧魚狼藉]」라는 절구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秦王餘魄化爲蟫 진시왕의 남은 넋이 변하여 책벌레가 되었는지 食盡當年未盡書 당년에 못 먹은 책을 죄다 먹어 치우네. 等食須知當食字 똑같이 먹더라도 모름지기 마땅히 먹어야 할 글자를 알아야 하니, 一篇私字食無餘 한 권..
46. 유몽인의 시 柳於于夢寅「送李校理日本」詩曰: ‘鯨曝東溟十二年, 馬洲蕭瑟隱重烟. 城頭畵閣催紅日, 臺上華筵近碧天. 秋日賓盤饒島橘, 夜風漁笛識夷船. 書生正坐談兵略, 醉撫龍泉看跕鳶.’ 只此一詩, 可見所立卓犖. 且如「山行」詩: ‘蚌螺黏石何年海, 蘿葍生山太古田.’ ‘躑躅背岩多白蘂, 狌鼯食栢或靑毛.’ 等聯, 皆極幽奇. 해석 柳於于夢寅「送李校理日本」詩曰: ‘鯨曝東溟十二年, 馬洲蕭瑟隱重烟. 城頭畵閣催紅日, 臺上華筵近碧天. 秋日賓盤饒島橘, 夜風漁笛識夷船. 書生正坐談兵略, 醉撫龍泉看跕鳶.’ 어우(於于) 유몽인(柳夢寅)의 「송이교리일본(送李校理日本)」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鯨曝東溟十二年 고래가 동쪽 바다에서 볕을 쬔 지 12년에 馬洲蕭瑟隱重烟 대마도[馬洲島]는 쓸쓸히 겹겹의 안개 속에 숨어 있네. 城頭畫角催紅日 성 어..
45. 아계와 석루의 부전자전 李慶全, 號石樓. 九歲時鵝溪抱置膝下, 使作卽景, 其詩曰: “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人乎虎乎風聲乎? 童言山月正如燭, 半庭惟有鳴寒梧.” 十歲作「杭州圖」詩曰: “楊柳依依十二橋, 碧潭春水正迢迢. 粧樓珠箔待新月, 江畔家家吹紫簫.” 鵝溪早以神童稱, 而石樓之髫齔奇藻又如此, 可稱其家兒也. 해석 李慶全, 號石樓. 이경전은 호가 석루다. 九歲時鵝溪抱置膝下, 9살에 아버지 아계 이산해가 무릎에 앉혀두고 使作卽景, 아이에게 눈앞에 보이는 경치를 짓게 하니【『석루유고(石樓遺稿)』엔 13살 때의 작품이라고 나온다】 其詩曰: “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人乎虎乎風聲乎? 童言山月正如燭, 半庭惟有鳴寒梧.” 「개가 짓다[犬吠]」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一犬吠二犬吠 첫째 개가 짖으니 둘째 개도 짖..
44. 묘사가 뛰어난 한시를 지은 차운로 車滄洲雲輅「竹西樓」詩曰: “頭陀雲樹碧相連, 屈曲西來五十川. 鐵壁俯臨空外島, 瓊樓飛出鏡中天. 煙霞近接官居界, 風月長留几案前. 始覺眞珠賢學士, 三分刺史七分仙.” 讀之爽然. 且如「山行卽事」詩曰: “峽墮新霜草木知, 寒江脈脈向何之. 老龍抱子深淵裏, 臥敎明春行雨期.” 詩意甚奇, 道人所未道. 評詩者以滄洲優於五山. 滄洲嘗自論詩曰: “吾則精米流脂五百石, 家兄則皮雜穀幷一萬石耳.” 해석 車滄洲雲輅「竹西樓」詩曰: “頭陀雲樹碧相連, 屈曲西來五十川. 鐵壁俯臨空外島, 瓊樓飛出鏡中天. 煙霞近接官居界, 風月長留几案前. 始覺眞珠賢學士, 三分刺史七分仙.” 창주 차운로의 「죽서루에서[竹西樓]」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頭陀雲樹碧相連 두타산의 구름 뚫고 솟은 나무는 푸르게 서로 이어져 屈曲西來五十川 구..
43. 총석정을 읊은 김정과 조위한 趙玄谷緯韓, 「叢石亭」詩, ‘叢巖積石滿汀洲, 造物經營渺莫求. 玉柱撑空皆六面, 蒼龍偃海幾千頭. 輸來豈是秦鞭着, 刻斸元非禹斧修. 不念邦家棟樑乏, 屹然何事立中流.’ 雖稱佳作, 未若金冲庵. ‘千古高皐叢石勝, 登臨寥落九秋懷. 斗魁散彩隨滄海, 月宮借斧削丹崖. 巨溟欲泛危巒去, 頑骨長衝激浪排. 蓬島笙簫空淡竚, 夕陽搔首寄天涯.’ 險絶奇語, 令人眩眼. 해석 趙玄谷緯韓, 「叢石亭」詩, ‘叢巖積石滿汀洲, 造物經營渺莫求. 玉柱撑空皆六面, 蒼龍偃海幾千頭. 輸來豈是秦鞭着, 刻斸元非禹斧修. 不念邦家棟樑乏, 屹然何事立中流.’ 현곡【곡(谷)자가 대부분 사본에 주(洲)로 되어 있으나 조위한의 호는 현곡(玄谷)이 맞으므로 수정하여 제시한다 그 아우 조찬한의 호 현주(玄洲)와 혼동한 결과로 보인다】 조위한..
42. 시의 내용과 행동이 위배된 허균 許筠「除兼春秋有感」詩曰: “投閑方欲乞江湖, 金櫃紬書亦濫竽. 丘壑風流吾豈敢, 丹鉛讐勘歲將徂. 壯遊未許追司馬, 良史誰能繼董狐. 碧海烟波三萬頃, 釣竿何日拂珊瑚.” 辭意極其婉轉. 第附麗兇徒, 煽俑邪論. 言與行違. 一至於此, 何哉. 해석 許筠「除兼春秋有感」詩曰: “投閑方欲乞江湖, 金櫃紬書亦濫竽. 丘壑風流吾豈敢, 丹鉛讐勘歲將徂. 壯遊未許追司馬, 良史誰能繼董狐. 碧海烟波三萬頃, 釣竿何日拂珊瑚.” 허균의 「겸춘추관에 제수되자 느꺼움이 있어[除兼春秋有感]」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投閑方欲乞江湖 한가로움에 푹 빠지려 곧 강호에 구걸하려 했는데, 金匱紬書亦濫竽 금갑에 넣을 글 엮는 것으로 또 분수를 넘어서는 일이 되었네. 丘壑風流吾豈敢 산천의 풍류를 내가 어찌 바라겠나. 丹鉛讎勘歲將徂..
41. 주지번과 홍만종도 인정한 허균의 시작 재능 朱太史之藩, 嘗稱端甫雖在中朝, 亦居八九人中, 端甫, 許筠字也. 第以刑死, 文集不行, 人罕知之, 特揀數首. 其「有懷」詩, “倦鳥何時集, 孤雲且未還. 浮名生白髮, 歸計負靑山. 日月消穿榻, 乾坤入抱關. 新詩不縛律, 且以解愁顔.” 「初夏省中」詩曰: “田園蕪沒幾時歸, 頭白人間宦念微. 寂寞上林春事盡, 更看疏雨濕薔薇. 懕懕晝睡雨來初, 一枕薰風殿閣餘. 小吏莫催嘗午飯, 夢中方食武昌魚.” 評者謂: “東岳詩如幽燕少年, 已負沈鬱之氣; 石洲詩如洛神凌波, 微步轉眄, 流光吐氣; 許筠詩如波斯胡陳宝列肆, 下者乃木難火齊. 해석 朱太史之藩, 嘗稱端甫雖在中朝, 태사 주지번은 일찍이 ‘단보는 비록 중국에 있었더라도 亦居八九人中, 또한 8~9등엔 들어간다’고 칭찬했으니, 端甫, 許筠字也. 단보..
40. 허난설헌의 시 中國以我東爲偏邦, 諸子詩無一見選者. 近世薊門賈司馬ㆍ新都汪伯英, 選東方詩, 獨蘭雪軒詩最多. 如「湘絃謠」等作, 皆稱最工云. 其詞曰: ‘花泣露湘江曲, 九點秋煙天外綠. 水府凉波龍夜吟, 蠻娘輕戞玲瓏玉.’ ‘離鸞別鳳隔蒼梧, 雨氣侵江迷曉珠. 閑撥神絃石壁上, 花鬟月鬢啼江姝.’ ‘瑤空星漢高超忽, 羽盖金支五雲沒. 門外漁郞唱竹枝, 銀潭半掛相思月.’ 王同軌行甫所著『耳談』中, 亦載此詩. 其地河岳之靈, 偏發於陰於柔, 如其方偏, 故獨盛乎. 不知姬公ㆍ召公之遺音, 許氏得聞否云. 해석 中國以我東爲偏邦, 諸子詩無一見選者. 중국에선 우리나라를 구석탱이라 여기기에 여러 작가들의 시를 한 편이라도 뽑아 보는 이가 없었다. 近世薊門賈司馬ㆍ新都汪伯英, 選東方詩, 獨蘭雪軒詩最多. 근래에 계문(薊門)의 가사마(賈司馬)와 신도(新..
39. 허엽 가문의 시 許氏自麗朝埜堂以後, 文章益盛. 奉事澣生曄, 是爲草堂. 草堂生三子, 其二篈, 筠季, 女號蘭雪軒. 澣之從叔知中樞輯, 再從兄忠貞公琮, 文貞公琛, 皆以文章鳴. 或傳許氏祖山有玉柱長丈餘, 及筠椎碎之後, 文章遂絕云. 今摘各人一篇, 以見豹斑. 輯之「實性寺」詩曰: ‘梵宮金碧照山椒, 萬壑雲深一磬飄. 僧在竹房初入定, 佛燈明滅篆烟消.’ 琮之「夜坐卽事」詩曰: ‘滿庭花月寫窓紗, 花易隨風月易斜. 明月固應明夜又, 十分愁思屬殘花.’ 琛之「春寒次太虛韻」詩曰: ‘銅臺滴瀝佛燈殘, 萬壑松濤夜色寒. 喚起十年塵土夢, 擁爐新試小龍團.’ 澣之「村庄卽事」詩曰: ‘春霖初歇野鳩啼, 遠近平原草色齊. 步啓柴門閒一望, 落花無數漲南溪.’ 曄之「箕城戱題」詩曰: ‘許椽東來下界塵, 大平江上喚眞眞. 相將去作吹簫伴, 浮碧樓高月色新.’ 篈之「謫夷山..
38. 임전의 시 任處士錪, 號鳴皐, 工於詩, 而平生所讀李白ㆍ『唐音』而已. 嘗有作句, 雖好調響, 若不類唐, 則輒不示人. 其「江干詞」云: ‘三竿日出白烟消, 江北江南上晩潮, 隔浦坎坎齊打鼓, 郞船已近海門橋.’ 淡雅可詠. 해석 任處士錪, 號鳴皐, 工於詩, 而平生所讀李白ㆍ『唐音』而已. 처사 임전(任錪)의 호는 명고(鳴皐)로 시에 재주가 있었는데 평생 읽은 게 이백 시집과 『당음(唐音)』이었을 뿐이다. 嘗有作句, 雖好調響, 若不類唐, 則輒不示人. 일찍이 시구를 지은 것이 비록 격조와 음향이 좋더라도 당풍에 유사하지 않으면 별안간 남에게 보여주질 않았다. 其「江干詞」云: ‘三竿日出白烟消, 江北江南上晩潮, 隔浦坎坎齊打鼓, 郞船已近海門橋.’ 淡雅可詠. 「강간사(江干詞)」라는 시는 다음과 같으니 맑고 고와 읊을 만하다. ..
37. 구용의 시 具竹窓容, 嘗與石洲遊楮子島, 有詩一聯曰: ‘春陰一邊雨, 落照萬重山.’ 一時傳誦. 해석 具竹窓容, 嘗與石洲遊楮子島, 有詩一聯曰: ‘春陰一邊雨, 落照萬重山.’ 죽창(竹窓) 구용(具容)이 언젠가 석주와 서자도에서 놀다가 시 한 연구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春陰一邊雨 落照萬重山 한 구석에 비 내려 봄 그늘지고 만겹의 산에 낙조지네. 一時傳誦. 한 때에 전하며 외워질 정도였다. 인용 목차 / 작가 / 서설 한시사 / 한시미학
36. 선천적으로 시적 재능을 타고난 권필 詩非天得, 不可謂之詩. 無得於天者, 則雖劌目鉥心, 終身觚墨, 而所就不過咸通諸子之優孟爾. 譬如剪彩爲花, 非不燁然, 而不可與語生色也. 余觀石洲詩格, 和平淡雅, 意者其得於天者耶. 其「解職後」詩曰: “平生樗散鬂如絲, 薄宦悽凉未救飢. 爲問醉遭官長罵, 如何歸赴野人期. 催開臘瓮嘗新醞, 更向晴窓閱舊詩. 謝遣諸生深閉戶, 病中惟有睡相宜.” 辭意極其天然, 無讓正唐諸人. 해석 詩非天得, 不可謂之詩. 시는 하늘로부터 얻은 게 아니면 시라고 말할 수 없다. 無得於天者, 則雖劌目鉥心, 終身觚墨, 하늘로부터 얻은 게 없다면, 비록 치열하게 종신토록 창작【귀목술심(劌目鉥心): 맹교(孟郊)가 시를 지을 때 “눈동자를 파고 심장을 바늘로 찌르듯이 하며, 칼날로 얽힌 실을 푸는 것 같이 한다[劌目..
35. 불우한 권필 天使顧ㆍ崔之來, 權石洲韠, 以白衣從事被選. 宣廟命徵詩稿以入, 置之香案, 常諷誦之. 其「寒食」詩: ‘祭罷原頭日已斜, 紙錢飜處有啼鴉. 山谿寂寞人歸去, 雨打棠梨一樹花.’ 詞極雅絶, 且如‘人烟寒食後, 鳥語晩晴時.’ 其自然之妙, 何减於‘芙蓉露下落, 楊柳月中踈.’ 谿谷曰: “余見石洲, 凡形於口吻, 動於眉睫, 無非詩也.”云, 蓋石洲之於詩, 眞所謂天授者歟! 惜乎! 始以詩受知於宣廟, 終以詩得禍於光海, 士之遇時, 其幸不幸如此哉! ▲ 권필은 임금의 잘못을 꾸짖는 시 한 편으로 목숨과 바꿨다. -그림 이무성 작가 해석 天使顧ㆍ崔之來, 權石洲韠, 以白衣從事被選. 명나라 사신인 고천준(顧天埈)과 최정건(崔廷健)이 오니, 석주(石洲) 권필(權韠)이 벼슬 없이 종사관(從事官)으로 뽑히게 됐다. 宣廟命徵詩稿以入, ..
34. 이춘영이 지은 영보정 시 李體素春英, 爲文章, 浩汗踔厲, 自成一家言. 嘗作「永保亭」詩四篇, 今錄其一曰: ‘雉堞縈紆水樹間, 金鰲頂上壓朱欄. 月從今夜十分滿, 湖納晩潮千頃寬. 渥氣全勝水氣冷, 角聲半雜江聲寒. 共君相對不須睡, 待到曉霧淸漫漫.’ 極其縱橫, 步驟挹翠. 해석 李體素春英, 爲文章, 浩汗踔厲, 自成一家言. 체소(體素) 이춘영(李春英)은 문장을 잘 지어 호탕하고 넉넉하며 뛰어나고 힘차서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嘗作「永保亭」詩四篇, 今錄其一曰: ‘雉堞縈紆水樹間, 金鰲頂上壓朱欄. 月從今夜十分滿, 湖納晩潮千頃寬. 渥氣全勝水氣冷, 角聲半雜江聲寒. 共君相對不須睡, 待到曉霧淸漫漫.’ 일찍이 「영보정(永保亭)」 시 네 편을 지었지만 이제 한 편을 기록해두니 다음과 같다. 雉堞縈紆水樹間 성가퀴는 숲 사이를 휘돌..
33. 고려와 조선 한시, 표절보고서 詩家最忌剽竊, 而古人亦多犯之. 成獨谷‘淸宵見月思親淚, 白日看雲憶弟心’ 用老杜‘思家步月淸宵立, 憶弟看雲白日眠’之句. 姜通亭「寄弟」詩, ‘江山此日頭將白, 骨肉何時眼更靑’ 用黃山谷‘江山千里俱頭白, 骨肉十年終眼靑’之句. →해석보기 揖翠軒‘怒瀑自成空外響, 愁雲欲結日邊陰’ 用歐陽公‘雷喧空外響, 露結日邊陰’之句. 李容齋‘一身千里外, 殘夢五更頭’ 用唐人顧況詩‘一家千里外, 百舌五更頭’之句. 林石川‘江月圓還缺, 庭梅落又開’ 用金老峯‘多情塞月圓還缺, 少格山花落又開’之句. →해석보기 盧蘇齋「別弟」詩 ‘同舟碧海何由得, 幷馬黃昏未擬回’ 用老杜‘同舟昨日何由得, 並馬今朝未擬回’之句. 李芝峯「挽車五山」詩, ‘詞林秀氣三春盡, 學海長波一夕乾’ 用唐人詩‘詞林枝葉三春盡, 學海波濤一夕乾’之句. 夫自出機杼,..
33-3. 고려와 조선 한시, 표절보고서 盧蘇齋「別弟」詩 ‘同舟碧海何由得, 幷馬黃昏未擬回’ 用老杜‘同舟昨日何由得, 並馬今朝未擬回’之句. 李芝峯「挽車五山」詩, ‘詞林秀氣三春盡, 學海長波一夕乾’ 用唐人詩‘詞林枝葉三春盡, 學海波濤一夕乾’之句. 夫自出機杼, 務去陳言, 不果戞戞乎, 其難哉! 해석 盧蘇齋「別弟」詩 ‘同舟碧海何由得, 幷馬黃昏未擬回’ 소재 노수신의 「아우와 이별하며[別弟] / 또 녹진에 이르러 영결하며[又至鹿津永訣]」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同舟碧海何由得 배 함께 탄 푸른 바다, 어찌 해야 얻으려나? 竝馬黃昏未擬回 말을 나란히 한 황혼, 돌아오지 않으리라. 用老杜‘同舟昨日何由得, 並馬今朝未擬回’之句. 두보의 「다시 신 원외랑을 전송하며[又送]」라는 시의 구절을 사용했다. 同舟昨日何由得 어제 배 탔던 어..
33-2. 고려와 조선 한시, 표절보고서 揖翠軒‘怒瀑自成空外響, 愁雲欲結日邊陰’ 用歐陽公‘雷喧空外響, 露結日邊陰’之句. 李容齋‘一身千里外, 殘夢五更頭’ 用唐人顧況詩‘一家千里外, 百舌五更頭’之句. 林石川‘江月圓還缺, 庭梅落又開’ 用金老峯‘多情塞月圓還缺, 少格山花落又開’之句. 해석 揖翠軒‘怒瀑自成空外響, 愁雲欲結日邊陰’ 읍취헌 박은의 「역암에서 노닐며[遊櫪巖]」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怒瀑自成空外響 성난 폭포 스스로 허공 저편을 울리고 愁雲欲結日邊陰 우수 찬 구름 해 주변에 엉기려 해서 어둑하네. 用歐陽公‘雷喧空外響, 露結日邊陰’之句. 구양수 시의 구절을 사용했다. 雷喧空外響 露結日邊陰 우레가 치니 허공 저편이 울리고, 이슬 맺히니 해 저편이 어둑하네. 李容齋‘一身千里外, 殘夢五更頭’ 용재 이행의 「10월 ..
33-1. 고려와 조선 한시, 표절보고서 詩家最忌剽竊, 而古人亦多犯之. 成獨谷‘淸宵見月思親淚, 白日看雲憶弟心’ 用老杜‘思家步月淸宵立, 憶弟看雲白日眠’之句. 姜通亭「寄弟」詩, ‘江山此日頭將白, 骨肉何時眼更靑’ 用黃山谷‘江山千里俱頭白, 骨肉十年終眼靑’之句. 해석 詩家最忌剽竊, 시인들은 가장 표절을 꺼리는데 而古人亦多犯之. 옛 사람도 또한 많이 그것을 범했었다. 成獨谷‘淸宵見月思親淚, 白日看雲憶弟心’ 독곡 성석린의 「고성에서 아우에게 부치며[在固城寄舍弟]」라는 시는 다음과 같은데. 淸宵見月思親淚 맑은 밤에 달을 보니 어버이 생각나 눈물 나고 白日看雲憶弟心 환한 대낮에 구름 보니 아우가 그리운 마음이 이네 用老杜‘思家步月淸宵立, 憶弟看雲白日眠’之句. 두보의 「이별을 한스러워하며[恨別]」라는 시의 구절을 사용했다..
32. 홍경신의 시 余問東溟以玄翁ㆍ芝峯兩子詩優劣, 溟老曰: “玄翁行文雖優, 詩非本色, 故不及芝峯ㆍ鹿門.”云. 鹿門洪慶臣與芝峯齊名, 鹿門之「東江卽事」詩曰: ‘日落江天碧, 煙昏山火紅. 漁舟殊未返, 浦口夜多風.’ 「江行」詩: ‘黃帽呼相語, 將船泊柳汀. 前頭惡灘在, 未可月中行.’ 「明妃詞」: ‘靑海城頭白雁飛, 塞風吹落漢宮衣. 朝來一倍琵琶怨, 昨夜甘泉夢裏歸.’ 格韻雅潔, 似唐詩. 해석 余問東溟以玄翁ㆍ芝峯兩子詩優劣, 溟老曰: “玄翁行文雖優, 詩非本色, 故不及芝峯ㆍ鹿門.”云. 내가 동명 노인께 현옹과 지봉 두 사람 시의 우열을 묻자, 동명 노인은 “현옹은 문장을 짓는데 비록 낫지만 시는 본색이 아니기 때문에 지봉과 녹문만 못하지.”라고 말씀하셨다. 鹿門洪慶臣與芝峯齊名, 鹿門之「東江卽事」詩曰: ‘日落江天碧, 煙昏山火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