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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7. ‘아는 게 힘’이란 말이 지닌 함정(15.10.06.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7. ‘아는 게 힘’이란 말이 지닌 함정(15.10.06.화)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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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는 게 힘이란 말이 지닌 함정

 

 

 

10월 6일(화) 상주시 → 문경새재 / 62.04KM

 

 

도시에 있는 찜질방은 늘 24시간을 하지만, 이런 외진 곳에 있는 찜질방은 거의 10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그래서 계획을 짤 때 묵을 수 있는 곳인지 물어보니, “사람이 온다고 하면 잘 수는 있는데, 전날에 다시 한 번 전화주세요라고 하더라.

 

 

 

황토찜질방, 24시 찜질방보다 환경이 열악하다

 

그래서 어제 전화를 해보니, “잠을 잘 수는 있는데, 화요일은 찜질방 휴무일이라 7시에는 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해주시더라. 너무 이른 시간이긴 해도, 다른 선택지도 없었고 차라리 일찍 출발하여 게스트하우스에 빨리 도착하여 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자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어제 뜻밖의 일로 지칠 대로 지쳤기에, 찜질방에 도착하자마자 내일 몇 시까지 나가야 하나요?”라고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8시까지 나가면 됩니다.”라고 정정해주시더라. 어제 무리를 하지 않았으면 굳이 한 시간 늘어난 게 의미가 없을 테지만, 지금은 매우 의미가 있다.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어젠 정말 치열한 밤이었다.

 

 

 

보이지 않을 때와 보일 때의 차이

 

그래서 아이들에겐 “8시까지는 찜질방을 나가야 한대. 그러니 8시에 나와서 자전거 먼저 수리하고 있어. 나는 좀 일찍 나가서 캠코더가 있는지 다시 찾아보고 올게라고 얘기했다.

어제 되게 피곤하긴 했나 보더라. 편한 잠자리는 아닌데, 눕자마자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잤으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이 몰려 왔지만 해야 할 일이 있기에 뜨거운 물로 씻으며 정신을 차리고 캠코더를 찾아 떠났다.

7시에 나왔는데 벌써 밖은 환해져 있었다. 어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달렸던 길을, 오늘은 되돌아간다. 이렇게 경사가 심하고 힘들었던 길인가? 분명 어제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해골바가지 이야기로 유명한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떠오르더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마신 물은 세상에서 여태껏 맛보지 못한 청량감을 안겨줬고,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적셔줬다. 그렇게 달콤하고 맛있었던 물이, 그 다음날 일어나 눈으로 보는 순간 구토가 나올 정도로 더러운 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분명 같은 물이고, 이미 소화가 됐을 법한 물임에도 눈을 통해 현실을 보는 순간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렇게 때문에 모든 건 마음의 문제라고 원효대사는 잘라 말하게 된 것이다.

 

 

해골물일지 모를 땐 그렇게 맛있던 물이 알고 나선 최악의 물이 되었다. 

 

 

지금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속에서 어떻게든 길을 더듬어 오기에 바빴다. 오르막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느 정도 경사의 오르막인지,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았기에 그냥 오르기만 하면 됐었다. 하지만 아침에 그 길을 되돌아가보니, 길이 어떤지 한눈에 보이더라. 그리고 꽤 힘든 길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는 게 힘’, ‘직접 봐야 믿겠다는 말을 우린 당연한 진리처럼 여기고 있다. 알아야 무지가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뭐든 직접 보고 들어야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게오르크 짐멜Georg simmel도시에서는 시감각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말까지 했을까? 하지만 안다고 하는 것, 본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건지도 모른다. 흔히 하는 말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알고 싶은 것만 (알고 싶어 하는 것만) 알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기 스스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알고 보면 그저 자신의 주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런 것들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같은 길을 다시 달리며,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기에 본다는 것, 경험한다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 더욱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어제 왔던 길을 그대로 달려 간다. 이렇게 경사가 급한 길이었나? 전혀 다른 길 같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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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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