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2016년 정리기 - 1. 나이 듦이 저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16년 정리기 - 1. 나이 듦이 저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다

건방진방랑자 2020. 2. 26. 16:28
728x90
반응형

1. 나이 듦이 저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다

 

 

 

2016년도 이제 겨우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 해고 마무리를 할 때 여러 생각이 동시에 들지 않을 적이 없었지만, 적어도 올해만큼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된 해였다. 그렇다면 과연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뭘까? 적어도 현재 한국 사회에선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성숙해지고 연륜이 늘어나서 삶에 여유가 생기고 행복해지기보다, 여러 가지로 불행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나이듦에 대해 생각해볼 시기가 왔다.  

 

 

 

늙는 건 슬픈 것이야

 

그래서 나이가 먹었다는 것은 늙었다는 뜻이 되며, 늙었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의 기능이 저하됐다는 뜻을 넘어 사회적인 지위가 흔들리고 그에 따라 무시와 차별을 받게 된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친구의 아버지는 한전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하며 기술노동자로 살았는데, 막상 정년퇴임 시기가 다가오자 “70세까지 지금 월급의 반절만 받고 일하는 것은 어떠세요?”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론 그런 제안을 받으면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고 사람을 기계부속품으로 취급한 것이기에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국 사회의 노동현장에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는 사라진지 오래다. 비정규직 제도가 확산되고, 인턴 제도가 뿌리를 뻗으며 노동의 가치는 한없이 급전직하했고 사람은 기계부속품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누구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허덕이게 되었으며, 그건 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문제로까지 부각된 것이다. 이런 현실이니 부당한 처사로 자존심은 상하고, 눈물은 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이 한창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실직하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다 보니, 그런 불안은 그걸 함께 목도해야 하는 가족에게 전이되어 좌절감이 팽배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누구 하나 어렸을 때 하는 말처럼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으며,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되어 버렸다. 도미노 블록은 결코 혼자만 쓰러지지 않는다. 쓰러지면서 주위의 블록까지 연쇄적으로 넘어뜨리며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안감, 공포심, 우울감은 그런 흐름에 따라 나에게도 흘러왔으며, 또 너에게로 흘러갈 것이다.

 

 

중요한 돈벌이가 흔들리면서 삶은 더욱 더 힘겨운 것이 되고 말았다.  

 

 

 

나이 듦을 거부하는 정서로 시작할 뻔하다

 

나이가 든다는 게 이와 같이 부정적인 것이 되다 보니, 누구나 그 나이에 맞게 보이려하기보다는 한층 어려 보이고 싶어 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여자로서의 사생활이라는 말로 온갖 노화방지를 위한 시술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왔다는 점이다. 물론 박 대통령도 권력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니 미용을 신경 쓰고 건강을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공적 업무보다 그런 시술들을 더욱 중시하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고, 그런 생각의 이면엔 나이 듦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박 대통령의 이런 몸부림엔 지금 한국 사회가 얼마나 나이 듦을 극도로 싫어하는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와 같은 부정적인 시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불현듯 그래도 이제 한 해가 저물고 2016년을 정리하는 시기가 왔으니, 올 한해를 정리하는 글을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막상 글을 쓰려 했을 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벌써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가 되고야 말았다로 시작할 뻔했으니 말이다. 처음엔 이 말이야말로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드러내주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이란 말 속엔 나이 듦을 싫어하는 마음이 짙게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쓰던 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에서 구입한 약품 목록을 보며 우리 사회의 늙음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인용

목차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