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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9. 사람의 성장은 긴 안목으로 봐야한다(15.10.05.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9. 사람의 성장은 긴 안목으로 봐야한다(15.10.05.월)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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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람의 성장은 긴 안목으로 봐야한다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어제 숙소에 들어와 인터뷰를 끝내고 나니 930분쯤 되었다. 아이들은 대충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티비를 보며 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다.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며 놀던지, 내가 다 긴장될 정도였다. 그나마 여긴 한적한 곳이라 숙박객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다. 아이들에겐 11시엔 모두 다 잠을 자야 한다고 말했다.

 

 

현세는 어제 너무 지친 나머지, 대충 로프를 풀다가 자전거를 놓는 바람에 로프가 뒷바퀴에 돌돌 감겼다. 푸는 데 한참 걸렸다.

 

 

 

전체 지각이 만든 힘 빠짐

 

아침마다 기상미션을 하고 있다.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이 되기 전에 나오는 순서에 따라 점수를 주는 것이다. 남한강 도보여행 땐 이게 그나마 잘 먹혀 누가 준비해라’, ‘일찍 나와라등등 재촉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점수를 따기 위해 일찍 나왔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기상미션을 넣었다.

우린 73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오늘 달려야 할 거리가 자그만치 88.06km나 되었기에 일찍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오늘부턴 미션을 하기 위해 중간에 들르는 곳도 있기 때문에 늦장 피우면 피울수록 어제처럼 야밤에 달리는 경우까지 생기게 된다. 어제 모이는 시간을 공지했을 때, 현세는 그럼 715분엔 나가야 겠네요라는 말을 했던 터라, 나도 그 말에 따라 일찍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710분부터 나와서 기다린다. 아침은 언제나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시작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날씨도 좋으니 오늘 여행은 무난할 거 같은 기대감도 어린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약속 시간이었던 30분이 넘어가고 45분이 되도록 누구 하나 나올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빨리 서둘러야 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늦어진 만큼 함께 그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고, 이미 다 큰 아이들에게 시간을 재촉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47분이 되니 현세가 나왔고, 민석이는 55분에, 재욱이는 810분에, 준영이는 20분에 나왔다.

이로써 모두 상점은 못 받게 되었지만, 여행 둘째 날 시작부터 이렇게 늦는다는 것에 실망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아이들 중 한 명도 시간을 맞춰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 아침은 기분 좋게 시작했는데,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절로 힘이 빠진다.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한 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되었다.

 

 

 

리더 김민석, 한 때는 막내에서 지금은 리더로

 

어제 예고했다시피 오늘부터 리더미션이 진행되는 날이다. 오늘의 리더는 김민석이다. 하긴 어제는 리더 미션이 없었음에도 민석이가 지도를 검색하여 아이들을 이끌었으니, 오늘도 잘 할 거라고 생각했다.

민석이는 중1 때부터 단재학교를 다녔으니, 막내에서 어느덧 최고참이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작년 도보여행 때까지도 위로는 승빈이가 있었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자질을 뽐낼 기회는 없었다. 그저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가고, 챙겨주는 대로 챙김을 받을 뿐이었다. 더욱이 2013년엔 단재학교의 회장이 되기도 했는데, 부회장인 이향이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주고 서기 역할을 도맡아 했을 정도였으니, 길게 말한들 입만 아프다.

그런데 선배들이 프로젝트에서 빠지며 최고 선배가 되자 여러 부분에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챙겨주기 시작했으며,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려 하는 모습도 보였다.

 

 

2012년도와 2015년의 민석이. 그렇게 변해가듯 자라간다. 잠재적 가능성을 품은 그대~

 

 

 

민석이의 진두지휘와 성장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두각을 나타낸 경우는 작년 전주영화제 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진두지휘를 하던 모습이다. 물론 그 때 가장 열심히 하려 했던 사람은 현세(물고기방에 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열정을 불살랐다)였지만, 막상 영화를 찍는 것으로 컨셉이 정해지자 민석이가 진두지휘하게 되었다. 재욱이와 상현이가 카메라를 잡고 찍을 수 있도록 구도 조정을 해줬으며, 현세에게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연기지도를 해줬으니 말이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현세의 꿈이란 영화다. 그래도 2012년에 다름에의 강요영원한 사랑이라는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있기에, 이때도 그런 경험을 기반 삼아 지휘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두 번째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1학기 작은 전시회를 위해 아카펠라 연습을 시킬 때였다. 단재학교 학생 모두를 이끌어야 하고 하나된 목소리로 연습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일었는데, 민석이는 차분히 주위를 정돈하고 연습을 순조롭게 진행했던 것이다. 민석이가 가장 돋보이던 순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세 번째는 광진청소년센터와 중독 관련 영화를 만들며 감독으로 활동할 때였다. 감독이면서도 배우의 역할을 동시에 하다 보니 힘이 들 수밖에 없고 왜 나만 고생해야 해?’라는 불만이 생길만도 한데, 전혀 그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었다. 더욱이 초보 감독인 현세의 작품까지 챙겨주면서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사람의 성장이란 어느 한 순간으로 못 박고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석이를 보더라도 4년이란 시간을 함께 볼 때, 비로소 어떻게 사람이 성장해 가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민석이가 리더로서 두각을 나타낸 순간들. 그렇게 사람은 시나브로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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