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조 지브리 25주년 콘서트 - 전문가란 무엇인가

전문가란 무엇인가?

 

 

무대에서의 공연은 제일 못했던 연습 때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꼭 그러리란 법이야 없겠지만 긴장도 더 되고 막상 눈앞이 캄캄해질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누가 뭐라 해도 탄탄한 기본기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자신에게 진실하게 실력을 쌓았느냐 하는 것이 그런 상황에서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극한의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하는 지 알아볼 일이다.

 

 

 

 

 

완전판을 갖게 되다

 

오랫동안 돌고 돌아 드디어 완전한 파일을 받았다. 처음엔 TV판이었는데 작년 12월에 블루레이판이 있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다운을 받았는데, 아주 난리가 난 거다. 재생이 되지 않고 도중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시도해봤는데도 상황은 똑같은 것이다. 뭐 미련이 없던 터라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막상 TV판을 보면 볼수록, 공연실황을 담은 블루레이판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공연을 관람한 기억이 거의 없는 나이기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지브리 애니의 음악만 모아둔 것이기에 그랬다. 어쨌든 여러 루트를 고민해보다가 기어코 갖게 되고야 말았다. 그때의 그 기쁨을 어디에 비할 것인가?

 

 

 

 

 

지브리를 추억하기에 좋았던 콘서트

 

그런데 실상 그 기쁨은 소장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공연실황을 보면서 끝없는 감동과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연주하며 소생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하기까지 했으며 『붉은돼지』의 경연주에선 그 흥겨움에 몸이 들썩였고 『이웃의 토토로』 합창에선 한껏 웃으며 따라 불렀으며 『원령공주』의 ‘아시타카와 산’의 합창에선 한없는 기쁨을 느꼈다. 비록 현장감은 없었지만 이 한 편의 영상으로도 그 현장을 간접체험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음악파일로 변환해서 듣고 다니겠는가.

 

 

 

 

   

큰 무대에서 전문가는 오히려 빛이 난다

 

그런데 단순히 그들의 공연이 멋지고 좋았다는 감상평으로 끝나진 않는다. 보는 내내 느꼈던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이었고 전문가적인 자세로 즐김이었다. 그 무대는 진정 큰 무대였다. 참여자만 해도 천 명 정도가 됐으며 관객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방송장비까지 갖춰져 있었으니 이건 도무지 말이 필요 없다.

그런 무대였으니 노래를 부르기 위해 홀로 무대에 선 가수나 그 모든 걸 지휘하며 피아노까지 쳐야하는 히사이시 조는 특히나 떨렸으리라. 그런데 누구 하나 눈에 뛸 만큼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실수는커녕 완벽한 무대를 만들었다. 백 퍼센트 몰입하고 보고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 적어도 자신의 일을 한다는 건 이런 전문가적 열정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큰 무대일수록, 극한적인 상황일수록 더 빛나는 게 프로이니 말이다. 그게 바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의 모습이며, 아름다운 모습이다.

 

 

 

 

 

실력은 무대에서 드러난다

 

음악을 들으며 나를 돌아봤다. 만약 나에게 수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게 딱 한 번뿐인 기회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나의 실력과 열정을 다 불사를 수 있을까? 아찔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실력발휘는커녕 진땀 흘리며 쥐구멍 찾기에 분주하지나 않을까. 결론적으로 중요한 건, 누가 보건 안 보건을 떠나서 나에게 충실하며 속이지 않는 자세로 실력을 쌓고 성실히 해나가는 것이다. 결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계량화된 실력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쌓인 실력으로 말이다. 그럴 때 비로소 나도 나만의 무대에서 박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야말로 연습하는 시기다. 지금 어느 정도 최선을 다해 연습하느냐에 따라 진짜 무대에서 내 실력도 판가름 날 것이다.

 

 

 

인용

지도

시네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