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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6.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해야 한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6.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해야 한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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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해야 한다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이제 6일째 자전거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침도 맛있게 먹었겠다, 재욱이 자전거도 고쳤겠다, 펑크패치용 본드도 샀겠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완벽한 출발이다.

여기에 날씨까지 화창하여 하늘이 더욱 높게 느껴지는 맑디맑은 가을날씨다. 예전에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드높아진 하늘을 보며 언젠가 나도 가을을 만끽하며 즐길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있어야만 하는 나를 위로했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 꿈은 현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륵사를 향해 여주 한복판을 달린다. 

 

 

 

점과 점의 여행선의 여행’, 그 중에 선의 여행으로

 

여행을 할 때 목적지에 빨리 가기 위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가지 않으면, 아무런 기억도 남지 않는다는 걸 국토종단사람여행을 하며 느꼈었다. 여행엔 점과 점의 여행선의 여행이 있다.

점과 점의 여행은 시작점과 끝점만 있는 여행으로 목표는 어떻게 끝점에 빨리 도착하느냐?’하는 것이다. 그러니 중간에 스쳐 지나가는 광경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포커스가 안 맞은 배경에 불과하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출근할 때 늘 성내초등학교를 지나간다. 보통 땐 학교에 빨리 도착하는 게 목표다보니,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한다. 그러니 늘 지나가는 곳이면서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천천히 가다가 목련이 활짝 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히 그 전날까지도 지나갔던 길이기에 당연히 봤을 텐데, 모르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점과 점의 여행은 수많은 것들을 지나칠 뿐 어떤 인상도 남기지 않으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러니 겨우 몇 시간 일찍 도착했다는 정도의 감상만 남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선의 여행은 점과 점을 이은 만든 선을 따라가는 여행으로 목표는 지나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느냐?’하는 것이다. 중간 중간에 주요 관광지를 들르거나,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 도보여행 때 초평저수지를 지났었는데 그냥 지나가기만 했다면 지금까지 어떤 의미로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우연하게 마을회관에서 자게 되었고 그 다음 날 고추까지 함께 심게 되면서 그곳은 나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았다.

 

 

 

  여주대교를 건너 '선의 여행'을 하기 위해 우린 신륵사에 간다.

 

 

선의 여행을 위해 신륵사를 찾아간다

 

점과 점의 여행이 아닌, ‘선의 여행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간 중간 번거롭긴 하지만 조금 돌아가더라도 주요 관광지를 넣어 그 순간을 느껴보도록 한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원해서 가는 게 아니기에, 나처럼 그 순간을 만끽하려 하진 않지만 나의 바람은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신륵사에 가려 하는 걸까? 일반적으론 천년고찰이니 보러 가는 건 당연하지라고 생각하거나, ‘무언가 깊은 뜻이 있겠거니?’ 짐작할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런 의미 때문에 가는 게 아니다. 고찰로서의 역사성 때문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깊은 뜻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여주에서 갈 곳을 검색하다보니, 명성황후 생가와 세종대왕릉(이하 영릉), 신륵사가 나왔고, 그 중에 명성황후 생가는 작년 도보여행 때 갔기 때문에 나머지 둘 중에 고르게 되었으며, 신륵사가 영릉보다 가까운 곳에 있기에 선택된 것뿐이다. 사람의 일이란 게 어떤 거창한 의미를 따라 결정되는 일도 있지만, 이처럼 별 생각 없이 단순하고 간단하게 결정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하루 일정이 끝난 후 펜션에 도착하여 생각해보니, 잠시 후회가 되긴 했다. 그건 신륵사가 별로여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날이 한글날이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이미 훈민정음 미션을 하고 있었으니, 영릉에 가서 미션까지 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한글날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번쩍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전만 해도 그런 생각은 전혀 못했으니,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절이 바로 남한강 옆에 있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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