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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여인(與人)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지원 - 여인(與人)

건방진방랑자 2020. 4. 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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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그대에게

여인(與人)

 

박지원(朴趾源)

 

 

대대로 지킬 수 없는 것뿐인데 책은 오죽하겠소

足下多蓄古書, 絶不借人, 何其謬也? 足下將欲以世傳耶? 夫天下之物, 不能傳世也, 久矣.

堯舜之所不傳, 三代之所不能守, 秦皇帝之所以爲愚也. 足下尙欲世守於數帙之書, 豈不謬哉?

 

선행을 한다면 절로 전해질 뿐, 모든 건 동일한 주인이 없소

書無常主, 樂善好學者有之耳.

若後世賢, 樂善好學, 壁間所藏, 冢中所秘, 九譯同文, 將歸於南陽之世矣. 若後世不賢, 驕逸惰荒, 天下亦不可守, 而況於書乎?

馬不借乘, 仲尼猶且傷之, 有書者不借人讀之, 將若之何? 足下若言子孫無賢愚, 皆可以世守, 則是又大謬.

君子刱業垂統, 爲可繼也. 故莫不明之以法, 將之以德, 示之以容. 後世猶或失墜, 罔有承將. 關石和勻, 夏之子孫, 苟可以世守, 九鼎何遷; 明德馨香, 殷之子孫, 苟可以世守, 則亳社何改; 天子穆穆, 周之子孫, 苟可以世守, 明堂何毁?

 

군자란 글로 벗을 모으고 인을 보완해 나가는 존재

由是觀之, 明法而垂之, 德容而目示之, 尙猶難守, 今乃私天下之古書, 不與人爲善, 挾驕吝以濟其世, 無乃不可乎?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子如求仁, 千箱之書, 與朋友共弊之, 可也.

今乃束之高閣, 區區爲後世計耶? 燕巖集卷之五

 

 

 

 

 

 

해석

 

대대로 지킬 수 없는 것뿐인데 책은 오죽하겠소

 

足下多蓄古書, 絶不借人,

족하께서는 많은 고서를 쌓아두고서는 절대로 남에게 빌려주지 않으니

 

何其謬也?

얼마나 잘못된 것입니까?

 

足下將欲以世傳耶?

족하께서는 장차 세상에 전하려 하는 것입니까?

 

夫天下之物, 不能傳世也, 久矣.

대체로 천하의 사물치고 세상에 전해질 수 없는 지 오래되었습니다.

 

堯舜之所不傳, 三代之所不能守,

요순도 전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하은주(夏殷周) 삼대도 지킬 수 없던 것이었으니

 

秦皇帝之所以爲愚也.

그래서 진시황이 어리석다진 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뒤 자신을 시황제(始皇帝)’라 부르게 하고, 자신의 뒤를 잇는 황제들은 숫자로만 헤아려 2, 3세라는 식으로 불러 만세에 이르도록 무궁하게 제위(帝位)를 전하게 하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진 나라는 불과 2세에서 망하였다. 史記 卷6 秦始皇本紀고 생각되어지는 것입니다.

 

足下尙欲世守於數帙之書, 豈不謬哉?

족하께서는 오히려 대대로 여러 권의 책을 지키려고만 하니 얼마나 잘못된 것입니까.

 

 

 

선행을 한다면 절로 전해질 뿐, 모든 건 동일한 주인이 없소

 

書無常主, 樂善好學者有之耳.

책이란 정해진 주인이 없으니 선을 즐기고 배우길 좋아하는 사람이 그걸 소유할 뿐입니다.

 

若後世賢, 樂善好學,

만약 후대가 어질고 선을 즐기고 배우길 좋아한다면

 

壁間所藏, 冢中所秘,

벽 사이에 소장된 책벽간에 소장된 책이란 서한(西漢) 무제(武帝) 때 공자(孔子)의 옛집 벽간에서 출토된 고문상서(古文尙書)등의 책들을 가리킨다. 총중에 비장된 책이란 진() 나라 때 급군(汲郡)에 있던 위() 나라 안희왕(安釐王)의 무덤에서 발굴된 일주서(逸周書)등의 책들을 가리킨다. 한문으로 번역된 먼 나라의 책들이란 아홉 번이나 통역을 거쳐야 할 정도로 먼 외국의 책들을 한문으로 번역한 것을 말하며, 불경(佛經)이나 서학서(西學書)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남양(南陽)의 시대란 광무제(光武帝)의 치세와 같이 학문이 흥성한 시대를 가리키는 듯하다. 동한(東漢)을 세운 광무제는 남양 사람이어서 남양에는 왕기(王氣)가 서려 있었다고 한다. 광무제는 보기 드문 호학(好學)의 군주로서 태학(太學)을 일으키고 예악을 정비하였으며 학문을 장려하여 그의 치세에 경학(經學)이 다시 융성하였다. 그러므로 문심조룡(文心雕龍)정위(正緯)에서도 광무제의 시대에 이르러 …… 그의 교화에 크게 영향받아 학자들이 대거 배출되었다.至于光武之世 …… 風化所靡 學者比肩고 하였다.과 무덤 속에 감춰진 책과

 

九譯同文, 將歸於南陽之世矣.

아홉 번 번역되어九譯: 아홉 차례나 통역을 해야 겨우 중국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의 책들. 같은 문장을 지닌 책들이 장차 학문이 융성한 시대南陽之世: 光武帝의 치세와 같이 학문이 흥성한 시대를 가리킴.로 회귀할 것입니다.

 

若後世不賢, 驕逸惰荒,

만약 후대가 어질지 않고 교만하고 안일하며 게으르고 성격이 멋대로라면

 

天下亦不可守, 而況於書乎?

천하도 또한 지킬 수가 없는데 하물며 서책이야 오죽하겠습니까.

 

馬不借乘, 仲尼猶且傷之,

말을 타도록 빌려주지 않는 것을 중니도 오히려 또한 속상해했는데

 

有書者不借人讀之, 將若之何?

책을 소유한 사람이 남에게 읽도록 빌려주지 않는다면 장차 어떻게 해야 합니까?

 

足下若言子孫無賢愚, 皆可以世守,

족하께서 만약 자손의 어짊과 어리석음을 따지지 않고 모두 대대로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면,

 

則是又大謬.

이것은 또한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君子刱業垂統, 爲可繼也.

군자가 창업하고 좋은 전통을 자손에게 전하는 것은 계속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故莫不明之以法, 將之以德, 示之以容.

그러므로 법으로 밝히고 덕으로 가지고 위용으로 보이지 않음이 없지만

 

後世猶或失墜, 罔有承將.

후대가 오히려 실추되어 잘 이어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關石和勻, 夏之子孫,

을 통일시킨 도량형 통일關石和鈞: 서경(書經)오자지가(五子之歌)의 네 번째 노래에, “밝고 밝은 우리 선조 온 나라의 임금이시라 법과 규칙 높이 세워 자손에게 남기셨네. 석과 균을 통용시켜 왕의 창고 풍족하더니 그 전통 실추시켜 종족 망치고 제사 끊겼도다.明明我祖 萬邦之君 有典有則 貽厥子孫 關石和鈞 王府則有 荒墜厥緖 覆宗絶祀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이 노래는 하() 나라의 무능한 임금인 태강(太康)이 백성을 돌보지 않고 노는 데에만 빠져 왕위에서 쫓겨나자 그의 다섯 동생이 각각 1수씩 지어 태강의 부덕(不德)함과 나라 잃은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여기에서 석()120, ()30근으로서, 관석화균은 도량형(度量衡)의 통일을 가리킨다.을 하나라 자손들이

 

苟可以世守, 九鼎何遷;

만약 대대로 지킬 수 있었다면 아홉 개의 솥을 왜 옮겼겠으며,

 

明德馨香, 殷之子孫,

덕스러운 정치明德馨香: 덕정(德政)을 뜻한다. 서경(書經)군진(君陳), “지극한 정치는 향기로워 신명을 감동시키니, 서직이 향기로운 것이 아니라 밝은 덕만이 향기롭다.至治馨香 感于神明 黍稷非馨 明德惟馨한 데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주() 나라 성왕(成王)이 주공(周公)을 이어 은() 나라의 유민(遺民)을 다스리러 가는 군진(君陳)에게 훈계하면서 한 말이다.를 은나라 자손들이

 

苟可以世守, 則亳社何改;

만약 대대로 지킬 수 있었다면 은나라 수도인 박의 사직을 왜 고쳤겠으며

 

天子穆穆, 周之子孫,

천자의 위엄天子穆穆: 천자의 위엄을 뜻한다. 시경(詩經)(), “제후들이 와서 제사를 돕거늘 천자는 엄숙하게 계시도다.相維辟公 天子穆穆한 데서 온 말이다. 이 시는 주() 나라 무왕(武王)이 문왕(文王)에게 제사를 올릴 때를 노래한 것이다. 즉 천자가 권위가 있어 제후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제사를 도운 것을 두고 한 말이다.을 주나라 자손들이

 

苟可以世守, 明堂何毁?

만약 대대로 지킬 수 있었다면 명당을 왜 헐었겠습니까?

 

 

 

군자란 글로 벗을 모으고 인을 보완해 나가는 존재

 

由是觀之, 明法而垂之,

이러한 것들을 종합하여 보면 법을 밝혀 후세에 전하고

 

德容而目示之, 尙猶難守,

덕과 위용을 지목하여 보여주어도 오히려 지키기 어려운데

 

今乃私天下之古書, 不與人爲善,

지금 곧 천하의 고서들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남에게 주는 선행을 하지 않고

 

挾驕吝以濟其世, 無乃不可乎?

교만하고 인색함을 끼고서 세상에 전하려 하니 옳지 않은 게 아니겠습니까?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군자는 학문으로 벗을 모으고 인()을 돕는다고 했으니

 

子如求仁, 千箱之書,

그대가 인을 구하고자 한다면 천 상자의 서적을

 

與朋友共弊之, 可也.

친구와 함께 공유하여 해지게 하는 것이 옳습니다.

 

今乃束之高閣, 區區爲後世計耶? 燕巖集卷之五

이제 곧 높은 누각에 묶어둔 채 구구하게 후세에게 전해줄 계책만 세우는 것입니까?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柳氏圖書譜序

비슷한 것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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