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2016년 정리기 - 4. 기꺼이 해보라 본문

건빵/일상의 삶

2016년 정리기 - 4. 기꺼이 해보라

건방진방랑자 2020. 2. 26. 16:29
728x90
반응형

4. 기꺼이 해보라

 

2016년은 그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5년차 교사가 한 해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이젠 학교에 적응은 완벽히 끝났고, 모든 게 너무도 편해졌다. 아이들과는 더할 나위 없이 때론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게 됐으며, 학교는 우리 집처럼 익숙하기만 하다. 그러니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려고 하면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충분히 편하게 있어도 된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윌터도 일상에서 반복적인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길로 들어서며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된다. 

 

 

 

기꺼이 배우고, 기꺼이 해보라

 

막상 5년차 교사가 되어 첫해에 그 선생님이 한 말을 떠올려보니, 그 말이야말로 지금 이순간의 나를 내다보고 한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편해진다는 건 어찌 보면 호기심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관성처럼 맹목적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몸은 비대해져 가고, 생각은 알맹이도 없이 삐쩍 말라만 간다. 그러니 움직이기 싫어하게 되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오로지 내 생각만을 옳다고 여기며, 오로지 지금껏 해온 방식만을 고집한다. 그 선생님이 그 때 해준 말은 바로 이렇게 일상이 된 상황을 경계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대학이란 책엔, “진실로 하루 새로워졌거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하며, 또 날로 새로워져야한다(苟日新 日日新又日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야말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새롭다는 건, 지금껏 내 생각이 가로막아 하지 않던 일을 기꺼이 한다는 뜻이다. 기꺼이 배우고, 기꺼이 해본다. 과거의 나였다면 감히 해보지 않을 일을 현재의 나는 하고야 만다. 그렇게 과거의 나와는 완전히 결별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變態)한다는 얘기다.

몇 달 전에 놀이공원에서 좀비페스티벌이란 걸 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인솔하기 위해 함께 참여했는데,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빼는 사람 없이(한 아이가 처음에 빼긴 했는데, 모두 분장하는 분위기였기에 결국엔 했음) 분장을 하더라. 그때 놀이공원 관계자가 나에게도 분장을 할 거냐고 물으며, “선생님도 웬만하면 해보세요라고 덧붙였다. 예전의 나였으면 남우세스럽다고 생각해서 단칼에 거절했을 텐데, 그땐 그러지 않고 심하게 고민을 했다. ‘굳이 할 필요는 없잖아라는 생각과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생각이 팽팽히 맞서며 세기의 대결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생각이 얼마나 치열하게 대결을 하던지, 머리가 지끈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그러다 결국 나도 그 순간을 누리기로 했다. 인솔교사로 참여하긴 했지만, 단순히 인솔자로 남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그 시간을 누리고 즐기는 동참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저녁은 뱀파이어 분장을 하고 죄수복을 차려 입고 어둠이 짙게 내린 놀이공원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는 슬픈 전설이 남았다고 한다.

 

 

인솔자이면서 동참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올해 기꺼이 해본 것 중 하나다. 

 

 

 

닭띠여 정유년을 누비라

 

5년이란 시간은 그 선생님의 말처럼 그렇게 길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갔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엔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그렇게 흘러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고 그건 분명히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 보낼 5년이란 시간도 그렇게 길거나 멀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젠 정말 그 선생님 말대로 내가 만들고 싶은 학교에 대해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5년이란 시간동안 배워왔던 것들을 밑바탕으로 삼고, 경험해왔던 것들을 골조로 삼아 만들면 된다. 빨리 끝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보채는 것도 아니니 이 생각에 영글어가도록 하루하루 재미지게 살아가려 한다. 정유년은 닭띠인 나에겐 최고의 해이자, 선물 같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정유년은 나의 해다. 기꺼이 살리라. 

 

인용

목차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