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진이 예술품이 되는 이유
▲ 활동안내
예전부터 궁금하던 게 있다. 과연 예술이란 게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누군 색지에 칼집을 낸 후 출품했고 누군 공산품인 변기에 샘Fountain이란 이름을 붙여 전시했다. 색지에 칼집을 내거나 공산품에 어떤 명칭을 붙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 이런 게 예술작품이라니, 럴 수 럴 수 이럴 수가~
사진은 일상의 모방품일 뿐?
‘누구나 할 수 있다’와 ‘별로 색다를 게 없다’라고 평가할 수 있음에도 예술품으로 칭송받고 있기에 예술이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예술품은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일상에서 흔히 보지 못하는 특별한 것이어야 한다고 정의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이 ‘예술품 같지 않은’ 예술품을 보며 흔들리게 되었으니,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예술에 대한 혼란이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정의를 사진에 대입하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진이란 건 적당히 카메라의 셔터만 누르면 완성되는 것이기에 예술이라 하기엔 ‘뭔가 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요즘처럼 카메라가 필수품이 된 시대에 있어서 사진가는 ‘거저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예술품이라 한다면, 그건 ‘날라 다니는 파리를 봉황이라 하는 격’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기 때문이다.
▲ 내셔널지오그래픽전을 찾은 합정동팀. 예술이 그대들에겐 무슨 의미인가?
의식이 담긴 예술품으로써의 사진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다보니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사진이란 ‘객관적이냐?’ 하는 점이다. 객관적이란 얘긴, 누가 찍더라도 같은 사진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고 특별한 시선에 따라 다르게 찍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사진에 담긴 장면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의식이 반영된 장면일 수밖에 없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의식이 반영되며, 결과물엔 그런 작가의 시선이 박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이야말로 객관적인 결과물이 아닌 ‘주관적이어도 너무도 주관적인’ 예술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얼룩무늬바다표범은 처음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사진가를 위협했다. 그러나 친근감을 느끼자 펭귄을 잡아 선물로 가져다 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아무나 찍을 수 있을까.
이런 관점으로 사진을 볼 수 있다면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말과 ‘별로 색다를 것 없다’는 말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사진은 작가가 지닌 순간의 감각이 담긴 예술품일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사진을 보며 어떤 의도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진을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을 때, 예술로서의 사진이 가진 의미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예술은 남다름이 아닌 일상에 묻힌 특별함을 찾는 것
이에 대해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인 애니 그리피스는 “진짜 사진가는 바로 자신이 사는 지역(뒷마당)에서 모두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일상 그 속에서 비상함을 끄집어내는 능력, 누구나 스쳐지나가는 장면에서 색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스쳐 지나는 어떤 것이든 허투루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일상에 묻힌 비상함을 발견해내는 안목, 그게 바로 예술품을 만드는 이의 힘이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 짝을 찾는 에콰도르 운무림의 수컷 곤봉날개무희새는 날개를 1초에 107번이나 부딪혀 소리를 낸다.
인용
2. 사진에 담긴 예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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