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알마티의 남산타워 콕토베
차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서울의 남산타워에 비견되는 콕토베(녹색 언덕이란 뜻)에 도착했다. 일전에 승태쌤에게 카자흐스탄에선 화장실에 가도 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가 그러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공공시설이니만치 무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콕토베에 있는 케이블.
콕토베 화장실의 두 가지 에피소드
주원이와 민석이가 화장실에 간다기에, 나도 같이 따라갔다. 화장실문을 여니 세면대가 있고 좌식용 변기가 있다. 농담을 조금 보태서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었데, 하나의 좌식용 변기만 있으니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이렇게 깨끗하고 넓은 화장실이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 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볼 일을 보고 나가려던 찰나, 옆에서 문이 빼꼼히 열리며 어린 소녀가 나와 뭐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드디어 그 상황에 닥친 것임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제야 문을 보니 50텡게(한화 350원)를 내야 한다는 글이 보이더라. 그러나 나에겐 고액권 지폐 밖에 없어 5000텡게를 냈더니, 받지 않았다. 너무 큰돈이라 당황하는 눈치였다. 주원이 또한 잔돈이 없었기에 둘 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결국 굴심쌤에게 100텡게를 받아와 주고 나서야 유료 화장실 체험을 마칠 수 있었다는 전혀 반전 없는 뻔한 이야기 되시겠다.
한국에서도 예전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면, 돈을 내야 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재래시장의 화장실이 그랬다는 것인데, 그 땐 특별하게도 대소변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고 한다.
화장실 얘기가 나왔으니, 이때 민석이의 에피소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민석이는 우리보다 일찍 나갔는데, 그때도 소녀가 나와서 민석이에게 말을 했단다. 그런데 민석이는 그게 구걸하는 소린 줄만 알고 코웃음 치며 그냥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런 민석이를 쫓아가서 돈을 받아내기에 소녀는 너무 어렸다. 아마도 소녀는 외국 오빠의 뻔뻔한 행동이 무섭고도 황당했으리라. 민석이는 그 때문에 50텡게를 아꼈다는 이 또한 반전 있는 뻔한 이야기 되시겠다.
▲ 콕토베를 걸어서 오르는 아이들.
콕토베에서 알마티의 진면목을 느끼다
콕토베에 오르기 위해서도 돈을 내야 한다. 사람이 직접 오를 땐 100텡게, 차로 오를 땐 500텡게다. 여기선 모든 게 돈이다. 하긴 우리나라도 전혀 다르다곤 할 수 없다. 국립공원에 오를 땐 입장료를 내야 했고 그게 폐지되고 나선 사찰입장료라며 여전히 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오르면 언덕 꼭대기에 도착한다. 꼭대기 중앙엔 사과모양 분수가 있다. 여기에 돈을 던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사람들이 삼삼오오 돈을 던지고 있었다. 우리도 당연히 잔돈을 빌려 돈을 던졌다. 이런 식으로 복을 비는 건 세계 공통인 것 같다. 사람이면 누구나 빌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그걸 신에게든, 이런 놀이문화로든, 보름달과 같은 자연물에게든, 사람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쌓은 돌탑에게든 빌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다. 예측 불가능한 현실이 주는 스트레스를 그런 여러 문화적인 장치로 해소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 이렇게 돈을 던져서 소원을 비는 곳은 세계 곳곳에 있다.
전망대에 서니 알마티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졌다. 남산타워에서 보는 서울은 높은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답답해 보이기만 한데, 여긴 꼭 유럽의 한적한 도시에 온 것 마냥 도시 전체가 한눈에 보여서 좋았다. 그곳 옆엔 동물원이 있어서 쭉 돌아보며 내려왔다.
▲ 콕토베에서 본 풍경과 남산타워에서 본 풍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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