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세정의 영상평가와 한문 임용고사
드디어 두 번째 보는 임용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른 건 하지 않고 임용시험만을 준비하며 오롯이 보낸 한 해였다. 과연 올해 시험은 어땠을까?
가능성을 확인하다
작년엔 오랜만에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3월 한 달 동안은 헤맸지만 4월부터 시화소평 스터디를 시작하며 서서히 공부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4월 내내 여러 공부방법을 시도하며 새롭게 공부하는 법을 정립할 수 있었다.
▲ 오랜만에 학교에 복귀했고 한문공부에도 도전하게 되어 걱정했는데 때마침 스터디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7개월 동안을 새로운 공부방법을 적용하며 공부를 했고 하나하나 기초부터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정리하여 재밌게 임용시험을 볼 수 있었다. 임용고사 후기에서도 밝혔다시피 A형 시험문제는 시험지를 열어보기도 전부터 상당히 기대가 됐다. ‘과연 어떤 문제가 나왔을까?’, ‘지금 나의 실력으로 직면하여 풀어낼 수는 있는 걸까?’하는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며 빨리 시험지를 열어보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막상 시험지를 열어 풀고 있노라니, 여태껏 다섯 번의 임용시험을 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문제가 나에게 달려와 포근히 안겨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모두 맞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풀지 못할 것도 없었고 매우 어려워 혀를 내두르게 하는 문제도 없었다. A형 시험 문제를 한 번 모두 풀어봤는데도 남은 시간이 30분 정도나 되었으니, 얼마나 신나게 풀었을지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만 쉽다고 느낀 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A형 시험시간이 끝났을 때 여기저기서 “이번 문제 너무 쉽지 않았냐.”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당락을 좌우하는 건 B형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A형 시험 문제도 어느 정도 풀만 했으니, B형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막상 B형 문제지를 열었다. 하지만 A형과는 달리 B형은 예전에 임용시험을 볼 때의 막막하고 답답한 심경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성심성의껏 풀 수 있는 문제보다 아예 손조차 못 대겠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문장이라곤 논술형으로 출제된 8번 문제인 『陳情表』 뿐이었고 나머지는 처음 보는 문장인데다가 문제의 길이까지 길다보니 손조차 댈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뿐인가, 늘 11시면 낮잠을 자던 습관이 있는지라 잠까지도 쏟아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그래서 A형 문제를 풀 때와는 달리 B형 문제를 풀 때는 완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로 내가 시험지를 푸는지, 시험지가 나를 푸는 모를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게 시험을 봤지만 전체적으론 첫 시험치고는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여러 번 시험을 봤던 경험과 비교해보면 이렇게 시험을 주도적으로 장악한 채 신나게 푼 경험은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결과는 아쉬운 낙방이었지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임용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 임용시험일 아침의 열기. 각 학과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과 수험생의 굳은 얼굴이 교차하는 시간.
올해 임용이 역대급으로 희망적인 이유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올해의 공부를 시작했고 마침내 임용시험을 목전에 둔 상황이 되었다. 막상 이렇게 시간이 닥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준비했던 것보다 더 시험을 못 보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들면서 도망가고 싶더라. 아마 모든 수험생들이 이 시기엔 나와 같은 마음을 느낄 것이다.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과 일 년이란 시간 동안 공부한 것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게 자꾸 자신을 옥죄며 긴장하게 만드니 말이다.
하지만 D-1일의 심경을 밝히는 글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올핸 두 가지 점에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한문교과 모집인원이 작년보다 2.5배 정도를 더 뽑게 되면서 역대 최저의 경쟁률이 나왔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경쟁률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실질 경쟁률은 늘 2:1이나 3:1이라 생각했으니 실질 경쟁률에선 별다른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2.5배나 더 많은 인원을 뽑고 더욱이 경기도와 서울에서 일제히 한문교사를 선발하며 지역적인 균형까지 맞춰진 상황에선 호기일 수밖에 없었다.
▲ 세상에 마상에 한자리 수로 경쟁률이 내려왔다.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둘째는 작년 4월에 공부의 방향을 잡은 이후로 1년 7개월 동안 한문공부를 내실 있게 했다고 혼자 자부하기 때문에 올핸 정말 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다년간 임용시험을 봐본 사람으로서 임용공부의 기간이 늘어난 만큼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내가 그 산 증인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지난 5년 간 늘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공부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졌고 하나하나 축적해가는 재미로 공부를 하고 있으니, 분명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됐다.
선발인원의 확대와 실력의 상승, 이 두 가지가 이번 시험이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보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번에도 시험장에서 주눅 들지 않고 문제지를 보면서 신나게 풀어재낄 수 있을까.
▲ 임고반 내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 확트인 시야와 멀리 보이는 모악산이 힘을 듬뿍 준다.
준비된 사람이어라
올핸 11명이나 인원을 뽑는 충남에 지원했다. 1시 40분 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올라왔고 내일 시험 볼 학교를 미리 둘러보고 여관에 안착했다. 여긴 유흥지구임에도 생각보다 그렇게 시끄럽거나 하진 않더라. 저녁으로 추어탕을 먹고 교육학과 교과 교육과정을 펴고 하나라도 놓칠 새라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러고 나선 10시 30분쯤에 침대에 누웠다 맘은 몹시도 떨려왔지만 지금 또한 다신 올 수 없는 순간의 순간임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 천안 모텔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내일이다.
자리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영상 하나가 떠있더라. 그건 IOI 김세정의 영상평가 영상이었다. 평소 같으면 스킵하고 넘어갈 것을 이땐 처음부터 끝까지 넋을 놓고 볼 정도였다. 한 사람이 무대의 중앙에 서서 수많은 카메라와 연출진 앞에서 노래와 춤을 평가 받는 것이다. 김세정도 이땐 긴장을 했던지 들어가자마자 자기소개를 하고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자기소개를 빼먹은 것이다. 그래서 연출진이 그 상황을 알려주자 당황한 김세정은 멋쩍었는지 호쾌하게 웃고 박수를 치며 자기소개를 한 후 다시 정자세를 잡았다. 그런 다음엔 음악에 따라 춤과 노래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김세정은 그 한 순간을 위해 몇 날 며칠이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집중 트레이닝을 받으며 다듬고 또 다듬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떨릴 그 순간에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큰 실수는 하지 않으며 완벽하게 자기를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 보면서 ‘과연 나는 충실히 준비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일의 시험에선 그간 내가 준비해온 게 어떻게든 나오겠거니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 모든 게 되돌릴 수도 없다. 시험에 직면하여 내가 준비해온 것을 뽐내고 돌아오면 그뿐이다. 그래 가보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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