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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리기 - 3. 5년 후에 나갈 생각으로 일하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16년 정리기 - 3. 5년 후에 나갈 생각으로 일하다

건방진방랑자 2020. 2. 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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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년 후에 나갈 생각으로 일하다

 

 

드디어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이 왔다. 올핸 닭띠의 해로 닭띠인 나에겐 왠지 모를 좋은 기운이 팍팍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해다.

어느덧 단재학교에서 근무한지도 5년이 훌쩍 흘렀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병아리처럼 삐약대던 시기라 5년이란 시간은 머나먼 안드로메다처럼만 느껴졌었다. 그런데 벌써 1을 넘어선 벌써 5이라니, 역시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것은 시간인가 보다.

 

 

만약 과거를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면, 이처럼 필름처럼 보일 거다.  

 

 

 

5년 후엔 단재학교를 나갈 생각으로 근무하라

 

그러고 보니 첫 해에 한 선생님이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그 선생님은 앞으로 5년 동안만 있겠다는 생각으로 근무하세요. 5년 후엔 여길 나가서 자신만의 학교를 만든다는 각오로 말이죠라는 말을 했었다. 이건 거의 지금 당장 붙자라는 식의 말이 아닌가.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신입이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5년 후에 나갈 생각으로근무를 하라니 말이다. 이런 경우 보통은 적응하기 힘들 텐데 그래도 참고 기다리면 볕 뜰 날이 옵니다라고 말해주는 게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그 말이 결코 저주의 말이거나, 그냥 장난삼아 한 말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 선생님은 진심을 담아 그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나 또한 그 말을 매우 진지하게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에서 중요한 지점은 나가서가 아닌, ‘자신만의 학교를 만든다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 말을 곱씹어 제대로 해석하고 어느 정도 내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5년 후의 내 모습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2012년엔 제주도에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왔다. 아~ 옛날이오~  

 

 

 

낙숫물이 바위 뚫듯, 그렇게 매일을 살라

 

보통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0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10년 동안 하나의 분야를 정하여 정진해나가고 실전 경험을 쌓다보면, 적어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정진해나간다는 건 뭘까? 그건 하나에 몰입하고 묵묵히 그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다.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水滴穿石)’고 정신의 뼈대를 하얗게 세우고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빨리 성과를 내고자 하는 조바심을 억누르는 것이다.

 

 

낙숫물은 힘이 없다. 그런데 계속 되면 바위도 뚫는다.

 

 

2009년에 국토종단을 하며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전남 목포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한 달간의 여정은 묵묵히 해나가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줬다.

그저 한 걸음씩 걸어서는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더욱이 목포에서 무안으로 넘어가는 국도 1번길은 정말 그랬다. 저 멀리 언덕빼기가 보인다. 그러니 저기만 넘으면 평탄한 길이 나오겠지하는 기대로 한 걸음씩 걸어간다. 저 너머를 꿈꾸는 마음으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읊조리며 언덕을 넘어보지만, 그 너머엔 평지가 아닌 또 다른 언덕만이 보일 뿐이다. 몇 번을 그렇게 기대하고, 몇 번을 그렇게 낙담하며 걸었는지 모른다. 그쯤 되면 이렇게 걸어서 과연 목적지에 다다를 순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피어오르고, 인간의 속도를 비웃듯 맹렬히 질주하는 차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역시나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1번길은 언덕이 자주 반복된다.

 

 

그렇게 나아가는 듯 정지되어 있는 듯, 똑같은 곳인 듯 다른 곳인 듯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한 걸음을 걷는 것은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미비한 행동에 불과하지만, 그런 한 걸음씩이 쌓이고 쌓이면 어마어마한 거리를 주파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도보여행을 통해 한 걸음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기에, 나는 이걸 한 걸음의 철학이라 이름 붙였던 것이다.

5년 동안만 근무할 생각으로 5년을 보내라고 말해준 그 선생님의 얘기야말로 한 걸음의 철학에 대한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첫 해엔 적응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2~3년차가 되면 나름 적응되어 별다른 고민 없이 시간들을 흘러 보내게 된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그렇게 5년을 보냈다 한들 나에게 남는 건 ‘5년 동안 일 열심히 했다는 자기위안밖에 없다. 그러니 선생님은 그 얘기를 통해 만들고 싶은 학교를 구체화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다양한 공부를 해보길 원했던 것이다. 그건 지금 당장 결과가 나타나는 행동은 아니지만, 그런 미비한 준비들이 쌓이고 쌓이면, 목포에서 고성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듯이, 교육에 대한 생각은 어느 정도 갖춰질 테니 말이다.

 

 

한 걸음씩 걷다 보니, 목포에서 고성까지 닿을 수 있도록 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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