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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기 - 15. 첫 천왕봉 등반과 생각지 못한 저녁만찬 본문

연재/산에 오르다

지리산 종주기 - 15. 첫 천왕봉 등반과 생각지 못한 저녁만찬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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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첫 천왕봉 등반과 생각지 못한 저녁만찬

 

 

 

▲  넷째 날 경로: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에 오르는 길 중에, 추억 속에 있던 평탄한 길은 온데간데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길만 있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올랐던 길은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난이도 높은 등산로가 천왕봉을 더욱 각별한 의미로 느껴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민이는 바위를 타고 오를 자신이 없어 오르지 못했고, 주원이는 무릎 통증 때문에 오르지 못했다.

 

 

▲  쉬고 싶을 텐데도 열심히 올라가는 아이들.    

 

 

 

종주 중 처음으로 천왕봉에 오르다

 

천왕봉은 정상만 삐죽 솟아 있는 느낌이다. 바위를 타고 오르다 보면 넓이가 얼마 되지 않는 곳에 도착한다. 그곳에 지리산 천왕봉 1915m’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있는 천왕봉인 것이다. 사방이 확 트여서 한강 이남의 최고 고지대에서 바라보는 운치는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에 비하면 엄청 편했다. 내려가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현세는 내리막길을 더 무서워해서 잘 내려오지 못하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2013년의 첫 눈을 지리산에서 보게 된 것이다.

천왕봉에 오르기 전만 해도 내일 새벽에 일출 보러갈 때, 모든 아이들을 의무적으로 하게 하려 했다. 하지만 막상 올라보니,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가고 싶은 아이들만 가게 해야겠다고 맘을 정한 것이다.

 

 

▲  정상에 올라오니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그래도 아이들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새벽 등산을 위한 멤버 모집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그득 차 있더라. ‘지리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대피소에 있었다. 더욱이 눈까지 내리기 시작하니, 사람들은 대피소에 몰려들고 있었다.

 

 

▲  내려가는 길은 수월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우린 1호실에 들어가서 쉬었다. 그 때 내일 새벽에 산을 타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니, 건호, 승빈, 민석, 현세가 손을 들었다. 세 명은 같이 가기로 했지만 현세는 내리막길을 무서워하여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번에는 빠지기로 했다. 새벽 산행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과 어둡고 무서운 산길을 올라야 한다는 두려움까지 이중부담을 감내해야 하기에 손을 거의 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간혹 단재 아이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서 속을 태울 때도 있지만, 이럴 때 보면 완벽하게 다른 모습이라 아리송하기만 하다. 그래서 사람을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고 하는 거겠지. 어쨌든 새벽에 함께 올라갈 동지들이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눈이 금세 쌓였다. 올해 첫눈을 지리산에서 본다. 

 

 

   

2층 다락방에 자리 배정을 받다

 

5시부터 자리배정을 시작했다. 건호는 2층 다락방이 분위기도 좋고 자기에도 좋다며, 그리로 해달라고 말을 했다. 지금껏 대피소에서 자리를 배정할 때 우리가 선택한 적은 없었다. 너무 늦게 도착하여 남은 자리에서 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서 2층 다락방에 배정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30분부터 안내소 근처에서 두리번거리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440분쯤에 자리배정이 시작되었고 미리 문 앞에 서있었기에 1등으로 신청할 수 있었다. 당연히 2층 다락방에 여섯 자리를 주라고 했고 그곳에서 잘 수 있었다. 지민이는 2호실 2층의 구석자리를 맡았다. 모포를 주러 가보니,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지민이를 반갑게 맞이해주더라.

 

 

 

▲  2층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주원이는 매점에서 이것저것 사와서 아이들에게 배급해준다. 맘이 고맙다.  

 

 

 

삼겹살에 대한 꿈을 꾸다가 삼겹살을 먹다

 

오늘 저녁은 카레밥이다. 취사장에 들어가 밥을 하고 카레를 끓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고기 굽는 쪽으로 향했고 나도 모르는 새에 군침이 계속 나왔던 것이다. 그 땐 마치 밥상에 생선을 걸어놓고 밥만 먹었다던 자린고비의 상황과 겹쳐보였다고나 할까. 자의냐 타의냐의 다름이 있지만, 남들이 먹는 삼겹살을 보면서 우린 밥만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거기에 취사장엔 삼겹살 냄새가 한 가득 나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때 건호는 캠코더를 들고 고기 굽는 모습을 찍으며 여길 보시죠. 여기저기 고기 굽느라 정신이 없는데 우리는 주구장창 MSG만 먹고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하소연을 캠코더에 담았다.

그런데 건호의 그런 모습이 재밌어 보였던 걸까? 그게 아니면 어린 아이들이 대피소에서 밥을 해먹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던 걸까? 앞 쪽에서 고기를 드시던 아저씨 중 한 분이 건호를 불러 이것저것 묻더니 고기를 주겠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어찌나 반갑게 들리던지 영화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구운 고기를 조금만 주시려나 했는데, 우리의 예상은 깔끔하게 빗나갔다. 생고기를 듬뿍 주셨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카레 따위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우린 한 마음 한 뜻으로 재빨리 카레를 먹고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이들의 표정은 환하게 피어났다. 그처럼 행복한 표정을 본 것은 여행 내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배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간에 기별이 올 정도는 맛있게 먹었다. 가장 맛있는 것은, 간절히 바라고 바란 후에 먹는 맛이다.

 

 

▲ 각지도 못한 삼겹살 파티.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건 꽃등심인가 삼겹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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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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