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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자화상
장석남
그 물가에 갈 수 없으므로
그 물가를 생각한다
그 물가에 선 생각을 하고
그 물가의 풍경을 생각한다
물소리를 생각한다
그리움 따위는 분명 아니고 기운 떨어지면 찾아오는
향수 같은 것도 아니고
그보다는 깊은, 그보다는 더 해맑은 것이
나를 데려간다
나는 천상 회고파지만
그곳에서는 회고파만은 아니다
어느덧 그 물소리 속 수레바퀴들이 나를 실어
석양을 앞질러 간다
갈잎과 바람을 넘어
기러기들의 순례를 넘어간다
빛의 화살 끝에 묻어 어느 별을 뚫고
죄를 뜷는다
허나 이내 나는 그 수레 위에 있지 않고
그저 그대로 그 물가에 서서
어느새 밑단이 젖은 바지를 걷고 서서
물소리를 바라본다
그 물가에 서 있는 나를 나는
생각한다
그리움도 향수도 아닌 그보다도 더
해맑은 것이 나를 안아다
그 물가에 놓는다
그 물가를 생각한다


이제 드디어 한번 인생의 한 부분을 살아보기를 나에게서 나온 무엇인가를 세상에 내놓고, 세상과 관계를 맺고 싸우게 되기를 열렬히 갈망했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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