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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이기발 - 자약 매환영축부정전 여신창형자제 수기저앙 이준약정 호리불차(煮藥 每患贏縮不精煎 余新創衡子制 隨其低仰 以准藥鼎 毫釐不差) 본문

문집/서귀유고

이기발 - 자약 매환영축부정전 여신창형자제 수기저앙 이준약정 호리불차(煮藥 每患贏縮不精煎 余新創衡子制 隨其低仰 以准藥鼎 毫釐不差)

건방진방랑자 2022. 7. 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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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빌 여주인의 까칠과 예민

 

 

청송빌을 계약할 때도 그랬고 중간중간 오며 가며 볼 때도 그랬지만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를 선생님이 될 사람으로 봐주었기에 좋았고, 나를 대할 때 마구 대하는 느낌은 전혀 없어서 좋았다.

 

 

 

예민한 성격

 

나를 대할 때는 까칠한 성격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관계를 맺었기에, 그리고 실제 세입자이기에 그게 큰 거 같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드러났다. 주인네는 원래 다른 곳에 살았지만 20208월 정도에 3층으로 이사를 왔다. 그때부터 나에겐 느껴지지 않았지만 청송빌에 나오는 쓰레기에 엄청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한 번씩 저녁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려 내려가면 딸과 함께 내려와 정돈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건물 내 쓰레기와 한바탕 사투를 벌이려는 모습이 감지되곤 했지만 건물 주인으로 당연한 모습처럼 보였고 나에겐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더니 재활용 버리는 것과 음식물 쓰레기통을 건물 출입구 쪽으로 옮겼다. 아무래도 바깥 쪽에 있을 땐 다른 쪽 건물과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곳이 겹쳐 누구나 버릴 수 있어 통제가 불가능하고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문제는 다겸이가 왔을 때 벌어졌다. 자신이 서산에서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를 청송빌에 버리는데 갑자기 주인이 나와 다짜고짜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건물 세입자도 아닌데 자신의 음식물을 투기한다고 생각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 그 다음부턴 겸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올 땐 나와 달라고 할 정도로 엄격히 관리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내가 직접 당한 것은 아니기에 집주인의 입장에서 엄격히 관리하려다 보니 생긴 상황이려니 생각했고, 한 편으론 늘 CCTV를 지켜보고 있나 하는 과도하다고 생각했다.

 

 

 

 

 

이사일에 닥쳐 본 두 장면

 

그런 인상은 있었지만 딱히 서로 부딪힐 만한 일은 없었다. 1층 사업을 접은 이후론 서로 부딪히지 않았고 마주칠 일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삿날에 닥쳐 본 두 장면에서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삿날 약속이 있어 나가야 한다며 그 전날에 집을 보러 와선 정말 꼼꼼히 보는 것이다. 지금껏 집을 여러 번 옮겼지만 이렇게까지 꼼꼼히 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면서 생애 최초로 싱크대 위에 남겨진 흔적을 뭐라고 하더라. ‘원랜 없었는데 생긴 것이니 말끔히 하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집을 옮기는 사람은 자신의 짐을 옮기기에도 여념이 없어 살았던 흔적을 지우지 않고 나갈뿐더러, 청소를 해주고 나가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데 살았던 흔적을 지우란 얘기였으니 처음 보는 광경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사를 나가는 경우 대청소를 하는 건 기본이기에 그 정도는 괜찮으려니 하고 나가는데 이 사람은 당신이 들어올 때처럼 해놓고 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으니 말이다. 이걸 보면서 참 유별나단 생각을 했고 어떻게든 싱크대에 남은 찌든 때를 벗겨내려 했다.

또 하나의 장면은 100만원은 돌려주지 않은 채 이삿날 돌아와 꼼꼼히 살펴봐서 하자가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본 후에 돌려주겠다는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다. 그 말뜻은 자신의 관점에서 문제가 될 만한 점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그에 따른 돈은 빼놓고 나머지 돈만 돌려주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이사를 오는 날에 짐을 모두 빼놓은 상황에서도 몇 번이고 집의 상황을 살폈으며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는지 계속해서 살펴볼 정도였다. 그 날 돈은 3시쯤 확인해보고 입금해주기로 되어 있었지만 내가 가스비와 전기세를 낸 영수증을 안 보내줬다며 전화가 왔고 결국 그걸 보내고 나서 730분쯤 100만원이 최종 입금되면서 마무리 되는 듯했다. 100만원을 늦게 보내주는 참신한(?) 방법을 통해선 까칠한 성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다

 

그렇게 청송빌에서의 2년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리고 그렇게 마무리되었으면 청송빌을 2년 만에 떠나야 했다는 걸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냈을 거다. 하지만 역시나는 역시나다.

 

100만원을 받고 나서 청송빌 주인의 번호는 당연히 지웠다. 다시 볼 일이 없고 어떻게든 관계를 가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저녁으로 한 잔하고 약간의 취기에 자려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소록소록 잠이 와서 약간의 설잠이 들었을 때 스마트폰은 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의 전화가 왔고 모르는 번호이기에 받지 않았다. 그랬더니 바로 문자가 오더라. 싱크대가 막힌 사진이었고, 그걸 보는 순간 청송빌이란 걸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를 오며 느낀 게 문자를 보면 카톡처럼 ‘1’자가 사라지는 걸 알았기에 내가 봤다는 걸 상대쪽도 알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가 싱크대를 막히게 했다는 말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관계가 청산된 이 시점에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만큼 열 받아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무척 당황하며 일어났고 월간기록을 쓰고 있는데 세 번째 전화가 오더라. 당연히 안 받아도 되는 전화임에도 문자를 봤다는 걸 안다는 생각 때문에 받아보니 역시나 화가 잔뜩 난 상태로 좋게 봤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하는 식의 말이더라. 개수대의 밑부분의 기름때도 당연히 청소해놓고 나가야 하며, 막혀 있는 데도 말하지 않았다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세상에 지금껏 이사를 하며 청소 문제로 이렇게 연락을 받은 적도 없을뿐더러, 내가 있을 때 막히지 않았던 개수대가 막힌 문제를 나를 탓하는 것도 당연히 없었다. 어찌 되었든 잔금까지 모두 치룬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상황인 건 틀림이 없다. 계속 격앙되어 있는 말투를 들으며 나도 잘 썼고 깨끗이 쓰려 했다는 항변을 할 수밖에 없았다. 결국 내일 기술자가 뚫으러 오면 그때 찌꺼기의 상태를 봐서 다시 전화를 준다고 하는 식으로 휴전모드에 들어갔다.

 

모든 게 마무리 되고 새 집에서 새롭게 삶을 꾸려 가야 할 이 순간에 전 집주인에게 안 좋은 인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꾸지람 같은 이야기를 들으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다. 지금껏 이사한 어떤 집에서도 이런 식의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고 그만큼 나의 이사 경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연 이게 어떻게 결론이 날 것인가? 나에게 덤터기를 씌워 어떻게든 받아내려 할 것인가?

 

웃겼던 부분은 씽크대가 막히는 문제를 오로지 내 탓으로만 몰고 가려 했다는 점이다. 어떤 집이든 오래 쓰다 보면, 더욱이 여러 사람이 그 집을 쓰다 보면(무려 10년이 넘은 집이다) 당연히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씽크대가 막힌 문제를 여러 사람이 함께 썼기에 생긴 문제라고 말하는 순간, ‘그 전 세입자 문제로 돌리려는 거예요라는 황당한 얘길 하더라. 청송빌 집주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집주인이 되기엔 참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마인드면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오는 것도 엄청나게 예민하게 따져봐야 하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문제가 생기는 부분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의 문제로 돌릴 테니 말이다. 어쨌든 결국 그런 문제는 돈의 문제와 연관이 있겠지. 자신의 돈은 어떻게든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일 테니 말이다. 이사 온 지 3일째 되는 날, 마음이 여러모로 복잡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인용

목차

사진

임용 Life

22년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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