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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0. ‘돼지엄마’와 비즈니스식 교육, 그 너머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0. ‘돼지엄마’와 비즈니스식 교육, 그 너머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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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돼지엄마와 비즈니스식 교육, 그 너머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어찌 보면 그 말은 곧 가장 기본적인 얘기라 할 수 있는 배움(교육)은 시간상의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를 다시 확인 시켜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을 비즈니스의 논리로 바라보다

 

하지만 이런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래에 인용한 글을 읽어보면 왜 그러한지 명확해진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곧바로 판정을 내려주기 때문에 비즈니스는 재미있습니다. , 옳은 일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옳은 것이죠. 그래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투자부터 그 성패 판정까지의 시간은 가능한 한 짧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시간은 돈이니까. 시간은 돈이라는 말은 시간을 화폐로 치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단적으로 그만큼 돈이 든다는 것이지요. 신제품을 만들었는데 시장이 곧바로 반응하지 않을 때, ‘언젠가 팔리지 않을까?’ 기대하며 기다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의 생산라인을 유지하며 노동자에게 월급을 주고 재고를 늘리는 것은 손실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 제가 앞에서 교육은 타성이 강한 제도라고 말한 것은, 교육은 자판을 누르고 나서 문자가 표시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시스템이라는 뜻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교육은 공들인 것과는 다른 모양새로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되돌아오는 시스템입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자판을 두드리면 화면에 문자가 뜨는 게 아니라 사흘 후에 그림엽서가 도착한다든지 삼 년 뒤 호박을 두 개 받게 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를 춤추게 하라, 우치다 타츠루, 민들레 출판사, pp 31~32

 

 

교육을 비즈니스의 논리로 생각하는 게 만연되어 있다. ‘투입에 따른 산출의 공식으로 교육을 대하기에,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교육적 투자를 하느냐가 산출물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를 학원에 뺑뺑이 돌리거나, 쉴 틈 없이 공부만 시키는 것이다. 투입되었기에 곧바로 산출물로 나올 것을 기대하며 그렇게 채찍질 한다.

 

 

우치다쌤은 교육이란 틀을 넘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

 

 

그렇다면 교육의 산출물이란 무엇인가? 그건 바로 시험 성적이고, 입시 성적이다. 학교에서 매 학기마다 정기적인 시험은 2, 비정기적인 시험은 3번 정도를 보게 되어 있다. 그걸 통해 부모들은 투자-산출을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원하는 산출물이 나오지 않을 땐 그 학원은 별로인가 봐. 다른 곳을 찾아봐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최근엔 사교육의 정보력을 틀어쥐고 학부모들을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행사하는 학부모를 돼지엄마라 표현하는 신조어까지 등장함). 우치다쌤이 이야기하는 비즈니스 세계에 대한 설명과 하등 다를 게 없다.

 

 

▲  장봉군 화백의 한겨레 그림판에서. 신자유주의가 교육을 삼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신자유주의란 자율경쟁이란 환상 속에 경쟁을 부추기는 것을 말한다. 누구 할 것 없이 대등한 상태,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경쟁하면 그에 따라 효율도 올라가고 개인역량도 증대될 거라 생각하는 체제다. 하지만 실상 완벽하게 대등한 상태, 대등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고 각자가 지닌 정보량, 자본량, 문화자본량이 다르기에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무한경쟁체제를 만들어 학생에겐 맹목적으로 열심히 공부해 그래야 살아라고 살인적인 경쟁에 밀어 넣으며, 직장인에겐 열심히 자기계발해 그렇지 않으면 잘려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쟁에 밀어 넣는다. 신자유주의가 급격하게 사회 전반으로 파고들며, ‘교육을 비즈니스의 논리로 접근하는 사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돼지엄마'가 활개 칠 수 있는 이유는, '비즈니스식 교육'만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도통 알 수 없는 흐름 속에 자라는 아이들

 

하지만 민석이의 경우만 보더라도 교육은 절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순간순간의 결과물을 중심으로 민석이를 본다면, 어디에서도 교육적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어딘가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고, 못마땅한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걸 전체적인 흐름에서 본다면 그 변화의 양상은 뚜렷하다. 사흘 후에 그림엽서가 도착한다든지 삼 년 뒤 호박 두 개 받게 된다든지하는 식의 도통 알 수 없는 흐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럼 민석이는 완벽한 인격체가 된 거야?’라는 착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 가는 과정 속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담은 것이지, 그게 완벽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석이는 여전히 자라고 있는 학생이고, 이번 여행을 통해서도 여러 부분에서 성장해갈 아이이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비즈니스 논리를 걷어낼 때 비로소, 그 아이가 보이고,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보이며, ‘도통 알 수 없는교육의 가능성이 보인다.

오늘은 민석이가 영화팀 전체를 이끌며 간다. 여기에서 어떤 에피소드들이 생길지, 그리고 어떤 상황들과 엮일지는 여행을 떠나는 당사자도,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아무도 모른다. 그 흐름에 몸을 맡겨 그저 함께 어우러져 갈 뿐이다. 둘째 날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둘째 날 여행도 본격적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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