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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8. 사람이 꽃이 되는 순간과 저주가 되는 순간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48. 사람이 꽃이 되는 순간과 저주가 되는 순간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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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사람이 꽃이 되는 순간과 저주가 되는 순간

 

 

 

여주 → 양평 배로농원  / 58.04km

 

 

날씨가 정말 좋다. 청명한 가을 날씨는 왠지 나들이를 가고 싶게 하는데, 오늘이 정말 그랬다. 이런 날 맘껏 달릴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완연한 가을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토요일 서울 하늘은 아침부터 흐림

 

그런데 여행 기간 중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렸다. 분명히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 날씨를 확인할 때만 해도 비 예보는 없었다. 그래서 안도하며 기뻐했던 것이다.

일기예보를 계속 확인한 이유는 비가 올 경우 무엇보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이었고, 하루 동안 달려야 할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전체 일정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준규쌤이 계시는 지지학교는 8월에 자전거 여행을 갔었는데 태풍 고니로 많은 비가 내려 대구에서 영화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고 하더라. 이런 나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자전거가 비에 맞는 게 싫어서 비가 안 왔으면 하고 바라더라. 아무래도 고가 자전거를 타고 왔기에 그런 걱정을 하는 건 당연했다.

 

 

준규쌤이 먼저 자전거 여행을 했기 때문에 이 정보를 기본 삼아 우리 정보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여행 기간 중 틈틈이 일기예보를 확인했는데, 화요일 저녁엔 글쎄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오는 것으로 바뀌어 있더라. 그래도 그나마 토요일 오전에 여행이 끝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확인할수록 비 내리는 시간이 점차 앞당겨지더니, 급기야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결국 내일 아침엔 비를 맞고 라이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7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 비를 맞고 가야하니 심란하기는 한데, 달리 생각해보면 여행 중간에 비가 오지 않고 끝나는 날 오는 건 다행이기도 하다.

 

 

토요일에 비가 온다고 예보가 잡히기 시작하더니, 점차 그 시간이 땡겨지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맞바람을 맞고 달리는 기분, 힘들기도 하다

 

내일 비가 오기 때문인지,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더라.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평소보다 힘은 더 들고 속도는 거의 나지 않는다.

바람의 영향을 얘기하니, 카자흐스탄으로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난다. 카자흐스탄에 갈 땐 맞바람이 불어 6시간 20분의 비행시간이 걸렸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땐 뒷바람이 밀어주어 4시간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람의 차이에 따라 1시간 40분의 시간차가 발생한 것이다. 그만큼 바람의 힘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도 바람을 전면에 맞고 달리니, 전체적인 진행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일이면 자전거 여행이 끝나며, 오늘은 우리가 알던 길을 달린다는 것이다.

 

 

 

여주보에 들어서니, 여기부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람도 훨씬 많아지기 시작한다.

 

 

 

사람은 복잡하다

 

역시 여주에 들어서니 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하긴 오늘은 연휴의 첫 날이니 가벼운 마음에 다들 라이딩을 나왔을 것이고 여긴 수도권이기에 그렇기도 할 것이다. 자전거 여행 첫 날도 일요일이었던 까닭에 낙동강엔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고 있었던 것과 같다. 하지만 점차 상류로 올라갈수록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더니 남한강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충주를 지나올 때부터 점차 라이딩하는 사람이 불어나기 시작하더니 여주보를 지나니 엄청나게 많아졌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거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동물은 태어나서 몇 분이 지나면 중력을 이겨내며 일어서지만, 사람은 몸을 가누고 일어설 때까지는 1년이 걸리고 몸을 맘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3년이 걸린다. 그만큼 혼자서는 결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를 맺으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타자를 긍정하거나 좋아하지만은 않는다. 아이가 최초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엄마라 할 수 있는데, 이때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다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게 복잡한 동물이어서 무조건 넉넉한 환경이라 해서 잘 자라는 것도, 결핍이 있는 환경이라 해서 못 자라는 것도 아니다. 또한 각자마다 성향의 차이도 있기 때문에 변수는 더욱 더 복잡해진다. 그런 이유로 사람이면 누구나 사람을 좋아한다거나, 타자를 무조건 긍정한다고 단정 지을 순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아지니, 반갑다거나, 함께 수고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고 그저 방해물이란 생각만 들었다.

 

 

 

넉넉할 땐 부족하길, 부족할 땐 넉넉하길 바란다

 

사람을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주에서 달리며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상황은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할 때 발생했다. 그때 준영이는 달리다가 잠깐 경로를 이탈하여 뒤뚱거렸고 그 때문에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분과 살짝 부딪힐 뻔했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엔 서로 괜찮아요?”라며 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는 그러지 않았다. 단지 안부를 안 물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화를 내며 똑바로 달리지 못해!”라고 화를 낼 정도였다. 이런 모습은 영화팀이 북한강의 라이딩 갔을 때도 일어났었다. 아이들이 전철에 타며 자전거를 넘어뜨릴 뻔하자, 안부를 묻기보다 그 자전거가 얼마짜리인 줄 알아?”라고 쏘아붙였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자전거 여행을 하는 동안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힘내세요”, “안녕하세요등의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러면 당연히 그 분들도 기분 좋게 그 인사를 받아주며 파이팅을 외쳐주거나 목례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상황은 여주보를 지난 이후에 발생했다. 준영이와 민석이가 습관적으로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는데, 대부분 인사를 받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렸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뭔 인사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사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사람이란 존재는 반가운 존재인데 반해, 사람이 흔한 곳에서 사람은 방해물이거나 거추장스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시처럼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경우 사람에 대한 적대감은 더욱 커지며, 매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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