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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5. 이쯤 되면 신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라고 해야지요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낙동강따라 한강까지 자전거 여행기 - 15. 이쯤 되면 신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라고 해야지요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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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쯤 되면 신이 우리를 시험하는 거라고 해야지요

 

 

 

10월 5일(월) 대구 달성군 하빈면 → 상주시 / 88.06KM

 

 

불행은 겹쳐서 찾아온다고, 그게 시작일 뿐이었다. 그저 현세 자전거 뒷바퀴의 펑크만 잘 때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옮기고 나니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너희들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보자꾸나?’라고 신이 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땐 되게 민감해져 있었고,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겨웠다.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의 한 장면. 어느덧 해가 저물어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야 한다.

 

 

 

전염된 펑크와 사라진 캠코더

 

분황1교 쪽에서 갓길로 내려와 일반도로에 진입하니 가로등이 켜져 있더라. 그곳이라면 수리하기 편할 것 같아서 자리를 잡았다. 혹시 펑크를 확인하기 위한 물을 구할 수 있는지 살펴보니, 그런 건 없더라. 그때 내 자전거를 잠시 살펴보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핸들 중앙에 늘 있었던 캠코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캠코더를 고정하고 있었던 고릴라포드스탠드의 윗부분이 빠져버린 것이다. 아마도 국도에서 내려오는 길에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불행이다.

 

 

영상 촬영은 핸들 중앙에 고릴라 스탠드를 연결하여 캠코더를 장착하여 했다. 그런데 이게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이다.

 

 

곧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다. 그때 재욱이도 비보를 하나 알려주더라. 자신의 자전거 앞바퀴도 펑크가 났다는 거였다. 세 번째 불행이다. 그러나 재욱이 같은 경우 예비 튜브를 준비해서 왔기에 고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캠코더를 찾아보도록 하고, 나와 현세는 자전거 바퀴를 때우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니 기온도 급속도로 내려가 삶의 비극을 온 몸으로 느끼게 했다. 몸은 춥지, 캠코더는 사라졌지, 자전거는 펑크 났지 이래저래 최악의 상황이었다.

재욱이 튜브는 갈았지만, 현세 자전거의 펑크는 도무지 고칠 수가 없었다. 보통 한 군데만 펑크가 나는데 현세 자전거의 경우엔 여러 군데 동시다발적으로 펑크가 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기에 어떻게든 때우려 애썼다. 그때 캠코더를 찾으러 간 아이들이 돌아오더라. 그러면서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동한 거리는 고작 300미터 정도도 되지 않기에 다시 찾아보도록 하고 나는 현세 자전거 펑크와 씨름해야 했다. 그렇게 두 번째로 세 명이서 대대적인 수색을 해봤는데도 없다는 것이다. 그 상황이 믿기지 않아 내가 샅샅이 찾아봤지만, 정말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의 허탈감을 맛봤다.

그건 절망적인 감정이었다. 삶의 가장 극단에 몰려, 어떤 희망도 꿈꿀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이번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리얼버라이어티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찍자는 것이어서 어제 오늘 촬영한 영상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그게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점은 고작 조금 이동한 것이기에(자전거 고치는 곳에선 민석이가 캠코더를 촬영했음), 그 중간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세 번이나 찾아보아도 없었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내일 아침에 해가 뜬 다음에 혼자 와서 찾아보기로 하고, 그쯤에서 정리해야 했다.

 

 

조금 옮겼을 뿐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캠코더는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지?

 

 

 

비극 속에 삶의 열기가 숨어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어나는 상황들을 대처하다 보니, 8시가 넘어버렸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봐야 나아질 것은 없었기에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하려던 그때 내 자전거를 확인해 보니, 내 자전거의 앞바퀴도 펑크가 나 있더라. 네 번째 불행이다. 그래도 예비 튜브가 있어서 재빠르게 갈고서 출발할 수 있었다.

 

 

내 자전거까지 펑크가 나서 신속하게 갈았고 추위서 긴팔을 입었다. 이로써 준영이만 빼고 같은 날 같은 곳에서 모두 펑크가 났다.

 

 

완벽하게 어둠이 내린 시골길, 가로등조차 없어 우린 희미한 자전거 불빛에 의지하며 달려야 했다. 이제 달려야 할 거리는 13.61km. 원래는 1시간 30분이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어둡고, 현세 자전거엔 펑크가 나있어 몇 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할지 모른다.

현세는 펑크가 처음 났을 때와 달리 말수가 현격하게 줄었고 온 몸으로 힘듦을 표현하고 있었다. 거의 스스로의 한계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민석이나 재욱이는 아직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 때 가장 힘이 되었던 녀석들이다. 만약 민석이와 재욱이까지 현세처럼 한계에 다다라서 온갖 힘겨움을 표정과 온몸으로 표현했다면, 나 또한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위기의 상황에서, 불행이 겹쳐오는 상황에서도 짜증을 내지 않고 힘을 북돋워주니, 여러모로 고마웠다.

 

 

25번 국도를 따라가지 않고 일반도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만큼 시간은 더 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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