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지리산에 온 사람들
겉멋 들지 않고 허황되지 않으며 허영심 없는 담백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이유는 행복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남의 이목에만 신경 쓰느라 내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는 무뎌지고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느라 내 욕망을 억압한다. 온갖 것들로 치장하고 있지만 난 나라고 할 수 없는 빈껍데기일 뿐이다. 그런 삶을 지속한들 남는 것은 ‘난 왜 이렇게 살고 있지?’하는 신세 한탄뿐이며 현실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일 뿐이다. 거적때기에 불과한 나는 ‘바람도 아닌 것’들에 쉽게 흔들리며 더욱 나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삶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니 표정은 사라지고 활기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
그렇기에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키우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나 자신은 이대로일 때가 가장 아름답고 멋지다. 무언가를 이루어냈기에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모습이 대단한 까닭이다.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의 시선, 타인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래야만 주류적인 가치를 전복시킬 수 있다. ‘자발적 가난’이라느니, ‘소유물에 소유 당하지 않는 삶’이라느니 하는 것들은 바로 자신의 삶을 고민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게 청승맞아 보인다거나 괴이한 행동처럼 보이지 않는 까닭은 자신이 고민한 것이고 그 상황을 즐기며 살기 때문이리라. 보통 사람들은 무엇을 할 때조차 몸이 무겁고 얼굴은 무표정인데 반해, 이 사람들은 몸도 가볍고 표정은 자연스럽다.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한다면 오버라고 하려나. 하지만 사실인 것을 어쩌랴. 그런 삶이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유가 바로 생활에서 드러나는 그와 같은 차이에 있다.
지리산엔 진하게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산다
지리산엔 그런 사람들이 산다. 살아온 대로 살아가려 하던 맹목성을 버리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낙장불입 시인’과 ‘버들치 시인’, ‘高 RPM 여사’, ‘최도사’ 등이 그들이다. 일상을 만끽하며 의기투합하여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들이 왜 거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묻지 말자. 단지 지금의 모습을 보고 우리 또한 공감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삶에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된다. 그들에겐 자기의 소유, 자기의 공간이란 개념조차 없어 보인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름엔 찾아오는 숙박객들을 위해 아예 집을 비워두기도 하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누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 집을 사려 아등바등하고, 차의 배기량을 늘리려 밤샘근무까지 자처한다. 소유하여 자산의 재산을 불려야만 자신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는 것만 같다. 그와 같은 관념을 지닌 사람이라면 집을 빌려준다는 개념은 애초에 성립될 수도 없고, 누군가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소유한 것이 많으니 신경 써야 할 게 많고 그 때문에 걱정과 근심이 가득 찬다. 어느 순간 소유물에 의해 소유 당한 영혼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리산에 사는 그들은 그와 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대자연이 누구나 품어주듯 그들도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책에서 찾아보며,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들이 특이하기에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들도 과거에 자신이 미래에 이런 삶을 살게 될 거라 생각하여 이런 삶을 살게 되었다고 여기진 않는다. 그들 또한 삶의 한 가운데서 폭풍우가 몰아치면 폭풍우에 맞닥뜨리고, 깊은 산이 임박해오면 그 험난한 산길을 헤매며, 내 맘과 같지 않은 타인과 함께하며 기쁨과 슬픔의 만감을 느끼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왔을 뿐이다. 그들처럼 나도 삶 한 가운데로 들어가 어떤 느낌일지, 무슨 메시지가 있을지 체험해보련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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