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덕이 아니면 지극한 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토요일에 느꼈던 충격을 그대로 가슴에 안고 가려고 하고 있다. 현 상태를 알고 무엇이 문제인 줄을 알았다면 제대로 보수해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픔은 아픔 자체로 끝나지 않는 긴요한 깨달음이었던 것이다. 늘 이 맘 때엔 무언가 될 것 같다는 생각만 했으니, 이런 한계를 느껴 더 분발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지금부턴 이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하고 대비하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뀔 테니까.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至德의 세계’는 매크로한, 즉 눈에 확연히 보이는 운행, 진리 등을 가리키고 ‘至道의 세계’는 마이크로한, 즉 우리가 가야할 길로 세세한 규칙과 계획 등을 가리킨다. 즉 위에 인용한 『중용』 27장의 내용은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세부적인 계획이 세워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를 이렇게 써놓고 나니 좀 어이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뻔한 이야기를 얼마나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단지 누구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내 자신이 문제다. 지금껏 ‘임용합격’을 뚜렷한 목표인 양 착각하며 살고 있었다. 왜 그게 뚜렷한 목표가 아니냐면, 스스로 ‘안 될지도 몰라’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며 그걸 통한 세부적인 계획까지 세우고 있진 않았기 때문이다. 의식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거부되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목표라고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목표가 있기에 난 꼭 이룰 거야’라고 생각하며 여기까지 왔으니 꿈은 점차 희미해져만 갔고 난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不至德이었기에 당연히 至道가 不凝했던 것이고, 늘 시간을 다른 것을 하며 허비했던 것이다.
임용합격과 尊德性道問學
그래서 『중용』이란 책에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준다.
그러므로 군자는 德性을 높이면서 問學의 길을 따른다. 광대한 것을 지극히 하면서도 精微한 것을 극진히 한다. 高明함을 지극히 하면서도 중용의 길을 따른다. 옛 것을 익히면서도 새 것을 창조할 줄을 안다. 내면을 돈독히 하면서도 禮를 숭상한다.
故君子尊德性而道問學, 致廣大而盡精微, 極高明而道中庸, 溫故而知新, 敦厚以崇禮.
聖人之道 | |
Grand Scale至大無外 |
Minute Scale至小無間 |
至德 |
至道 |
尊德性 |
道問學 |
致廣大 |
盡精微 |
極高明 |
道中庸 |
溫故 |
知新 |
敦厚 |
崇禮 |
인간의 내면적 주관세계 |
인간의 외면적 객관세계 |
실천이성의 세계 |
순수이성의 세계 |
涵養 |
進學 |
用敬 |
致知 |
存心 | |
道體之大 |
道體之小 |
修德 |
凝道 |
인격의 길 |
학문의 길 |
뚜렷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尊德性, 致廣大, 極高明, 溫故, 敦厚’가 필요하다. 이미 타고난 가능성, 내면에 있는 역량, 정작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거다. 내면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지 못하면 목표는 그저 아이들이 그냥 이야기하듯이 ‘대통령이 될 거예요’하는 말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매크로한 세계에 대한 탐구는 나의 온 맘과 몸을 통할 때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럴 때 단순히 희망사항인 목표가 아닌 실체적 반응에 의한 목표가 나오는 거다.
세부적인 계획은 ‘道問學, 盡精微, 道中庸, 知新, 崇禮’의 구체적인 행위 양식을 통해 드러난다. 그건 공부ㆍ호학에 대한 치밀한 열망임과 동시에 내 몸을 잘 가꾸어가려는 욕망이다. 몸 없는 계획이란 없고, 최선을 다하려는 열망이 없는 계획이란 없다. 지금 내가 세운 공부 계획도 치열함과 열정, 그러면서도 건강을 돌보는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결국 至道는 至德일 때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至道 없는 至德도 이루어질 수 없다.
이젠 제대로 목표를 정립할 때다. 목표를 바로 세우고 그것을 통해 세부계획도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 목표는 타고난 것을 지키려 하는 ‘存心’에서 내용이 갖춰져야 한다.
蛇足
오늘 들은 내용이 꽤 의미가 있어서 그걸 적용해 내용을 써보려 했는데 피상적인 이해수준이라 짜임새가 별로다. 뭔가 제대로 알 때까지 더 힘차게 공부하고 한 걸음씩 나가야겠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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