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감사
01년 3월 13일(화)
의정부 306보충대에서 6사단 신병교육대로 배치를 받고 도착했던 지난 토요일(3일), 그날은 이미 입춘(立春)이 지났음에도 스산한 바람과 함께 하늘에선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3월은 봄이 약동하는 날씨인데 눈이 온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롭게 느껴졌다. 전주에선 이번 겨울 내내 겨우 두 번밖에 눈이 내리지 않았기에 함박눈을 본 것이니 가슴 설레긴 하더라. 그러면서 ‘역시 여긴 철원이구나!’하는 앞날의 막막한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렇게 추운 날씨 속에서 한 주를 지냈다. 우선 군대라는 특정집단에의 강요가 나를 강하게 억눌렀으며, 따스한 남쪽 나라에서 자라온 내가, 냉혹한 북방 기후에 맞서서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나를 억압해 왔다. 그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조금이나 날씨가 풀릴라치면, 그렇게 하나님께 감사할 수 없었고 정말로 행복하기도 했다. 이런 행복이야말로 늘 나한테 주어졌던 것인데, 난 그걸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하긴 행복의 계속은 그저 있어야 할 현실일 뿐이기에 그런 계속됨이 잠시라도 중단된다면, 결코 불만의 요소로 절하될 뿐이다. 그게 조물주에게 불만을 품게 되는 인간의 원인인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완연한 봄날씨였다. 너무 좋았기에 총검술을 8시간해야 했기에 더워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깔깔이, 귀마개, 장갑 모든 걸 벗고 연습을 했던 것이다. 몸은 고단하지만 날씨가 맑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주님 감사합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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