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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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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後記) 드디어 끝났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온몸이 오그라들고 회생키 어려운 동토의 느낌이 되어가는데, 원고지를 달리는 펜촉조차 관우의 청룡언월 도보다도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대망의 막은 내려졌다. 길고 긴 칠흑의 여로는 막을 내렸지만 희망의 빛줄기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진실로 확신하는 것은 살아 숨 쉬는 맹자가 우리 곁에 다가와 절망 속에서 신음하는 우리의 등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맹자』는 본서로부터 다시 읽혀야 한다. 이것은 나의 작업에 대한 과장된 선포가 아니라, 너무도 기초적인 사실에 대한 평이한 진술이다. 여태까지 한국인에게 『맹자』가 완정(完整)한 모습으로 읽힌 적이 없다. 조선의 유자, 어느 누구도 『맹자』를 다 읽지 못했다. 주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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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도통의 전수자임을 자임하다 7b-3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요ㆍ순으로부터 탕왕에 이르기까지 오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禹)나 고요(皐陶)는 요ㆍ순의 덕과 치업을 직접 보아서 알았고, 탕왕은 들어서 알았다. 7b-38. 孟子曰: “由堯舜至於湯, 五百有餘歲, 若禹, 皐陶, 則見而知之; 若湯, 則聞而知之. 탕왕으로부터 문왕에 이르기까지 또 오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윤(伊尹)과 래주(萊朱)【조기 주에 의하면 탕(湯)의 현신(賢臣)이라 한다. 일설에는 그가 바로 중훼(仲虺)라고 한다】는 탕왕의 덕과 치업을 직접 보아서 알았고, 문왕은 들어서 알았다. 由湯至於文王, 五百有餘歲, 若伊尹, 萊朱則見而知之; 若文王, 則聞而知之. 문왕으로부터 공자에 이르기까지 또 오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태공망(太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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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광자(狂者)와 견자(獧者)와 향원(鄕原) 7b-37. 맹자의 수제자인 만장이 여쭈었다: “공자님께서 주유(舟遊) 말기 진(陳)나라에서 고생하고 계실 적에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찌하여 내 돌아가지 아니 할까보냐! 돌아가자! 돌아가자! 내 나라 노나라로 돌아가자! 나의 향리의 아이들은【집주본에는 ‘오당지사(吾黨之士)’로 되어 있지만, 감본(監本), 급고각본(汲古閣本)에 의하여 ‘오당지사(吾黨之士)’로 바꾸었다】 뜻이 크고 박력이 있으며 거칠지만 진취(進取)【나아가 대도(大道)를 취함】적이다. 나는 나의 옛 동지들을 잊을 수가 없구나!’【주희는 ‘불망기초(不忘其初)’를 ‘불능개기구(不能改其舊)’라고 했는데, 소자들이 옛 정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풀었다. 나는 조기를 따랐다. 조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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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증자는 아버지가 즐긴 음식을 먹지 못하다 7b-36. 증자의 아버지 증석【4a-19에 기출】은 양조(羊棗)를 너 무도 좋아하였다. 그래서 증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양 조를 먹으려고 하면 아버지 생각이 간절해져서 슬퍼지기 때문에 차마 양조를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曾晳嗜羊棗, 而曾子不忍食羊棗. 맹자의 제자 공손추는 이 문제에 관하여 맹자께 여쭈었다: “선생님! 회자(膾炙)【‘회(膾)’는 우리나라 사람이 잘 먹는 잘게 썬 육회이다. 그리고 ‘자(炙)’는 양념하여 구운 고기이니 우리나라 불고기이다】와 양조를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요?” 公孫丑問曰: “膾炙與羊棗孰美?”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거야 물론 회자가 더 맛있겠지!” 孟子曰: “膾炙哉!” 공손추가 여쭈었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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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마음을 기르려면 욕심을 적게 하라 7b-3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의 마음을 기르는 데는 과욕(寡欲)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 사람됨이 과욕(寡欲)하면, 비록 본래의 마음을 보존치 못하는 상황이 있더라도 그것은 잠깐에 그치고 만다. 그 사람됨이 욕(欲)하면, 비록 본래의 마음을 잘 보존하는 상황이 있더라도 그것은 잠깐에 그치고 만다.” 7b-35. 孟子曰: “養心莫善於寡欲. 其爲人也寡欲, 雖有不存焉者, 寡矣; 其爲人也多欲, 雖有存焉者, 寡矣.” ‘존(存)’의 의미를 ‘사람이 생존한다’는 뜻으로 새기었으나 맥락상 적당치 못하다. 주희가 ‘부실기본심(不失其本心)’으로 본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러나 ‘양심(養心)’의 ‘심(心)’을 너무 본래적인 것으로만 새기면 아니 된다. 맹자의 심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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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부귀영달한 이들을 하찮게 보다 7b-3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세속적으로 존귀한 위치에 있는 사람과 만나 나의 의견을 진술하려 할 때에는 우선 그를 경시하는 마음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沃案: 맹자에게 있어서 ‘대인(大人)’의 용법이 다양하다. 7a-19에서처럼 극상의 내면적 덕을 갖춘 사람일 수도 있고, 여기서처럼 세속적으로 존귀한 인물로서 내면적 덕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다. 3a-4도 신분적 의미가 강하다. 그 외로 4a-20, 4b-6, 4b-11, 4b-12, 6a-14, 6a-15, 7a-33 등에서는 모두 유덕(有德)의 대인물(大人物)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상대방이 아무리 위풍당당한 위세를 떨치더라도 그런 모습은 안중에 두지 말아야 한다. 孟子曰: “說大人, 則藐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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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요순(堯舜)과 탕무(湯武) 7b-3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요와 순은 천성 그대로의 성품으 로써 지극한 도(道)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탕과 무는 수신을 통 하여 천성 그대로의 성품을 회복한 사람들이다【沃案: 이 명제는 7a-30과 같이 대조해보는 것이 좋다】. 7b-33. 孟子曰: “堯ㆍ舜, 性者也; 湯ㆍ武, 反之也. 동작이나 용모의 사소한 절도가 모두 저절로 예(禮)에 들어맞는 것은 진실로 성덕의 극치라 말할 수 있다. 죽은 사람에게 소리를 내어 곡(哭)하며 애통해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 보고 들으라고 생색내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항상스러운 평소의 덕성을 굴절시키지 아니 하는 것은 그로 인하여 작록(爵祿)을 구하기 위함은 아니다. 입으로 내는 말에 반드시 신실함이 있는 것은 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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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말은 비근하게, 지향점은 원대하게 7b-3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말하는 것이 아주 비근하면서도 그 뜻하는 바가 심원(深遠)한 것, 그것은 선언(宣言)이다. 자기가 지키고 조심하는 것은 매우 약하지만 그것이 베풀어지는 것은 대중에게 널리 미치는 것, 그것은 선도(善道)이다. 7b-32. 孟子曰: “言近而指遠者, 善言也; 守約而施博者, 善道也. 덕 있는 군자가 하는 말은 허리띠 이하로 내려가지 않지만 거기에 우주의 이치가 존하고, 또 덕 있는 군자가 지키는 것은 그 몸 하나를 닦는 데 불과한 것 같지만 천하가 다 다스려져 태평하게 된다【沃案: ‘불하대(不下帶)’를 조기는 ‘정심수인(正心守仁)하는 것이 다 가슴팍에 있는 것이며 입으로 쏟아내는 것들이니 사지와는 간섭이 없다. 그래서 이르기를 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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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차마하지 못하는 것과 해선 안 된다는 것 7b-3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마음을 가지고 차마 어쩔 수도 있는 그러한 잔인한 생각이 들 때에까지 미칠 수 있게 만들어야만 인(仁)이 실현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해서는 아니 된다는 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마음을 가지고 순간 할 수도 있다는 불의한 생각이 들 때에까지 미칠 수 있게 되어야만의(義)가 실현되는 것이다【沃案: ‘소불인(所不忍)’과 ‘소인(所忍)’, 그리고 ‘소불인(所不爲)’와 ‘소위(所爲)’가 대비되고 있다. 이것은 가치론적으로 반대의 상황이다. 인(仁)과 의(義)는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그것이 부정되는 상황에까지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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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고작 신이나 훔치러 왔다고? 7b-30. 맹자께서 등(滕) 나라로 가시어, 상궁(上宮)【이 ‘상궁(上宮)’의 해석에 여러 설이 있다. 조기는 빈객이 머무는 다층 누각의 상층 고급방으로 해석했고, 주희는 임금의 별궁(別宮)이라 했고, 초순은 ‘상등지관사(上等之館舍)’ 했는데 고급 여관 같은 느낌이다. 나는 전체 문맥으로 볼 때 일반 ‘여관’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본다. 별궁이나 빈객 누각에서 짚신 도난 정도의 문제로 이야기가 오갔을 것 같지는 않다】에 유숙하시었다. 그런데 작업하다만 새 짚신이 창문 위에 놓여 있었는데 여관 주인이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7b-30. 孟子之滕, 館於上宮. 有業屨於牖上, 館人求之弗得. 그러자 어떤 손님이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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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작은 재주를 믿고 날뛰는 사람에게 7b-29. 이전에 맹자의 문하에서 배운 적이 있었던 분성괄(盆成括)이 제나라에서 벼슬길에 올랐다. 이 소식을 듣고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이쿠! 분성괄이가 죽겠구나!” 7b-29. 盆成括仕於齊. 孟子曰: “死矣盆成括!” 盆成括見殺. 그 뒤 얼마 지나 과연 분성관은 피살되었다. 맹자의 문인들이 이 소식을 듣고 맹자에게 몰려와서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분성괄이가 죽음을 당하리라는 것을 아셨습니까?” 門人問曰: “夫子何以知其將見殺?”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사람의 사람됨으로 말하자면 작은 재 주는 있으나 군자의 대도(大道)를 몸에 익힌 적이 없다. 그러하니 족히 그 몸을 스스로 죽일 만하도다!” 曰: “其爲人也小有才, 未聞君子之大道也, 則足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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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7b-2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한 나라의 제후가 보배로 삼아 야 할 것은 오직 셋밖에는 없다: 토지(土地)와 인민(人民)과 정사(政事)이다. 주옥(珠玉)과 같은 물질적 가치를 보배로 생각하는 군주에게는 반드시 재앙이 그 몸에 미친다.” 孟子曰: “諸侯之寶三: 土地, 人民, 政事. 寶珠玉者, 殃必及身.” 매우 간략하지만 매우 충격적인 로기온자료라 아니 할 수 없다. 맹자의 말년의 사유의 깊이를 나타내주는 명언이다. 여기 근세 국가(state) 이론으로서 자주 거론되는 영토(territory), 국민(nation), 주권(sovereignty)의 원초적 발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자는 한 국가라는 개념을 오늘날의 민족국가(nation state)와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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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세 가지 세금과 운용에 대해 7b-2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한 나라가 인민들로부터 징수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다음의 3가지가 있다. 첫째가 포루지정(布縷之征)【조기는 포(布)는 군졸들이 옷 입는 데 쓰는 천이고 루(縷)는 개갑(鎧甲)을 꿰매는 데 쓰는 실이라 하였다. 일반적으로는 포백(布帛)을 의미한다】이요, 둘째가 속미지정(粟米之征)【조기는 군량미라고 했다. 조기는 전쟁 때문에 세금징수가 불필요하게 늘어난다는 맥락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렇게 해설한 것이다】, 셋째가 력역지정(力役之征)【근로봉사, 즉 노동력의 제공】이다. 훌륭한 통치자는 이 셋 중에서 하나만을 징수하고 나머지 둘은 유예한다. 만약 통치자가 이 셋 중에서 둘을 동시에 징수해도 인민 중에서는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한다. 만약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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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단에 대할 때 7b-2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묵자(墨子)에 빠졌다가 그 오류를 깨닫고 도망가면 반드시 양주(楊朱)에게로 간다. 그런데 양주에게 빠졌다가 그 오류를 깨닫고 도망가면 반드시 유(儒)로 돌아온다【沃案: 여기 ‘유(儒)’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맹자 자신이 자신의 학풍을 ‘유’라고 표현한 것이다. 공자학파를 ‘유’라고 칭한 것은 맹자로부터 비롯된다. 『맹자』에 3a-5와 본 장, 2회 나오는데 3a-5에서는 타학파가 칭한 것이다. 여기서 비로소 맹자가 자신이 소속한 학파를 ‘유’라고 자칭하였다. 이때는 이미 ‘유’가 자타가 공인하는 명칭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돌아오는 사람은 받아주면 그만이다. 7b-26. 孟子曰: “逃墨必歸於楊, 逃楊必歸於儒. 歸, 斯受之而已矣. 요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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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사람이 이를 수 있는 6단계 경지 7b-25. 제나라 사람 호생불해(浩生不害)【성이 ‘호생(浩生)’, 명이 ‘불해(不害)’. 제나라 사람이다. ‘생(生)’이 경칭으로 붙은 것이고 성은 그냥 ‘호(浩)’일 수도 있다】가 물어 말하였다: “선생님의 제자인 악정자(樂正子)가 노나라에서 높은 벼슬을 할 모양인데 과연 그가 어떤 사람입니까?”【沃案: 이 대화는 6b-13의 분위기 속에서 읽혀야 한다. 그가 국정을 맡으려 할 때 맹자는 심히 기분이 좋았고 악정자를 결코 나쁘게 평가하지 않았다】 7b-25. 浩生不害問曰: “樂正子, 何人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악정자(樂正子)는 선인(善人)이고 또 신인(信人)이다.”【沃案: 이 장의 전체적 문맥 속에서는 악정자에 대한 평가가 매우 인색하게 들린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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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성(性)과 명(命) 7b-2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우리의 입이 맛있는 것을 좋아하 고, 눈이 미색(美色)을 좋아하고, 귀가 미성(美聲)을 좋아하고, 코가 방향(芳香)을 좋아하고, 사지가 편안함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타고난 성(性)이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명(命)이 개재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을 원하는 대로 다 얻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운명적 요소가 있다. 그래서 군자는 그것을 자기의 성(性)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7b-24. 孟子曰: “口之於味也, 目之於色也, 耳之於聲也, 鼻之於臭也, 四肢之於安佚也, 性也, 有命焉, 君子不謂性也. 부자간에 인(仁)을 구현해야 하고, 군신간에 의(義)를 구현해야 하고, 빈주간에 예(禮)를 구현해야 하고, 현자가 지(智)를 구현해야 하고,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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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떠나기로 맘먹은 이의 자세 7b-23. 제나라가 한발(旱魃)이 심해 기근에 시달렸다. 이때 맹자의 제자 진진(陳臻)이 맹자께 여쭈었다: “선생님! 지금 제나라 국민들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일전에 제선왕께 부탁하여 미창(米倉)을 열어 백성들을 진휼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임치성(臨淄城)내의 모든 사람들이 선생님께서 다시 한 번 부탁하셔서 당(棠)【산동성 즉묵현(卽墨縣) 남쪽 80리에 감당사(甘棠社)가 있다. 즉묵은 당시 제나라의 대도(大都)였고 곡식창고가 여기 있었다】의 곡창을 열어 쌀을 방출하게 해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이미 제나라를 떠나시기로 결심하셨으니, 두 번 다시 제선왕께 부탁하기가 어려우시겠지요?” 7b-23. 齊饑. 陳臻曰: “國人皆以夫子將復爲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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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우왕의 음악이 문왕의 음악보다 낫다? 7b-22. 맹자의 제자인 고자가 말씀드렸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禹) 임금의 음악이 문왕(文王)의 음악보다 더 훌륭한 것 같습니다.” 7b-22. 高子曰: “禹之聲, 尙文王之聲.”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네는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말하고 있 는 것인가?” 孟子曰: “何以言之?” 고자가 말했다: “우임금의 음악을 연주하는 편종(編鐘)의, 때리는 당목(撞木) 닿는 자리가 심하게 마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沃案: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나는 ‘퇴려(追蠡, dui-li)’의 ‘퇴(追)’를 종을 매다는 고리로 보지 않고, 종을 때리는 당목이 닿는 부분으로 본다. 매다는 고리는 그렇게 쉽게 마모되지 않는다. 용두는 특별하게 제작된다. 실제로 악기를 모르는 주석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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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산길과 같은 사람의 마음 7b-21. 맹자께서 방황하는 그의 제자 고자(高子)를 타일러 말씀하시었다: “산봉우리의 작은 길도 당분간 사람들이 열심히 그 길로 다니면 탄탄한 좋은 길이 만들어진다【沃案: ‘경(徑)’은 봉우리. ‘간(間)’을 주희는 위로 붙여 읽었으나 의미가 명료하지 않다. 밑에 나오는 ‘간(間)’과 짝지어 ‘당분간’의 의미로 읽는다. ‘간개연(間介然)’하나의 관용구로 보는 해석도 있으나 근거가 박약하다】. 7b-21. 孟子謂高子曰: “山徑之蹊閒, 介然用之而成路. 그런데 그 길로 당분간 사람들이 다니지만 않아도 금새 억새 같은 잡초로 길이 막혀 버리고 만다. 학문이란 이와 같이 끊임없이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하는 것인데 지금 너의 마음은 억새로 덮여 길이 보이질 않는구나!” 爲閒不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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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예전과 지금의 현자(賢者) 7b-2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원래 현자(賢者)라고 하는 것은 타인을 교화시키는데 있어서 먼저 자신의 몸의 덕을 밝게 만듦으로써 타인을 밝은 명덕(明德)으로 이끌어준다. 7b-20. 孟子曰: “賢者以其昭昭, 使人昭昭; 그런데 요새 현명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의 덕을 어둡게 만들어 타인을 밝게 만든다고 하는 꼼수를 편다” 今以其昏昏, 使人昭昭.” 자신을 ‘혼혼(昏昏)’하게 만들어 타인을 ‘소소(昭昭)’하게 만든다는 것은 ‘꼼수’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아마도 오늘날 한국의 세태를 사는 사람들은 전국시대의 사람들보다도 더 명료하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집 땅문서 하나조차도 ‘혼혼(昏昏)’하게 만들어놓고 ‘소소(昭昭)’한 정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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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남의 헐뜯음을 대하는 맹자의 자세 7b-19. 맹자 당시의 훌륭한 관리였던 맥계(貉稽)【성이 맥(貉), 명이 계(稽), 맹자 당시의 ‘사자(仕者)’라고만 조기가 주를 달아 놓았다】가 말씀드렸다: “저 계(稽)는 사 람들의 험담에 너무 시달립니다. 괴로워 죽겠습니다.” 7b-19. 貉稽曰: “稽大不理於口.”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상심치 마오, 선비란 본시 정의로운 주장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험담을 하기 마련이라오. 시(詩)에 이런 가사가 있소: ‘아~ 근심 마음에 가득가득, 저 뭇 소인배들 오히려 나를 원망타니’ 이것은 공자의 심경을 나타낸 구절로 해석해도 되겠지요【沃案: 맹자도 이것이 공자시대의 노래가 아닌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공자를 읊은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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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군자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이유 7b-1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君子)께서【여기 ‘군자(君子)’는 공자를 가리킨다. 『논어(論語)』 15-1과 관련】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 갇혀 그토록 곤욕을 치르신 것은 그 두 나라의 위쪽의 임금이든 아래쪽의 신하이든 모두 형편없는 놈들이라서 공자께서 사귈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7b-18. 孟子曰: “君子之戹於陳蔡之閒, 無上下之交也.”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는 초나라에서 공자를 초청하려고 하자, 초 나라와 관계가 깊은 진(陳)나라와 채(蔡)나라의 대부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올 것을 예견하고 합동하여 공자그룹을 포위하였다고 말하고 있으나, 당시 진나라는 초나라와 우호관계를 유지했고, 채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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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자가 모국과 타국을 떠나는 도리 7b-1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공자께서 자기의 고국인 노나라를 떠날 때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떠나는 발길이 무거워 잘 떨어지지 않는구나!’ 이것은 자기가 태어나고 성장한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심정과 태도를 나타낸 것이다. 孟子曰: “孔子之去魯, 曰: ‘遲遲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 그러나 제나라를 떠날 때는 밥 짓기 위해 불려놓은 쌀에 불을 지필 틈도 없이 물만 따라 버리고 짐을 꾸려 미련 없이 여로를 재촉하였다. 이것은 공자께서 고국이 아닌 타국을 떠날 때의 심정과 태도였다.” 去齊, 接淅而行, 去他國之道也.” 상황에 따라 진실하게, 그리고 자유자재롭게 행동하는 공자의 ‘성지시(聖之時)’의 경지를 나타내는 맥락에서 언급된 것이다. 5b-1의 요약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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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인(仁)과 인(人)과 도(道) 7b-1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仁)이라는 것은 매우 막연하지만 그 궁극적 뜻은 인(人)이다. 이 인(仁)과 인(人)을 합하여 말하면 곧 도(道)가 된다.” 7b-16. 孟子曰: “仁也者, 人也. 合而言之, 道也.” 『중용(中庸)』 20장에도 ‘인자(仁者), 인야(人也)’라는 말이 있다. 인(仁)의 자의(字義)에 관해서도 여러 설이 있지만 『설문』에서 말한 대로 그것은 ‘인(人)’과 ‘이(二)’로 구성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仁)’이란 두 사람 사이에서 친밀하게 오갈 수밖에 없는 어떤 교감, 인간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주 기본적인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주희는 이 장을 해설하여, 사람이 사람된 소이연(所以然)의 리(理)가 곧 인(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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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백이와 유하혜는 성인 7b-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성인이라는 것은 백세(百世)【1세 를 30년 잡으면 3,000년, 20년 잡으면 2,000년, 맹자의 시대로부터 오늘의 시대까지를 대강 100세라 말해도 된다. 그러므로 맹자의 논의는 리얼하다】라도 끊임없이 사람들을 일깨워주시는 큰 스승님이시니, 백이와 유하혜(柳下惠)【2a-9, 5b-1 참고】가 그런 분이시다. 孟子曰: “聖人, 百世之師也, 伯夷ㆍ柳下惠是也. 그러므로 백이의 풍도를 듣는 자는 완악(頑惡)한 사람도 염결(廉潔)해지고, 겁약(怯弱)한 사람도 불굴의 의지를 세우게 되었다【이상의 표현은 5b-1에도 나온다】. 유하혜의 풍도를 듣는 자는 박정(薄情)한 사람도 돈후(敦厚)해지고, 도량이 좁은 인간도 관대(寬大)해진다. 故聞伯夷之風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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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임금이 가장 하찮다 7b-1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민(民)이 가장 귀한 것이요, 그 다 음으로 중요한 것이 사직(社稷)【4a-3, 7a-19에 기출, ‘사(社)’는 토지의 하느님이고 ‘직(稷)’은 곡물의 하느님이다. 한 나라를 건국한다는 것은 사직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사직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없어지는 시점을 한 나라가 멸망했다고 일컫는다】의 하느님이다. 군(君)【沃案: 여기 전체적 맥락으로 보면 ‘군(君)’은 제후국의 군주를 의미한】은 가장 무게가 없는 가벼운 존재이다. 7b-14. 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그러므로 뭇 백성 구민(丘民)【沃案: 주희는 ‘구민(丘民)’을 ‘전야지민(田野之民)’으로서 지극히 미천한 존재라고 말했는데 전체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멘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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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불인하고서 천하를 얻는 경우는 없다 7b-1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仁)한 마음이 부족한 자가 한 나라를 장악하여 제후가 되는 것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인한 마음이 부족한 자가 천하를 통일하여 왕자(王者)가 된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7b-13. 孟子曰: “不仁而得國者, 有之矣; 不仁而得天下, 未之有也.” 이러한 맹자의 예언과는 달리, 진시황과 같이 불인한 인간이 무력으로 중국을 통일하고 인류사에 대제국을 등장시켰다. 주원장만 해도 천자에 오른 후에 그가 숙청한 사람들의 숫자를 헤아려보면 참으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으니 너무도 불인한 인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주석가는 ‘미지유야(未之有也)’라는 말이 맹자 이전에까지만 해당되고 그 이후를 보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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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라다운 나라의 핵심, 인재등용 7b-1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자(仁者)와 현자(賢者)를 믿고 등용하지 않으면 나라는 공허(空虛)【나라에 인재가 없어져 텅 빈 것처럼 된다는 뜻이다】 해지고, 나라에 예의(禮義)나 염치가 없어지면 상하질서가 어지럽게 되어 행정질서가 마비되며, 나라에 절도있는 정강정책이 없게 되면 국가의 재정이 파탄에 이르게 된다.” 孟子曰: “不信仁賢, 則國空虛. 無禮義, 則上下亂. 無政事, 則財用不足.” 한 국가의 존속의 3대 요건을 말한 것인데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제1의 인재등용이라 할 것이다. 단군이래 이명박정권처럼 이 3대 요건을 부정하고 무시한 사례를 거론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늘의 독자는 이 맹자의 말씀을 너무도 쉽게 공감할 것이다. 첫째로 인현(仁賢)의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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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사람들 7b-1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명예심이 강렬한 사람은 천승지국(千乘之國)【1a-1】의 군주의 지위라도 타인에게 양보함으로써 불후(不朽)의 이름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본시 진심으로 그럴만한 인품을 구비하고 있지 아니 한 자라면 한 소쿠리의 밥과 한 사발의 국【‘단사두갱(簞食豆羹)’ 7a-34 등에 기출】과 같은 사소한 것을 얻고 잃는데도 본심의 욕정을 안색에 드러낸다.” 7b-11. 孟子曰: “好名之人, 能讓千乘之國; 苟非其人, 簞食豆羹見於色.” 이 장에 대한 해석은 주희의 해석이 절대적으로 옳다. 우선 ‘호명지인(好名之人)’을 조기는 ‘썩지 않을 위대한 이름을 사랑하는 자[호불후지명자(好不朽之名者)]’라 하여 긍정적으로 해석하였고, 주희는 ‘자기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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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두 가지 주도면밀함 7b-1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이(利)를 추구하는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흉년도 그를 죽일 수 없고, 덕(德)을 추구하는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사세(邪世, 사악한 세상)도 그를 어지럽힐 수 없다.” 7b-10. 孟子曰: “周于利者, 凶年不能殺; 周于德者, 邪世不能亂.” 원문의 격렬한 콘트라스트적인 의미맥락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의역을 하지 않고 직역을 하였다. 그런데 직역해놓고 보면 그 의미가 알듯 하면서도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포폄(褒貶)의 기준을 종잡기 어렵다. 우선 이익을 추구하는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흉년이 닥쳐도 미리 다 대비해놓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더 벌지언정 굶어죽거나 다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간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 땅에 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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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라 7b-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몸으로써 도를 실천하지 않으면 도저히 나의 처자(妻子, 부인과 자식)로 하여금 몸으로 도를 실천하게 만들 수 없다. 내가 사람을 부리는 데 있어서 도에 합당하게 하지 않으면, 나의 처자(妻子)도 내가 부릴 수 없게 된다.” 7b-9. 孟子曰: “身不行道, 不行於妻子; 使人不以道, 不能行於妻子.” 유교의 근본사상인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핵심적 명제라 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많은 사람이 별 주목을 안 하고 넘어가지만 ‘신불행도(身不行道)’라는 명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신행(身行)’이라는 것이다. 즉 몸으로 실천한다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맹자 몸철학의 대명제라 할 수 있다. 내가 몸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것을 나의 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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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관문을 만드는 고금의 이유 7b-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옛날에 국경에 관소(關所)를 설치한다는 것은 폭력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요즈음 국경에 관소를 설치한다는 것은 폭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다.” 7b-8. 孟子曰: “古之爲關也, 將以禦暴. 今之爲關也, 將以爲暴.” 『맹자』라는 텍스트의 문맥상으로 볼 때 여기 ‘관(關)’은 역시 한 국가의 조세정책과 관련된 것이다. 관련된 문제가 1b-5, 2a-5, 3b-8에서 이미 논의되었다. ‘어폭(禦暴)’은 전혀 통행세나 물품세를 징수하지 않는 차원에서 수상한 자들을 검색하여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만 힘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하여 지금은 ‘위폭(爲暴)’이니 관소를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통행세와 물품세를 징수하기 위한 폭정의 상징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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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맹자, 복수의 폐해를 깨닫다 7b-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타인의 어버이를 살해하는 것이 얼마나 엄중한 일인지를 깨달았노라, 남의 아버지를 죽이면 그 남 또한 결국 나의 아버지를 죽이며, 남의 형을 죽이면 그 남 또한 결국 나의 형을 죽인다. 그렇게 되면 내가 직접 나의 부형을 죽이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결국은 내가 죽인 것과 뭔 차이가 있겠는가?”【‘일간(一閒)’이란 한 다리 건넜다는 이야기인데 결국 별 차이 없다는 뜻이다】 7b-7. 孟子曰: “吾今而後知殺人親之重也: 殺人之父, 人亦殺其父; 殺人之兄, 人亦殺其兄. 然則非自殺之也, 一閒耳.” 기묘한 느낌이 감도는 생생한 역사적 맹자의 로기온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주희의 말대로 당시 어떤 특별한 ‘복수사건’이 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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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길 지킨 순임금 7b-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순이 미천(微賤)한 자로서 역산(歷山)에서 밭 갈고 살 때에는 미숫가루 같은 저장식이나 먹고 풀이나 뜯어 먹고 하였으니【‘후(糗)’를 모두 ‘마른 밥’이라 번역하는데 도무지 뜻이 전달되지 않는다. 후라는 것은 곡식을 말려 볶아 먹거나 그것을 쌓은 것으로 저장음식이다. 『주례』 천관(天官) 「변인(籩人)」】, 평생을 그렇게 마칠 것 같은 보통사람의 기세였다. 7b-6. 孟子曰: “舜之飯糗茹草也, 若將終身焉;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천자(天子)가 되어 그림을 수놓은 진의(袗衣)를 입고, 거문고를 타고, 어여쁜 요임금의 두 따님이 시중드는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마치 예부터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무심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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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터득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7b-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소목장ㆍ대목수ㆍ수레바퀴공ㆍ수레 거푸집 장인【‘재장윤여(梓匠輪輿)’는 3b-4에 기출】과 같은 최고의 기술자들도 후학들에게 콤파스와 곡의 원칙을 가르쳐줄 수는 있으나, 후학들로 하여금 명인의 솜씨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는 없다. 그것은 오로지 자득하는 것이다.” 7b-5. 孟子曰: “梓匠輪輿能與人規矩, 不能使人巧.” 간결하지만 교육의 핵심을 뚫는 명언으로서 유명하다. 『장자(莊子)』 「천도」편에 나오는 제환공(齊桓公)과 윤편(輪扁)의 이야기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맹자는 교육에 있어서 원칙의 전수를 중요시한다(4a-1, 6a-20). 그러나 원칙과 기초의 습득을 넘어서는 고도의 기술이나 지식이나 품덕이나 행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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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하무적(天下無敵) 7b-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나는 진법(陳法)【‘진(陳)’=‘진(陣)’】의 도사다. 나는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자신있다’라고 한다면, 그놈은 항상 대죄를 저지를 놈이다. 7b-4. 孟子曰: “有人曰: ‘我善爲陳, 我善爲戰.’ 大罪也. 한 나라의 군주로서 인(仁)을 좋아하기만 한다면 천하무적이다. 남쪽을 향하여 정벌하면 북쪽의 적(狄)이 원망하고, 동쪽을 향하여 정벌하면 서쪽의 이(夷)가 원망하여 이르기를, ‘어찌하여 우리를 뒷 순번으로 미루시나이까? 빨리 오소서!’라고 하였다【이 논점은 1b-11, 3b-5에 기출하였다. 그곳에는 정벌의 주체가 탕임금으로 되어있다】. 國君好仁, 天下無敵焉. 南面而征, 北狄怨, 東面而征, 西夷怨. 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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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판적 독서의 이유 7b-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서(書)』라는 책을 써있는 그대로 다 믿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며 오히려 『서(書)』가 없느니만 못하다. 7b-3. 孟子曰: “盡信『書』, 則不如無『書』. 예를 들면 나는 『서』의 「무성(武成)」【현재 주서(周書)의 한 편. 무왕(武王)이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토벌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편명은 기사내용 중 ‘대고무성(大告武成)’에서 왔다. 무력정벌의 성공을 크게 고하였다는 뜻이다】편에서 두세 절【‘이삼책(二三策)’은 죽간 2ㆍ3쪽의 분량】정도만 진실한 것으로 취할 뿐이다. 무왕(武王)은 인한 사람이다. 인인(仁人)은 본시 천하무적이다. 그리고 무왕이 폭군 주를 토벌한 것은 지인(至仁, 지극히 인한 자)으로써 지불인(至不仁, 지극히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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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征)은 천자의 나라만이 7b-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춘추』라는 책에는【3b-9, 4b-21에도 기출, 이것을 ‘춘추시대’로 번역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의로운 전쟁[義戰]이란 기술 되어 있지 않다. 비슷한 군주들끼리 싸우는 많은 전쟁 중에서, 한 쪽이 다른 한 쪽보다 더 낫다라는 가치판단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을 의전(義戰)이라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7b-2. 孟子曰: “『春秋』無義戰. 彼善於此, 則有之矣. 정(征)이라는 것은 상(上) 즉 천자(天子)가 하(下) 즉 제후를 벌하는 것이다. 대등한 제후국들끼리 대적하여 싸우는 것은 정벌[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결국 춘추시대에는 정벌의 의전(義戰)이 없는 것이다.” 征者上伐下也, 敵國不相征也.” 천자의 명(命)에 의하여 부정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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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장구(盡心章句) 하(下) 1. 토지에 대한 욕심으로 7b-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위나라의 혜왕(惠王)은 진실로 불인하도다! 인(仁)한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미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불인(不仁)한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지 아니 하는 사람에게 대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미친다.” 孟子曰: “不仁哉, 梁惠王也! 仁者以其所愛及其所不愛, 不仁者以其所不愛及其所愛.” 공손추가 여쭈었다: “그게 뭔 말씀이오니이까?’ 公孫丑曰: “何謂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위나라의 혜왕은 토지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인민들로 하여금 분골쇄신(粉骨碎身) 싸우게 만들었는데 결국 대패하였다【‘미란기민(糜爛其民)’은 백성을 썩게 만든다는 뜻인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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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급선무(急先務) 7a-4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자(知者)는 알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박학(博學)해야 하겠지마는 당연히 힘써야 할 것을 급선무(急先務)로 해야 되기 때문에 모르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인자(仁者)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인자해야 하겠지마는 현자를 친애(親愛)하는 것을 급선무로 해야 되기 때문에 소홀히 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7a-46. 孟子曰: “知者無不知也, 當務之爲急; 仁者無不愛也, 急親賢之爲務. 그래서 요ㆍ순과 같은 위대한 지자(知者)라도 모든 사물을 두루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있게 되는 것은 선무를 급히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요, 堯ㆍ舜之知而不徧物, 急先務也; 또 요ㆍ순과 같은 위대한 인자(仁者)라도 모든 사람을 두루 다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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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유교의 차등적 가치관 7a-4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진 군자가 금수초목과 같은 생 명을 대할 때 애련(哀憐)의 마음을 품지만 결코 인(仁)한 마음으로 일관하지는 않는다. 어진 군자가 같은 인간인 백성을 대할 때는 인한 마음을 품지만 어버이를 공경하는 것과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 군자의 마음가짐에는 친소원근(親疏遠近)의 차등이 있는 것이니, 친친(親親)이 우선하고 다음에 인민(仁民, 백성을 어질게 대함)이며, 또 인민한 연후에 애물(愛物)하는 것이다.” 孟子曰: “君子之於物也, 愛之而弗仁; 於民也, 仁之而弗親.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 정자(程子)가 ‘통괄하여 말하면 친친(親親)ㆍ인민(仁民)ㆍ애물(愛物)의 세 단계가 다 인(仁)이지만 그것을 나누어 말하면 그래도 차등의 순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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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세 가지 유형의 폐단 7a-4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만두어서는 아니 될 상황에서 그만두는 사람은 그만두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는 없다. 후(厚)하게 해야 할 상황에서 박(薄)하게 하는 사람은 박(薄)하지 않게 해야 할 일이라고는 없다. 또한 나아가는 것이 재빠른 사람은 물러나는 것도 재빠르다. 孟子曰: “於不可已而已者, 無所不已; 於所厚者薄, 無所不薄也. 其進銳者, 其退速.” 문장은 매우 평이하지만 그 전체적 맥락이 잘 드러나 있질 않기 때문에 의미는 매우 애매하다. 여기 열거된 세 가지 케이스 중에서 앞의 두 케이스는 쉽게 이해가 되지만 제3의 케이스가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조기나 주희나 다같이 부정적인 상황으로 파악하였다. 조기는 물러나는 것이 재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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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는 경우 7a-43. 맹자의 고제인 공도자(公都子)【6a-5 참고】가 여쭈었다: “등문공의 동생인 등갱(滕更)【조기 주에 의하면 둥군지제(滕君之弟)로서 맹자의 문하에 와서 배우고 있는 자라고 하였다】이 지금 선생님 문하에 와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상 당히 예우를 해주실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선생님께서는 그가 묻는 말에 잘 대답도 해주시지 않는 것은 웬 까닭이오니이까?” 7a-43. 公都子曰: “滕更之在門也, 若在所禮. 而不答, 何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라는 것이 있다. 자기의 고귀한 신분을 끼고 묻거나【여기 ‘끼다’고 번역한 것은 ‘협(挾)’인데, 5b-3에 기출하였다. 선생과 학생 사이에 끼워넣는다, 즉 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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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소신 없이 7a-4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천하(天下)에 도(道)가 있으면 도로 하여금 내 몸을 따르게 할지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상에 나가 도를 실현하여라! 천하에 도가 없으면 내 몸으로 하여금 도를 따르게 할지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은둔하여 내 몸 하나라도 지키는 것이 좋다. 천하에 도가 있건 없건, 도와 내 몸은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인데, 도로 하여금 타인을 따르게 하여 부귀권세를 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孟子曰: “天下有道, 以道殉身; 天下無道, 以身殉道. 未聞以道殉乎人者也.” 주희는 ‘순(殉)’을 ‘순장(殉葬)’의 ‘순(殉)’과 같다 하고, ‘죽음으로써 무엇을 따른다는 것을 일컬은 말[이사수물지명(以死隨物之名)]’이라 하였다. 그러나 조기는 ‘순(殉)’을 단순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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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당기되 쏘진 않는다 7a-41. 공손추가 여쭈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성인의 도라는 것은 진실로 고매하기 그지없고, 아름답기 그지없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타고 끊임없이 기어오르는 듯하여 도저히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것을 보통사 람들로 하여금 올라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끔 조금 낮 게 조정하여 사람들이 매일매일 부지런히 노력할 수 있게 하여 주실 수는 없겠나이까?”【여기 쓰인 ‘자자(孶孶)’는 7a-25에 기출】. 公孫丑曰: “道則高矣, 美矣, 宜若登天然, 似不可及也. 何不使彼爲可幾及而日孶孶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위대한 도목수는 졸렬한 목수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승묵(繩墨)을 쓰는 방법을 바꾸거나 폐하거나 하는 짓을 하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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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군자가 가르치는 5가지 방법 7a-4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가 사람을 교육하는 방법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가 있다. 7a-40. 孟子曰: “君子之所以敎者五: 그 첫째가 때에 맞추어 비가 내려 만물이 화육(化育)하듯이 교육하는 시중(時中)의 방법이다. 有如時雨化之者, 그 두 번째가 한 인간의 품덕(品德)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有成德者, 그 세 번째가 한 인간의 타고난 재능이나 재질을 발현케 해주는 방법이다. 有達財者, 그 네 번째가 질문에 대답해주는 방법이다. 有答問者, 그 다섯 번째가 간접적으로 가르침을 내려 스스로 터득케 하는 사숙예(私淑艾)【4b-22의 ‘사숙(私淑)’과 동일】의 방법이다. 有私淑艾者. 이 다섯 가지가 군자가 사람을 가르치는 방법이다.” 此五者, 君子之所以敎也.”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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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년상에 대한 맹자의 확고한 신념 7a-39. 제선왕(齊宣王)이 3년상은 너무 길고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그 기간을 단축시키려고 하였다. 7a-39. 齊宣王欲短喪. 이에 맹자의 제자인 공손추가 여쭈었다: “1년상을 한다 해도 아주 안 하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겠습니까?” 公孫丑曰: “爲朞之喪, 猶愈於已乎?”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네의 견해는 마치 누가 자네 형의 팔뚝 을 비틀면서 흉악한 폭력을 가하고 있는데, 자네가 좀 천천히 비트시구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네. 효제(孝悌)의 도의를 설파하며 단연코 즉각 중지시키는 것밖에는 딴 길이 없네. 3년상을 단축시킨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일세.” 孟子曰: “是猶或紾其兄之臂, 子謂之姑徐徐云爾, 亦敎之孝弟而已矣.” 그즈음, 제나라의 선왕의 첩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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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생겨 먹은 대로 7a-3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의 이목구비(耳目口鼻)나 두견요둔(頭肩腰臀)과 같은 신체용모(身體容貌)라고 하는 것은 천부의 것으로 내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범인들은 이 신체용모에 깃들어 있는 천리(天理)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오직 성인만이 신체용모에 깃들어 있는 본래의 능력을 온전하게 발현케 할 수 있는 것이다.” 7a-38. 孟子曰: “形色, 天性也; 惟聖人, 然後可以踐形.” 이것 또한 맹자의 몸철학의 성구(聖句)이다. ‘형색(形色)’이란 인간이 생겨먹은 대로의 모습이다. 어떠한 형색이라도 그것은 ‘천성(天性)’이며 하늘의 이치가 구비되어 있다. ‘천형(踐形)’의 ‘형(形)’은 형색의 줄임말이며, ‘천(踐)’은 ‘실천한다’ ‘구현한다’는 뜻이다. 주희의 주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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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임금이 현자를 제대로 대우하는 방법 7a-3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제후가 선비를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 단지 봉록만을 주고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은 돼지를 기르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사랑하기만 하고 근원적인 경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개나 말과 같은 가축을 사육하는 것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7a-37. 孟子曰: “食而弗愛, 豕交之也; 愛而不敬, 獸畜之也. 한 인간을 공경한다고 하는 것은, 폐백이라는 물질적 표시로써 받들기 이전에 이미 마음의 교감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공경한다고 하면서 예물의 형식에 머물러 있고 실제로 그 선비가 구체적인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는다면, 군자를 헛되이 머물러 있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恭敬者, 幣之未將者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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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는 장소의 중요성 7a-36. 맹자께서 제나라의 작은 도시인 범읍(范邑)에서 수도인 대도시 임치(臨淄)로 갔을 때, 멀리서 제나라 왕자의 늠름한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하면서 말했다: “사람이 거하는 환경과 지위가 진실로 그 기상(氣像)을 저토록 바꾸어놓는구나! 진실로 그 영양상태가 체형을 저토록 변화시키는구나! 삶의 환경이란 참으로 중요한 것이로구나! 인간이 누구든지 다 사람의 자식이 아닌 자가 누가 있겠느냐마는 아~ 저 왕자는 정말 기품이 다르구나!” 7a-36. 孟子自范之齊, 望見齊王之子. 喟然歎曰: “居移氣, 養移體, 大哉居乎! 夫非盡人之子與?” 맹자께서 또 말씀하시었다: “왕자의 궁실이나 거마(車馬), 그리고 의복은 그 비슷한 수준을 향유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저 왕자가 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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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고수가 사람을 죽였다면? 7a-35. 맹자의 제자인 도응(桃應)【조기 주에 의하여 그가 맹자의 제자라는 것만 안다. 이 대화는 말년의 것이다】이 여쭈었다. “순이 천자가 되었고, 고요(皐陶)【3a-4에 기출, 순임금을 모신 명신하로서 덕망이 높고 특히 법리(法理)에 밝았다. 법을 만들고 형(刑)을 제정하고, 또 옥(獄)을 만들었다】가 재판관이 된 상황에서, 순임금의 아버지인 고수(瞽瞍)【4a-28, 5a-2, 5a-4, 6a-6에 기출】가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겠습니까?” 7a-35. 桃應問曰: “舜爲天子, 皐陶爲士, 瞽瞍殺人, 則如之何?”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물론 법에 따라 고수를 체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체포하는 것까지만 내가 말할 수 있다.” 孟子曰: “執之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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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오릉 중자의 문제점 7a-3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진중자(陳仲子)【여기서 말하는 ‘증자(仲子)’는 제나라의 현인 ‘진중자(陳仲子)’인데, 그에 관한 담론은 3b-10에 충분히 전개되어 있다. 나의 역주와 해설이 이미 자세하므로 반드시 3b-10을 먼저 읽고 이 장을 읽으면 이해가 정확하게 될 것이다】는 너무도 염결(廉潔)한 인물이라서 불의(不義)라면 제나라를 통째로 준다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세인들은 모두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내 안목으로 평가하자면 그의 그러한 태도는 한 소쿠리의 밥과 한 사발의 국【‘단사두갱(簞食豆羹)’ 6a-10 참고】,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것을 거절하는 수준의 소의소렴(小義小廉)에 지나지 않는다. 7a-34. 孟子曰: “仲子, 不義與之齊國而弗受, 人皆信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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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선비의 역할 7a-33. 제나라의 왕자, 점(墊)【조기 주에 의거하여 제나라의 왕자라는 것만 안다. 점(墊)은 명(名)이다】이 물어 말하였다: “사(士)【특정한 신분성이나 직책의 규정성이 없는 통칭으로 보아야 한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오니이까?”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지(志)를 고상하게 지녀야 합니다.” 王子墊問曰: “士何事?” 孟子曰: “尙志.” 왕자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지(志)가 고상하게 되오리이까?” 曰: “何謂尙志?”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의(仁義)를 실천하는 것뿐이다. 한 사람 의 죄없는 사람이라도 죽이게 되면 인(仁)이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의 소유가 아닌 것을 취하는 것은 의(義)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반문해보세요. 내가 산다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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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선비의 이유 7a-32. 맹자의 제자 공손추가 자기 선생을 골탕먹이려는 듯이 살짝 꼬아 질문하였다: “시(詩)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사가 있습죠: ‘일 나가는 청년들아! 저 군자들조차도 거저 밥을 먹지는 않는단다!’【이 노래는 위풍(魏風) 「벌단(伐檀)」에 나온다. 세 스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번 마지막 구절을 장식하고 있다. 이 노래는 황하를 건너가 사냥을 해오는 동네청년들을 격려하는, 어느 강가 동네사람들의 민요이다. 그러니까 마지막에 저 무위도식하는 듯이 보이는 지배계급의 선비들도 결코 공짜밥을 먹지는 않으니, 부지런히 수렴하여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라는 뜻으로 쓰인 노래가사이다. 이 민요는 영상적인 수법을 동원한 매우 아름다운 노래이다. 그리고 공손추가 인용한 의미맥락은 매우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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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윤이 태갑을 추방하다 7a-31. 공손추가 말했다: “이윤(伊尹)【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 그리고 태갑(太甲)을 모신 명신. 2a-2, 2b-2, 5a-6, 5a-7에 기출】이 이와 같이 말한 적이 있지요: ‘나는 우리의 군주가 하는 행동이 의리에 따르지 아니 하는 것을 차마 그대로 편하게 볼 수가 없다.’【이것은 『서경』 「태갑(太甲)」 상에 있다】 그리고는 이윤이 군주 태갑(太甲)을 동(桐) 땅으로 추방시키니, 인민들은 이윤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러한 조치를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그 후 태갑이 잘못을 뉘우치고 현명하게 되니 이윤은 다시 그를 수도로 환궁시켜 복위시켰습니다. 그러자 인민들은 이윤의 조치를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이윤은 현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군주의 신하 되는 사람입니다.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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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요순과 탕무와 오패의 차이 7a-3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요와 순의 위대한 왕도정치는 그들의 내면적 본성을 따라 그대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탕왕과 무왕(武王)의 혁명정치는 그들의 체험과 몸의 노력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춘추시대 오패(五霸)의 패도정치는 자기 밖에 있는 모범들을 빌려 이권을 획책한 것이다. 孟子曰: “堯舜, 性之也; 湯ㆍ武, 身之也; 五霸, 假之也. 그런데 이들이 빌린 것을 오랫동안 빌린 채로 두고 본 자리로 돌려주지 않으니, 그들은 그 허세에 만족하고 그것이 자기들이 실제로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조차도 망각하고 마는 것이다.” 久假而不歸, 惡知其非有也.” 나의 해석은 주희를 따랐다. 이 장의 경우는 주희의 해석이 옳다. 조기는 오랫동안 빌리고 돌려주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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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우물 파기와 성실함 7a-2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떠한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비유컨대 우물을 파는 것과도 같다. 우물을 판다는 것은 반드시 끝까지 지하수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물 파기를 구인(九軔)【조기는 1인(軔)은 8척(尺)이라고 했다. 혹자는 7척이라고 한다. 9인이면 상당한 깊이를 나타낸다】이나 했어도 지하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중단해버리는 것은 우물 파기를 처음부터 포기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결국 우물을 안 판 것이 나 마찬가지다.” 7a-29. 孟子曰: “有爲者辟若掘井, 掘井九軔而不及泉, 猶爲棄井也.” 주석가들이 마지막 구절, ‘유위기정야(猶爲棄井也)’를 명료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이 뜻은 반드시 『논어(論語)』 9-18과 같이 상고해야 한다. 나의 『논어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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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지조를 지킨 유하혜 7a-2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유하혜는 삼공(三公)【‘삼공(三公)’이란 본시 천자를 보좌하는 최고의 고문으로서 주대에는 태사(太師)ㆍ태부(太傅)ㆍ태보(太保)를 의미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냥 영광스러운 작위라는 일반명사로 쓰인 것이다】이라는 높은 지위 때문에 그 절개를 바꾸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7a-28. 孟子曰: “柳下惠不以三公易其介.” 이 짧은 말로써는 유하혜가 삼공의 자리에 앉은 것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하지만, 하여튼 그가 삼공의 높은 지위에 앉았다고 보고 해석해도 별 무리는 없다. 유하혜는 이미 2a-9, 5b-1에 언급되었는데 군주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비천한 관직이든 높은 관직이든지를 불문하고 나아가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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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음식과 마음 7a-2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굶주린 사람은 무엇을 먹어도 다 맛이 있고, 목마른 사람은 무엇을 마셔도 다 꿀맛이다. 그러나 이것은 음식의 정미(正味)를 얻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굶주림과 목마름의 상태가 미각의 본성을 해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라! 어찌 구복(口腹, 입과 내장)만이 기갈(飢渴)의 해에 시달리겠는가? 사람이 굶고 목마르다 보면 그 해가 반드시 그 마음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실로 어떤 사람이 기갈(飢渴)의 해를 가지고 마음의 해를 일으키지 않는 그러한 마음의 단련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처지가 타인의 부귀(富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근심을 삼는 일은 없을 것이다.” 7a-27. 孟子曰: “飢者甘食, 渴者甘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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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양주와 묵적과 자막의 권도(權道) 7a-2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양자(楊子)【성이 양(楊)이고 명이 주(朱), 자수는 자거(子居), 양주는 실존인물로서 맹자시대에도 살아있었던 인물이다. 대개 생몰연대를 BC 395~335 정도로 추정한다. 맹자보다 한 세대 위로 본다】는 극단적 위아(爲我)의 개인주의를 주장하여, 내 몸에서 털 한 오라기를 뽑기만 해도 크게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7a-26. 孟子曰: “楊子取爲我, 拔一毛而利天下, 不爲也. 묵자(墨子)【묵적(墨翟). 3a-5, 3b-9에 기출. 치엔 무(錢穆)는 묵자의 생몰연대를 BC 480~390으로 추정했다. 노(魯)나라 사람, 혹은 송(宋)나라 사람이라는 설도 있으나 보통 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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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순임금과 도척의 나눠짐 7a-2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새벽 닭이 울면 일어나서 자자(孶孶)하게【아주 근면하게 노력하는 모습】 선(善)을 실천하는 자는 순(舜)의 무리이다. 孟子曰: “雞鳴而起, 孶孶爲善者, 舜之徒也. 그런데 새벽 닭이 울면 일어나서 자자하게 이를 추구하는 자는 도척(盜蹠)【춘추시대의 대도(大盜)로서 유명한데, 노나라의 현인 유하혜(柳下惠[2a-9])의 동생이라고 한다. 『장자(莊子)』의 「도척(盜跖)」편에 보면 그는 9천 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를 횡행(橫行)하면서 제후를 침폭(侵暴)하고 남의 집에 구멍을 뚫어 마음대로 들어가고, 우마를 빼앗고 부녀를 납치하고, 이득을 탐하느라 가까운 사람을 잊고 부모형제를 돌보지 않으며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고 쓰여져 있다】의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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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착실하게 한걸음씩 7a-2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공자께서 노나라의 동산(東山)【주희는 노성(魯城)의 동쪽의 고산이라 말했고, 염약거는 노나라 동쪽의 몽산(蒙山)이라 했다. 현재 산동성 몽음현(蒙陰縣) 서남, 비현(費縣)의 북쪽】에 오르시니 당신이 생장한 터전 노나라가 너무도 작게 보였다. 그런데 다시 태산에 오르시니 천하가 작게 보였다【沃案: 학문적 단계의 향상, 사물의 인식의 차원의 고양을 의미하는 매우 상징적 표현이다. 많은 것을 함축하는 비유이다】. 그러므로 바다를 흠껏 맛본 사람은 시냇가에서만 논 사람들 앞에서 물에 관하여 말하기가 어렵고, 성인의 문하에서 직접 배운 사람은 학문의 경지를 시골 생들 앞에서 형언하기가 어렵다. 7a-24. 孟子曰: “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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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물과 불을 쉽사리 나눠주듯 7a-2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농부들의 생명줄인 전지(田地)에 관한 원칙을 잘 세워 다스리고, 일반적으로 모든 조세를 경감시켜 주면 백성은 못살래야 못살 수가 없다. 우리가 식량을 자연으로부터 취하는 것을 때에 맞추어 조절하고, 우리가 생산된 물품을 소비하는 것도 예(禮)의 기준에 맞추어 절약할 줄 알면 우리 문명의 재화도 남아돌아 가지 않을 수 없다. 7a-23. 孟子曰: “易其田疇, 薄其稅斂, 民可使富也. 食之以時, 用之以禮, 財不可勝用也. 인간이란 물과 불이 없이는 생활할 수가 없다【沃案: 여기 ‘생활(生活)’이라는 단어의 최초 용례가 있다. ‘살아 활동한다’는 뜻이다. 『맹자』에서 여기 한 번 나온다】. 따라서 어쩌다가 물과 불이 떨어졌을 때, 해는 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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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헐벗음과 굶주림이 없는 정치 7a-2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백이(伯夷)【4a-13에 기출】가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폭정을 피하여 북해의 해변가에서 조용히 은거하였다. 왕도를 구현하는 문왕(文王)이 드디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도 분연히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왜 서백(西伯)에게 가지 않으리오?【‘합(盍)’은 ‘하불(何不)’ 부정사를 포함한다. ‘래(來)’는 특별한 뜻이 없는 조사(助辭). 4a-13에 기출】. 나는 서백이 노인을 선양(善養)하는 사람이라 들었다' 孟子曰: “伯夷辟紂, 居北海之濱, 聞文王作興, 曰: ‘盍歸乎來! 吾聞西伯善養老者.’ 강태공 또한 주(紂)의 폭정을 피해 동해(東海)의 해변에서 조용히 은거하였다. 왕도를 구현하는 문왕이 드디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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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군자는 내면은 절로 드러난다 7a-2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영토를 넓히고 백성의 인구를 늘리는 일은【‘광토중민(廣土衆民)’을 ‘넓은 땅과 많은 백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광(廣)’과 ‘중(衆)’은 타동사이다】 이 세상의 지배자인 군자(君子)【沃案: 본 장에서 쓰이고 있는 ‘군자(君子)’라는 용어가 묘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전후맥락으로 보아 ‘군자’는 분명 제후급의 왕이다. 그러나 앞서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의 ‘군자’는 정치적 맥락을 초월한 ‘대인(大人)’이다. 본 장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오버랩되어 나타나고 있다. 말년의 맹자의 의식세계에 있어서는 ‘왕천하(王天下)’를 꿈꾸는 제후들이야말로 자기와 같은 진정한 ‘대인’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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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7a-2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에게 삼락(三樂)이 있으니,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가 되어 왕도를 구현하는 일조차도 이 속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7a-20. 孟子曰: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엄마ㆍ아버지가 다같이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형과 동생이 모두 별 사고 없이 지내고 있으면 그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하늘을 우러러 보아 부끄러움이 없고 인세를 굽어보아도 부끄러움이 없으니 그러한 공명정대한 삶의 모습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천하의 영재(英才)를 얻어 그들을 교육(敎育)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군자에게 이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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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인품의 네 등급 7a-1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내 주변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네 가지 틀이 있다. 그 첫째가 군주를 섬긴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부류가 있다. 이 자들은 군주를 섬기면서 군주의 비위를 맞추는 데만 신경을 쓰는 아첨꾼들이다. 7a-19. 孟子曰: “有事君人者, 事是君則爲容悅者也. 그 두 번째가 국가사직을 평온하게 만든다는 일념만을 가지고 있는 신하들이다. 이 자들은 물론 국가사직이 편안하기만 하면 만족하는 현실주의자들이다. 有安社稷臣者, 以安社稷爲悅者也. 그 세 번째가 천하의 안위를 걱정한다고 뻑시는 좀 큰 스케일의 천민(天民)이 있다. 이들은 천하를 움직이고자 하는 포부가 실현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할 때에만 출사하여 행동하는 부류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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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려움 속에서 통달한다 7a-1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덕행이 뛰어나거나, 지혜가 출중하거나, 수완이 있거나, 지모가 탁월하거나 하는 사람은 거저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항상 삶의 진질(疢疾)【환난이나 고난, 재난】 속에 놓여 있어 단련되어왔기 때문인 것이다. 7a-18. 孟子曰: “人之有德慧術知者, 恒存乎疢疾. 그리고 유독 군주로부터 소외당하는 고신(孤臣, 외로운 신하)이나 가정에서 떳떳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얼자(孽子, 적자 소생이 아닌 서자)는 항상 그 마음가짐이 위험을 전제로 해야하고 환난이 닥칠 것을 사려 깊게 예견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리에 통달케 되어 오히려 뛰어난 인물이 많다” 獨孤臣孽子, 其操心也危, 其慮患也深, 故達.” 여기 거론된 케이스는 모두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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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하고 싶지 않은 것과 원하지 않는 것 7a-1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하고 싶지 아니 하는 것을 하지 말며, 내가 원치 아니 하는 것을 원하지 말라. 성인의 길이란 이와 같이 하는 것일 뿐이로다.” 7a-17. 孟子曰: “無爲其所不爲, 無欲其所不欲, 如此而已矣.”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구절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 너무 부정적인 시각에만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로마서」 7장에는 사도 바울의 다음과 같은 독백이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 하며, 내가 원하지 아니 하는 바로 그것을 행하는도다. I do not do what I want, but I do the very thing I hate. 그리고 또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아니 하는 것을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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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순이 성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7a-1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순이 깊은 산 속에서 살고 있었을 때에는【‘심산지중(深山之中’은 순이 역산(歷山) 산기슭에서 농사를 지었다는 전설과 관련있다】, 집에는 나무와 돌밖에 별다른 것이 없었고, 밖에 나가면 사슴과 돼지들과 같이 놀았을 뿐이니, 진실로 심산(深山)의 야인(野人)과 다를 바가 아무 것도 없었다【‘기회(幾希)’의 용법은 4b-19에 기출】. 7a-16. 孟子曰: “舜之居深山之中, 與木石居, 與鹿豕遊, 其所以異於深山之野人者幾希.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좋은 말씀을 듣거나, 단 한 번이라도 선한 행동을 목격하게 되면 그 선함으로 쏠리는 마음의 자세가 마치 대하 제방이 터져서 물이 패연(沛然)하게 쏟아져 나오는 듯하여 아무도 그를 저지할 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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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양능(良能)과 양지(良知) 7a-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이 배우지 아니 하고도 능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양능(良能)이다. 사람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알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양지(良知)이다. 7a-15. 孟子曰: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해제지동(孩提之童)【‘해(孩)’는 강보에 싸인 아이가 사람들이 웃기면 웃을 줄 안다는 뜻이다. 대개 2ㆍ3세 정도라고 조기와 주희가 주를 달았다. ‘제(提)’는 가슴에 안아준다는 뜻과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 간다는 두 뜻이 있다】이라도 그 부모를 사랑할 줄을 모르는 자는 없으며, 장성함에 이르러서는 자기 형(兄)을 공경할 줄 모르는 자는 없다. 孩提之童, 無不知愛其親者; 及其長也, 無不知敬其兄也. 가까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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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인한 말과 소문ㆍ선한 정치와 가르침 7a-1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언(仁言)【여기 ‘인언(仁言)’은 인정(仁政)에서 발하는 모든 언어, 즉 정교법도(政敎法度)의 언어를 가리킨다】은 인성(仁聲)【여기 ‘인성(仁聲)’은 인한 음악이다. 조기는 ‘악성아송(樂聲雅頌)’이라고 훈을 달았다. 주희는 인성(仁聲)을 ‘인문(仁聞)’이라고 해석하여 인한 정치의 성과가 민중에 퍼져 칭송을 받는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 불분명한 도학적 해석이 아닐 수 없다】이 민중을 깊게 파고드는 것과도 같은 그런 효과가 부족하다. 7a-14. 孟子曰: “仁言, 不如仁聲之入人深也. 善政, 不如善敎之得民也. 선정은 선교가 민심을 사로잡는 그런 효과가 부족하다. 선정(善政)은 백성들이 외경심을 품지만, 선교(善敎)는 백성들이 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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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지나가면 교화되고 머물면 신묘함이 깃든다 7a-1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패자의 눈부신 공업(功業)을 누리고 있는 백성은 환희에 차있는 것처럼 보인다【여기 쓰인 ‘환우(驩虞)’는 ‘환오(歡娛)’와 같다】. 그러나 왕자(王者)의 은은하고 진실한 공업을 누리고 있는 백 성은 호호(皞皞)【‘호호(皞皞)’는 ‘호호(浩浩)’와 같고, 광대자득(廣大自得)한 모습이다】하여 여유롭게 만족감을 느끼며 산다. 7a-13. 孟子曰: “霸者之民, 驩虞如也; 王者之民, 皞皞如也. 부득이하여 죽이더라도 원망하지 아니 하며,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어도 누구의 덕분이라는 것을 구차스럽게 따지지 않는다. 인민들은 매일매일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도 누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沃案: 『노자』 17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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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백성을 죽여도 원망하지 않는 이유 7a-1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근원적 원칙을 지키는 일도로써 백성을 부리면, 백성들은 수고스러울지언정 원망을 하지 아니 한다. 백성을 살리려는 근원적 원칙을 지키는 생도(生道)로써 백성을 죽여도, 그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자기를 죽이는 자를 결코 원망하지 아니 한다.” 7a-12. 孟子曰: “以佚道使民, 雖勞不怨; 以生道殺民, 雖死不怨殺者.” ‘일도(佚道)’와 ‘생도(生道)’, 즉 정치의 근원적 원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주석가들이 조기나 주희를 막론하고 ‘이생도살민(以生道殺民)’을 모두 객화시키고 간접화시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백성을 살리기 위해 범죄자를 죽여도 사람들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너무도 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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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부유함을 별스럽지 않게 보다 7a-1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어떤 사람에게 진(晋)나라 육경(六卿) 중의 최강자인 한(韓)ㆍ위(魏) 양가 대신의 재부(財富)를 퍼부어준다 해도 그 사람이 자신을 텅 비어 있는 듯 무관심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여기 쓰인 표현이 ‘감연(欿然)’이다. ‘감(欿)’은 ‘감(坎)’이다. 단옥재는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에서 이 맹자의 표현을 ‘시영약허야(視盈若虛也)’라고 해설하였다】, 그는 분명 중인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은 위인이다.” 7a-11. 孟子曰: “附之以韓ㆍ魏之家, 如其自視欿然, 則過人遠矣.” 부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은 쉽다. 그러나 실상 누구의 가슴속에든지 부귀에 대한 열망은 불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극심한 부귀 위에 더 극심한 부귀를 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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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평범한 사람과 호걸한 선비 7a-1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문왕(文王)【沃案: 여기 유독 ‘문왕(文王)’을 거론한 것은 중국역사상의 위대한 통치자들 중에서도 문왕은 장수하였으며, 많은 인재를 발굴하여 등용하였으며 또 백성들을 흥기시키는 온건한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과 같은 성왕(聖王)의 감화가 있어야만 비로소 감분흥기(感奮興起)하는 것은 범용한 민중이다. 그러나 대저 호걸지사(豪傑之士)라 하는 것은 문왕이 없어도 스스로 흥기하는 걸출한 인물이다.” 孟子曰: “待文王而後興者, 凡民也. 若夫豪傑之士, 雖無文王, 猶興.” 인간에게 사부(師父)나 선배(先輩)나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야만 지적 성장이나 도덕적 성취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환경이 어떠하든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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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천하여도 영달하여도 모두 좋다 7a-9. 맹자께서 송구천(宋句踐)【성이 송(宋)이고 명이 구천(句踐)이다. 당시에 이름있었던 유세가의 한 사람인 것 같은데 여기 외에는 전국문헌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조기는 ‘도덕(道德)을 가지고서 유세하기를 좋아했고 그 도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好以道德遊, 欲行其道者]’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도가계열의 유세객인 듯한데, 맹자는 도가의 논리를 유가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에게 충고하여 말씀하시었다: “선생은 참 각국의 군주를 찾아다니며 유세하시기를 좋아하시는군요. 내가 그대에게 유세의 핵심에 관해 말해주겠소. 사람이 날 인정해주어도 효효(囂囂)【‘효효(囂囂, xiāo-xiāo)’는 시끄럽게 떠든다는 의미가 있으나 여기서는 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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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임금이 어진 선비를 만나보는 방법 7a-8.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옛 현왕(賢王)【여기 ‘현왕(賢王)’이라는 표현이 쓰였는데 중국고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만큼 여기 맹자는 ‘고지현왕(古之賢王)’과 ‘고지현사(古之賢士)’를 대비시켜 가면서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맹자』에서는 ‘현자(賢者)’가 가장 많이 쓰였다. 그밖으로는 ‘현군(賢君)’[3a-3, 3a-4], ‘현인(賢人)’[2a-1, 5b-7] 등이 있으나, ‘현왕-현사’의 표현은 여기밖에는 없다. 현사(賢士) 못지않은 현명한 왕(王)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왕’이라는 것을 쓴 것을 보면 맹자 생애의 말년의 표현일 것이다. 당대의 모든 제후가 칭왕했기 때문이다】은 호선(好善)하였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세는 잊어버리고 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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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 7a-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수치심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진실로 중대한 것이다. 기변(機變)【조기는 전쟁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는 교묘한 기계류로 보았으나, ‘기변(機變)’은 우리말의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보면 족하다. 부정적 의미에서 어려운 상황을 약삭빠른 말솜씨로 피해가는 것을 의미한다】의 교묘한 달인들은 그들의 삶 속에 도무지 수치심이 발현될 기회가 없다. 자신의 덕(德)이 타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가 타인보다 훌륭하게 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보냐?” 7a-7. 孟子曰: “恥之於人大矣. 爲機變之巧者, 無所用恥焉. 不恥不若人, 何若人有?” 수치의 문제가 계속 논의되고 있다. 수치가 외면적인 사회정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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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부끄럼이 없다는 것을 부끄러움 7a-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사람은 수치심이 없을 수는 없다. 수치심이 없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면 그 사람은 삶에서 치욕을 느끼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7a-6. 孟子曰: “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 맹자는 인ㆍ의ㆍ예ㆍ지 사단(四端)을 말하지만, 인간의 감정 중에서 의(義)와 관련된 ‘수치(羞恥)’를 특별히 중시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서 정의로움과 관련된 수치의 감각은 가장 그의 도덕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바로메타가 된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공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일차적으로 ‘수치감’을 상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부터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해대기 때문에 행정ㆍ사법 입법의 일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뻔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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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왜 그런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7a-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항상 어떠한 방식으로 행동을 하면서도 왜 그렇게 행하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백히 알지 못하며, 무엇을 반복적으로 잘 습득하면서도 왜 그래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살피지 못한다. 종신토록 그러한 방식에 말미암아 행동하면서도 그 도리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대중(一般大衆)의 삶이다.” 7a-5. 孟子曰: “行之而不著焉, 習矣而不察焉, 終身由之而不知其道者, 衆也.” 전체적인 의미는 비교적 명료한 로기온자료이지만, 이 메시지가 과연 어떠한 맥락에서 말하여진 것인가에 관해서는 명료한 논의가 없다. 우선 긍정적인 맥락인지 부정적인 맥락인지를 말하기 어렵다. 오늘 실존주의(Existentialism)의 맥락에서 보면 물론 대중의 비자각적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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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물의 이치가 다 구비되다 7a-4.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만물(萬物)이 나[我]에게 다 구비되어 있느니라. 내 몸을 돌이켜보아 우주의 성실함을 자각할 수만 있다면 인생의 즐거움이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살아가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서(恕)를 열심히 실천하면 인(仁)을 구하는 데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7a-4. 孟子曰: “萬物皆備於我矣. 反身而誠, 樂莫大焉. 强恕而行, 求仁莫近焉.” 이 장 역시 매우 유명한 장이며 조선의 유자들도 심심하면 잘 인용하는 말이지만 그 뜻을 제대로 헤아리는 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는지 내 알 바 없다. 우선 ‘만물개비어아(萬物皆備於我)’를 너무 도덕주의적(moralistic)으로 해석하거나 관념주의적(subjectivistic)으로 해석하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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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이 될려나? 7a-3.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구하면 얻어지고 방치하면 사라진 다. 이렇게 개방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구함은 진정한 얻음에 유익(有益)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구함 그 자체가 나 속에 있는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 7a-3. 孟子曰: “求則得之, 舍則失之, 是求有益於得也, 求在我者也.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구하는 것이 일정한 방법이 있고, 또 얻는 것도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운명적인 요소가 많을 때, 이러한 구함은 진정한 얻음에는 무익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구함 그 자체가 나 밖에 있는 것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求之有道, 得之有命, 是求無益於得也, 求在外者也.” 여기 대조되는 것은 ‘재아자(求在我)’와 ‘재외자(在外者)’이다. 이것을 천작(天爵)과 인작(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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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명(正命)과 비정명(非正命) 7a-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명(命)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그 바른 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명을 아는 자는 곧 무너질 바위나 담 밑에 서있지 아니한다【沃案: 곧 무너질 썩은 정권의 말기에 장관 한 자리를 탐내는 놈들, 주구 노릇하는 검찰, 정신 못 차리고 만세 부르는 언론, 그 얼마나 명을 모르는 자들이냐?】. 7a-2. 孟子曰: “莫非命也, 順受其正. 是故知命者, 不立乎巖牆之下. 정당한 도덕적인 삶의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걷다가 죽는 사람은 죽더라도 정명(正命)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비도덕적인 삶의 길을 걸어 질곡(桎梏)【‘질(桎)’은 발고랑, ‘곡(梏)’은 손고랑, 모두 죄인의 형구】에 빠져 죽는 사람은 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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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장구(盡心章句) 상(上) 1. 마음을 다하는 사람은 하늘을 알리 7a-1.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그 마음을 다하는 자는 자기 본래의 성(性)을 알 수 있다. 자기 본래의 성을 알게 되면 하느님을 알 수 있다. 7a-1. 孟子曰: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 則知天矣. 그 마음의 훌륭한 측면들을 잘 보존하고, 자기 본래의 성을 잘 기르게 되면 그것이 곧 하느님을 섬기는 길이다. 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사람이 태어나서 일찍 죽을 수도 있고 오래 살 수도 있는 것이니, 그러한 문제로 내 마음을 흐트려서는 아니 된다. 오직 내 몸을 끊임없이 닦음으로써 천명을 기다리는 것이 곧 천명(天命)을 내 삶 속에서 확립하는 것이다.” 殀壽不貳, 修身以俟之, 所以立命也.” 심(心)ㆍ성(性)ㆍ천(天)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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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거절로 전하는 가르침 6b-16.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교육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명료하게 거절하는 것도 또한 그를 반성케 하는 교육의 한 방법이다.” 6b-16. 孟子曰: “敎亦多術矣, 予不屑之敎誨也者, 是亦敎誨之而已矣.” 『논어(論語)』(17-20)에 보면 공자가 유비(孺悲)라는 인물을 매우 철저하게 거절하는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장의 맹자의 말과 오버랩시켜 읽으면 그 장면의 의미가 매우 명료해진다. 그리고 7a-43에도 한 예가 나온다. 이상으로 「고자」편 주해를 마친다. 나의 생애에 있어서 「고자」 역주는 무서운 고난의 역정이었다는 것을 고백치 아니 할 수 없다. 넘어도 넘어도 또 산, 내가 어렸을 때 불국사에서 새벽 토함산 일출을 보기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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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고난이 축복이 되는 이유 6b-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순은 견묘(畎畝)【논두렁 밭두렁으로 번역함. 5a-1, 5a-7, 5b-6에 기출】의 한가운데서 분연히 일어나 천자의 지위에까지 올랐고, 부열(傅說)【은(殷)나라의 현왕(賢王), 무정(武丁)에게 발탁된 현신(賢臣), 그 발탁되는 극적인 과정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기(史記)』 「은본기」에 실려있다】은 판축(版築)【옛날에 토성을 만들 때 양쪽으로 기둥과 판대기를 박고 그 사이에 흙을 메워서 단단하게 다져 쌓아올린 것을 말함】의 토목공사현장의 인부로서 곧바로 재상으로 등용되어 위대한 정치를 행하였다【토목공사현장의 지명이 부험(傅險)이었다. 그 지명에서 이름을 따서 부열이라 하였다】. 6b-15. 孟子曰: “舜發於畎畝之中, 傅說擧於版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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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벼슬살이의 원칙 6b-14. 진자(陳子)【조기가 여기 진자(陳子)는 제자 진진(陳臻)을 일컫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진진은 2b-3, 2b-10에 나왔다. 진진은 제나라에서 맹자를 섬겼고 제나라에서 떠난 후의 여로를 같이 했고, 또 은퇴 후에도 맹자 곁에 있었다. 매우 충실한 제자였다. 진진은 맹자의 재정을 관리했다. 여기 질문내용도 군자의 벼슬살이에 관한 것으로 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 장의 내용은 맹자의 생애 전반에 걸친 사관(仕官)의 원칙을 총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므로 맹자 은퇴 후의 회고담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진을 자칭한 것은 이미 진진에게 자신의 제자그룹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제자그룹에 의하여 기록된 파편이 여기 수록된 것이다】가 맹자께 여쭈었다: “예로부터 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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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선을 좋아하는 사람 6b-13. 노나라가 악정자(樂正子)【‘악정(樂正)’이 성, 명이 극(克). 맹자 제자 중 치세 방면으로 유능한 인물, 노나라 사람, 1b-16, 4a-24, 4a-25, 7b-25에 나온다】에게 국정을 맡기려 하였다【沃案: 노평공(魯平公, BC 316~297 재위) 하에서 수상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魯欲使樂正子爲政.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뻐서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沃案: 4a-24에서 악정자를 준엄하게 야단치는 모습과 대비하여 보면 맹자가 얼마나 다정다감하고 따사로운 인품의 소유자인지를 알 수 있다】 孟子曰: “吾聞之, 喜而不寐.” 공손추가 선생님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좀 불가사의하게 여겨 여쭈 었다: “악정자가 과단성이 있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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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신의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6b-1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큰 덕성을 갖춘 군자는 작은 신념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는 매사의 일면에만 고집하는 것을 미워하기 때문이다.” 6b-12. 孟子曰: “君子不亮, 惡乎執?” 이 장은 너무 짧기 때문에 많은 추론이 가능하다. 주희의 해석은 조기의 해석을 따른 것인데 정반대가 된다. 나는 ‘량(亮)’을 약간 부정적인 뜻으로 해석했는데, 조기나 주희는 모두 일반적인 ‘성실함[信]’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뜻은 이렇게 된다. ‘군자가 성실함의 미덕을 견지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지조를 지킬 수 있겠는가?’ 혹은 ‘과연 어디에 근거하여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등등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논어(論語)』에 보면 ‘량(亮)’은 모두 ‘량(諒)’으로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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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왕의 치수는 달랐다 6b-11. 백규(白圭)가 말하였다: “저 단(丹)【백규의 이름이 단(丹)이다】이 치수사업을 행한 방식이 우임금의 방식보다도 뛰어납니다.”【沃案: 『한비자(韓非子)』의 「유로」 편에 이런 말이 있다: ‘백규는 제방을 쌓고 그 주변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구멍이 나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백규로 인하여 수해가 없어졌다[白圭之行堤也, 塞其亢, 是以白圭無水難].’ 이런 표현으로 보면 백규는 제방을 쌓아 막는 식의 치수를 한 것 같다. 그러나 ‘막는 식의 치수’는 한계가 있다. 연천ㆍ포천 지역의 치수가 그러한 어리석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업자들과 공무원들의 농간으로 주민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방공사가 지금도 강행되고 있다】 白圭曰: “丹之治水也愈於禹.” 맹자께서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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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0의 세법을 쓰겠다는 백규 6b-10. 백규(白圭))가 말하였다: “저는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소득의 20분의 1만을 취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이까?” 白圭曰: “吾欲二十而取一, 何如?”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선생께서 추구하시는 방법은 북방민족인 맥(貉)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입니다【이 맥(貉)은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문제가 되는 예맥(濊貊)을 가리키는 것인데, 우리민족의 한 근간을 이루는 민족으로서 그 존 재성이 역사적 맹자에 의하여 확실하게 지적되고 있다. 맥은 지금 흑룡강성 부여지역으로부터 길림성, 강원도 전역에 걸치는 넓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었으며 퉁구스족이 근간을 이루고, 몽골족ㆍ만주족ㆍ터키족과도 혼혈을 이룬 우랄 알타이어계의 민족이었다. 지배계급이 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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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훌륭한 신하이자 백성의 적 6b-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늘날 군주를 잘 섬긴다 하는 자들은 모두 이와 같이 말한다: ‘나는 나의 군주를 위하여 토지를 개간하여 조세를 잘 거두어들여 국고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다.【沃案: 여기 가장 포인트가 되는 말은 ‘위군(爲君)’이라는 말이다. ‘위민(爲民)’이 아닌 군(君) 개인을 위하여 복무한다는 뜻이다】 아~ 진실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위대한 양신(良臣)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옛 성왕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모두 백성을 등쳐먹는 적들이다. 孟子曰: “今之事君者曰: ‘我能爲君辟土地, 充府庫.’ 今之所謂良臣, 古之所謂民賊也. 군주가 바른 정도의 도덕을 지향하지 아니 하고, 인(仁)의 실현에 근본적으로 뜻을 두지 않고 있는데 그런 불선(不善)한 군주를 부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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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려는 걸 비판하다 6b-8. 노나라에서 신자(愼子)를 장군으로 임명하여 제(齊)나라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魯欲使愼子爲將軍. 이에 맹자께서 신자에게 말씀하시었다: “백성들을 가르치지도 아니 하고 전쟁터에 내보내어 싸우게 한다는 것은 백성들에게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짓이기에 앙민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앙민(殃民)이라는 것은 요순시대라면 도저히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대가 일전(一戰)을 잘 싸워 제나라에게 승리를 거두고, 그 전리품으로 노ㆍ제 간의 분쟁지역인 남양(南陽)【태산의 서남쪽의 너른 뜰이라는 의미에서 ‘남양’이라고 불리는데, 문수(汶水)의 북쪽이다. 문양(汶陽)이라고도 하는데 현재 하남성의 남양(南陽)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하남성의 남양은 초나라의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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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오패와 지금의 대부는 죄인이다 6b-7.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춘추시대의 오패(五霸)【오패(五霸)를 세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맹자의 감각을 중심으로 말하면 제환공(齊桓公)ㆍ진문공(晋文公)ㆍ진목공(秦穆公)ㆍ송양공(宋襄公)ㆍ초장왕(楚莊王)의 설이 제일 적합하다. 『백호통』 「호(號)」편, 조기 주의 설】라는 것은 고대의 삼왕(三王)【하우(夏禹)ㆍ상탕(商湯ㆍ주문왕무왕(周文王武王). 4b-20에 기출】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제후는 또 춘추시대의 오패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대부는 또 오늘날의 제후들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6b-7. 孟子曰: “五霸者, 三王之罪人也; 今之諸侯, 五霸之罪人也; 今之大夫, 今之諸侯之罪人也. 천자가 제후의 영지를 시찰하러 다니는 것을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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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맹자를 비판한 순우곤 6b-6. 순우곤(淳于髡)이 맹자에게 말하였다: “한 지식인이 명예와 업적을 중시한다는 것은 인민을 구제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며, 명예와 업적을 경시한다는 것은 자기 한 몸이라도 세속에 더럽혀지지 않도록 지키기 위함이올시다. 부자(夫子)는 제나라의 삼경(三卿)【삼경(三卿)에 관해서는 두 설이 있다. 하나는 상경(上卿), 아경(亞卿), 하경(下卿). 하나는 상(相), 장(將), 객경(客卿), 당시 관제는 나라마다 다르고 명료하지 않다. 맹자는 후자의 객경(客卿)이었을 것이다】의 한 사람으로서, 그 명예와 업적이 위로는 군주를 보좌하는 데 미쳐야 하고, 아래로는 인민을 구제하는 데 미쳐야만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명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제나라를 버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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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같은 상황에 따른 행동 6b-5. 맹자께서 고향인 추나라에 계실 때에, 가까운 나라인 임(任) 나라의 군주의 막내동생인 계임(季任)【조기 주에 의하면 ‘계임(季任)’은 ‘임나라 군주의 막내동생[계임(任君季弟)’이라고 한다. 임나라는 설(薛)과 동성(同姓)의 나라이며 풍성(風姓)이다. 『좌전』 희공 21년에 보인다. 지금의 산동성 제녕시(濟寧市). 6b-1에 기출. 혹자는 임나라의 임(任)이 성이 되어야 하므로 자(字)가 그 뒤로 붙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계임(季任)’은 ‘임계(任季)’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도 재미있는 명명법일 수 있다】이 국군이 타국에 출타중이어서 국정을 대리(代理)하고 있었다. 이때 계임이 맹자에게 정중한 폐백의 예물을 보내어 교제(交際)의 뜻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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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리하기에 전쟁을 그쳐야 한다? 6b-4. 전국시대의 유명한 평화주의적 사상가였던 송경(宋牼) 이 초(楚)나라로 유세를 하러 가고 있는 도중에 맹자와 석구(石丘)에서 만났다【석구(石丘)는 송(宋)나라의 지명이라고 한다. 『일통지(一統志)』에 의하면 하남성의 옛 위휘부(衛輝府)라고 하나 자세한 것은 잘 모른다】. 6b-4. 宋牼將之楚, 孟子遇於石丘.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선생(先生)【우리가 현대어에서 쓰고 있는 이 ‘선생’이라는 말은 『맹자』에서 유래된 것이다. ‘선생’은 대체로 노인교학자(老人敎學者)나 장자유덕자(長子有德者)의 칭(稱)으로 쓰였다. 조기는 같은 직하 학사(學士)로서 연장자(年長者)에게 ‘선생’이라는 칭호를 썼다고 주를 달아놓았다. 맹자는 평소 송경을 존경했기에 ‘선생’이라는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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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망해야 할 때 6b-3. 공손추가 맹자께 여쭈어 말하였다: “고자(高子)【‘고자(高子)’라는 이름은 여기 외로도 2b-12, 7b-21, 7b-22에 나온다. 조기는 고자(高子)가 제나라 사람으로 맹자의 문하생이라고 했는데 이 장을 제외한 타 3장에서는 그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그러나 본 장의 고자는 ‘고노인[高叟]’으로 표현되었으며, 맹자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시경』학의 대가인 듯한 느낌을 준다. 육덕명(陸德明)의 『경전석문(經典釋文)』 서록(序錄)에 의하면 시의 전수과정이 자하(子夏)가 고행자에게 전수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기 고자가 바로 이 고행자일 것이라고 하나 맹자의 나이와도 워낙 많은 차이가 난다. 하여튼 이장의 고자를 고행자(高行子) 계열의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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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다 6b-2. 조교(曹交)【조기 주에 의하면 조교(曹交)는 조(曹)나라 군주의 동생이라고 한다. 나라이름으로 성을 삼은 것이고, 그 명(名)이 교(交)이다. 그런데 『좌전』 애공 8년에 보면 조나라는 송(宋)나라 군주에 의하여 멸망된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 따라서 맹자시대에는 조나라는 멸망된 지 오래였다. 혹자는 조나라가 속국으로 존속되었다고 한다. 조교가 조나라 군주의 동생이 아닌 사람일 수도 있으나 전체 문맥으로 보아 지체가 높은 사람임에는 분명하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는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가 맹자에게 물어 말하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요ㆍ순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까?”【‘인개가이위요순(人皆可以爲堯舜)’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