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징(聖徵) 이정구(李廷龜) 영공께서 연경으로 떠남에 드리며
증이성징영공부경서(贈李聖徵令公赴京序)
유몽인(柳夢寅)
聖徵乎! 聖人以朋友齒五倫, 其義顧不重乎! 莫大者死生, 猶或爲朋友許身, 矧其餘乎? 余未知今之世重斯義乎? 是何朋友之多歧乎? 自朝家士論相携, 朋友之道, 能皆可保終始乎? 交之道一也, 緣何而爲二乎? 二猶不幸, 緣何而爲四爲五乎? 其爲一其爲四五者, 自比而遂私, 能無負於一人乎? 入於一者, 各自爲一, 與四五敵, 爲一人者, 其不孤乎? 一之勢盛則一之勢衰, 守於一而爲進退, 自以爲節義, 其節義可移於一人乎?
黃者自黃, 靑者自靑, 其靑黃果其性乎? 問于甲則是甲而非乙, 問于乙則是乙而非甲, 其俱是乎? 其俱非乎? 其甲乙不能相是乎?
余獨也, 視今之士, 其有若余獨乎? 以獨而行于世, 交之道豈泥于一乎? 一之不泥, 於四於五, 皆吾友也, 則吾之倫, 不亦博乎? 其寒凝冰而吾不慄, 其熱焦土而吾不灼, 無可無不可. 惟吾心之從, 而吾心之所歸, 惟一人而已, 則其去就豈不綽有裕乎?
聖徵, 少時友也, 游泮而始親, 登朝而彌篤, 升宰列而愈益密, 或者其志與余同乎? 人心日薄, 世道萬變, 風波一起於平地, 雖兄弟莫保始終, 而與聖徵相愛 白首如初. 相愛者何愛? 其不私於一而不負于一人乎?
雖然, 有一焉, 肝肺同藏而性不同, 耳目同面而官不同. 吾之炙秦之炙同味, 羽之白雪之白同色, 强其異者而同之則不同, 順其同者而同之則自同. 如同其同也, 可不以死生許之乎? 可不與父子兄弟而倫之乎? 或不然, 自私其一而後一人, 吾將任其獨而從其博乎?
聖徵將赴京, 余無贐, 請以此爲贐可乎? 『於于集』 卷之三
해석
聖徵乎! 聖人以朋友齒五倫, 其義顧不重乎!
성징(聖徵)이여! 성인께서 벗을 오륜(五倫)에 나란히 두셨으니 그 뜻이 돌아보건대 무겁지 않습니까!
莫大者死生, 猶或爲朋友許身, 矧其餘乎?
큼이 없는 것이 죽고 사는 것인데 오히려 간혹 벗을 위해선 목숨을 허락하니 하물며 그 나머지는 오죽하겠습니까?
余未知今之世重斯義乎? 是何朋友之多歧乎?
나는 지금 세상이 이런 의리를 무겁게 여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벗 사이엔 많은 나눠지는 건가요?
自朝家士論相携, 朋友之道, 能皆可保終始乎?
조정에서 사론(士論)을 서로 끌어줌으로부터 벗의 도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交之道一也, 緣何而爲二乎? 二猶不幸, 緣何而爲四爲五乎?
사귐의 방법은 하나인데 무엇에 연유하여 둘이 되나요? 둘이어도 오히려 불행한데 무엇에 연유하여 넷이 되고 다섯이 되나요?
其爲一其爲四五者, 自比而遂私, 能無負於一人乎?
하나가 된 것이 넷이나 다섯이 되어 두루 아우르지 않아 마침내 사당(私黨)을 만듦으로부터 한 사람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入於一者, 各自爲一, 與四五敵, 爲一人者, 其不孤乎?
하나의 당에 들어간 이는 각각 스스로 하나의 당이 되어 4~5개의 당과 적대하니 하나의 당이 된 이는 외롭지 않겠습니까?
一之勢盛則一之勢衰, 守於一而爲進退, 自以爲節義, 其節義可移於一人乎?
한 세력이 융성하면 한 세력이 쇠퇴하는데 하나의 당에 머물러 진퇴를 삼으면서 스스로 절의를 삼으니 절의가 한 사람에게 옮겨갈 수 있겠습니까?
黃者自黃, 靑者自靑, 其靑黃果其性乎?
노란 것은 절로 노랗고 파란 것은 절로 파랗지만 파란 것과 노란 것이 과연 그 본성일까요?
問于甲則是甲而非乙, 問于乙則是乙而非甲, 其俱是乎? 其俱非乎? 其甲乙不能相是乎?
갑에게 물으면 갑을 옳다고 을을 그르다 하며 을에게 물으면 을을 옳다고 하고 갑을 그르다 하니 모두 다 옳은 건가요? 모두 다 그른 건가요? 갑과 을이 서로 옳을 순 없는 건가요?
余獨也, 視今之士, 其有若余獨乎?
저는 혼자로 지금의 선비를 보건대 저처럼 혼자인 이가 있을까요?
以獨而行于世, 交之道豈泥于一乎?
홀로 세상에 다니니 사귐의 방법을 어찌 하나에 구애되겠나요?
一之不泥, 於四於五, 皆吾友也, 則吾之倫, 不亦博乎?
하나에 구애되지 않아 4~5이 모두 내 벗이 된다면 나의 무리는 또한 넓지 않을까요?
其寒凝冰而吾不慄, 其熱焦土而吾不灼, 無可無不可.
추위는 얼음을 얼릴 만하지만 저는 떨지 않고 열기는 흙을 태울 만하지만 저는 타지 않으니, 가함도 불가함도 없습니다.
惟吾心之從, 而吾心之所歸, 惟一人而已, 則其去就豈不綽有裕乎?
오직 제 마음에 따르고 제 마음의 귀의할 것이 오직 한 사람일 따르이라면 거취가 어찌 너그럽고 넉넉하지 않겠나요?
聖徵, 少時友也, 游泮而始親, 登朝而彌篤, 升宰列而愈益密, 或者其志與余同乎?
성징(聖徵)은 어릴 적 친구로 반촌(泮村)【‘반중(泮中)’·‘관동(館洞)’이라고도 한다. 현재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앞의 일대이다】에서 유람하며 처음 친해졌고 조정에 올라선 더욱 돈독해졌으며 재상의 반열에 올라서 더욱 친밀해졌으니 혹 그 뜻이 저와 같아서겠지요.
人心日薄, 世道萬變, 風波一起於平地, 雖兄弟莫保始終, 而與聖徵相愛 白首如初.
사람 마음이 날로 경박해지고 세상의 도가 엄청 변해 풍파가 평지에서 한 번 일어나면 비록 형제라도 처음과 끝을 보전할 수 없지만 성징과 서로 아끼길 흰 머리가 되도록 처음과 같았지요.
相愛者何愛? 其不私於一而不負于一人乎?
서로 아낌은 어떤 아낌일까요? 한 당에 사사로이 하지 않으며 한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雖然, 有一焉, 肝肺同藏而性不同, 耳目同面而官不同.
비록 그렇더라도 하나에 있어서 내장이 같더라도 본성은 다르기도 하고 겉면이 같더라도 기관은 다르기도 하죠.
吾之炙秦之炙同味, 羽之白雪之白同色, 强其異者而同之則不同, 順其同者而同之則自同.
나의 구이나 진나라의 구이가 같은 맛이고 깃털의 흼과 눈의 흼이 같은 색이라며 다른 것을 강제하여 같게 한다면 같지 않을 테고 같은 것을 따라서 같게 한다면 절로 같아질 테죠.
如同其同也, 可不以死生許之乎? 可不與父子兄弟而倫之乎?
같은 것을 같게 한다면 사생으로 그걸 허용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부자형제와 같이 무리 짓지 않을 수 있을까요?
或不然, 自私其一而後一人, 吾將任其獨而從其博乎?
혹 그렇게 못하고 스스로 한 당에 사당을 맺고 한 사람을 뒤로한다면 저는 장차 홀로됨에 맡겨 넓게 사귐을 따르겠어요.
聖徵將赴京, 余無贐, 請以此爲贐可乎? 『於于集』 卷之三
성징이 연경으로 사신감에 저는 전별할 게 없어 청컨대 이 글로 전별을 삼으려 하니 괜찮을까요?
인용
1. 네모난 마음을 지닌 이
'산문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지원 - 풍악당집서楓嶽堂集序 (0) | 2020.04.03 |
---|---|
장유 - 필설(筆說) (0) | 2020.03.03 |
박제가 - 검무기劍舞記 (0) | 2020.01.10 |
삼연집습유, 어록 - (0) | 2019.12.21 |
김창흡 - 김수재전(金秀才傳) (0) | 2019.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