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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 - 필설(筆說)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장유 - 필설(筆說)

건방진방랑자 2020. 3. 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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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른 붓을 보며 사람을 생각하다

필설(筆說)

 

장유(張維)

 

 

황광이란 쥐와 그 쥐로 만든 황모필이란 붓

獸有鼠屬而黃者, 俗號爲黃獷. 多產於西北方之山, 尾有秀毛可爲筆, 其美擅天下, 謂之黃毛筆.

 

겉보기엔 좋지만 속은 달랐던 붓

吾友李生喜書, 嘗乞於人而得之, 毫秀而銳, 色燁而澤, 以爲大美.

拂拭之, 其中薾然有異, 濡墨以試之, 撓而曲, 字不可成, 孰視之, 其心蓋狗毛, 而燁而秀者外被之也, 遂愕然以歎,

間以語余曰: “是必工者利於欺人而莫或辨之, 故得以售其奸也. 人心之偸至此哉.”

 

붓과 같은 양두구육의 양반

余曰: “子何獨怪於是? 夫今之所謂大夫士者, 其不類於是筆者蓋尠. 衣冠其形體, 文理其語言, 規矩其步趨, 儼然莊色而處, 視之皆若君子正士然.

及其居幽隱之地而遇利害之塗, 則回其志肆其欲, 不仁於心而不義於行者皆是. 蓋秀燁其外而狗毛其中, 與是筆無少異焉

 

붓에 대한 깨달음을 사람에 대한 관점으로 확대해야 한다

而觀人者不察也, 視其外而信其中, 故有奸人亂國而不可悔者也.

今子不此之憂, 而筆焉是怪, 亦不知類也夫.”

李生曰: “!” 遂記其說. 谿谷先生集卷之四

 

 

 

 

 

 

해석

 

황광이란 쥐와 그 쥐로 만든 황모필이란 붓

 

獸有鼠屬而黃者, 俗號爲黃獷.

짐승의 쥐 부류 중 노란 것을 세속에선 황광(黃獷)’이라 부른다.

 

多產於西北方之山, 尾有秀毛可爲筆,

대부분 서북방의 산에서 생산되어 꼬리의 빼어난 털은 붓을 만들 수 있으니,

 

其美擅天下, 謂之黃毛筆.

그 아름다움이 천하에 떨쳐 황모필이라 일컬어졌다.

 

 

 

겉보기엔 좋지만 속은 달랐던 붓

 

吾友李生喜書, 嘗乞於人而得之,

나의 벗 이생은 책을 좋아해 항상 사람에게 청하여 붓을 얻으니

 

毫秀而銳, 色燁而澤, 以爲大美.

털은 준수했고 예리했으며 빛은 번뜩였고 윤택하여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

 

拂拭之, 其中薾然有異,

그러자 붓을 털자 가운데가 볼록하여 다른 게 있었고

 

濡墨以試之, 撓而曲, 字不可成,

먹에 적셔 시험해보니 꺾이고 굽혀 글자를 쓸 수 없었다.

 

孰視之, 其心蓋狗毛,

익숙히 붓을 보니 속은 대체로 개털로

 

而燁而秀者外被之也, 遂愕然以歎,

번뜩이고 빼어난 것은 바깥에 입혀 놓은 것이니, 마침내 경악하며 탄식했다.

 

間以語余曰:

며칠 후 이생이 나에게 말했다.

 

是必工者利於欺人而莫或辨之,

이것은 반드시 재주 있는 사람이 남을 속이는 데 예리해 혹 판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故得以售其奸也.

그 간사함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人心之偸至此哉.”

사람 마음의 거칠기가 여기에 이르렀단 것인가.”

 

 

 

붓과 같은 양두구육의 양반

 

余曰: “子何獨怪於是?

내가 말했다. “자네는 어찌 유독 이것에만 괴이해하는가?

 

夫今之所謂大夫士者, 其不類於是筆者蓋尠.

일반적으로 지금의 말하는 사대부라는 것들은 이런 붓과 유사하지 않은 것이 대개 적다네.

 

衣冠其形體, 文理其語言,

몸엔 의관을 정제하고 언어를 짜임새 있게 하며

 

規矩其步趨, 儼然莊色而處,

걸음걸이를 절도 있게 하고 위엄스레 장엄한 얼굴색으로 거처하니

 

視之皆若君子正士然.

그들을 보면 모두 군자이자 바른 선비 같기만 하지.

 

及其居幽隱之地而遇利害之塗,

하지만 은밀한 은거지에 거처하며 이해의 길에 놓이고 나면

 

則回其志肆其欲, 不仁於心而不義於行者皆是.

지조를 바꾸고 욕망을 방자하게 하여 마음엔 불의를 품고 행실엔 불의를 하니 모두 이러하네.

 

蓋秀燁其外而狗毛其中, 與是筆無少異焉

대체로 밖은 빼어나고 번뜩이나 속은 개털이니, 이 붓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네.

 

 

 

붓에 대한 깨달음을 사람에 대한 관점으로 확대해야 한다

 

而觀人者不察也, 視其外而信其中,

남을 판단하는 사람이 살피질 못하고 외면만 보고 내면을 믿어버리기 때문에

 

故有奸人亂國而不可悔者也.

간사한 사람이 나라를 어지럽혀도 뉘우칠 수 없었던 것이지.

 

今子不此之憂, 而筆焉是怪,

지금 자넨 남을 판단하는 사람의 어리석음을 근심치 않고 붓만을 괴이해 하니,

 

亦不知類也夫.”

또한 비교할 줄 모르는 것이라네.”

 

李生曰: “!” 遂記其說. 谿谷先生集卷之四

이생이 좋다!”라고 말하여 마침내 내용을 기록해둔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1112

수능한문 19년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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