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벌에 대해
01년 3월 16일(金)
8시간 동안 사격예비훈련을 했던 날이다. 오전 훈련이 너무나 힘들었다. 특히 PRI(Preliminary Rifle Instruction, 무의탁사격, 無依託射擊) 훈련은 너무도 힘들었다. 다른 조들은 조금씩만 반복한 데 비해, 우리 1조는 거의 20분간을 훈련 받았기 때문에 힘들어 지칠 수밖에 없었다.
“250사로봤!”이란 구호와 함께 10초 안에 2보 전진 후, 엎드려 쏜 다음에 다시 무의탁 사격 자세로 돌아와야 하기에 힘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오후에도 이와 같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크나큰 심리적 암박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오후엔 그렇게 빡시게 훈련을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몸은 몹시나 무거웠다. 전투야상 상하의가 흙범벅이 되었기에, 오후 훈련으로 땀이 나서 걱정스러웠기에 빨리 환복(換服)을 했다. 그러던 찰나 스피커에선 황당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5분 내로 모든 복장을 착용하고 연병장(練兵場)으로 모이라는 것이다. 다들 각자 맘속에 쌓여 있던 불만들을 욕지거리로 토로하기 시작했고, 그런 토로는 오늘 하루의 모든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모인 연병장에선 ‘앞에총’을 한 상태에서 훈련소 주변을 돌게 만들었다. ‘체력 단련시간’이었기에 그렇게만 생각하며, 조금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뛰었다. 그러나 그런 냉혹한 체력단련 후에 아이들(철수, 승국)의 말을 들어보니, 아까 전에 교관에게 아프다고 말했던 우리 내무반 아이들 때문에 ‘체력이 약하다’는 판단 때문에 갑자기 체력단련을 하게 되었노라는 것이다. 난 그 ‘어이없는 벌론(罰論)’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아이들에게 투사(投射, projection), 즉 떠넘기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모두 맘이 아프고, 몸은 무지 고된 하루였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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