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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6.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거든, 아즘찮다고 전해라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6.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거든, 아즘찮다고 전해라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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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거든, 아즘찮다고 전해라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얼마나 달렸을까? 현세가 옆으로 오더니 말하더라. “건빵쌤 앞바퀴까지 펑크가 났어요다섯 번째 불행이다. 거기에 덧붙여 민석이도 옆에 오더니, “쌤 제 자전거도 서서히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드는 데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조금 바람이 빠지긴 했지만 충분히 숙소까지는 달릴 수 있을 정도였다.

현세 앞바퀴의 펑크를 때우기 위해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모두 멈춰야만 했다. 그쯤 되니 모두 넋이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에 의존하여 어떻게든 때워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때 진짜 문제가 뭔지를 알게 됐다. 바로 도로변에 있던 쓰레기를 밟고 달린 것이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도로변엔 가시나무들이 있던 모양인데 우린 그 가시나무들을 밟고 달린 것이고 그러다 보니 모두 다 펑크가 난 것이다. 가시가 여러 군데 박혀 있어서 펑크패치로는 도무지 때울 수 없는 정도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현세는 두 바퀴 모두 펑크 난 상태로 달려야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캠코더를 찾으러 다시 현장에 가며 찍은 가시의 사진. 이것이 어제 사건을 만들었다.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고, 기대하지 않으면 기뻐하게 된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추위에 덜덜 떨며, 속도도 안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찜질방에 도착한 시간은 1120분이었다.

한참이나 더 가야 나오는 줄만 알고 그냥 달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에 갑자기 옆에 ‘~~찜질방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그때 저 곳이 우리가 묵을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치려 하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우리가 가려 했던 그 찜질방이었다. 아이들도 설마 여기겠어?’라고 생각했다가, “바로 저기가 우리가 묵을 찜질방이야라고 내가 외치자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 기대를 하면 실망하게 되지만, 기대를 하지 않으면 아주 작은 일에도 행복해지게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던 순간이었다.

준영이는 일찍 도착하여, 우리가 올 때까지 찜질방에서 시간을 때웠다고 한다. 현장에서 온갖 상황을 겪은 우리들도 고생이 많았지만, 낯선 곳에서 홀로 기다린 준영이도 고생이 많았다. 우리가 들어가니, 그렇게 반갑게 맞이하더라.

찜질방은 정말 찜질을 하기 위해 만든 곳이더라. 지금껏 가본 찜질방은 목욕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별도의 찜질방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곳은 찜질하는 걸 위주로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목욕탕엔 샤워기만 설치되어 있고 탕은 없더라. 우린 추위에 덜덜 떨며 힘겹게 이곳에 온 것이기에, 탕에 들어가 노곤한 몸을 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시간도 엄청 늦었기에 그냥 수면실 같은 곳에 들어가 바로 잠을 잤다.

 

 

한계에 다다른 현세와 여유가 있는 재욱이.

   

 

힘듦을 함께 했기에 그건 어떤 심상으로 자리한다

 

현세 자전거의 펑크로 시작된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어찌 보면 다시는 경험하기 싫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다. 그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는데, 현세의 뒷바퀴 펑크를 시작으로 재욱이 앞바퀴, 건빵 앞바퀴, 민석이 뒷바퀴, 현세 앞바퀴까지 소리 소문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꼭 누군가 테스트를 하듯 그렇게 완벽하게 짜인 각본처럼 사태는 점점 커져 갔다. 거기에다가 이번 여행의 필수품인 캠코더까지 홀연히 사라졌으니, 어떤 순간이 이보다 더 비극적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극 속에 희극이 있다는 것도 안다. 아이들과 펑크를 때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순간, 그리고 완벽하게 어둠이 내린 거리를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달려간 기억은 절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계획하여 그대로 따라가며 마무리 지은 여행은 어떠한 감상도 남기지 않고, 어떠한 정감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저 여행 잘 마쳤다는 뿌듯함만을 안겨줄 뿐이다. 그에 반해 순간순간 끼어든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은 그 순간엔 비극을 느끼게 하고, ‘허메 힘들고만~’이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게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만큼 삶에 충실했던 순간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에 함께 했던 사람들, 그리고 분위기 그 모든 게 기억에 선명히 남는 것이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재밌는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청년들 3명이서 여행을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맘껏 그곳에서 놀며 시간을 보냈는데, 막상 놀 당시엔 돌아갈 차비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신나게 놀기만 했단다.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기사 아저씨에게 아저씨 저희를 태워주시면, 저희가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들을 즐겁게 하겠습니다라고 통사정을 했다는 것이다. 어찌 어찌 하여 버스를 타게 되었고,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노래도 부르고, 개그쇼도 하며 그렇게 왔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그때를 추억하며 그들이 내린 결론은 그때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돈을 써가며 놀았던 것이 아니라, 버스에서 승객들을 웃기려 되도 않는 개그를 치고, 노래를 불렀던 일이예요라 했다. 함께 힘든 순간을 해쳐나갔다는 기억이 그들에겐 둘도 없는 추억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이날 저녁에 있었던 그런 예측치 못한 상황들 또한 우리에겐 둘도 없는 경험이자 심상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 당시엔 악몽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때를 회고하며 신나게 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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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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